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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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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97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28 09:52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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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DUMMY

수중에 가진 현금은 육천만 원 정도.

노인이 제시하는 이억 턱 끝에도 못 미친다.


“왜 이억이나 하죠?”


내 말에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내 땅 내 맘대로 팔겠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 이억은······.”

“자네는 이 땅을 왜 사려고 하는데? 이런 정체 모를 생명체가 자라는 쓸모없는 땅을. 저거 뽑아봤나?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

“아, 제가 헌터인데, 이런 이계화된 땅에서 연습 삼아 훈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정말 그랬다.

이계화된 땅은 지구의 땅보다는 던전의 토양과 질감이 비슷했기 때문에 돈 많은 헌터들이 훈련용으로 많이 땅을 사곤 했다.

사실, 광물 없는 이계화된 땅은, 그게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자기 땅이 이계화 되어버린 주인들은 박복한 운명을 탓하며, 헐값에 헌터들에게 땅을 처분하곤 했다.


“헌터야? 그럼, 괴수를 처리해줄 수 있겠네?”


내 말에 갑자기 노인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노인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 풀리는지, 풀밭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본다.


나도 앉으라는 건가?

얼떨결에 나도 노인의 옆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노인이 손가락을 들어 발로리프 밭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보이나?”

“예?”

“보이냐고. 저기, 저어기. 흙구덩이.”


노인이 가리킨 곳에는 누군가 헤집어 놓은 듯 발로리프 밭이 헤집어져 있었다.

흩어진 흙 주위로 웬 꼬리 같은 게 살랑거린다.


“보입니다. 저게 뭐죠?”


나는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물었다.

내가 본 미래 중에 저렇게 발로리프 밭이 뒤집어져 있던 적이 있었던가.

이 노인이 땅값으로 2억을 부르는 것도 낯선 전개인데 말이다.


“땅굴스캐퍼네.”


노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땅굴스캐퍼는 9급 괴수종이었다.

지구로 치면, 두더지 같이 생긴 땅굴스캐퍼는 땅을 파서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두는 것으로 유명한 괴수였다.

그래서 던전에서 땅굴스캐퍼가 나타나면 헌터들 사이에서는 로또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던전에서나 나타나는 괴수가 이 밭에 있다니.

어제 서울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괴수가 여기까지 이동한 건가?


“그럼 죽여야지 않겠습니까?”


난 주머니 속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단도를 꽉 움켜쥐었다.


“그보다도.”


노인은 나를 따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팔을 잡았다.


“저 땅굴스캐퍼가 금광을 좋아한다는 걸 모르나? 어제부터 저 땅굴스캐퍼 두 마리가 이 밭을 떠나지를 않고 있네. 내 땅에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아하, 그랬군.

이제야 이해간다.

어쩌다 우연히 제 땅에 들어온 땅굴스캐퍼를 보고 이 노인은 제 땅에 황금이라도 묻혀있는 줄 알고 흥분했나 보다.


자세히 보니 노인이 타고 온 트럭 뒤에는 삽과 갈퀴 여러 개가 실려 있었다.

아마도 저 땅굴스캐퍼를 따라 땅 밑으로라도 기어들어 갈 생각이었나 보지.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 같다.


“어르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괴수는 꽤 많이 잡아봤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내 칼집을 열었다.


“제가 땅굴스캐퍼를 유인할 테니, 저들이 파놓은 굴을 한 번 파보세요.”


내 말에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그리해 줄 텐가? 역시 헌터라 그런가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구먼.”

“대신, 아무것도 없으면 저한테 이 땅 오천만 원에 파시는 겁니다?”


내 말에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오천만 원? 이 쓸모없는 땅을 오천만 원이나 받으면 잘 받은 거지. 대신 여기에 금광이 나와도 자네 몫은 없는 걸세?”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노인네가 꽤 계산적이다.


나는 그렇게 노인과 함께 발로리프 밭으로 들어갔다.


찍찍-

찍찍찍.


가까이 다가가자, 생쥐 같이 찍찍 거리는 작은 몸집의 땅굴스캐퍼가 눈에 들어왔다.


[‘괴수 마음읽기’ 스킬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마침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안 그래도 사용하려고 했는데, 괴수의 말이 들려오니 자동으로 반응하나 보다.


나는 마음속으로 스킬 사용하기를 외쳤다.


[스킬 사용에 실패했습니다.]


놀리듯이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


뭐야? 그럼 도대체 왜 알려준 거냐.

오기가 생긴 나는 몇 번이고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뭐, 나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스킬 사용에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10초간 괴수의 언어를 해독합니다.]


[뿌리를 최대한 많이 먹어둬야 체력을 회복할 수 있어.]

[얼른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오오, 신기하다.

진짜 괴수들이 하는 말이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전달된다.


근데, 발로리프의 뿌리를 먹으면 체력이 회복된다고?

그건 처음 듣는 소리다.

파란 열매만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저들이 여기 있는 이유가 금이 있는 건 아니니, 노인의 관심을 쉽게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사람이 있어!]

[공격할까?]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인지, 땅굴스캐퍼가 발로리프 사이로 고개를 쭉 내밀었다.

그러고는 바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9급 괴수종 두 마리라면, 이제 내 레벨로 가뿐하게 처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노인이 원하는 건, 그저 괴수 없이 땅굴을 확인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 두 괴수를 죽여도 상관없겠지만······.

뭐랄까, 이 두 마리의 귀여운 대화를 듣고 나니, 어째 친근감이 생긴다.

나는 일단 땅굴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오는 노인의 반대편으로 뛰었다.


[도망간다!]

[우리가 먼저 죽이자!]


두 땅굴스캐퍼의 대화 소리와 함께 둘이 날 뒤쫓아 오기 시작했다.

뒤에서 잽싸게 노인이 땅굴스캐퍼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손에는 삽 따위 연장뿐만 아니라 금속탐지기처럼 보이는 봉 막대기 같은 것도 있었다.


일단, 노인의 시간을 벌어주는 게 중요했다.

나는 뒤따라오는 땅굴스캐퍼를 조금 기다려 준 후에, 그들을 노인에게서 더 먼 쪽으로 유인했다.

대화를 들을 때는 귀여웠는데, 날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좀 무서워진다.

노인은 지금에서야 땅굴에 금속탐지기를 대고 있다.


[스킬 사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마침 스킬 사용 시간이 끝나버렸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괴수 길들이기’ 스킬을 외쳤다.


[사용에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20초 간 괴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 번에 먹힌다.


“멈춰!”


내 말에 나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땅굴스캐퍼가 멈춰 섰다.

무슨 일이냐는 듯, 순진해진 눈망울.

하필 귀엽게 귀를 쫑긋거린다.


이제 어쩐다?

노인은 이제 땅굴 안으로 들어갈 기세로, 다리만 땅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무것도 안 나와서 답답한 모양.


결정 내리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비상용 로프로 땅굴스캐퍼의 네 발을 꽁꽁 묶었다.

다행히 두 마리를 묶기엔 시간이 충분했다.


“에잇, 뭐야! 없잖아, 없어!”


땅굴에서 기어나온 노인이 축축한 흙이 잔뜩 묻은 금속탐지기를 휙 내팽개쳤다.

쯧쯧, 당연히 아무것도 없지.

나는 네 발이 묶인 두 마리의 땅굴스캐퍼를 안아 들었다.


“뭐라도 있던가요?”

“없잖아, 아무것도!”


내 말에 성난 노인이 괜히 나한테 성질을 부렸다.


“자네! 한 마리만 좀 풀어줘 봐! 어디로 가는지 내가 한 번 더 확인을 해봐야겠어.”

“풀면 물텐데요.”

“아, 글쎄 분명히 이 땅에 뭔가 있는 것 같다니까! 그러니까 사람보다는 그걸 따라 갈 거야!”


노인의 추측은 억지는 아니었지만, 위험한 생각이었다.

왜냐면 조금 전까지 이 땅굴스캐퍼들은 나를 쫓아오고 있었으므로.

나는 일단 수긍한 후, 좀 더 몸집이 큰 땅굴스캐퍼 한 마리의 로프를 풀어줬다.

그러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에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20초 간 괴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스킬이 먹히자 로프를 완전히 풀어준 후,


‘저 노인을 공격해!’


땅굴스캐퍼에게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노인에게 돌진하는 땅굴스캐퍼.


“저, 저! 왜, 왜 이래!”


당황한 노인이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멈춰. 노인 냄새만 맡아.’


이빨 크앙 벌리던 땅굴스캐퍼가 빠르게 노인 곁으로 다가가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아아악! 어떻게 좀 해봐!”


하지만 노인은 이미 겁에 질려버린 상태였다.

나는 나머지 땅굴스캐퍼 한 마리를 안아 든 채로 천천히 노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이 땅 저한테 파시겠습니까?”


***


거래는 즉시 이루어졌다.

그 땅은 원래도 노인에게는 골칫덩어리와 같은 땅이라, 노인은 금세 오천만 원을 주겠다는 내 맘에 바뀔세라 일사천리로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나는 발로리프 몇 뿌리와 네 발이 묶인 땅굴스캐퍼를 일단 뒷좌석에 실었다.

그대로 땅에 놔두고 오면, 내 발로리프 밭을 상하게 할 테고,

다른 데에 버리자니, 이 정도로 작고 약한 9급 괴수종이라면 하루도 못 가 죽임을 당할 게 뻔했다.

약초에 대해 아는 게 나보다 많을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합리화해버렸다.


나는 땅굴스캐퍼 두 마리와 함께 영등포로 향했다.

내가 봤던 미래에서 딱 한 번, 아이언 드래곤의 비늘을 구해달라며 날 찾아왔던 영약제조사가 있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인 듯, 나보다 앳된 외모에 ‘양준승’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는데, 꽤나 정직하고 오로지 영약 제조에만 관심이 있는 천재였다.

그가 영약 제조사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건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지만, 새싹일 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아이언 드래곤의 비늘을 구해서 가져다준 장소가 영등포 어디쯤이었는데······.

기억 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곳으로 향해보기로 한다.


***


내 기억은 정확했다.

무기제조상들이 모여 있는 골목 뒤쪽으로 몇 블록 들어가다 보니,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쥐색 철문이 나왔다.


똑똑.


나는 일단 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원래도 약에만 관심 있는 놈이라, 여기가 아니면 있을 데가 없을 것이었다.


그럼 약 사러 간 건가?

기다려야하나.


나는 몇 번 더 문을 두드린 후에,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트럭 뒷좌석에서 땅굴스캐퍼들이 고개를 삐쭉 내밀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문득 무슨 말 하는지나 좀 듣고 싶다.


[스킬 사용에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10초간 괴수의 언어를 해독합니다.]


마력 포션 한 개를 더 털어놓고 나서야 대화에 성공했다.

돈 걱정 없어서 망정이지, 돈이라도 없었으면 이런 취미 생활도 못 할 뻔했다.

귀를 기울이자, 땅굴스캐퍼들의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맞지? 분명히 아르코의 냄새가 난다니까!]

[그 냄새가 이런 사람 사는 곳에서 왜 나는 거지?]


아르코?

아르코가 뭘까?


나는 그들을 따라 코를 킁킁거렸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그야 나도 모르지! 어쩌면 안에 친구가 죽어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냄새가 진해. 아마 쓰러진 지 얼마 안 됐을 거야.]


와, 미치도록 대화에 끼어들고 싶다.

‘괴수랑 대화하기’ 스킬은 안 생기는 건가.


[저 냄새를 맡았다면 곧 죽게 될 걸. 해독하려면 약초가 필요할 텐데.]


뭐? 죽어?


[아까 저 못생긴 아저씨가 차에 발로리프를 싣더라. 그것만 있으면 될 텐데.]


못생긴 아저씨는 설마 날 말하는 건가?

못생겼다는 소리 오랜만에 들었다.

모르고나를 떠나고 나서 한동안 안 들었는데.

갑자기 확 쟤네 내리라고 하고 싶어지네.


그보다도, 아르코의 냄새? 사람이 죽어···?

머릿속에 퍼뜩, 제 몸에 영약 테스트를 하다가 쓰러진 양준승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거, 문 좀 열어봐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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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6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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