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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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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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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10.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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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DUMMY

불타오르는 유나은의 몸에서 나온 불빛이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

양준승은 온몸을 심하게 달달 떨면서도 내 신호를 외면했다.

오히려 뭐라고 중얼거리며 유나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좀 해봐, 시발!”


맨손으로 유나은의 몸에 불을 끄던 유신이 우리에게 외쳤다.

목소리엔 눈물이 섞여 있었다.

중얼거리던 양준승이 촬영하던 영상을 든 채로 유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잠, 잠깐만 기다리시면······.”

“뭐, 이딴 걸 촬영할 정신이 있어, 지금? 너희 뭐하는 새끼들이야?”


유신이 휙 양준승의 손을 세게 쳐서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동댕이쳤다.

그때였다.


“켁!”


순식간에 유나은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유나은의 고개가 하늘을 향해 휙 꺾였다.

타오르던 불씨도 일순 꺼져버렸다.


“뭐, 뭐야?”


당황해서 유나은의 몸을 더듬거리는 유신을 제치고 양준승이 유나은의 두 팔을 덥석 잡았다.


“괜찮으십니까?”

“아······.”


유나은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나은아!”


유신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나은을 부르며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나는 양준승과 유신의 등에 가려진 유나은을 보려고 게걸음 했다.

절로 헉 소리가 나온다.

나무껍질 같았던 유나은의 상처가 거의 떨어져 있었다.


“괘, 괜찮은 거야?”


유신이 그녀의 상처가 있던 자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으응.”


의식도 제대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인지, 유나은이 유신의 물음에 대답도 했다.

당연히 될 줄은 알았지만, 이거 좀 대박인데.

나는 완전히 넋을 놓아버린 양준승을 대신해 떨어진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영상 촬영을 잘해야 곧 제약회사에 가서 써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약 효과로 보아, 앞으로 세 번만 더 먹으면 되겠어요. 급하게 오느라 약을 1회분만 가져왔으니, 더 가져오도록 할게요.”


양준승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덥석 내 두 손을 잡았다.

그 바람에 휴대폰은 침대 위로 떨어졌지만, 곧바로 벌어진 유신의 뜻밖의 행동에 난 휴대폰을 주울 수 없었다.


“왜, 왜······.”


왜 이러냐는 말을 차마 잇지 못할 정도로 유신이 날 바스러질 정도로 껴안았다.


“고맙다, 김지우. 내가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지금······.

울먹이는 목소린데?

유신은 날 품 안에서 놔주고는 두 팔을 덥석 잡았다.


“넌 정말 미래에서 온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파트너 평생 해주마. 오히려 네가 날 데리고 다니는 게 되겠지. 그 외에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얘기해.”


내 손을 잡은 유신의 손에서 뜨거운 감정이 전해졌다.

울먹이는 유신을 보니 나도 막 같이 눈물이 나려고 하고 그런다.


근데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얘기하라고?

그렇다면 당장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야······.


“돈 좀 꿔주라.”


방금 유신의 관자놀이가 빠직한 것 같은데.


***


처음엔 좀 정색했지만 유신은 흔쾌히 돈을 빌려주었다.

일단 나무사자 병을 치료비로 일 년에 수억은 들고 있었기 때문에, 아낄 수 있게 된 그 돈만 해도 유신에겐 남는 장사였다.


나는 유신이 준 돈으로 수도권에 있는 발로리프 밭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발로리프의 수확을 도와줄 농부들을 구하고, 수확한 즉시 양준승의 제조실로 운반해 줄 화물 기사를 영입했다.

시스템을 만들어놨으니, 이제 양준승은 약 제조에 집중하면 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의 꽃,

나는 제약회사를 찾아갔다.


한국제약.

아직은 업계 10위권 안에 못 드는 제약회사였지만, 미래에서 여기서 나무사자 병 치료 약을 출시한 뒤, 순위권 안으로 들어오는 회사였다.

꼭 미래에 있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리란 보장은 없어도, 이 제약회사에서 나무사자 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회사 정문으로 들어가자, 안내데스크의 여직원이 상냥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약 좀 팔러왔는데요.”


내 말에 바로 굳는 표정.

나도 별의별 알바 해봐서 잘 아는데, 이 자리는 온갖 별 미친 소리 다 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어···떤 약 말씀이죠?”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여직원이 가식적인 미소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여직원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곧바로 양준승에게 받은 약을 꺼내 보여줬다.


“나무사자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었습니다. 이미 제조 기술, 원재료 수급망을 확보한 상황이고요.”


내 말 한마디를 끝으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직원은 바로 담당 부서에 전화를 넣었고, 난 곧 신사업 팀 팀장과 개발 부서 선임연구원이 있는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나무사자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셨다고요?”


신사업팀장이 반짝이는 은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엄청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다.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내가 가진 신약 제조 기술은 그야말로 대박이니.

나는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유나은을 치료했던 영상을 보여줬다.

피부에 붙은 불이 사그라들고 염증이 가라앉는 장면에서는 두 팀장의 탄성이 터졌다.

그러고는 민망했는지 황급히 벌어진 입을 닫았다.


“꽤 효과가 좋군요······.”

영상을 다 본 선임연구원이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팀장 눈치를 살폈다.

분명 깜짝 놀란 게 분명한데 표정 관리를 하는 걸 보니, 본격적인 가격 협상이 시작되려나 보다.

“대단하긴 한데······.”


선임연구원의 신호를 받은 팀장이 깍지 낀 두 손을 책상에 기대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무사자 병 치료제 관련해서는 저희가 이미 개발 중인 게 있어서요.”


패를 던지곤, 슥 내 눈치를 살핀다.

가격을 깎으려는 전형적인 밑밥 깔기.

내가 넘어갈 리 없다.


“그렇습니까? 그럼 아쉽지만······.”


내가 책상 위의 치료제를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어어!”

“잠시만요!”


두 사람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 붙잡았다.

이럴 때는 세상 순진한 얼굴로.


“왜··· 그러시죠?”

“현재 개발 중인 저희 제품과 비교도 해볼 겸, 판권은 우리 회사에서 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난감한 척을 시전하는 팀장.

얘네, 세게 나가야지 안 되겠다.


“병당 천만 원입니다.”

“예?”


시종일관 시크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던 팀장의 입이 딱 벌어졌다.

놀랄 만도 한 가격.

하지만 치료 효과로 봤을 때, 유신이 몇 년에 걸쳐 수억을 쓰고 있던 걸 보면 이 정도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완제품으로 납품할 수 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영업 기밀입니다. 매달 천 병을 납품해 드리죠.”

“완제품이요······? 완제품을 만드실 만한 공장이 있으십니까? 영업 기밀이라면······.”


팀장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양.

우리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상 꼭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제품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신약을 경쟁사에 뺏기게 되는 것이 저들에게는 제일 두려울 터.


“그럼 팔백만 원으로······.”


역시, 멍청이는 아니었는지, 팀장이 빠르게 수긍하고 딜을 들어간다.


“안 됩니다.”

“구백······.”

“안 됩니다.”

“좋습니다. 계약하시죠.”


간단한 신약 효능 테스트를 마치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양준승에게 전화해 보니 벌써 물약 통과 가마솥 대량 주문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역시 기특한 자식.

이제 당분간 금전 문제는 해결했고,

본격적으로 지구나 구하러 가볼까.


***


나는 애완동물 샵에서 한 평 쯤 되는 대형 케이지를 샀다.

땅굴스캐퍼를 딱히 데리고 있을 만한 여유 공간은 없어서 일단 케이지에 가둔 후, 내 방에 데려다 놔야 할 것 같았다.

괴수는 환경 변화 적응이 뛰어나고 생명력이 끈질기기 때문에 내 방 안 케이지에서 못 살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됐다.

오히려 내 방안에서 나게 될 땅굴스캐퍼들 냄새를 걱정해야 할 판······.

당분간 그 방을 안 쓰고 마루에서 자고 그 방에 들어갈 땐 방독면을 써야 하나.

얼른 사들인 발로리프 밭에 케이지를 하나 지어야지.

심란한 한숨을 내쉬며 집 앞에 도착했는데,


“옴메나!”

“이게 뭐시여!”


역시나 예상대로 할머니할아버지가 케이지 안에 든 땅굴스캐퍼를 보자마자 놀라 자빠진다.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하늘에서 떨어진 괴수들한테 당한 지 얼마 안 돼서 괴수 보면 식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얘네 안 위험한데 며칠만 방에······.”

“시끄러!”


등짝 한 대 맞고 땅굴스캐퍼는 좁디좁고 차가운 뒷마당으로 보내졌다.


불쌍한 것들.

내가 얼른 햇빛 쨍하게 들어오는 곳에 집 지어줄게.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얘들이 유난히도 찍찍대는 것 같다.

문득 얘네의 대화가 궁금해진 나는 스킬을 써보기로 했다.


[지금 우릴 이딴 데 가둬놓고 가려고 하는 거야?]

[난 좋은데 왜. 맛있는 냄새도 솔솔 난다고.]

[킁킁. 그러게. 이게 무슨 냄새지? 고향에서도 못 맡아본 냄새야.]


땅굴스캐퍼 둘이서 귀엽게 코를 킁킁거렸다.

덩달아 나도 코를 킁킁대니, 희미하게 떡볶이 고추장 냄새가 난다.

괴수가 떡볶이도 먹나?

나는 몰래 주방에서 끓고 있는 떡볶이를 훔쳐서 땅굴스캐퍼들에게 가져다줬다.

처음엔 경계하는 듯 멀리서 킁킁대기만 하더니, 이내 코를 처박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하긴. 하루 종일 굶겼다.

슬쩍 대화를 또 엿들어 보니, 인생 최고의 맛이라며 서로 찬사 중이다.

어쩌면 얘네, 쉽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땅굴스캐퍼들한테 밥을 주고 나도 순대, 어묵, 떡볶이를 거하게 먹은 뒤에 한참을 퍼질러 잤다.

히든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처리해야 했던 갖은 일 처리를 하느라 나도 완전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연속으로 메시지 알림이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헌터관리국에서 온 메시지다.


[헌터 비상대책회의 개최 안내]

최근 게이트가 다시 열리고 던전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현상의 대책을 논의하고자, 전국에 계신 헌터님들을 소집하여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합니다. 헌터님께서는 부디 애국을 위하여 한 분도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아주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지껄여 놨다.

특히 애국은 무슨, 다들 제 밥벌이하고 인기나 얻으려고 하는 거지.

뒤이어 오는 유신의 메시지.


[오늘 회의에서 개인헌터들은 소속 팀이 생길 거야. 나랑 같은 팀이 되어야 하니까 너도 꼭 참석해.]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앞으로 던전이 집인 듯 살며 로리엘이 말했던 봉인석만 쥐 잡듯이 찾으며 살아야 할 순간이 온 것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서 메모지를 꺼내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해야할 물건 리스트를 쭉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만만의 준비해야 했다.


그러고는 시간의 오브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간은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봤자, 뭐 생판 모르는 전개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내 미래를 보여주소서!”


주문을 외우자, 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헌터관리국으로 향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신과는 무난히 팀이 되고······.

처음 들어가는 던전엔 아무것도 없고,

이 던전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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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8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5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1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4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6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2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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