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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83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6 15:17
조회
676
추천
18
글자
9쪽

음한석지(陰寒石芝),

DUMMY

***


천마가 앞으로 조금 다가섰다.

여차하면 잡아먹을 참이었다.

하지만····,

지척이 천 리다.

가깝지만 거리가 멀었다.

백서는 고심하다가 떨리는 입술로 한마디 던졌다.

“여보세요. 그것은 당신을 치료해줄 만년석균이랍니다.”

푸-우!

천마의 거센 입김에 흔들리는 빛이 신묘해 보였다.


아아!

백서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정말 영리하게 생긴 모습과는 달리 무식한 놈이었다.

불빛을 향해 훅하고 입김까지 불고는 키득거렸다.

히히히!

백서의 눈에 비친 정경은 마치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푸-우!

빛이 또다시 사방으로 퍼졌다.

이번에는 심하게 불었던 것 같았다.


불길을 ‘픽’하고 꺼져버릴 듯이 흔들렸다.

“어어! 안 돼·····.”

백서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서둘러 불길을 향해 피를 토했다.

양이 적었는지 불길은 활활 타오르지는 않았다.

천마는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참아왔다.

저놈이 앞으로 다가오면 입으로 물어뜯을 작정이었다.

백서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낄낄낄!

천마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기까지 했다.

“이놈아! 조금만 앞으로 다가와라.”

천마가 숨을 내뱉지 않았다.

백서를 향해 훅하고 숨을 들여 마셨다.

그런데 백서가 딸려오지 않고 빛을 들여 마시게 되었다.

콜록-콜록!

기침이 터졌다.

천마의 입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백서는 빛이 그의 입으로 사라지가 한탄하고 말았다.

“커-억! 불꽃이 희미한 것을 보니 이젠, 틀···.틀렸다.”

천마는 백서의 다급한 사정을 몰랐다.

눈앞에 백서가 새까맣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었다.

그저 두꺼비처럼 입을 딱 벌리고 백서를 노려봤다.

장수의 입안에서 청옥색 불꽃이 뿜어지고 있었다.

입안에 고였던 핏물로 불꽃이 확산한 것이 확실했다.

이런 정경을 쳐다보는 백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쩝-쩝!


천마는 배가 고픈 사람이었다.

허기에 지쳐서 빛마저 열심히 씹고 있었다.

백서는 가물거리는 눈길로 그를 쳐다볼 뿐 말을 잊었다.

천마가 조금 뒤에 입맛을 다셨다.

쩝-쩝!

“아니 이것은····?”

백서의 피에 섞인 약력에 놀란 듯 소리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이···건, 만년 석균···.”

천마의 표정이 변한 뒤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백서를 손에 쥐고 피를 싹싹 핥았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아예 입안에 쳐넣고는 씹기 시작했다.

질겅질겅!

천마의 입에 쥐가 물린 상태였다.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백서가 얼마나 미끄러운지 제대로 씹히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이 없다는 투였다.


그냥 열심히 씹었다.

쩝쩝! 냠냠!

인주가 그의 몸뚱이를 씹었듯이 그는 그렇게 씹었다.

맛이 묘했다.

비릿한 냄새와 알싸한 맛이 느껴졌다.

히히히!

백서도 모처럼 만에 신이 났다.

천마의 입안에 고였던 인주의 핏빛 맛을 맛보고 있었다.

찍-찍!


백서의 꼬리가 꼼지락거리며 그의 뺨을 철썩 때렸다.

“어라! 이놈의 꼬리야, 가만히 좀 있어라···.쪽쪽!”

백서는 간지럼을 심하게 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킥킥! 간지러워라! 발바닥만 빨지 말고 씹어야 합니다.”

천마는 아예 꼬리까지 입안에 넣고 열심히 씹고 있었다.

“어라! 뭐가 이렇게 미끄러워! 질겅질겅···.”

천마와 백서는 서로가 원하는 만큼 씹고 먹었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천마의 몸에서 붓기가 조금씩 빠졌다.


시리던 뼛골도 바로 섰을 무렵이었다.

그의 입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터졌다.

우두둑!

“······”

천마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입이 딱 벌어진 다음에 백서가 툭 튀어 나왔다.

“어어! 이건 또 뭐냐?”

천마가 화들짝 놀라면서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그는 볼 수가 있었다.


백서는 자신의 입에서 씹혀지던 생쥐가 아니었다.

투명한 빛과 함께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요정이다.

천사처럼 곱디고운 몸매였다.

바람결에 흔들리듯이 가느다란 허리를 소유한 요정이다.

그런 요정이 허리가 끊어지도록 큰절을 올리고 있었다.

천마는 멍청해져서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쩝-쩝!

백서가 생긋이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호호! 은혜를 입어 비천하니 삼생의 연을 갚겠나이다.”


천마는 말도 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을 때였다.

백서가 광채를 일으키면서 형상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험! 삼생이라면 나는 여기서 죽지 않는다는 뜻이구나!”

백서가 벽 쪽에 스며들고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호호호! 저는 운명에 대해선 잘 모른답니다.”

백서가 사라졌다.

“석실에 만년 석균이 많으니 복용하고 소원성취하세요.”

“얌-마! 같이 가잔 말이다.”

천마는 백서가 벽을 통과해서 사라지자 무작정 달려갔다.


꽝!

천마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그는 백서가 사라진 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벽과 공간,

꿈을 꾸고 있는 듯싶었다.

눈앞을 스치듯이 지나가는 생각들···,

천마는 생쥐가 요정으로 변신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여튼 만년석균이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석벽에 녹색 빛을 발화하는 만년석균이 눈길에 잡혔다.


“허허허! 배고프던 참인데 잘됐다.”

천마는 벽에 자란 만년석균을 쳐다봤다.

음한석지(陰寒石芝),

만년에 한 치씩 자란다는 전설의 만년석균이다.

인간이 복용하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진 석균(石菌)이다.

무인이라면 백 년 대공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만년 석균이 석벽에 두 치나 잔뜩 자란 상태였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만년 석균을 먹기 위해서 먼저 벽을 싹싹 핥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천마는 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선 어떨 도리가 없었다.

석벽에 자란 석균(石菌)을 뜯어먹는 일이 먼저였다.

굶어서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쩝쩝!

이빨이 시리도록 씹어먹었다.

쓰디쓴 맛과 함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긴 어딘데 이토록 추울까?’

천마의 정신이 돌아온 것은 입김이 뻗치던 그때부터였다.

만년석균이 남긴 쓰디쓴 맛,

천마는 신물이 나도록 뜯어먹은 뒤였다.

그는 자신이 석벽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대로···,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천마는 온몸에 힘이 넘치자 망설이지 않았다.

우두둑!

우선 자신의 탈골된 육신부터 조치했다.


팔뚝을 접골시키는데 뽀드득하고 뼈마디가 울렸다.

와드득!

목뼈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삐-꺽!

탈골된 어깨뼈가 맞춰지는 소리였다.

뒤틀린 근육과 비틀린 사지(四肢)를 바로 잡았다.

“죽었다가 살았으니 이제부턴 진하게 살아 보자···!”

육신에서 느끼는 통증은 생명을 태우기에 충분했다.

아픔이 진할수록 거칠게 치솟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먹빛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고집스럽게 상큼 떠진 상태로 피실 웃었을 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라면 능히 이무기도 상대할 수가 있겠다.”

천마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금 석실을 더듬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런 정도의 어둠에는 익숙한 편이었다.

갓난아기 적에 무덤에 비하면 두려워할 일도 아니었다.

그는 찬찬히 아주 세밀하게 석실을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 그의 생각대로 뭔가 이상한 점이 눈길에 잡혀 왔다.

빛을 발산하던 백서가 사라졌기에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희미한 발자국은 아직도 선명했다.

천마는 눈을 부릅떴다.

눈동자가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서 시선을 끌어당겨 한차례 확인해 봤다.

과연 눈꼬리에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동굴 상단에 백서가 사라진 곳에서 발길이 끊겼다.

그 뒤쪽으로는 어둠만이 짙었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살 수가 있다.’

천마는 문득 벽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거칠어 보이는 벽면이 만져졌다.

하나의 둥근 원형의 방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간에 돌 탁자가 놓여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여기는······,이건 누군가가 머물던 흔적이다.’

석실은 천연적인 함정인 듯했다.

인공적으로 약간 다듬은 흔적들이 보였다.

누군가가 살았다면 자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마가 벽을 더듬다가 이상한 글귀를 발견하게 되었다.

악마신전(惡魔神殿),


악마들이 산다는 대궐이다.

천마는 문체가 주는 힘에 놀라 다시금 살펴봤다.

잘못 보진 않았다.

분명히 악마신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선연(仙緣)이 닿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찾는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천운이 닿아야만 만날 수 있다는 천지(天池)가 분명했다.

천마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벽면을 더듬어 보았다.

벽면 하부에 다른 글귀도 새겨져 있었다.

-손오공-

천마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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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4 20 9쪽
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0 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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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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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1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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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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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19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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