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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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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96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15 19:51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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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DUMMY

외눈이 선랑.

각성 브로커다.


“오호? 거기 있었구나? 늙은이 뒷방에 숨어서? 왜 F급이라서 던전에도 못 나가나부지?”


선랑이 후크로 옆에 있던 테이블을 또 엎었다.

아, 외눈이 선랑은 오른손도 하나 없다.

C급 던전에서 재수 없게 4급 드래곤을 만났다나.

C급 헌터였던 그는 그 후로 던전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그 후 그가 택한 직업은 각성 브로커.

헌터가 되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헌터로 만들어 주거나, 레벨이 낮은 헌터를 고 레벨로 올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전용 특성이거나 마력을 쓰는 건 아니고,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강제 각성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물론 다 그렇게 각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각성자는 타고나는 것이므로.

그래서 보통은 효과를 본 다음 비용을 지불하는 후불식이다.


“이런 쌍노무 쉐끼가······.”


할머니가 떡볶이 국물 푸던 국자를 들고 그의 앞에 섰다.

내 앞을 할머니가 가로막은 상황.


“아침부터 왜 남의 집 귀한 손자를 불러내고 지랄이여.”


그리고 그 앞에 홀을 청소하던 할아버지가 섰다.

선랑은 어이없다는 듯이 껄껄껄 허공에 대고 웃었다.


“댁내 귀한 손자가 레벨 업하고 싶다고 내 힘을 잔뜩 빼놓고선 돈을 안 줬어. 노인네들도 장사해 봐서 물건 값 안 주는 손님이 어떤 존잰지 잘 알텐데?”


선랑이 섬뜩하게 파인 눈 위의 눈썹을 치켜들었다.

이번엔 할머니의 빨간 국물 묻은 국자가 날 향했다.


“이게 뭔 소리여?”


어서 해명해 보라는 뜻.


“효과가 없으면 비용 지불은 안 하는 걸로 계약했잖아? 물론 계약서도 썼고.”


할머니의 국자가 다시 선랑을 향했다.

이번에는 좀 더 높게 들려있었다.

곧 선랑을 향해 던질 것처럼.


“킬킬킬. 그래, 꺼내 봐, 그 계약서. 어디 그렇게 쓰여 있나.”

“잠깐 기다려.”


나는 방에 들어가 계약서 파일을 가지고 나왔다.

가게 앞에서 서서 분식을 먹던 헌터 몇몇이 홀 안의 소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재미난 구경거리를 좇는 눈이지, 도와줄 눈치는 아니다.


나는 그의 앞에서 계약서 파일을 열어 계약서를 꺼냈다.


아니,

꺼내려고 했다.


“뭐야?”


계약서가 없었다.

흔적도 없이.

분명히 여기에 뒀는데?

꺼내본 적도 없다.


“키킥. 뭐야? 계약서 잃어버리기라도 한 거야? 내 계약서는 여기 있는데?”


선랑이 키득거리며 자켓 안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러고는 종이를 펼쳐 들어 나를 향해 들이밀었다.


“이걸 봐. 어디에도 그런 조항 없는데? 시술이 끝나는 대로 비용 전액을 지불한다. 이 조항밖에 없는데?”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지나쳐 그의 종이를 가로챘다.

바지에 국자의 떡볶이 국물이 묻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정신이 아니다.


선랑의 계약서 안에는 정말 내가 본 조항은 없다.

그의 말이 진짜다.


“쯧쯧. 요즘 유행하는 수법인데 속았네. 아마 네껀 소멸지로 만든 계약서였을 거야.”


밖에서 구경하던 헌터 무리 중 한 명이 나에게 첨언했다.


소멸지.

들어본 적이 있다.

보안을 위해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종이가 개발되었다고.


“이 새끼가 약자를 상대로······.”


순식간에 내 주먹이 그의 볼썽사나운 얼굴을 향해 튀어 나갔다.

그러나 주먹은 그의 거친 얼굴에 차마 닿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 꽂혔다.


“아악!”


선랑이 내 팔을 그대로 들어 아예 내 몸을 바닥을 메다꽂았기 때문이었다.


“킥킥. 그렇게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시스템이 네 레벨을 못 올려주나 보지. 그 피해를 왜 내가 봐야 해?”

“아이고, 누가 좀 도와주쇼······.”


할아버지가 신음을 흘리며 구경 중인 헌터 무리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선랑이 C급 헌터였어도 이길 수 있을 텐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보상이 없기 때문이겠지.

헌터들은 뼛속까지 자본주의 시스템에 물들어 있는 직업이었다.

내 체력 보전이 수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보상 없는 싸움을 위해 나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얘기.


“아니, 물건값 안 주는 놈을 누가 도와줘? 빨리 노친네들이 갚아주던가. 이 가게 다 부숴버리기 전에.”


선랑이 다시 한 번 킬킬대며 그나마 서 있던 테이블과 의자들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아이고오!”


할아버지가 쓰러지는 테이블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철퍼덕 바닥으로 쓰러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머리로 쏠린다.


저런 사기꾼 같은 새끼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그래도 상황을 무마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켠 후, 손바닥을 짚고 허리를 일으켰다.

주먹이 욱신거렸지만 그런 거 따위가 신경쓰일 때가 아니었다.


“줄게. 소란 피우지 마.”

“에이······.”


헌터 무리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재밌는 구경이 끝날 것 같아서 아쉬운 모양.


“키킥. 그래. 곱게 나와야지?”


선랑이 손을 내밀어 그 앞에 앉아있는 내 몸을 일으켰다.


“째려보면, 뭐? 어쩌라고? 에이······. 깎아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선랑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양 볼을 귀엽다는 듯 툭툭 쳤다.

깎아줄 생각도 없었으면서 개소리다.

나는 캐셔를 열어 오만 원짜리 이십 장을 세서 선랑에게 건넸다.


“자. 네가 부순 가게 물품값은 뺐어.”

“이런 개새끼가······.”


돈을 받아 드는 선랑의 표정이 다시 험악하게 변했다.


“그래야 계산이 맞잖아? 물건을 부쉈으면 돈을 내야지.”

“그렇다고 이런 고물 따위가 백만 원어치는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지.”


선랑이 비웃음을 흘리며 후크로 유리창을 찍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유리 파편이 쏟아져 내리고 내가 건넨 돈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헌터 무리도 놀랐는지 뒷걸음질 치며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고, 가게 다 망가지네, 다 망가져! 누구 도와줄 사람 없어요?”


이번엔 할머니가 다시 한번 헌터들을 향해 도움을 청했다.

저 자식들, 다 우리 할머니한테 떡볶 이 곱빼기로 달라고해서 안 얻어먹어 본 놈들이 없을 텐데······.

나쁜 새끼들.

오늘도 인간 혐오 풀충전이다.


선랑은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고, 나도 선랑이 부르는 값을 선선히 내 줄 의향 없다.

부서진 테이블 의자, 그리고 유리창까지 새로 하는데 돈이 얼만데.

늦었지만 경찰이라도 불러야 하나?

계약서 종이가 소멸지였다는 증거가 없으니 내가 불리할 텐데······.

차라리 손해 좀 보더라도 저 헌터들한테 백만 원 줄 테니까 누가 좀 도와달라고 할까?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끼이이익-!


헌터 무리 뒤로 굉음을 내며 낡은 회색 승용차 한 대가 선 건 그때였다.


“오오!”


차에서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내리자, 헌터 무리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 소란이지?”


차에서 내린 남자의 입에서 낮게 깔린 카리스마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헌터 무리가 홍해 갈라지듯 양쪽으로 갈라져 그에게 길을 열었다.


양쪽 끝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선글라스.

차분한 연갈색 머리.

큰 키와 다부진 근육이 부각되는 검정 가죽점퍼.

연예인 뺨치게 작은 얼굴과 고운 피부.


TV에서나 보던 A급 스타 헌터 유신이다.


이렇게 실물을 보게 될 줄은······.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고 있는 건가?”


오오, 말투도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는 어이없다는 어조로 몇 걸음 만에 선랑 앞에 섰다.


“유신아, 나 좀 도와줘! 아침부터 웬 잡것이 쳐들어와서는!”


친구랑 싸우다 부모를 만난 어린아이의 얼굴로 할머니가 국자로 선랑을 가리켰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 할머니와 유신을 번갈아 봤다.


할머니가 유신과 아는 사이던가?

왜 여태까지 나한테 말 한마디 안 한 거지?


유신은 할머니를 향해 듬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선랑을 향해 심판자 같은 엄숙한 눈빛을 보냈다.


“각성 브로커구만? 사기꾼. 감히 헌터관리국을 코앞에 두고 소란을 피우다니.”


유신의 말에 선랑의 입술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어이, 연예인 양반. 가던 길이나 가라고. 이 순대처럼 생긴 이 집 손자가 나한테 줘야 할 돈이 있어.”


뭐? 순대······?

장담컨대, 나 순대처럼 안 생겼다.

나 객관적으로 잘생긴 축에 든다.

물론 우리 할아버지 피셜이지만······.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내가 울컥해서 소리쳤다.

유신의 단조로운 시선이 얼마간 내 얼굴에서 머물렀다.

설마 내 외모를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괜히 부끄러워진다.


“줘야 할 돈이라는 게 뭐야?”


하지만 유신은 필요한 질문만 했다.


“그게······.”


F급이라서 강제 각성이라도 하려고 각성 브로커에 일을 맡겼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창피하다.


“글쎄, 각성 브로커에게 일 맡겼는데 레벨 업이 안 됐나 봐. 보통 효과 없으면 돈 안 받는데, 계약서엔 무조건 돈을 주기로 되어있다고.”

“보아하니 저 손자 계약서엔 효과 없으면 비용 지급 없다고 쓰여 있었던 모양인데, 계약서가 사라졌대. 소멸지였던 거지.”


모여있던 헌터무리들이 유신에게 대신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된 거였군.”


유신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선랑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손은 이미 허리춤의 검집에 올려져 있었다.


“저 사람들 말을 믿는 거야, 설마? 진짜 계약서는 내가 갖고 있는데?”


선랑이 억울하다는 듯 유신에게 항변했다.


“웃기지 마라. 헌터 강제 각성 자체가 불법이다.”


지이잉-


유신은 빠른 속도로 검을 뽑았다.

공명음이 나더니 어느새 유신의 검에 하늘색 빛이 넘실대고 있었다.


“오오······. 저게 말로만 듣던 천공대검!”


헌터들이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내뿜으며 수군거렸다.

나도 천공대검에 대해서라면 TV에서 봐서 익히 알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천공대검.

하늘을 뚫어버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이 검은 능력자가 휘두르면 7급 드래곤의 살가죽 정도는 단번에 꿰뚫을 수 있다고 했다.

성난 파도 같이 푸른 파장을 뿜어내는 검이 유신의 유려한 외모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왜······. 왜, 골목길 싸움에 칼을 빼들고 지랄이야? 가, 가던 길이나 가라고!”


선랑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선랑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슷!

댕그랑!


순식간에 선랑의 후크가 사선으로 잘려 나갔다.


“뭐, 뭐 하는 짓이야!”


당황한 선랑이 팔에 붙은 남은 후크 조각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하나뿐인 눈알에 붉은 핏줄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유신은 작정한 듯, 대검을 들어 올린 채로 한 발자국 선랑을 향해 다가갔다.


“도대체 네가 뭔 상관이냐고! 이런 뒷골목 잡배들 싸움에 너 같은 스타 헌터가 엮여서 좋을 게 뭐 있는 줄 알아?”


다급해진 선랑이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테이블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아마도 우리 테이블을 방패로 쓰려는 모양.

그렇게는 절대 안 되지.


나는 선랑을 향해 테이블을 발로 찼다.

테이블이 쓰러지면서 선랑이 튀어 올랐고,


쓰러지는 테이블을 발판 삼아 도약한 선랑이,

할아버지의 목에 잘린 후크를 들이댔다.


“칼 버려.”


“저, 저···!”

“할아버지이이익!”


할머니와 내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의 늘어진 살가죽을 뚫고 피가 찔끔 흘렀다.


“한 발짝만 더 움직여 봐! 이 노친네 얼굴 다시는 못 볼 테니까.”


유신이 멈칫하자, 선랑이 의기양양하게 킬킬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맞춰 칼 잡은 그의 손도 같이 떨린다.


그냥 가만히나 있을 걸 그랬나.

너무 싫다, 이 발암 캐가 된 기분······.

나란 쓸모없는 인간이란.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 선랑은 유신만 견제하고 있다.

고로, 나한테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어쭈? 이 수명 얼마 안 남은 노친네한테 쩔쩔 매네?"

선랑이 굳어버린 유신이 재밌는지 킬킬거렸다.


지금이다!

속도가 느리면 죽는다.

나는 선랑의 다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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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8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6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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