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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84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4 12:12
조회
741
추천
26
글자
9쪽

고립무혼(孤立無魂),

DUMMY

***


더듬이가 뜯어지고 거기서 황금색의 핏물이 흘러내렸다.

천마는 한치도 망설이지 않았다.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금방 전신이 핏물로 물들어 버렸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천마를 공격하던 불개미들이 공격이 멈춰진 것이었다.

여왕개미의 핏물에 혼선이 빚어진 것 같았다.

덤볐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순간이었다.

여왕개미가 드디어 천마의 손속에서 벗어났다.

상처를 돌보던 여왕개미의 표정이 표독하게 변했다.

“네놈이 비천하던 내게 상처를 입히다니 여기서 죽어라.”


여왕개미의 공격은 한층 거셌다.

주둥이에서 칼날처럼 생긴 턱을 뽑아 들고 공격했다.

허공에 섬광이 번뜩거리면서 천마에게 진격했다.

푸른 색채를 지닌 살기였다.

폭풍처럼 회오리를 치면서 여왕개미의 신형이 사라졌다.

바로 도선들이 연성한다는 비술이었다.

천지사방이 갈라지고 있었다.

천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악마지도를 휘두르며 새롭게 연성한 금강도법을 펼쳤다.


그렇게 둘이서 치열하게 싸우는 순간이었다.

비천할 시간을 놓쳐버린 여왕개미였다.

신형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환원했다.

뿌연 독기에 휩싸인 여왕개미의 몸체는 장엄했다.

길이는 삼 장에 달했다.

다리의 길이도 무척이나 길었다.

그런 여왕개미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천마는 공격을 중단하고 말았다.


“네놈이 천년 수도를 망쳤으니 용서하지 않겠다.”

여왕개미가 독기를 품고 서서히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희뿌연 망이 내려와 사방에 퍼지고 있었다.

인주의 기습이 있었다.

여왕개미가 비천의 순간을 놓치는 장면을 목격한 뒤였다.

인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천할 시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있었는지 행동이 빨랐다.

천정에서 투명한 거미줄이 내려와 천마를 납치했다.


여왕개미의 반응도 기막히게도 빨랐다.

인주가 개입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가만있지 않았다.

거미줄을 향해 독기를 뿜었다.

천마를 대신해서 인주를 잡아먹을 속셈이었다.

여왕개미가 덤벼들자 인주가 소리쳤다.

“끼-록! 좋단 말이다. 네년과 어차피 너와 나는 죄과에 따라서 비천이 결정되니 먼저 붙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인주는 지금 시간이 없기에 모험을 걸고 있었다.

여왕개미와 같은 시간에 비천할 기회가 주어진 상태였다.


천마가 선택된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주는 거미줄에 매달린 천마를 동굴로 집어 던졌다.

휘-릭!

천마의 몸이 허공으로 날았다.

아득하고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올랐다.

천지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심한 어지럼증을 느낀 천마는 어쩔 줄을 몰랐다.

콜-록!


천마는 거미줄에 묶인 상태로 한없이 날았다.

그곳이 어딘지 몰랐다.

잠시 정체하는 순간에 해당했다.

구멍 속으로 넣어졌다가 빼내 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낚시 떡밥 신세가 됐다는 뜻이었다.

쿵!

천마는 충격이 가해졌지만 신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어지러운 눈길로 인주의 행동을 지켜봤다.

인주는 꾀를 낸 듯 황금빛에 물든 노을에 몸을 숨겼다.


형상이 변하고 있었다.

여태껏 인주로서 분장했던 모습은 간 곳이 없었다.

여왕개미처럼 거미였던 원래 모습으로 환원되고 있었다.

검고 구성지게 자란 황금 털이 활활 타들고 있었다.

꽁무니에서 뿜어낸 거미줄을 길게 늘인 다음이었다.

동서로 휘저으면서 구멍에 집어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여왕개미는 천마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인주를 잡아먹고 비천할 생각뿐이었다.

낚시질로 자신을 유혹하자 코웃음 치며 인주를 노렸다.


땅굴 속으로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어떤 구멍에서 인주를 덮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구멍 속 멀리서다.

천마가 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이었다.

숨결이 트였을 무렵부터였다.

구멍 속을 드나들 때마다 바위에 거미줄을 비볐다.

쿵-쿵!

통증과 열기가 몸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굴속에서 어떤 단단한 물체와 강하게 부닥친 듯했다.

찌-꺽!

천마는 자신과 부닥친 물체를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부닥친 물체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쯤 해서 아픔이 골수를 팼다.

아팠던 느낌이 의지를 강하게 세웠던 것 같았다.

천마의 몸이 다시금 벽에 부닥쳤다.

전력을 다해서 마지막 거미줄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찌-직!


천마는 포기를 몰랐다.

의지와 끈기는 알아줄 만한 것이었다.

고래 심줄보다도 질긴 거미줄을 끊어 낼 수가 있었다.

천마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쿵!

몸이 용수철처럼 퉁겨졌다.

벽과 벽 사이였다.

절벽은 상당히 미끄러운 듯싶었다.

거미줄은 날카로운 벽에 부닥쳤어도 끄떡없었다.


인주가 남긴 거미줄의 효능은 참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천마는 벽을 통과한 다음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천애였다.

다행스럽게 벽에 부닥치는 순간에 철컥 달라붙고 말았다.

충격으로 입이 벌어졌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아! 됐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았단 말이다.”

천마는 막막하고 어둠이 짙은 절벽에 한동안 붙어있었다.

인주가 먹잇감인 자신을 버릴 리가 없었다.

분명코 일부로 놓아 줬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어딘가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천마가 사방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지금까지는 어둠만이 머무는 세상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암흑세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까마득히 먼 곳이었다.

황혼이 불타는 정경이 눈앞에서 삼삼하게 떠올랐다.

일출과 일몰이 동시에 존재하는 땅,


세상의 모든 영령과 혼백이 머문다는 신비한 세상이었다.

각종 요괴가 비천하려고 수신을 이룬다는 비림이었다.

천마는 눈앞에 빛과 광채가 머무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은 바로 천마가 떠나왔던 장생전이었다.

눈가에 손을 얹고 한동안 쳐다보았다.

문득 허공에서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거울처럼 비치는 속에서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어머니”

천마의 메마른 음성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인지 몰랐다.

생소하고 낯설면서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천마는 어머님이 어디에 계신지 몰랐다.

출세를 위해서 잊었다.

잊은 상태로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이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어머님이 생각났다.

저승사자를 만난 다음부터는 더욱 확실해 졌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게 되었다.


아-아!

천마는 생각했고 깨달았다.

어머님이 계신 저곳은 무형의 공간이었다.

천마가 갈 수 없는 전설의 땅이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일렀다.

이무기의 여의주를 복용하면 가능할 터였다.

“나는 이무기가 산다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이다.

몸을 감고 있던 붕대를 벗겨냈다.


생각은 길었으나 행동은 빨랐다.

은색 물체가 사라진 막막한 굴속으로 몸을 던졌다.

휙!

귀영무형을 구사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였다.

육신의 근육이 굳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재차 몸을 날렸으나 행동이 자유롭지가 않았다.

쿵-퍽!

절벽 사이에 돌출된 돌 틈에 끼었다.


아득해진 정신과 함께 또 어디엔 가로 떨어졌다.

철퍼덕!

천마는 입술을 깨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의식을 놓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인간이기에 살아야 했다.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었다.

고통을 덜기 위해서였다.

의지와 상관없었다.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경과 했는지 몰랐다.

의식이 돌아온 뒤에 느끼는 공복감은 상당히 컸다.

상처보다도 먼저 굶주림과 배고픈 느낌이 전부였다.

하지만 고통을 참아야 이무기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배고픔으로 육신을 죽여야만 기회가 주어질 터였다.

몸으로 이무기를 유혹한 다음 먹잇감이 되어야만 한다.

이무기의 여의주는 목구멍 입구에 있었다.

그곳은 독니가 있기에 물론 죽을 수도 있었다.

이무기는 단순히 비천을 원하지 않았다.


천신을 꿈꾸기 때문에 까다로울 것이었다.

이무기는 비천하고 싶은 욕망에 내단이 열릴 것이다.

그런 순간을 이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여기를 탈출해야 하는데 방도가 없었다.

벽호공을 이용해 절벽을 올랐으나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만큼이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충 계산해도 백일이 넘었을 듯싶었다.


개미굴은 너무나 많아서 거기가 여기 같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로였다.

같은 곳을 수도 없이 드나든 상태였다.

그리고····,

먹을 것이라고는 말라비틀어진 뼈다귀가 전부였다.

심지어 물방울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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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4 20 9쪽
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0 23 9쪽
11 편복(蝙蝠), +13 22.05.18 658 19 9쪽
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9 음한석지(陰寒石芝), +9 22.05.16 677 18 9쪽
8 백서(白鼠), +12 22.05.16 695 22 9쪽
»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2 26 9쪽
6 엽의(獵蟻), +12 22.05.13 792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799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0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19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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