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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85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8 00:28
조회
658
추천
19
글자
9쪽

편복(蝙蝠),

DUMMY

***


화살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벽면이 갈라지면서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앞에서 손오공의 석상이 눈길에 잡혀 들었다.

여의봉을 휘두르는 모습인데 일도양단이란 수법이었다.

천마는 두려움이 없다.

지금의 천마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만년석균을 복용하고 손오공의 비술을 연성했다.

천하에 어떤 누구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천마가 당당하게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석주(石柱)들이 주렁주렁 늘어선 신비한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낯선 듯싶으면서도 눈길에 익어 있었다.

천마가 천리안을 펼쳤다.

예리한 눈길에 티끌도 놓치지 않았다.

활동사진처럼 비쳐드는 장면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처음이 들어와 보았던 석주였다.

천마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가 잘못된 상태가 분명했다.


동굴은 분명히 동굴이었다.

어둠 속으로 동굴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같은 동굴에 똑같은 벽면이며 심지어 무늬도 똑같았다.

그렇게 같은 곳을 삼세번 들어왔다.

미로진(迷路陣)이 펼쳐져 있기에 그랬다.

나중엔 굴속을 헤매고 다녔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벽면에 숫자를 새겼다는 점이다.

많게는 수십 번도 넘는 흔적이 보였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분명히 이곳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천마는 생각에 잠겼다.

시신이나 뼛골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누군가가 시신을 치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천마는 그가 손오공임을 짐작했다.

이곳에 뭔가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뭔지는 천마도 몰랐다.

하지만 짐작해 보면 아주 중요한 물건이 분명해 보였다.

장수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피-휙!

소리를 이용해 동굴의 깊이를 확인하고자 시도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굴 깊숙한 지점에서 메아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가 약했다.

그런데 소리가 커지면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천마가 놀라서 귀를 틀어막았다.

도술비법을 사용했는지 차단막을 형성했다.

겨우 위기는 넘기는가 싶었는데 아니다.


이번에는 동굴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들끓고 있었다.

동굴에서 들끓고 있는 물체는 바로 흡혈박쥐였다.

박쥐는 수천수만을 헤아릴 정도로 많았다.

작은 것은 쥐방울처럼 작았고 큰 것은 인간을 닮았다.

날개는 투명해 보이지 않았다.

천신이 되고자 먹잇감을 구하는 듯싶었다.

천마가 등장하자 떼거리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 박쥐들이 동굴의 문이 열리자 일제히 날아올랐다.

천마가 열심히 막아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박쥐가 워낙에 많은 숫자여서 견디지를 못했다.

박쥐들이 허공에서 일렬로 늘어서서 공격을 감행했다.

앞의 박쥐가 죽으면 뒤에서 기습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화살처럼 내려꽂혔다.

“제기랄! 여기서도 괴물이 만나는구나.”

천마는 피할 틈도 없었다.

새까맣게 몸으로 달라붙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흡혈박쥐였다.

비천(飛天)이 임박해서 그런지 사납고 매서웠다.


성깔도 있는지 양보란 없었다.

눈에 보이는 생명체는 일단 물어뜯고 보았다.

남아나는 물체가 없었다.

천마가 악마지도로 금강도법을 펼쳐서 베어버렸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없이 죽여도 끝이 없었다.

흡혈박쥐의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놈들아! 내가 바로 천하를 호령하던 천마란 말이다.”

천마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박쥐들이 놀라서 흩어지는 가운데서다.

천마의 무서운 도법을 받아치는 박쥐가 있었다.

바로 흡혈박쥐의 우두머리인 편복(蝙蝠)이었다.

편복은 박쥐인데 사람처럼 생긴 황금박쥐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옥의 사자처럼 생겼다.

사람의 얼굴에 송곳니가 삐쭉 나왔다.

살기가 뿜어지는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붉었다.

손에는 삼지창을 들었으며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런 박쥐가 삼지창을 휘두르며 장수와 당당히 맞섰다.


“어쭈! 피라미들이 제법인데?”

천마가 씨부렁거렸다.

그런데 피라미들이라고 생각했던 놈들이 제법 강했다.

천마가 초장부터 밀어붙이고 있었다.

몸놀림이 기민하고 날쌨다.

사방으로 신형을 날리면서 눈을 현혹하고 있었다.

과거의 천마였다면 당해내지 못했을 터였다.

박쥐는 그만큼 강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천마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강불괴를 연성한 천마였다.

가벼운 타격이라면 몰라도 상처가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몸을 전율하게 만드는 소음이 터지면 어김없었다.

전신에 가벼운 상처가 생겼다.

통증도 없고 너무 미약해서 무시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가볍던 상처가 어느 순간에는 쩍 갈라지고 말았다.

무음살기(無音殺氣),


들리지 않는 소리에 살기를 섞어서 죽이는 비술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로 공격했다.

천마가 뒤늦게 경각심을 가졌으나 한발 늦은 뒤였다.

전신에서 피가 솟구치자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오공의 비술인 일도양단을 펼쳤다.

하늘이 쪼개지듯이 섬광이 번뜩거렸다.

번-쩍!

먹구름이 몰려들고 폭풍이 몰아치면서 박쥐를 덮쳤다.

꽈-꽝!


박쥐가 일도양단에 타격으로 뒤로 날려가는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흰색의 광채가 쏟아지면서 박쥐를 공격했다.

그것은 바로 인주의 꽁무니에서 뿜어낸 거미줄이었다.

인주가 여왕개미와 싸우다가 밀린 모양새였다.

봉두난발에 걸레처럼 변해버린 옷가지를 걸치고 있었다.

천마가 곁에서 핏물을 흘려도 상관하지 않았다.

목표로 정했던 금서를 향해 살기를 드러내며 덤볐다.

허공에선 거미줄이 난무하고 지상에선 치열하게 싸웠다.

그렇다고 여왕개미가 가만히 있을 성질이 아니었다.


뒤에서 인주를 공격하는데 죽기 살기로 덤볐다.

천력(天力)을 지닌 여왕개미의 공격은 살벌했다.

바윗돌을 집어 던지는데 위력이 엄청났다.

천근이 넘는 바윗돌이 휙휙 날아다녔다.

이렇게 되자 싸움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천마는 셋이서 난투극을 벌이자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이놈들아! 나를 상대하렴 이긴 놈만 오란 말이다.”

저들의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가 이기면 비천할 것이고 아니면 도태할 것이다.


공연히 깝죽거리다가 합심해 공격하면 끝장날 터였다.

잽싸게 동굴로 도망쳤는데 기다리는 요괴가 있었다.

바로 복사(蝮蛇)라는 흑장백사(黑腸白蛇)였다.

몸체는 흰색이고 투명했으며 내장은 검었다.

독니는 한자에 달할 정도로 길었고 날카로웠다.

머리에 꽃이 피어서 화사(花蛇)인데 혓바닥은 붉었다.

일명 화혈사(花血蛇)라고 불리는 뱀이었다.

이놈도 천년을 살았는지 인간의 형상을 갖춘 상태였다.

둘이 스치듯이 마주친 상태라 눈길을 피할 순 없었다.


복사가 천마를 훑어보며 말했다.

“형씨는 어디에 사는 요괴인데 인간과 똑같소?”

천마가 어정쩡하게 돌아서며 대답했다.

“난 장생전에 수양하던 백팔영사(百八影蛇)다.”

“아하! 그렇군요. 혹시 천마란 놈을 알고 계시오?”

장수는 움찔 놀라고 말았다.

“오-호! 그런데 형씨께선 그놈을 왜 찾는가?”

“그놈을 잡아먹으면 천신이 된다고 소문이 났답디다.”

“저런! 그놈은 잡혀서 먹힐 놈이 아닌데······.”


“내가 천기를 읽어보니 천마란 놈이 대단한가 봅니다.”

“대단하긴 뭐가 대단하다는 것인가?”

복사가 자신의 비술을 자랑하듯이 천마에게 말했다.

“이곳에 터줏대감인 이무기가 살고 있는데 말이오. 다른 놈들은 천년이면 승천하는데 이놈은 삼천이나 살았다오.”

복사의 말에 천마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물론 놀란 것은 천마뿐이 아니었다.

이무기가 삼천이나 살았다는 말에 싸우던 놈들이 멈췄다.

여왕개미가 복사를 쳐다보면 소리쳤다.


“뭐라고? 삼천? 아니 그렇게 오래도 삽니까?”

“글쎄 이놈이 오래 살다가 미쳤는지 도술을 깨달았지요.”

천마의 입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도술을 부린다는 말에 인주가 끼어들었다.

“이무기가 미물 주제에 도술을 익혔단 말이오?”

“그놈이 손오공이 남긴 비술을 훔쳐서 익혔단 말이외다.”

“뭐요? 손오공의 비술까지?”

박쥐가 놀랐는지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천마도 어이가 없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허허허! 이무기가 재주가 좋긴 좋은 모양이구려.”

“내가 말이요. 그놈을 잡아먹으려고 싸웠단 말입니다.”

복사가 그때의 일을 생각하는지 숨결이 거칠어졌다.

박쥐는 인주와 싸우던 여왕개미도 복사의 곁에 다가섰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인주의 질문에 복사의 표정이 변했다.

한동안 씩씩거리다가 말문을 이었다.

“그놈이 말하길 천마로 변신해야 천신이 된다고 합디다.”

천마는 복사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말입니다. 내가 생각했는데 말이오. 그놈을 때려잡으려고 이곳에서 동지들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입니다.”

천마가 복사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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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4 20 9쪽
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0 23 9쪽
» 편복(蝙蝠), +13 22.05.18 659 19 9쪽
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9 음한석지(陰寒石芝), +9 22.05.16 677 18 9쪽
8 백서(白鼠), +12 22.05.16 695 22 9쪽
7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2 26 9쪽
6 엽의(獵蟻), +12 22.05.13 792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799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0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19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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