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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93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3 00:19
조회
799
추천
32
글자
9쪽

한탄(恨歎)

DUMMY

***


그러면 저승사자가 섭선을 한번 쓱 흔들어 줄 뿐이다.

누구나 간담이 서늘해지고 몸에서 혼백이 분리되었다.

그런데 이놈에게 씨가 먹히질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놈아! 시간이 없으니 나와 함께 편한 세상으로 가자.”

천마는 지겹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네놈은 내 운명과 비슷한 놈을 찾는 것을 알고 있다.”

“끄-응···.”

“누구냐? 그도 나처럼 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냐?”


“알···것 없고 이거나 처먹어라!”

천마는 저승사자가 입안에 넣어 준 것을 삼키고 말았다.

꿀꺽꿀꺽!

“어라! 이건 또 뭔데 내게 먹이고 있는 것이냐?”

저승사자가 능글능글 웃었다.

“이놈, 추풍이라는 놈이 태어날 때 쌌다는 배내똥이다.”

“우-엑! 아니 뭐···배내똥···?”

천마는 오히려 좋다는 듯이 꿀꺽 삼켰다.


“냠냠! 지난번처럼 추풍이 내 곁에 머물고 있느냐?”

저승사자는 정말 지겹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지겹다. 이놈아!”

저승사자는 섭선을 거두며 저만큼 휭하니 이동했다.

“이놈아! 우린 두 번 다시는 만나지 말자.”

“가만가만, 누가 내 육갑과 똑같이 타고났는지 알아야 고맙다고 인사할 것이 아니겠소.”

천마는 허겁지겁 도망치는 저승사자를 쳐다보며 웃었다.


“히히히! 쥐새끼수염이 불탔기에 법력이 약해졌구나!”

천마는 흘러내리던 시커먼 똥물을 꿀꺽 삼켰다.

느끼한 맛-!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자신의 핏빛 맛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솔향 냄새가 짙어서 정신이 맑아지고 있었다.

“제기랄! 악양루의 화주처럼 쌉쌀한 맛이 그만이다.”

천마는 저승사자를 쫓아서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거미줄에서 어떻게 탈출해야만 하느냐가 문제였다.

지금의 처지로서는 탈출이란 어림도 없을 터였다.


퉤퉤!

그는 침을 한껏 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인주가 남긴 열기가 백회혈에서 번뜩거리다가 사라졌다.

그때였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바로 그거다.’

천마는 희망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영혼마저도 동였던 육신을 되돌아봤다.


꼬치와 육신,

인주의 먹잇감으로 붕대 속에 휘감겨 있는 몸뚱이다.

하지만 배내똥을 복용할 정도로 한결 여유롭다.

이는 육신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천마는 깊게 생각지 않았다.

자신의 몸속으로 침투한 거미줄을 입으로 물어뜯었다.


푸-두둑!

입술이 터졌고 아픔이 골수를 팼다.

붉은 피가 설핏 보였다.

아팠던 느낌이 그의 의지를 세운 것 같았다.

붉은 피가 꼬치에 흥건하게 적셔졌다.

인주는 핏빛 냄새가 싫다는 듯이 반응했다.


끼-끼!

저승사자가 꼬치 속으로 침입해 들어왔다면 당연했다.

인주도 능히 그의 정체를 감지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면서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무기가 움직였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천마는 붉은 핏방울을 뼛골에서 쥐어짜듯이 뽑아냈다.

한동안 쩝쩝거리며 배내똥까지 입안에 한껏 모았다.

피는 붉고 향기롭고 신선했다.

그리고 인주의 독액으로 끓여진 핏물 선지는 걸쭉했다.


천마는 자신의 붉고 진한 피를 입안 가득히 머금었다.

인간이기에 피는 붉었고 영혼은 그만큼 싱그럽다.

영혼과 육신은 살아서는 하나지만 죽으면 둘로 분리된다.

허접스러운 육신은 지상에 남겨져 땅에 묻힌다.

혼백만이 저승사자를 따라서 명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죽음을 뜻했다.

지금은 최소한 아니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는 편이었다.

천마는 저승사자가 진행한 방향으로 핏물을 살짝 뿜었다.


푸-우!

피가 저승사자가 남긴 그림자에 섞여들고 있었다.

천마는 자신의 영혼을 슬쩍 이동시켜 보았다.

그리고는 몸부림치듯이 반항하던 행동을 딱 멈췄다.

끼-륵!

인주는 역시 그의 예상대로 힘차게 울부짖었다.

영리한 미물답지 못했다.

때늦은 영혼의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부산하게 움직였다.

천마는 희망이 물든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저승사자의 혼령도 구분하지 못하고 쉽게 속는구나!’

천마는 그때부터 탈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감각이 의식을 깨웠을 무렵부터였다.

거미줄이 전신에 감기는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몰랐다.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끊기듯 이어진 거미줄을 부여잡고 늘어졌다.

역시 가느다란 희망의 대가가 기회를 만들었다.

인주의 공격은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는 순간에 해당했다.

천마는 희망을 품듯이 몸뚱이를 이용해 이무기를 불렀다.


끼-륵!

인주는 피가 풍기는 향기를 따라서 이동한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빛이 갈라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불타는 듯싶은 일출이 보였다.

동굴 깊숙한 지점에서는 노을이 벽에 짙게 배어있었다.

천마의 눈에 비친 그곳은 어딘지는 확인할 길은 없었다.

아마도 추정해보면 북쪽 강어귀가 분명할 터였다.

거긴 저승과 이승을 가르는 경계지점이었다.

누구나 가기를 꺼리며 두려워하는 도솔천이다.


한번 넘게 되면 그것으로 몽땅 지옥으로 직행했다.

천마도 자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는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입안에 남겨진 피를 저승사자를 향해 뿜었다.

푸-우!

“재수에 옴 붙었다고 했으니 개 피도 마저 가져가시오.”

인주는 저승사자가 남긴 그림자를 향해서 덤벼들었다.

자신이 천년 학수고대했던 혼백일 것이라 믿는 눈치였다.

하지만 번번이 허탕만 치는 것이었다.


끼-륵!

인주는 공간에 빛이 머물자 필사적으로 덤볐다.

일차····.

이차····,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

꽁무니에서 은색의 투명한 실을 뽑았다.

저승사자의 그림자를 휘감기 시작했다.


펑-엉!

저승사자는 거미줄에 자신의 그림자가 걸려들고 말았다.

피를 뒤집어쓴 그림자가 귀찮고 무섭다는 듯싶었다.

광채에 몸을 숨기는 순간이다.

허공으로부터 염화가 거세게 일어났다.

“에구구! 네놈을 다시는 보기 싫으니 도로 가져가라!”

저승사자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일어났던 염화를 보냈다.

인주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뭐야? 뭔데 내게 주어진 혼백을 불태우는 거야?”


인주가 화염의 충격을 견뎌내지 못했다.

어딘가로 비천해 날기 시작했다.

천마에게도 염화가 남긴 충격은 미쳤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호기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이빨을 드러내 놓고 꼬치를 피로 적시듯 물어뜯었다.

그때부터 그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붕대의 끄트머리에 매듭을 풀기 위해서 사투를 벌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입술을 뜯어졌고 살결은 갈라졌다.


시간이 생기면 거미줄을 뜯어냈다.

상처를 치료할 시간도 없이 지겹도록 사투를 벌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배내똥을 먹은 다음부터 몸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미약한 진기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약력이 혈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그래, 저것을 이용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천마는 귀식대법을 펼쳤기에 내공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배내똥이 남긴 비술은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정말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천마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약력이 혈도를 자극하자 상처를 아물게 만들어 주었다.

더군다나 금강불괴도 절정의 상태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젠 웬만한 타격에는 끄떡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인주의 수법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기를 사용해 혈도를 자극하며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영리한 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타격이었다면 내기를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혈도를 울리기 시작한 타격이 단전까지 충격을 주었다.

처음에는 따끔거렸으나 나중에는 몸이 흔들렸다.

그런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다.

천마는 그런 순간마다 신음을 터뜨리는 일이 전부였다.

정말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거친 숨결만 터트리고 말았다.

헉-헉!

그의 텁텁한 숨결에 황금 물결이 피와 섞여들고 있었다.

이는 인주가 저녁노을의 빛을 끌어드린 탓이다.

비술을 부려 염화를 진화시키고 있음이 확실했다.


끼-륵!

인주가 요동치듯 움직였다.

꽁무니에서 불타던 황금빛을 꼬치 속으로 쏟아 넣었다.

투명한 거미줄을 한없이 길게 늘어났다.

불타는 꽁무니가 변색한 사실을 미뤄봐서는 틀림없다.

아마도 저승사자임을 느꼈던 것이 분명했다.

휙!

인주는 거미줄을 타고 공간이동을 시작했다.

먹잇감이 숙성되기를 기다리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아무도 갈 수 없다고 알려진 석실로 은밀하게 운반했다.


저승사자를 쫓아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였다.

돌연 석실에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찌-꺽!

공기가 갈라지고 빛이 확산하는 가운데였다.

한바탕 큰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당탕!

케-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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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恨歎) +9 22.05.13 800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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