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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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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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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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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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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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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DUMMY

자이언트 울프는 다행히도 나를 씹어 삼키지는 않았다.

나는 캄캄하고 축축한 자이언트 울프의 혓바닥 위에 포근히 안착해 있었다.


[히든 퀘스트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히든 퀘스트]

도심을 침략한 자이언트 울프를 죽이고 시민들을 보호하십시오.

보상: 랜덤 아이템

실패 시: 죽음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더니, 정신없이 히든 퀘스트 메시지가 눈앞을 떠다닌다.


시스템에 이런 퀘스트도 있었던가?

괴수의 입 안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단지 내가 지금 아는 미래는,


“로리엘!”


내가 곧 그 까마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 말에 시스템 메시지가 지직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들려왔다.


[모르고나에서 연결을 요청합니다.]


역시.

허공에 뜬 메시지창에서 ‘승인’ 버튼을 누르자, 모르고나에서 날 탈출시켜 줬던 마족 여자애의 형상이 나타났다.


“잘 지내셨어요?”


지금 바깥은 아비규환인데 태연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니, 잘 못 지냈지.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지구 시스템 통신도 이용하고. 너 NPC 알바하는 애냐?”


사실은 모르고나에서 잠깐 본 게 다지만, 수없이 본 미래에서 대화를 너무 많이 했더니 이 까마쿤이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미래에서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얜 마족이 아니라 ‘로리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크 엘프다.

어쩌다 마왕과 계약을 맺게 되어 종속되어 버렸지만, 누구보다도 마왕의 몰락을 바라고 있는 모르고나의 배신자.


“그건 알 거 없고요. 이미 다 아시겠지만, 형식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왔어요.”

“형식 그거 좋지. 그래서 네가 나한테 바라는 소원이, 내가 지구를 구원하는 거야?”


내 말에 로리엘이 싱긋 웃었다.


“맞아요. 앞으로 던전에서 등장하는 괴수들의 레벨이 올라갈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던전에서 괴수를 무찌르면서 봉인석 조각을 찾으셔야 해요. 9개의 봉인석 조각을 모두 모아야, 마왕의 힘을 뺏고 다시 봉인시킬 수 있어요.”

“그 봉인석이 있는 던전 위치 같은 건 정말 없는 거야?”


나는 알면서도 물었지만, 로리엘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신 봉인석이 있는 던전에 진입하면 퀘스트가 뜰 거예요.”

“왜 하필 나지? 지구엔 나보다 능력 좋은 헌터들이 많잖아. 난 마왕 피를 물려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부랭이일 뿐이라고.”

“알아요.”

“뭐?”


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푸념하고 싶어서 던져본 거지만, 저렇게 말하는 것도 또 열 받는다.


“봉인석은 마왕의 피를 가진 자에게 이끌리는 힘이 있어요. 마왕이 아니면 당신만이 봉인석을 찾을 수 있어요. 나부랭이일뿐이니, 당신을 지켜줄 조력자를 모아야겠죠.”


참나, 남한테 나부랭이라는 소리 들으니까 되게 기분 나쁘다.


“난 평생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죽어라 던전에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네.”


나는 앞으로의 내 미래를 알면서도 괜히 입을 삐죽거렸다.

로리엘은 뭐가 그렇게도 즐거운지, 놀리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어?

가까이서 보니 왼쪽 귀에 하얀색 점이 있다.

던전에서 만났던 아기 고블린이 떠오르는 건 왜 때문일까?


“근데 너 설마······. 나 모르고나로 데려온 아기 고블린이냐?”

“······.”


내 말에 당황한 듯 로리엘의 몸이 멀찌감치 멀어진다.

쟤 분명히 입으로 ‘헉’ 소리 작게 낸 거 같다.

맞나보다.

아오, 마왕이건, 엘프건, 아주 날 잡아먹으려고 안달 나 있었구만.


“지가 날 모르고나로 보내놓고서 소원 들어주면 지구로 다시 보내주겠다니. 병 주고, 약 주고. 어?”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니, 나는 온 힘을 다해 로리엘을 째려봤다.

로리엘이 무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잖아요. 덕분에 마왕의 권능도 손에 얻었고요. 당신은 지구를 구할 운명이에요.”


왜왜! 왜 나한테!

그냥 적당히 인기 있는 헌터만 되면 되는데, 주어진 운명에 화가 밀려온다.


“시스템이 당신을 도울 테니, 성공할 수 있어요. 당신이 퀘스트를 깰 때마다 적절한 보상 아이템을 드릴게요.”


내 기분을 눈치챈 로리엘이 슬슬 날 구슬렸다.

나는 그녀를 째려보던 눈에 힘을 조금 풀었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로리엘을 째려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그래, 좋아. 난 태생부터 전 세계 최고 헌터가 될 운명이니까, 이참에 돈이랑 인기나 쓸어 모을란다.”

“잘 생각하셨어요!”


로리엘이 감격스러운 듯 박수치기 시작했다.

뭐지? 이 작위적인 제스처는?


“그럼, 이제 여기선 어떻게 나가지? 자이언트 울프가 침 한 번만 삼키면 난 얘 위액에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말이야.”


실제로, 지금 자이언트 울프의 입천장에서 걸쭉한 액체가 뚝뚝 떨어져 혓바닥 주변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돼서 나는 저 침에 빠져 허우적대며 목구멍으로 내려가게 될 것이었다.

자이언트 울프의 눈을 볼 수도 없으니, ‘괴수 길들이기’ 스킬을 쓸 수도 없고.


내 말에 로리엘이 또 재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건 아까 보상으로 받으셨을 텐데요. 그럼, 건투를 빌어요!”

“보상? 무슨 보상? 네가 날 여기로 끌고 온 거잖아, 네가 해결을 해······.”

“······.”


[통신이 종료되었습니다.]


로리엘이 통신을 끊어버렸다.

저런 건방진 까마쿤 같으니라구.

나는 구시렁거리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오오, 있다!

뭔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이 생긴 검은 기체가 담긴 유리병이 내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었다.


이제야 생각난다.

순식간에 쌓여버린 헌터들의 시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았었는데, 던전에서 파이어 스네이크를 처치하고 받은 보상 아이템이 있었다.

나는 아이템의 상세설명을 클릭했다.


[스멜퓨리언의 독가스]

8급 괴수종 스멜퓨리언의 방귀가 담긴 유리병입니다. 이 독가스를 들이마실 경우, 호흡곤란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타격을······.


대충 엄청나게 독하다는 이야기.

이 안에서 이걸 써버리면 자이언트 울프는커녕, 내가 먼저 죽을 텐데.

나는 신경질적으로 로리엘이 사라진 자리를 째려봤다.

쟤는 미래에서도 항상 저런 식이었다.


하지만 로리엘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난 미래에서도 그랬듯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봤다.

뭐 목구멍을 통해 올라오는 시체 썩은 냄새만 아니면, 여기도 나름 아늑하고 좋은 것 같다는 미친 생각도 든다.


이빨을 잡고 일단 벌려볼까?

혹시 날 그냥 뱉어낼지도 모르잖아.

나는 물컹거리는 혓바닥을 타고 이빨 사이로 내려갔다.


깨끗하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가 정말 더럽다.

이끼와 정체 모를 푸르죽죽한 불순물들이 이빨 사이사이에 끼어있었다.

나는 옷소매를 길게 늘여 천장 쪽 이빨을 쿡쿡 찔렀다.

내 움직임 정도는 귀여운지, 자이언트 울프는 미동도 없다.


이건 틀린 것 같고.

나는 빠르게 포기하고 혓바닥 뒤쪽으로 이동했다.


“으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온다.

눈을 질끈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목구멍에 가까이 다가가니, 악취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이렇게 고약한데, 스멜퓨리언의 독가스가 과연 소용이 있을까?

진짜 순수한 의구심이었다.

이 냄새만으로도 사람 몇은 죽일 수 있겠는데.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코를 단단히 막은 다음, 실눈을 떴다.

혓바닥 언덕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와 있는 상태라, 자이언트 울프가 침이라도 삼킨다면 바로 목구멍으로 굴러떨어질 듯한 위치였다.

사람의 목구멍에는 코와 입이 연결된 인두가 있었다.

자이언트 울프도 분명히 있을 터.


코와 연결된 쪽으로 스멜퓨리언의 독가스를 던지면, 자이언트 울프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다시 혓바닥을 타고 내려가 자이언트 울프의 앞니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방어구 안쪽에 장착되어 있는 비상용 로프를 꺼내 이빨에 묶었다.

다른 쪽 끝은 내 몸에 고정.


“어억!”


그 순간, 혓바닥이 꿀렁이더니, 자이언트 울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혓바닥에 나는 트램펄린 위의 공처럼 나는 입안에서 팡팡 튀어 올랐다.


“으아악!”


나는 혓바닥의 끝에서 간신히 내 허리에 묶은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덕분에 나는 캄캄한 목구멍을 아래에 두고 로프에 의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식은땀이 질끈 난다.

이빨에 몸을 묶어놨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당장 목구멍 아래로 떨어졌을 게 뻔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건지, 자이언트 울프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지금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스멜퓨리언의 독가스를 불러와 입으로 뚜껑을 열고 위쪽 구멍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자이언트 울프의 입 냄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냄새가 코를 통해 순식간에 들어왔다.

나는 아득해져 오는 정신을 붙잡고 있는 힘껏 자이언트 울프의 목구멍 벽을 발로 차 반동을 이용해 앞니 쪽으로 이동했다.


“켁켁!”


곧 기침 소리와 함께 자이언트 울프의 목구멍에서 어마어마한 바람이 몰아쳤다.


“켁켁. 크르흥!”


자이언트 울프의 거센 기침과 함께 나는 바깥으로 함께 튕겨져 나왔다.

폐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차는 느낌과 함께,


“우오오!”


주변에 사람들이 자이언트 울프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내 로프를 잘랐다.

그리고는 땅 위에 가뿐하게 착지······.


“우와악!”


하려고 했다.


“괜찮나?”


특유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발이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너무 세게 내동댕이쳐졌다.

방어구를 입고 있어서 별다른 생채기는 난 것 같진 않지만, 아무래도 뼈가 어긋난 것 같다.


“으윽······.”


나는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유신이 무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두 손엔 어깨 높이 쳐든 천공대검.

자이언트 울프를 상대할 모양이다.


“지, 지우야!”


골목 저쪽에서 할머니가 날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잘 피신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안 갔나보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할머니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리를 향해 괜찮다고 팔을 흔들어 보였다.


“전 괜찮아요, 얼른 피신을······.”


도망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날 향해 점점 다가온다.

가로등 불빛에 비로소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망치, 국자, 후라이팬······.

온갖 무기가 될 만한 건 다 들고나온 이웃집 남자들이 애타게 날 향해 손짓하고 있다.


“지우야! 얼른 이리로 와! 이 헌터님이 스킬 써준댜!”


우리 집 옆 무기상에서 장인 할아버지한테 호구 잡힌 착한 직원 아저씨가 날 향해 애타게 외쳤다.


“저쪽으로 가 있어. 여긴 위험해.”


아직 기침 중인 자이언트 울프를 향해 흐트러짐 없이 공격 태세를 갖춘 유신이 날 힐긋 보며 경고했다.

그 순간,


“아오오오오-”


자이언트 울프가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하늘을 향해 길게 울었다.


꽈르릉.


하늘에서 보랏빛 섬광이 번쩍이며, 주변에 떨어진 땅거미들이 자이언트 울프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울프의 고개가 천천히 우리를 향했다.

그리고 유신이 대검을 쳐들고 자이언트 울프를 향해 돌진했다.

하늘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이며 유신이 쳐든 천공대검으로 스며든다.


“우오오······. 저게 말로만 듣던 하늘 찢기인가 봐.”

“우린 이제 안심해도 되겄어.”


국자 무리가 나에게 오다말고 멍하니 하늘로 날아오른 유신을 향해 감탄사를 뱉어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유신은 절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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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4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20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2 2 11쪽
»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3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7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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