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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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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81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19 15:21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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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DUMMY

나는 천천히 반짝이 무리를 마주한 채 뒷걸음질 쳤다.


“야! 저기에 뭘 사러 가겠어? 당연히 알바하러 가는 거지. 오늘 아침에도 참가비 번 게 다일 텐데.”

“아 맞다. 킥킥.”


으······. 어제의 김지우.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냐.

가만히 길 가다가 무시를 당하다니.


툭.

오케이, 반짝이 무리 네 명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고.

마침 등 뒤에 벽에 닿는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폭탄을 꽉 쥐었다.

아까 모르고나에서 빠져나올 때 남아있던 마왕의 볼 하나가 남아있었다.

마침 얘들한테 복수용으로 쓰면 딱 맞을 것 같다.


“경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마.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경고에 반짝이 무리가 동시에 웃음을 빵 터뜨렸다.


“쟤 진짜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거 아니냐? 짧은 순간에 어떻게 저렇게 될 수가 있지?”


반짝이의 오른쪽에 있던 뚱땡이가 실소를 흘리며 앞으로 나왔다.

오냐, 너부터 혼내주마.

나는 바닥에서 돌멩이를 집어 든 후, 뚱땡이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으악!”


뚱땡이의 머리에서 주르륵 흐른 피에 돌가루가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이 자식들, F급한테 첫 공격을 내어주고 아주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이구먼.


그동안 내가 스스로 주눅 들고 있었던 것일까?

내 몸에 마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는 몰라도 공격이 아주 쭉쭉 나간다.

반짝이 무리가 당황하는 사이 나는 옆 화단을 밟고 도약해서 그들의 뒤로 갔다.

반짝이 무리가 벽에 가까이 있는 상황.


“이 자식이!”


반짝이가 으르렁거리며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쉬익-


나는 더 늦기 전에 한 손에 꽉 쥐고 있던 폭탄을 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 벽이 무너져 내리며 반짝이 무리 위로 쏟아졌다.


“어어억!”

“엄마아아!”


으이구, 애기들. 엄마 찾고 아주 난리다.


“너희, 앞으로 F급 무시하면 뒤진다. 오늘 일도 소문내면 뒤지고.”


나는 마지막 경고를 날린 후, 혀를 끌끌 차며 뒷골목을 빠져나왔다.


난생처음 복수라는 걸 해본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 이래 봬도,

괴수들의 주인이라고!


***


유신이 준 200만 원으로 메이지 백화점에서 과일이랑 소고기랑 양주랑 양손 가득 사서 집으로 가는 길이다.

사실 더 샀는데 너무 많아서 나머지는 배달시켰다.


빨간색 간판이 커질수록 심장이 두근댄다.

모르고나에서는 진짜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았다고오!

나는 걸음을 잠깐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했다.


침착하자.

아까 유신한테처럼 나대면 안 된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분식집을 향해 걸어갔다.

분식집 앞엔 여전히 요깃거리를 하는 헌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할무니, 나 와쒀어! 할부지!”


내 혀에서 나도 모르게 혀 꼬부라지는 소리가 막 나온다.

갑자기 오랜만에 할무니, 할부지 품에 안겨서 체온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어, 왔냐?”


홀에서 테이블을 닦던 할아버지가 무심한 눈길로 나를 스윽 보더니 계속 해서 테이블을 닦는다.

손님 때문에 바쁜가 보다.

그럼 할머니.

나는 얼른 주방 쪽으로 몸을 옮겼다.


“할머니! 내가 선물 사 왔어!”


떡볶이를 뒤적이던 할머니가 움직임을 멈추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날 보느라 깜박임조차 없는 주름진 눈.

역시 할머니도 날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거구나.


“할무니이······.”


나는 할머니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모르고나에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걱정을 얼마나 할까 생각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나다니 진짜 감격스럽다.


“이노무 자식이······.”


빡!


“크흑······.”


뜨거운 액체가 내 머리에서 흘러내린다.

지금 할머니 나한테 떡볶이 젓던 국자 던졌다.


“아, 아뉘······. 할무니!”


억울한 나의 외침에 할머니는 다짜고짜 손으로 내 등을 찰싹 때렸다.


“아야악!”


아프다.

마왕의 아들도 할머니가 때리는 등짝 스매싱은 아픈 건 국룰인가 보다.


“오늘 던전 가서 벌어온 돈 흥청망청 다 쓴 겨? 아침에 그 외눈이 새끼가 부숴놓은 게 얼만디!”


할머니는 내가 양손 가득 들고 온 쇼핑백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손바닥을 들어 올렸고, 나는 방으로 뒷걸음질 쳤다.


“아악! 나 돈 있쒀어! 나 돈 금방 벌 수 있쒀!”

“뭐 이런 개뼉따구 같은 소리를!”


할머니는 도망가는 날 향해 헛발질을 날렸다.

헛스윙할 정도의 둔한 몸놀림이지만, 바닥에 쏟아진 과일이며 고기는 다치지 않게 요리조리 잘 피한다.

훗, 속 보이는 할머니······.


나는 마지막으로 홀에서 이쪽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할아버지의 시선을 끝으로 방문을 쾅 닫았다.

밖에서 할머니가 구시렁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 줍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욕해도 내가 이번 주에 복권 당첨되면 아주 함박웃음일 거다.

나도 이렇게 실실 웃음이 나니까.

나는 방 한편의 이불 더미에 머리를 기대고 누운 뒤, 목을 가다듬었다.


“시스템 창!”


나는 크게 시스템 창을 불렀다.

사실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도 되지만, 그냥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

전용 특성과 스킬 칸에 채워진 글자는 여전히 그대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정보’ 옆에 ‘인벤토리’라는 메뉴가 새로 생겨있었다.

메뉴 버튼을 누르니, 아까 손안에서 사라졌던 마왕의 책과 오브의 그림이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 아이템을 얻어 봐서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 기능도 몰랐던 모양이지.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시간의 오브’를 마음속으로 외치자, 내 손안에 오브 실물이 나타났다.


어떻게 쓰는 물건인고······.

나는 일단 자세를 바로 하고 오브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로 외쳤다.


“이번 주 로또 번호를 보여줘!”


······.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마왕은 보라색 오브를 사용하면서 뭔가 주문을 외웠던 것 같기도 하고.

스위치 같은 게 있나?

나는 요리조리 오브를 살펴보다가 시스템 창을 다시 열었다.

혹시 놓친 설명이 없는지 해서였다.


[전용 특성: 미래를 보는 자]

당신은 고귀한 피가 흐르는 ‘미래를 보는 자’입니다. ‘시간의 오브’를 통하여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단, 죽음 이후의 세계는 볼 수 없습니다.

※사용 방법 ······.


역시.

사용 방법에 대해 나와 있었다.


※사용 방법 : ‘시간의 오브’와 눈을 맞추고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내 미래를 보여주소서”라고 주문을 외우고, 보고자 하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뭐?

어둠의 신에게 어쩌고저쩌고?

으······.

휘황찬란한 왕궁 짓고 살 때부터 알아봤다.

얘네 좀 오그라드는 구석이 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목을 가다듬고,


“크흠!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내 미래를 보여주소서!”


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오브에서 발현한 에메랄드빛이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입이 떡 벌어졌지만,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이번 주 로또 번호를 간절히 외치고 또 외쳤다.


오······.

보인다, 보인다!


“야하아아하아악!!”


찌인한 성공의 냄새에 나는 그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시방, 뭐시여? 지금 몇신디 영업 중에 빽 소리를 지르는겨? 하 저 쉐끼 혀를 확 뽑아버려?”


밖에서 국자 들고 쫓아오는 할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끄아아악!”


나는 이불에 얼굴을 처박고 다시 한번 소리 질렀다.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부자 됐어요!


***


으아······. 춥다······.


“크흥!”


콧물이 입술까지 내려오는 걸 간신히 들이켰다.

아직 9월인데 해만 떨어지면 왜 이리 추운 거냐.

결국 할머니한테 우리 부자 됐다고 오두방정을 떨다가 시끄럽다고 쫓겨났다.

내가 우리 할머니 성격 잘 아는데, 대충 주변 한 바퀴 돌다가 박하스 한 병 사 가면 못 이기는 척 받아준다.


아······.

나 돈 없지.


급하게 쫓겨나오느라 돈도 하나도 못 챙겼다.


“크흡!”


하는 수 없지.

박하스를 못 사니 예상보다 바깥 체류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그러면 또 내가 할 게 많지.

나는 분식집 뒷골목 으슥한 곳에 자리 잡고는 땅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골목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오브야, 나와랏!

손 안에 초록빛 오브가 짠하고 나타난다.

흑······. 소중한 내 새끼.


나는 오브에 내 기름진 얼굴을 비비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제 내가 왕이 될 상인지 오브에게 물어볼 시간.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내 미래를 보여주소서.”


이번엔 누군가 들으면 안 되니 작게.

머릿속으로 로또가 당첨된 후의 내 미래를 상상하자, 머릿속에서 내 기억인 듯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한다.

오오, 아까는 숫자만 보고 껐는데, 이거 진짜 완전 신기하다.


로또에 당첨된 뒤, 나는 분식집 뒤에 주상복합아파트 30평을 일시불로 사고······.

크, 죽인다.

아까 보복한 반짝이가 골목에서 나타나 나를 푹······.


찌른다?

저게······?


그렇게 내 첫 미래는 블랙아웃.


사용 방법에 내가 죽은 이후의 미래는 볼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 내가 죽은 건가?

고작 반짝이의 손에······?


말도 안 돼!

자, 다시.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내 미래를 보여주소서.”


이번에는 로또에 당첨된 뒤에 반짝이를 먼저 죽이러가는 걸로······.


어라? 반짝이 아빠가 헌터관리국 고위 간부였어?

바로 내가 범인인 걸 찾아내서······.

또 블랙아웃.


하, 이거 슬슬 오기 생긴다.

나는 몸을 일으켜 무릎을 세우고 똥 싸는 자세로 고쳐 앉았다.

벌써 두 번이나 내 미래가 어이없이 죽었다.

이왕 시작한 거 될 때까지 해봐야겠다.


“어둠의 신에게 청하오니······.”


***


이틀 뒤, 내 방안.

머리가 핑글핑글 돈다.


“응냐학!”


나도 모르게 뒤로 철퍼덕 넘어가 버렸다.

뒤통수가 무지하게 아파오지만, 일어날 힘이 없다.

이틀을 꼬박 셌다.

도대체 내 미래를 얼마나 확인한 거냐.


한 천오백육십칠 번쯤?

모르고나에서 탈출했을 때만 해도 내 미래는 이제 장밋빛일 줄 알았는데······.

마왕도 내 에너지가 없으면 지구에 군대를 이끌고 못 온대고,

그 소원 들어달라던 새침한 까마쿤은 다신 만날 일 없으니 먹튀한 줄 알았는데······.


하, 이거 내 운명이 생각보다 아주 복잡하다.

특히 그날 램프 요정 취급하던 그 마족 여자애. 그 까마쿤이 아주 골치 아프다.

그래도 모르고나에 계속 있었다면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다행인 건 이번 주 로또 1등 되는 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라는 거다.

하지만 될성부른 SS급 헌터 떡잎을 알아봐서 헌터 매니지먼트를 차려도 문제.

영약초 밭을 미리 발견해서 영약 제조해도 문제.

고가 장비를 사들여 마석 캐는 채굴회사를 운영해도 문제.


내가 헌터를 계속하지 않는 이상,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무리 시간의 오브를 돌려봐도 내가 헌터로서 힘을 기르면서 마왕과의 싸움에 전면으로 나서는 게 유일한 답인 것 같다.

심지어 그마저도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안 되고 지금부터 조력자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지.

시간의 오브가 보여준 미래에 따르면, 난 이제 미래나 계속 계산해 보고 있을 시간도 없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 정리했다.

이틀 꼬박 내 미래를 천오백육십칠 번 보면서 알게 된 주의 사항도 몇 가지 있다.


첫째, 내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발설하면 미래가 안 좋게 변한다.


둘째, 내 행동에 따라 인과관계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큰 사건이나 사람들의 성격, 배경에 대해서는 미리 알 수 있을지언정, 꼭 내가 알고 있는 미래대로 전개되진 않는다.

즉, 계속 미래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진 않는다.


셋째, 시간의 오브를 작동하면 뇌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며 무방비 상태가 된다. 고로, 던전 안에서 사용하는 건 엄청 위험할 것 같다.


이 정도는 메모장에 적어서 늘 자기 전에 한 번씩 읽고 자는 걸로 하고······.

그나저나 오늘 로또 1등 발표하는 날인데.

당장 로또 당청금 찾으러 가야하는데······.

잠이 막 쏟아진다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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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1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3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8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1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4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0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0 1 13쪽
»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7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4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5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5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0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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