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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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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99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10.01 22:37
조회
13
추천
2
글자
10쪽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DUMMY

나는 뒤로 잠시 물러났다가 세게 철문을 발로 찼다.

시멘트 바닥에 철문이 구겨지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철문이 가볍게 떨어져 나갔다.

예전이라면 어림도 없지만, 최근 근력을 많이 올려서 가능한 일이었다.


한 뼘 정도 높이밖에 안 되는 작은 창문 딸린 방은 캄캄했다.

문 옆 전등 스위치를 눌러보니 반응이 없었다.

전구도 갈지 않은 모양.


열린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의지하여 방 안쪽으로 들어가자, 책상 뒤로 쓰러져있는 양준승이 보였다.

양준승이 쓰러져있다는 땅굴스캐퍼들의 말은 진짜였다.

책상 위는 정체 모를 가루와 액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이중에 땅굴스캐퍼들이 말하는 ‘아르코’가 있는지도.


“양준승 씨! 정신 차리세요!”


나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거세게 흔들었다.


“으음······.”


그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뿐.

눈은 뜨지도 못했고, 몸은 축 늘어져 있었다.


땅굴스캐퍼의 말대로 발로리프 뿌리를 먹여봐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체력이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시스템의 경고 메시지가 들렸다.

냄새는 안 나지만, ‘아르코’라는 것 때문에 내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양준승의 옷을 잡고 문 쪽으로 질질 끌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에 호흡이 가빠오고 식은땀이 났다.


간신히 문 바깥 계단 아래로 양준승을 끌어내린 나는 차 문을 열어 가져온 발로리프의 뿌리를 잘라 씹었다.

뿌리는 생각보다 연했다.

흙 맛과 함께 알싸하게 쓴맛이 혀를 감쌌다.

간신히 뿌리를 씹어삼키자 단전에서부터 뜨거워지더니 몸 전체로 힘이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오, 이거 좋은데?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보았다.

제법 가뿐해진 움직임.


시스템 창을 열어 확인해 보니, 체력이 만땅 충전됐다.

요즘 일반 체력포션을 하나 다 먹어도 10%가 찰까 말까 한데, 이거 완전 물건이다.


뒷좌석의 땅굴스캐퍼가 고개를 쑥 뺀 채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이 뭔가 흐뭇한 것 같기도 하고.

쟤네들의 대화가 궁금하지만, 나중에 들어보기로 하고, 나는 바닥에 엎어진 양준승에게 눈길을 돌렸다.


뿌리를 씹으라고 해도 저런 상태에서는 씹어 넘길 수 없을 터.

나는 아까보다 많이 발로리프의 뿌리를 잘라 내 입에 넣었다.


이 방법밖에는 없다.

내 이빨로 뿌리를 잘게 쪼갤 수 있도록 최대한 여러 번 씹은 다음, 내 손바닥에 뱉어내서······.

그대로 양준승의 고개를 들어 입안으로 내 입으로 다진 뿌리를 흘려보냈다.

스스로 삼키진 않는다.

나는 차 안에서 생수 한 병을 가져와 그의 입 안에 부었다.


“켁켁! 켁!”


그제야 그가 물을 뱉어내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그의 뺨을 몇 대 치고,


“양준승 씨!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이걸 천천히 삼키세요.”


그의 입에 발로리프 뿌리와 물을 조금 더 넣었다.

그의 목구멍이 꿀렁 움직였고, 조금 뒤에 정신이 든 듯, 눈을 끔벅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좀 드세요? 괜찮으십니까?”


멍하니 한동안 날 보던 양준승이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듯, 벌떡 내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 누구시죠?”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양준승의 눈엔 혼란이 가득했다.


“아······. 약 제조를 부탁하려고 했는데, 쓰러져 계시길래······.”


그의 시선이 날아간 문짝에 잠시 머물렀다.

하필 철문이 얇아, 발자국 그대로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인기척이 없는 게 수상해서······.”


딱 봐도 정중하게 들어온 모양새는 아닌데, 뭐라고 설명한담?

여전히 찌그러진 철문을 보는 양준승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거, 목숨 구해주고 도둑놈 취급 받게 생겼다.


땅굴스캐퍼라도 데려와야 하나?

내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살려주셨군요! 신약을 테스트해 보던 중이었어요.”


양준승이 내 손을 덥석 잡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일이 엉뚱한 곳으로 가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하긴, 미래에서도 지나칠 만큼 순진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양준승의 손을 마주 잡고는 함께 몸을 일으켰다.

나, 지금부터 얘한테 잘 보여야 한다.


“아이고, 혹시 아르코라는 약초로 실험 중이셨습니까? 마침 가져온 발로리프 뿌리가 효과가 있더라고요.”


내 말에 양준승이 헉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어찌 아십니까?”


와씨, 땅굴스캐퍼들의 말이 다 맞았다.

힐긋 트럭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전히 땅굴스캐퍼들이 고개를 쭈욱 빼고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귀여운 것들.

앞으로도 귀하게 써야겠다.


“아, 제가 약초를······. 보는 눈이 있어서요.”


난 일단 이렇게 둘러대기로 했다.

그래야 발로리프로 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으니까.


“정말이십니까?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이번에도 양준승은 별 의심 없이 내 말을 넘겼다.


“제가 저 약초를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더니, 나에게서 발로리프를 받아 들더니, 킁킁 냄새를 맡고 이파리를 씹어보고 난리 났다.


“안쪽으로 들어오시지요.”


곧 나는 양준승과 함께 그의 제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안에 남아있는 아르코의 냄새를 빼기 위해 작은 창문을 통해 환기를 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 평생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약초는 처음 봤습니다. 발로리프라고 하셨죠? 혹시 이계 식물입니까?”


양준승이 어지럽혀진 책상 위의 물건들을 한쪽으로 스윽 밀어놓으며 말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이 바로 약을 제조해 보려는 모양인 듯했다.


“맞아요. 이계화된 땅에서 구했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직 이계 식물은 위험하다는 말이 더 많은데.”

“우연히 발견한 땅굴스캐퍼들이 뿌리를 먹고있더라고요. 호기심에 먹어봤더니 체력이 증가했습니다. 제가 헌터라서 시스템 창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오오, 헌터님이라서 바로 약초를 알아보셨군요.”


날 바라보는 양준승의 눈빛이 동경으로 변했다.


“저도 이 뿌리를 먹고 살아났으니, 효과가 확실한 것 같군요. 다리면 효능이 더 좋아질 테니 한번 다려 보겠습니다.”


양준승이 발로리프의 뿌리를 잘라 손절구에 넣기 시작했다.


“그보다도요······.”


내가 말끝을 흐리자,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그보다 그 열매가 나무사자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날 바라보는 양준승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무사자 말씀입니까? 그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변하는 희소병이요?”

“네, 맞습니다. 예전에 나무사자 병에 걸린 사람을 발로리프의 열매로 치료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이 말은 진짜다.

내가 봤던 미래에서 그 약을 만든 사람이 바로 양준승, 당신이었으니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대박인데요. 당장 만들어 보도록 하죠.”


부지런히 움직이는 양준승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십 분쯤 흘렀을까.


“자, 다 됐습니다.”


양준승이 뿌듯한 미소와 함께 손에서 선녹색 물약을 흔들었다.

이것저것 약재를 추가한 덕에 열매만 먹는 것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물약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테스트하죠?”

“마침 적당한 환자를 알고 있죠.”


내가 씨익 웃었다.


***


유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양준승과 몇 가지 협의를 했다.

물론 소멸지가 아닌 종이에 계약서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막 영약제조사로써 발을 디딘 양준승에게 약을 상품화할 인맥 따위는 없었다.

물론 나에게도 그런 인맥은 없었지만, 나에게는 살아서 팔딱거리는 입이 있었다.


서로의 니즈가 맞았기에 계약은 쉽게 체결되었다.

약을 상품화할 경우, 순이익에서 50 대 50.

물론 만드는 건 모두 양준승이 만들고, 발로리프는 내가 대는 조건이었다.

본격적으로 제약회사에 이 약의 효능이 알려지기 전에 발로리프의 밭을 내가 다 사버리면 그만이었다.

돈이야 뭐, 빌릴 데도 많지.

마침 집 앞에 나와서 안절부절 주변을 서성이는 유신의 모습이 보인다.


찾았다.

나한테 돈 빌려줄 유력 후보.


***


우리는 곧장 여동생의 방으로 향했다.

유신은 여동생을 침대에서 일으킨 후,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한 번 같이 싸워봤다고 제법 유신의 마음을 알아들은 나는, 양준승에게서 약을 받아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이거 확실한 거겠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신이 묻는다.

방안은 어둡긴 했지만, 나와 양준승을 노려보는 녀석 눈깔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인다.


“당연하지.”


나는 양준승에게 나중에 제약회사에 가져다 줄 영상 촬영을 부탁한 다음, 자신만만하게 약병을 그녀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이제 1분만 있으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리라.


“이히힉! 흐흥······.”


물약을 삼키는 여동생이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며 기괴하게 고개를 꺾었다.


“나은아! 나은아!”


유나은이 여동생의 이름인가보다.

유신이 애타게 유나은의 양 볼을 잡고 그녀의 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뭐지? 부작용인가?

아까 나와 양준승이 뿌리를 먹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나는 슬금슬금 양준승의 옆으로 움직여 그의 옆구리에 찰싹 몸을 붙였다.

사람 체온이라도 느낄 수 있으면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양준승에게 작게 속삭이니, 그의 몸도 달달 떨리고 있다.

유신은 흔들고, 우리는 잠자코 지켜보는 사이,


“으르르륵! 케르륵!”


유나은의 입에서 몽글몽글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개자식들아!”


당황한 유신이 유나은의 손발에 묶인 족쇄를 풀었다.

나는 황급히 유신에게 다가가 족쇄 푸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발목을 이리저리 비트는 탓에 살점이 깊게 패고, 핏물이 고이고 있었다.


“캬학! 하학!”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유나은이 고통스러운 기침을 뱉어냈다.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화르륵 화염이 일더니 상처 부위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은아! 나은아! 정신 차려!”


점점 더 커지는 유신의 절규.


나······.

혹시 x됐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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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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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4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6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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