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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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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98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15 18:23
조회
138
추천
5
글자
11쪽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DUMMY

“헉허허허헉···.”


10분은 뛰었나?

아기 고블린은 날 약 올리기라도 하듯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제발, 나한테 와 줘!

너라도 잡아야 내가 조금이라도 스탯이 올라갈 거 아니야!


진짜 레벨 올라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종합 레벨: Lv.1

-체력: 5

-근력: 5

-민첩: 5

-마력: 5

전용 특성: 없음

전용 스킬: 없음


F급 헌터 김지우.

이게 바로 내 초라한 상태창이었다.


각성은 하긴 했지만, 일반인과는 전혀 다를 게 없는 뭐 같은 상태.

15살, 남들보다 5년은 빠른 나이에 각성했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다.

각성한 후 5년 동안 F급 딱지를 뗀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레벨 업을 못한 이유는

지금처럼 괴수가 나만 보면 도망간다······.


하, 진짜 미친 거 아닌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혹자는 좋은 게 아니냐고 한다.

암 좋지······. 엄청 좋지.

무시무시한 괴수가 날 공격하지 않으니.


하지만 문제는 나는 헌터라는 것이다.

다들 괴수 잡아서 스탯 올리고 레벨 업하고 전용 스킬 획득할 때 나는 도대체가 괴수 한 마리를 잡을 수가 없다.


게이트가 열린 지 20년.

이미 던전과 괴수, 각성자에 적응해 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헌터로서 성공하는 일이다.


헌터가 되는 것만으로도 쉬운 게 아닌데,

나는 도대체가 괴수를 잡을 수가 없다!


“기다려 봐! 잠깐 기다려 보라고!”

“뀨?”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아기 고블린이 귀여운 소리를 내며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왼쪽 귀 부분에 하얀색 얼룩이 있는 게 점박이 바둑이처럼 엄청 귀엽다.

지금 그딴 생각을 할 때가 아니고,

기회는 지금뿐이다!


나는 얼른 파이어볼을 전투 재킷에서 꺼내 들었다.

고작 고블린을, 그것도 아기 고블린을 잡는 데 파이어볼을 쓴다는 건 일반인들도 비웃을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든 괴수를 잡아 0.001이라도 레벨을 올려서 진급하는 게 급선무였다.


피슉-

쿠르르르······.


팡!


하······.

하지만 내 소중한 돈은 고블린 발끝도 맞추지 못하고 암석에 맞곤 공중에서 펑 터져버렸다.


“뀨룩!”


아기 고블린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멀어져 버렸다.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축축한 냉기가 보호복을 뚫고 피부로 들어온다.


못 맞추기엔 꽤 가까운 거리였는데.

이젠 하다하다 무기들도 괴수를 알아서 피하는 건가?

이런 멍청한 나 같은 새끼.


“뭐 좀 잡았어요? 이제 나가야 합니다.”


자괴감에 빠져드는데, 통로 끝에서 그룹장이 날 불렀다.

오늘 F급 던전 공략을 맡은 헌터들의 그룹장이었다.

그의 뒤로 괴수로부터 획득한 부산물들을 잔뜩 짊어진 헌터들이 보였다.


“아 네네.”


나는 씁쓸하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큭큭대는 웃음소리도 가까워졌다.

아마도 또 빈손인 나를 비웃고 있는 거겠지.


“어이, 김지우 헌터님! 오늘도 낮잠 주무셨나 봐요? 시원한 바람 솔솔 부는 게 잠 잘 오죠?”


무리 중 한 명이 조소하며 나에게 물었다.

그가 씨익 웃자 이에 박힌 핑크색 하트모양 파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딱 봐도 관종 놈이다.


“하필 제 구역에 괴수가 한 마리도 없지 뭐예요.”

“큭큭. 아무래도 김지우 헌터님은 헌터가 아니라 1급 괴수인가 봐요. 매번 괴수들이 김지우 헌터님만 보면 도망가니, 이거 원.”


이번에는 관종놈 옆에 있던 졸개 같은 뚱땡이가 킬킬거렸다.

절로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그러게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제 공격은 괴수한테만 안 맞아요.”


나는 주머니에서 파이어볼 하나를 슬며시 꺼냈다.

더 재수 없게 굴면 진짜 던져버릴 의향도 있었다.

헌터관리국에 징계를 먹고 헌터 지위를 박탈당하겠지만······. 어차피 뭐, 다른 직업 찾아야 할 처지다.

내 손에 들린 파이어볼을 보자 관종 무리가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래, 해보자이거지?

한번 붙어보자고.


나는 그들을 주시하며 파이어볼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자자, 여기서 이러지들 마시고. 게이트 닫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다행히도 그룹장은 이런 싸움 구경을 재밌어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그의 중재로 우리의 신경전은 싱겁게 끝이 났다.


열 명 남짓한 F급 던전 공략팀은 포탈을 통해 다시 헌터관리국으로 빠져나왔다.

헌터관리국 로비에는 던전 진입을 기다리는 무장한 헌터들로 즐비했다.


저 사람은 C급, 저 정도는 B급인가?

오······. 관리국 매니저들의 의전을 받으며 지나가는 저 사람은 A급.


나는 부러운 시선으로 로비의 헌터들을 훑었다.

나도 각성했을 때 5년 정도 연차가 쌓이면 A급이 되어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럴 줄 알았지.


“수고하셨습니다. 획득한 부산물은 이쪽에서 분류하시고, 명부에 사인 후 참가비 받아가시면 됩니다. 마석은 오른쪽 끝으로 가시면 공식 인증 시세로 판매하실 수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관리국 직원이 우리를 불러들여 참가비를 나눠줬다.

빈손인 나는 제일 먼저 서명하고 참가비를 받을 수 있었다.


20만 원.

오늘 하루 일당이었다.

일반 아르바이트로 8시간 일해서 하루 일당 8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꽤 짭짤한 수입.


하지만 문제는 F급 던전을 들어가고 싶어 하는 E급, F급 헌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던전 입성 자체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그래서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제대로 한몫하고 나오려고 헌터들 사이에서 괴수 잡는 경쟁이 치열했다.

고로 그들에겐 나 같은 존재가 같은 팀으로 끼어 있는 게 엄청난 이득이라는 소리지.


“덕분에 오늘 N빵 잘했습니다?”


하트 관종 새끼가 나에게 다가와 괜히 어깨를 툭 치고는 멀어져갔다.

그의 두 손에는 고블린의 살가죽과 피가 담긴 병이 가득 들려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졸개들이 나를 향해 침을 캭 뱉고는 낄낄거렸다.


손이 절로 주머니 속 파이어볼로 향했다.

차가운 감촉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참아야한다.

저딴 놈들한테 파이어볼을 써봤자 그 돈이 더 아깝다.

그리고 던전도 아닌 헌터관리국 한복판에서 파이어볼을 터뜨리면······.

괴수에게 습격받았다고 주장할 수도 없고 그땐 진짜 문제가 커진다.


나는 헌터관리국을 나와 맞은편 분식집으로 향했다.

입구 가판대에는 공략을 끝낸 헌터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묵꼬치를 들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왔어요.”


나는 터덜터덜 분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

헌터관리국 앞에서 분식집 한다.


“어, 와쒀어?”


홀에서 테이블을 닦던 할아버지가 뻐걱거리는 허리를 세우며 인사를 건넸다.

주방에서 튀김을 튀기던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아니, 째려보는 건가?

눈빛이 매섭다.


나는 곧장 주방을 지나서 있는 방으로 직행했다.


좁은 거실과 양옆으로 난 방 두 개.

여기가 우리 집이다.


난 아빠 없이 태어났다.

엄마가 뱃속에 나를 가졌을 때 게이트가 열렸고, 엄마는 날 낳은 후, 헌터 생활을 하다가 1년도 못 가서 던전에서 전사했다.


고로, 난 날 키워준 할머니, 할아버지와 셋이 산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노인 2명과 능력 없는 F급 헌터로 이루어진 한 가족이 살아가기란 참 쉽지 않다.


신발을 벗고 내 방으로 들어와 방어구를 벗는 데 할머니가 쫓아 들어온다.


“오늘 뭐 좀 잡았어?”


그래, 아무것도 못 잡은 걸 이미 알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봤나보다.


“아니, 피곤해.”


나는 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대를 벗어 정리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문고리를 잡은 채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침에 컴퓨터 좀 쓰려다가 봤어.”

“뭘?”


그러고 보니 내 낡은 앉은뱅이책상 위의 노트북이 열려있다.

아 진짜, 쓸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컴퓨터 좀 만지지 말라니까.

비번을 걸어버려야겠다.


나는 신경질 부리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키패드에 손가락을 대니 노트북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E급 던전 공략 헌터 모집 결과 발표]


화면 정중앙에 떠 있는 눈부시도록 하얀 팝업창.


[김지우 헌터님! 귀하의 유능함에도 이번 기회에 모시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다음 좋은 기회에······.]


탈락이라는 말을 거창하게도 한다.


탁!


나는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그 옆집 무기점 김 사장이 그러는데, 무기 장인들 보조하는 거 3년만 하면 충분히 네 이름 건 무기점 하나 낼 수 있댜. 얘기해 놓을 테니까 낼부터 거가서 일 좀 햐.”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처음 듣기라도 하면 솔깃하기라도 하지,

저 얘기 들은 지 1년도 넘었다.


“할머니, 글쎄 그게 그렇게 안 된다니까, 그러네. 3년 만에 다 무기점 낼 수 있으면 너도나도 다 무기점 냈지.”


할머니는 김 사장에 대해 정말 좋게 생각하는 건가?

내 눈엔 딱 보인다.

김 사장, 그냥 기술 가르쳐준다는 명분 아래 싼 값에 노예 얻고 싶은 거다.

그동안 가게 앞에 침 뱉고 일 때려치우는 젊은 애들 몇 명을 봤는데 버젓이 기술 잘 알려줘서 무기점 내게 도와주는 착한 사장일 리가 없지.


“그래도 일단 배워보면 뭐라도 길이 열릴 거 아녀! 언제까지 그런 위험하고 답도 없는 일에 힘쓰고 있을겨?! 느이 엄마 그러다 뒤진 거 몰러?”


할머니 목소리의 데시벨이 전주도 없이 올라간다.


우리 할머니, 화나면 엄청 무섭다.

우리 집 실세고, 아직까지 나 용돈 주는 사람이다.

고로 지금은 굽혀야할 때.


“알겠어. 김 사장 아저씨랑 얘기해 볼게. 자, 이거.”


나는 빠르게 수긍한 후, 할머니에게 아까 받은 봉투를 내밀었다.

어차피 가게 일 도와주고 할머니한테 용돈 받는 처지에 그게 그거인 돈이지만, 내가 돈을 할머니에게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랴. 오늘 던전 다녀오느라 힘들었지? 간 팍팍 넣어서 순대 좀 썰어줄게.”


바로 이렇게.


할머니는 봉투를 받아 들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분명 저 돈은 나의 용돈으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나로서는 할머니의 비위를 맞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후우······.”


나는 비로소 조용해진 방안에서 몸을 뒤로 뉘었다.

꼴에 던전에 들어갔다고 긴장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제길, 아직 방안에 머물러있는 오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얼굴을 비춘다.


우리집 동향이다.


한숨을 푹 내쉬곤 간신히 몸을 움직여 옆으로 돌아눕는데,


“김지우 어딨어, 이 새끼?”


밖에서 소란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어딘가 낯이 익은데.


퍼걱!


“어헛!”

“에구머니나!”


벌떡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홀 쪽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나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밖으로 튀어 나갔다.

쓰러진 테이블 사이로 왼쪽 눈이 흉측하게 파인 남자가 나를 보곤 비열한 입꼬리를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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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6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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