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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901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16 11:04
조회
96
추천
4
글자
16쪽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DUMMY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만찢남의 아들이라고?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아기 고블린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공중에서 덤블링하고, 참방거리고 아주 난리가 났다.

한참 만에 날 놔준 만찢남은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내 뺨을 꼬집고 냄새도 맡고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었다.


“아들이요······?”

“그래, 아들! 내 아들 그란티우스 셸리돞키 노롭둡 몰르웁티안 13세!”

“그라··· 뭐요······?”


뭐 그딴 이름이 다 있지?


“하하! 어색할 만도 하지!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25년을 살았으니······.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 나와 함께 모르고나로 돌아가자꾸나!”


모르고나?

그건 또 뭐냐.

이 사람 설마······. 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던전에 갇힌다는······. 실종자인가?

어둡고 습한 곳에 너무 오래 살아서 미친 걸까?


“저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A급 헌터 유신이랑 함께 왔어요. 유신 님이 금방 던전 클리어하고 헌터관리국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유신과 함께 들어온 던전에서 이 사람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지.

유신이라면 이 사람을 안전하게 던전 밖으로 데려다줄 게 틀림없었다.


“어허. 아들아, 내 존재를 의심하고 있구나.”


하지만 이 제대로 미친 만찢남은 정신 차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들어 살피더니, 휘황찬란한 망토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런 망토는 이런 던전에서 어떻게 구한 거야.

저런 거추장스러운 아이템도 드롭하는 괴수가 있나.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신기한 건 딱 봐도 슬림해 보이는 망토에서 물건이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찢남은 망토에서 요상하게 생긴 램프, 색색 구슬이 박힌 단도, 오래된 은으로 보이는 거울, 이상한 물건들을 휙휙 던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꺼낸 것은,


“아! 찾았다!”


보랏빛 오브였다.


“오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소지자에게 특수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마법이 깃든 아이템.

S급 헌터 몇몇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TV에서만 본 게 다인데 이걸 어떻게 이 사람이······?


“말쿠르쿰쿠르 알렉시죠······.”


만찢남이 해괴한 주문을 외며 오브를 부드럽게 쓸기 시작하자, 오브 안에서 보라색 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마치 작은 구슬 안에 하나의 세계가 있는 느낌.

그리고 오브에서 시작된 빛은 어느새 동굴 안을 꽉 채웠다.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그리고 메아리치듯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여자 목소리.

어딘가 익숙한데.


만찢남이 흐뭇한 표정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보랏빛이 만들어 낸 천장에는 스크린 프로젝터처럼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마!

영상 속의 엄마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타게 만찢남을 붙잡고 있었다.


“안 돼. 가야 해. 이 세계를 구원하려면.”


엄숙한 만찢남의 말에 엄마가 고개를 푹 떨구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손을 움켜잡았다.


“정말 당신이 아니면 안 되는 건가요? 아이가 곧 태어날 거예요.”

“미안해. 내가 지금 가지 않으면 곧 지구에 위협이 닥쳐올 거야.”

“꼭······. 돌아오기로 약속해요.”

“그래. 5년 뒤에 돌아올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제법 나온 배에 손을 올린 채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


도대체 이게 뭐지?

기억 왜곡 스킬을 쓰는 괴수인가?

그새 내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기라도 한 건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고 있었다.


“결국 제니는 지구로 돌아오려는 나를 돕다가 죽어버렸어······.”


제니는 우리 엄마 이름인데······.

우리 엄마 이름을 알고 있다.

만찢남의 붉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 방울 톡 떨어졌다.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게 바로 그 증표야.”


만찢남이 슬픔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세 마리의 드래곤이 새겨진 은빛 열쇠.

내가 이걸 모를 리 없었다.

엄마가 죽기 전에 이걸 갖고 있으면 아빠를 찾을 수 있다며 준 거였으니까.

아무리 최면술이나 기억 왜곡술이라도 이런 실물 증표는 바로 조작할 수 없지 않나?


나는 뭐에 홀린 듯 티셔츠 속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냈다.

열쇠 펜던트 정중앙에 박혀있던 잿빛 보석이 보랏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만찢남의 열쇠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아들아!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구나!”


만찢남이 다시 한번 나를 꽉 껴안았고, 아기 고블린은 기쁨의 텀블링을 연속으로 선보였다.


“우리 차차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서······.”

“잠깐, 저 지금 일행이······.”


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 유신이 생각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보랏빛 연기가 내 몸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


이동은 순조로웠다.


“응냑!”


비록 멋지게 착지한 만찢남에 비해, 난 철푸덕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긴 했지만.


“뀨르뀨르뀰!”


아기 고블린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내 주위를 빙글거리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꼭 날 놀리는 거 같잖아.


“자, 일어나거라. 너의 행성이다.”


만찢남, 아니 이제 아빠라고 불러야 하나?


아빠는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키곤, 앞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우와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눈앞으로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암벽과 무성한 숲 아래로 황금색 기둥들이 모여 거대한 사다리꼴 건물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저기가 우리가 지낼 궁전이다.”


아빠가 여기 왕이라도 되는 건가?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다녔지만, 나는 질문 대신 풍경이 주는 위압감에 압도되어 버렸다.

투명한 보랏빛 호수 사이로 은빛 물줄기가 다리처럼 궁전과 우리를 잇고 있었고, 보랏빛 호수에서는 토실토실한 황금색 물고기가 이따금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사다리꼴 모양 궁전의 가운데에는 다이아몬드같이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거대한 문이 있었고, 그 앞을 보랏빛 갑옷을 입고 창을 든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셀렉투! 빠레!”


궁전 앞에 있는 한 깃발을 든 군사가 희한한 소리를 하며 북을 울리기 시작하자, 일제히 군사들이 창을 치우고 길을 열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박자가 딱딱 맞는다.

아주 훈련 잘 시켰다.


“자, 가자꾸나. 알려줄 게 많단다.”


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은빛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황금색 물고기들이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 내 주변을 호위하며 튀어 올랐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과분한 관심.

문득 아빠가 너무 멋져 보인다.


나는 아빠와 함께 궁전 알현실로 들어오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모르고나’라는 행성의 왕, 오티우스 마롭튜툴라 헨칰오리 꼴랑칸람 11세.

지구와는 몇십 광년쯤은 떨어져 있는 곳이라고 했다.


우주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계 악마가 지구를 집어삼키려는 것을 알아채고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지구로 왔다가 엄마를 만났다고 했다.

지나가던 여자를 성추행한 남자를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엄마의 강인함에 홀딱 반하셨다고.

그 후로 그들은 사랑을 했고, 아빠는 우주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지구를 떠났다.

여기까지가 우리 엄마아빠의 러브 스토리였다.


캬, 진짜 아름답다.

영화로 만들고 싶을 정도.


“아마 갑자기 받아들이기 힘들 거다. 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마음껏 질문하렴.”


아빠가 다정한 목소리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궁금한 거 하나 있긴 하지.

대단히 궁금한 거.


“아버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아빠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 무엇이냐?”

“저는 왜 아버지를 안 닮은 것입니까?”


내 말에 아빠의 붉은색 눈동자가 금세 촉촉해졌다.

아니, 이 질문이 그렇게까지 슬플 일인가.


“난 후대를 남길 때 상상한 대로 외모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감정이 격해진 듯 아빠는 나와 눈을 더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곤 흐느끼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내가 그때 지구의 순대라는 것에 빠져있었다.”

“네···?”

“순대가 너무 맛있어서 잠자리에서조차 머릿속에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어······.”


젠장.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럼 선랑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아, 네······.”

“하지만 기죽지 마라. 여기서는 넌 왕자이자 유일한 나의 후계자이니, 너 좋다는 여자들은 아마 줄을 설 거다.”


아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금 줄기로 장식된 알현신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일제히 우리를 보고 있는 연미복을 입은 사람들.


“자, 이제부터 넌 이 행성의 유일한 왕자다. 네가 가진 것들을 마음껏 누리거라.”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나는 천천히 알현실로 들어갔다.


세상에, 마상에.

구릿빛 피부에 커다란 눈, 곱게 땋아 올린 은발, 가슴이 육감적으로 드러나는 드레스.

요정이 떠오르는 외모의 여자들이 살랑이는 부챗살 사이로 나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이 행성 귀족들은 다 이렇게 생긴 건가.

너무······.


좋잖아!


“자, 모르고나의 주인이 돌아왔다!”


어느새 아빠는 왕좌에 앉아 알현실에 모인 귀족들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오늘 우리에게 귀중한 손님이 왔다! 바로 내 유일한 아들, 그란티우스 셸리돞키 노롭둡 몰르웁티안 13세를 드디어 지구에서 찾았노라!”


“왕자님, 만세!”

“왕자님, 불멸을 누리소서!”


아빠의 공표와 함께 귀족들이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가히 장관.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꽤 내 태도가 흡족한지 아빠는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 행성의 후계자가 돌아왔으니, 후계를 위해 왕자와 결혼할 왕자비를 찾도록 하겠다!”


아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한 손을 치켜들자, 일제히 귀족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전통에 따라 신붓감을 고를 것이니, 장로들과 귀족들은 참여하도록! 그럼, 이제 축배를 먼저 들자!”


아빠가 박수를 두 번 치자 길고 사방에 난 문이 열리더니 음식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대, 떡볶이, 김밥부터······.

랍스터, 스테이크, 파스타, 월남쌈, 푸팟뽕커리······?


지구 상의 음식은 모두 모아둔 것 같다.

아빠와 내 앞에도 곧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진수성찬이 올려진 기다란 테이블이 들어섰다.


“자, 아들아! 먹자꾸나하! 오늘 힘쓰려면 든든하게 먹어둬야 할 거다.”


아빠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힘쓰려면······?

도대체 무슨 힘이요?


내가 묻기 전에 아빠가 내 입에 장어구이 한 마리를 통째로 입 속에 집어넣었다.


***


연회는 계속되는데, 아빠는 계속 뭘 준비해야한다며 날 방으로 보냈다.

젠장, 마지막에 먹으려고 눈독들이던 망고 빙수를 못 먹었는데······.

그렇다고 ‘잠깐만요, 이거까지만 좀 먹고요.’하면 왕자님 체면 떨어질 것 아닌가.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참고 시녀장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향했다.


시녀장과 그를 따르는 시녀들은 아빠와 귀족과 같은 검은 피부에 은발.

이 행성 종족들은 성격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 예쁘다.

아, 그러고보니 언젠가 판타지 소설에서 읽은 마족이랑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 소설 작가도 이런 외모의 사람들이 실존한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우리 아빠는 왜 날 가질 때 이 행성에 두고 온 귀족들을 떠올리지 않은 걸까?

아빠가 원망스러워진다.

근데 마족은 착한 마족, 나쁜 마족이 있다던데······.

우리 아빠는 당근 착한 마족이겠지?

이렇게나 다들 아름답게 생겼는데······.

내가 인생 20년 살아보니까 예쁜 사람이 성격도 착하다.

······.

맞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가는데, 시녀장이 거대한 방문 앞에 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와아······.”


잡스러운 생각은 날개 달고 훨훨 날아가 버렸다.

방이 너무 좋다.


“그럼 쉬십시오.”


시녀들이 물러가자, 나는 단박에 침대를 향해 점프했다.

와, 좋다.

오늘 던전 두 탕 뛴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

포탈로만 이동을 몇 번 했던가.

보기엔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포탈 이동은 체력 소모가 크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내 방이라는 곳을 감상했다.

침대는 두 팔을 대자로 쫙 뻗어도 끝에 닿지 않을만한 크기고,

다리마다 머리 9개 달린 드래곤이 조각되어 있는 원목책상,

해괴한 언어로 쓰인 책 가득한 책장,

식사할 수 있는 원형 탁자,

8명은 거뜬히 앉을 만한 소파,

그리고 발코니와 화장실까지 딸려있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호화스럽다는 뜻.

분식집 안의 우리 집은 좁은 방 두 칸이 전부였는데.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 건가.

부모 잘 만나서 비싼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하고 레벨 진급 쭉쭉 하는 헌터들을 보면 물론 부럽기는 했지.

저번에 던전에서 만났던 최 뭐시긴가 걔는 아빠가 헌터관리국 고위 간부라서 던전 공략 추첨에서 떨어지는 일도 별로 없다지?

국가가 위기 상황이라서 그런지, 어디를 가나 혈연이 최고인 세상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심 끝에 헌터관리국 앞 비싼 자리를 사서 분식집을 시작한 것도 다 고아인 나에게 어떻게든 인맥 만들어 주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거기서 분식집 하면서 헌터들과 친분을 쌓다 보면 그들의 친분으로 언젠가 손자도 진급할 날이 오겠지, 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다.

결국 유신의 도움으로 C급 던전에 들어가게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지금 이 방을 봐라.

내가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아마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보면 까무러칠 텐데.

엄마 죽기 전까지 정신 나간 x가 어디 길바닥에서 애를 만들어 오느냐고 얼마나 구박했다던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는 로또를 긁은 거였어요!

똑똑.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허공에 막 발차기를 날리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왕자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뭐, 뭘 말이냐?”


뭘 말하는 거지?

아까 아빠가 말한 힘 쓴다는 그건가?


내 말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벌컥 문이 열리더니 시스루 가운만 하나 걸친 구릿빛 피부의 미녀들이 쭉쭉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발걸음은 처음 본다.

저마다 녹색 눈, 빨간 눈, 보랏빛 눈, 땋은 은발. 긴 생머리 은발, 뽀글뽀글 은발······.

비슷하게 생겼지만 특징은 제각각이다.


“시작해라.”


시녀장이 명령하자, 열 명 남짓의 미녀들이 동시에 가운을 내렸다.


“무······. 뭐, 뭐, 하는 것이냐?”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체면을 잃고 그만 폭풍 말을 더듬어버렸다.


“왕자님, 저부터 품어주시어요.”


제일 오른쪽에 있던 곱슬머리의 여자가 매끈한 다리를 우아하게 내 침대에 걸쳤다.

시녀장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자, 일제히 다른 미녀들은 가운을 다시 걸치고 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이어진 시녀장의 말에 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왕자님. 극진한 손님을 모시는 모르고나의 전통입니다. 거절하신다면 폐하께서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시녀장이 문을 닫는 동시에,


“왕자님, 제가 즐겁게 해드릴게요.”


곱슬머리의 얼굴이 내 아래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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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4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15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19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2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7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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