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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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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80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24 23:02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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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DUMMY

“CCTV 확인해 보셨습니까? 제가 죽였다는 증거 있습니까? 증거있냐구요오.”


내 말에도 날 붙든 근육맨 아저씨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억지로 끌려가며 뒤를 돌아보니, 실실 쪼개는 반짝이와 그의 아빠 대머리 아저씨.


선랑 집 주변에 깔린 CCTV가 몇 개였는데 지금 날 피의자로 몰아간다고?

개놈들. 내가 다 CCTV 정상 작동하는 거 확인도 했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


근육맨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을 눌렀다.


헌터관리국 엘리베이터는 처음 타고 올라가 본다.

A급 이상 헌터나 대형 길드장만 데려가서 과자도 주고, 인터뷰도 하고, 골칫덩어리 던전 처치도 좀 부탁하고 그러는 곳이라고 했다.

나도 언젠가는 헌터관리국 직원 접대 받을 날이 있겠지, 했는데, 피의자로 조사라니.

참나.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큰 사무실을 지나 유리 칸막이 회의실로 날 데려갔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김지우 씨.”


날 붙들고 있던 근육맨 아저씨 중 한 명이 날 책상 한가운데 앉히고는 마주 보고 앉았다.

반짝이와 반짝이 아빠 그리고 다른 일행은 회의실 구석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더니, 팔짱 끼고 다리를 꼰다.

이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

근데 저 헌터관리국 직원도 아닌 놈이, 나 조사당하는 거 지켜보고 있어도 되는 거야?

여기만 나가면 국민신문고에다가 민원 넣어버릴 테다.

근육맨이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을 열 동안, 작은 회의실 안에는 탁상시계 초침 소리만 울려 퍼졌다.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 시계로 시선이 갔다.

하얀색 바탕에 검정 시침, 분침이 어느새 저녁 6시를 지나고 있었다.

어,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데.

묘하게 기시감이 든다.


설마?

저녁 6시 8분.

수많은 미래에서 반드시 봤던 숫자다.

벌써 시작된 건가?


지이잉-


근육맨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 진동 소리가 울렸다.


“아, 그래요? 전부 다요? ······”


근육맨이 통화하며 나를 힐끗거린다.

내 얘기를 하는 모양이지.


“네, 잘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전화를 끊더니 미간을 한껏 찌푸린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딴 표정에 나 겁 안 먹거든?


“김지우씨?”

“네.”

“방금 연락이 왔는데, 함께 들어간 E급 던전의 헌터님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다는군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진짜, 이 머저리들.

히든 던전 깨고 살아남은 헌터한테 대우가 이게 뭐냐.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던전 보스를 처치하고 나오는데 던전이 닫힌다는 알림이 안 울리더라고요. 기분이 싸해서 뒤돌아보는데 히든 던전이 열리고 파이어 스네이크가 있더라고요.”

“히든 던전이요?”

“네.”

“어떻게 혼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보자마자 겁이 나서 동굴 벽을 타고 올라갔는데, 모여있는 헌터들을 향해 파이어 스네이크가 화염을 발사했습니다. 한 방에 다 끝나버렸어요.”

“그럼, 혼자서 파이어 스네이크를 어떻게 죽이신 겁니까?”

“그야······. 능력껏······.”

“5년 동안······.”


근육맨이 내 말을 자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F급이셨네요······?”


왜?

F급은 던전 보스도 죽이면 안 되냐?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그게 제가 살아남은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까?”


싸가지엔 싸가지다, 이 자식아.


“아, 아니요······. 그렇다기보다는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도 선랑 씨를 만나고 곧바로 폭발이 있었으니까요.”


근육맨이 노트북 화면을 보던 눈을 내게로 돌렸다.

드디어 본론을 꺼낸다, 이 자식.

반짝이가 침을 꼴깍 삼키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게 보인다.

내가 너무 곱게 널 보내주려고 했지?

기회 있으면 꼭 너부터 날려주겠다.


“그러게요. 참 신기한 우연이네요. 살아남은 제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요.”


태연한 나의 대꾸에 근육맨이 잠시 말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날 응시했다.


“김지우 씨가 재각성한 것을 숨기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재각성한 후로 그동안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다닌다고요.”

“그래요? 5년 동안 F급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재각성했다니. 정말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다시 침묵.

근육맨 눈빛에서 스파크가 막 튀어 오른다.

카리스마라면 나도 뒤질 수 없지.

이래 봬도 내가 괴수들의 주인이라고!

근육맨에게 질세라 나도 레이저를 열심히 쏴댔다.


“거짓말하지 마, 이 자식! 우리를 죽이려고 했잖아!”


반짝이가 얼굴이 붉어진 채,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들, 아들! 진정해. 괜찮아, 응? 아이구, 그래, 많이 놀랐지?”


그리고 그런 반짝이를 달래는 대머리 아빠.

참, 볼썽사나운 부자지간이다.


“재각성을 숨기고 다른 동료 헌터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는 중죄라는 거, 일반 살인죄보다 훨씬 더 가중처벌 된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근육맨이 한숨을 푹 내쉬곤 삐딱하게 허리를 기대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조사관님께서도 아무 증거도 없이 죽다 살아난 사람 이렇게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거 물론 잘 알고 계시겠죠?”


내 말에 근육맨의 눈 주변 근육이 파르르 떨리며 턱 끝을 꽉 깨물었다.

어느새 시간은 6시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다.


“죄송한데요······.”


나는 침묵 끝에 입을 뗐다.

하나 같이 재수 없는 사람이지만, 내 마음 편하기 위해 할 말은 해야겠다.


“지금 바로 대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건물 지하공간이 좋겠네요.”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반짝이 아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싫으면 마시고요.”


응, 넌 그냥 거기서 뒤져라.

반짝이 아빠가 허리춤에 올린 손을 부들부들 떨며 레이저를 쏴댔다. 그러더니, 회의실 문을 열어 누군가를 부르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당장 측정해!”


반짝이 아빠가 하얀 가운에게 명령을 내리자, 하얀 가운 아저씨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반짝이 아빠 옆에 있던 근육맨 아저씨 두 명이 내 팔을 빠르게 붙들었다.


“방어구 벗기세요.”


하얀 가운이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날 향해 명령을 내렸다.


아, 이거 뭔지 알 것 같다.

시스템 창은 각성자 본인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각성자의 능력치를 의심하는 경우엔, 이런 방법을 쓰기도 했다.

각성자를 임의 공격해서 발산하는 방어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법.

즉, 지금 나한테 공격하겠다는 이야기.


어느새 시간은 6시 6분.

지금 방어구를 벗으면 안 된다.


“지금, 이 사무실에서 절 공격하겠다고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내 팔을 붙든 이들을 세게 뿌리쳤다.


“도망간다! 저놈 잡아!”


난 한 발자국도 떼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나한테 달라붙기 시작했다.


“왜, 왜 이래! 저 도망 안 가요!”


내 몸에 달라붙은 손들이 억지로 내 몸에서 아대도 뜯어가고, 갑옷을 고정한 버클도 풀어낸다.


“어어, 아저씨! 거기는 만지면 안 되지! 에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뱉어내는 내 외침에도 나한테 달라붙은 거머리 같은 자식들은 내 속살까지 벗겨야 직성이 풀릴 듯이 움직인다.

하, 참. 괴수처럼 세뇌 스킬을 쓸 수도 없고.

이대로 여기 있다간 다 같이 죽는다.


“잠까아아안!”


온 힘을 다해 내가 지른 소리에 내 몸을 더듬던 사람들의 행동이 멈췄다.


“지금 1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얼른 대피하셔야 해요!”


내 말에 다들 멍해지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휴, 덕분에 누군지 몰라도 내 멱살 잡은 손이 풀렸네.


“빠져나가려는 개수작이다. 얼른 저놈을 잡아!”


얼굴이 벌게진 반짝이 아빠가 근육맨들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주춤거리는 근육맨들.


“제 말을 들으신다면······.”


더 경고할 시간은 없었다.


쿠쿵.


하늘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격하게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내 옷을 잡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 손을 놓더니, 뭐에 홀린 듯 창가 쪽으로 움직였다.

탁상시계는 정확히 6시 8분을 가리키고 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시작됐다.

수많은 미래에서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꼭 벌어지고야 말았던 사건.


쿵!

쿠쿵!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헌터 관리국 앞 도로의 자동차를 덮쳤다.

순식간에 울리는 클랙슨 소리와 소리 지르는 사람들.

헌터관리국 앞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찌그러진 자동차에서 천천히 기어 나오는 것은, 8급 괴수종. 땅거미.


“뭐, 뭐야? 지금 저게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당황한 반짝이 아빠의 말에 반짝이와 근육맨들이 창가로 향했다.

난 분명히 도망치라고 경고했다.


쨍그랑!

쿠쿵!


“꿰에엑!”

“으악!”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땅거미가 창문을 깨고 날아든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사람 5명을 합친 것만큼 큰 땅거미의 몸집에 짓눌린 사람들은 신음도 제대로 못 내보고 즉사했다.


“꾸에엑!”


나는 몸의 중심을 잡는 땅거미의 다리를 빠르게 잘라내자, 별 저항 없이 이미 즉사한 사람들을 한 번 더 깔아뭉개며 쓰러졌다.

하늘에서 보랏빛 섬광이 반짝였다.

굉음을 내며 갈라지고 있는 하늘에서 검은 점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게이트다.

25년 만에 하늘에 다시 게이트가 열렸다.


헌터관리국 광장에 모여있던 헌터들이 이미 하늘에서 떨어진 괴수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자니 너무 느린데.


다행히도 주변을 살펴보니 창문 옆에 완강기가 달려있다.

공공기관이 이런 시설은 참 좋다.

나는 완강기를 열어 후크를 지지대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쾅!

쿠쿵!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리더니, 거대한 괴수가 건물을 부수며 헌터관리국 앞에 등장했다.

건물 3층은 족히 될 법한 크기.

자이언트 울프.

이번 게이트의 보스.


“아오오오오-”


자이언트 울프가 잿빛 하늘을 향해 길게 울음을 뱉어내자, 콰르릉 소리와 함께 땅거미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자이언트 울프는 마치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느릿느릿 내 쪽을 쳐다보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그게 뜻하는 바가 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완강기를 열어 줄을 묶은 다음, 자이언트 울프를 향해 뛰어내렸다.


***


수많은 미래에서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자이언트 울프가 지금 여기 나타난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마왕의 권능을 훔쳐 달아난 나에 대한 아빠의 답가랄까.

마왕의 권능을 손에 쥐게 된 내가 곱슬머리의 말처럼 게이트를 확장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차원의 균열에서 괴수들이 지구로 쳐들어올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가볍게 헌터관리국 3층 발코니에 착지했다.

자이언트 울프를 마주 보고 바라볼 수 있을 만한 높이.


“아우우우우.”


날 발견한 자이언트 울프가 다시 한번 길게 울음을 뽑았다.


“아이고, 지우야, 지우야!”


혼비백산으로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 무리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지금 해내지 못하면 저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나는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스킬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먹혀라. 제발 먹혀라.

하지만 레벨이 높아서 그런지 자이언트 울프는 미동도 없다.

제발, 제발······.


“그르릉.”


먹힌 걸까?

스킬 사용이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없었는데.


날 바라보는 자이언트 울프의 눈망울이 온순해지는 것 같다.

그러고는, 내 얼굴을 핥으려는 듯, 거대한 혓바닥이 날 향해 다가왔다.

끈적하고 뜨끈한 액체가 내 얼굴을 휘감고,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나를 감쌌다.


응?


나는 자이언트 울프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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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1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8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4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0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0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3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7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4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5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5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0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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