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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왕 아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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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스터
작품등록일 :
2023.09.15 17:54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902
추천수 :
34
글자수 :
101,363

작성
23.09.27 19:28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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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DUMMY

우린 나머지 헌터들에게 현장을 맡겨두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유신의 낡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동안 땅거미들을 마주칠 때마다 유신은 주머니 속에서 폭탄을 꺼내 던졌다.

메인 보스가 죽었기 때문에 우리까지 나서서 땅거미들을 모조리 몰살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한지 유신은 운전대만 잡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나라는 인간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마 고민이 많겠지.

나는 그는 잠시 두고, 내 시스템 창을 열었다.


종합 레벨: Lv.27

-체력: 205

-근력: 165

-민첩: 222

-마력: 262

(배분 가능 포인트 : 1,321)

전용 특성: 괴수들의 주인, 미래를 보는 자

전용 스킬: 괴수 길들이기 Lv.2, 괴수 마음읽기 Lv.1


오, 모르고 있었는데 괴수 길들이기 스킬 레벨이 올라갔다.

아마 아까 자이언트 울프를 상대한 게 큰 모양.

지속 시간 역시 20초로 늘어났다.


분배 가능 포인트는 E급 던전에 들어갔던 것까지 무찌른 것까지 총 1,321포인트였다.

골고루 투자해야겠지만, 유신이 앞으로 나와 함께 할 테니······.

난 스킬을 위주로 써야 하니 체력과 마력을 못 쓰면 시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포인트를 배분하자, 머릿속에서 정신없이 알림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종합 레벨: Lv.33

-체력: 640

-근력: 420

-민첩: 475

-마력: 640

전용 특성: 괴수들의 주인, 미래를 보는 자

전용 스킬: 괴수 길들이기 Lv.2, 괴수 마음읽기 Lv.1


단숨에 레벨 5가 올랐다.

단전에서부터 힘이 솟으며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한 번에 원래 가지고 있던 스탯의 두 배가 넘는 포인트가 들어왔으니 체감될 만도 했다.


어느새 차는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뭔가 퍼뜩 생각난 듯이 유신이 라디오를 켰다.


-오늘 저녁 여섯 시 경. 서울 여의도 상공에서 괴수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일부 괴수가 헌터관리국 안으로 침입했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동시에 F급 던전에서는 4급 괴수종이 출몰하여 공략 헌터들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F급 던전에서 5급 이상의 괴수는 나온 적이 없는 만큼, 이례적인 일입니다.


“네 말이 사실이군.”


뉴스를 듣던 유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게이트가 25년 만에 다시 열렸고, 시민들은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말. 던전 공략 난이도가 올라갔어.”

“맞아. 힘을 합쳐야 해.”


나는 다시 한번 유신에게 어필했지만, 유신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자이언트 울프를 무찔렀는데 왜 보상 포인트가 200밖에 없었던 거지? 분명히 5급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힘이었는데 말이야.”


아, 그 생각하고 있었구나.

역시 기여도만큼 괴수를 죽인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게 맞았던 모양이다.

나는 기여도로 1,000포인트, 유신은 200포인트······.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가 개발했는지는 몰라도 시스템이 아주 공정하게 설계된 모양이다.


-유신 님이 우리를 구해주셨어요.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괴수 심장에 칼을······.


이번엔 현장에 있던 시민의 인터뷰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는 없었지만 유신 좋은 일만 했네.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내가 죽인 게 아니지.”


인터뷰를 듣던 유신이 민망했는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을 정정했다.

그러더니,


“아, 그거였군. 넌 나보다 포인트를 더 받았겠군.”


유신은 이내 깨달았다는 듯이 나를 흘겨본다.


“내가 널 살려준 거야.”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지, 유신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고맙다는 말은 못 들었다.


***


도착한 곳은 논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작은 언덕 아래,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빨간 지붕 집은 오래되어 보이긴 했지만 잘 정돈된 집이었다.


“왜 이런 데 사는 거야? 도시에 살면 병원 다니기도 좋을 텐데.”


나는 현관문을 여는 유신에게 질문했다.

차로 삼십 분 정도 걸리는, 도심과 가까운 곳이긴 했지만 그래도 시골은 시골이었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거야.”


내 말에 유신이 옅은 한숨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온통 캄캄했다.

내가 불을 켜려고 스위치에 손을 가져다 대자, 유신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불 켜면 안 돼.”


우린 벽에 의지한 채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히히힉. 히힉······.”


복도 맨 끝, 열린 문틈으로 희한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유신은 빠른 걸음으로 그 방으로 사라졌다.

내가 뒤이어 그 방으로 들어가자, 커튼이 단단하게 쳐진 침대 아래 누워있는 가녀린 소녀가 보였다.

미래에서 봤던 모습과 그대로다.


“안 심심했어? 이모가 주는 밥 잘 먹었어? 으이구, 이게 뭐야. 침이 다 흘렀네.”


유신은 수건으로 여동생의 침을 닦았다.

짜식, 꽤 다정한 구석이 있는 놈이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유신의 여동생을 관찰했다.

가녀린 두 손목은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되어 있었고,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왼쪽 뺨에서부터 목, 그리고 더 아래까지 나무껍질 같은 회녹색 포진이 잔뜩 퍼져있었다.

시간의 오브를 통해서 봤던 것보다 징그럽다.


‘나무사자’라는 괴수종에 물리고 나서 생긴 전염성 상처다.

심할 경우, 환각 증세까지 불러온다.

내 기억이 맞다면, ‘발로리프’라는 약초를 달여 먹으면 치유가 된다.


“전에 살던 집에 갑자기 던전이 생겼어. 괴수들이 우리를 공격했고, 그때를 계기로 난 각성했지. 괴수에 물린 여동생은 이렇게 됐고.”

“나무사자가 공격한 거지?”


내 아는 체에 대번에 날 바라보는 유신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응. 그 괴수들 때문에 우린 부모님을 잃었지.”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군.

물론 언젠가 미래에서 들었던 내용이겠지만, 나 목숨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해서 그런 감성적인 건 기억이 안 난다.


“진짜 치료할 수 있겠어? 치료비만 한 달에 일 억 넘게 들고 있는데, 더 나아지진 않아.”


어둠 속에서 날 바라보는 유신의 눈빛이 번득였다.

치료비만 한 달에 일 억이라니.

돈에 미친 냉혈한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 지쳐있는 얼굴이었나 보다.

얼굴에서 고단함이 느껴진다.


“고치면? 고치면 정말 내 파티원이 되어주는 건가?”


내 말에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유신.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네 미래에 내가 있나?”

“그럼. 당연하지.”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건 곧 알게 되겠지. 어떻게 할 계획이야?”

“약초를 구해올게.”

“좋아. 열흘 안에 돌아와. 당장은 날 필요로 하는 곳에 가 있을 테니까.”


유신은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소리도, 진동도 안 울려서 몰랐는데, 휴대폰을 꺼내는 와중에도 정신없이 알림 메시지가 화면에 뜨고 있었다.

아마도 갑자기 출몰한 괴수들 때문에 상위 랭크 헌터들이 많이 필요해진 모양.


“삼일이면 돼.”


내 말에 유신이 못미더운 얼굴로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자신 있다.


***


유신은 날 다시 분식집에 데려다줬다.

내가 죽는 줄 알고 마음 졸였던 할머니, 할아버지와 눈물의 재회를 했고,

그 다음, 괴수들이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가게를 새벽까지 치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간단하게 여벌의 속옷과 충전기, 그리고 포션을 백팩에 챙긴 후 집을 나섰다.

마침 옆집 무기상 사장 할아버지가 깨진 유리창을 손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그래. 다친 덴 없어 뵈이네?”


할아버지가 주름진 눈을 세모나게 뜨며 날 살폈다.

직원 놔두고 제일 먼저 내뺐을 텐데, 나중에 동네 사람들에게 내 얘길 들었나 보다.


“네, 뭐 그렇게 됐어요.”

“몸도 약한 애가 조심하지 않고······. 쯧쯧. 느그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알죠.”

“우리 가게에서 일이나 배우라니까, 그 위험한 헌터짓 계속한다고······.”


할아버지는 계속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삐죽거렸다.

참나, 일 배운다고 들어가면 부려 먹을 거면서.

나는 할아버지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평소 같으면 상대도 안 하는 할아버지를 지금 상대해 주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사장님,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어, 부탁? 뭔디?”

“저 차 좀 하나 빌려주세요.”


거래처에 무기 납품할 때가 많아서 이 할아버지 자동차가 많다.


“차를? 어디 가려구?”


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날 훑었다.


“어제 괴수들 때문에 가게 망가진 거. 물건 좀 사러 가야 하는데 양이 많아서요.”


다행히도 할아버지는 내 말에 빠르게 수긍한다.

유리창 몇 장 깨진 철물점보다 우리 분식집이 손해가 더 컸다.

고개를 끄덕이던 할아버지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봤다.


“맨입으론 안 되는디.”


암요, 그럴 줄 알았죠.

나는 할아버지 주머니에 돈 봉투를 찔러놓고 씨익 웃었다.

그제야 할아버지도 넉넉한 인상 좋은 아저씨 미소를 지어준다.


***


무기상 주인이 내어준 낡은 트럭을 타고 나는 용인으로 차를 몰았다.

근데 이 할아버지, 좋은 차도 많으면서 굳이 굳이 헌차를 골라준다.

현금을 몇 장 뺐어야 하는데, 제길.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바퀴가 빠질 것 같은 소리를 내는 트럭을 이끌고 도착한 경기도 용인의 어느 밭.

여기에도 고난이도 미션이 날 기다리고 있다.

트럭을 세우고 내리자, 초록초록한 잎들 사이에 열려있는 푸른색 열매가 쭉 펼쳐진 밭의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상위 등급이 던전의 주변에는 분출하는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주변 환경이 이계화 되어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용인의 이 밭도 마찬가지.

몇 해 전 생긴 A급 던전의 영향으로 이 근방엔 정체모를 동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부에서 민간인 접근금지구역을 만들어 놓고 연구했지만, 점점 많아지는 탓에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

그리고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이 식물, 발로리프는 몇 년 뒤, 나무사자병을 비롯한, 괴수에게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데 특효가 있다는 게 밝혀진다.


유신을 내 편으로 만들 기회이자, 다음 내 돈벌이 수단은 이거다.


“누구유?”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헐렁한 꽃무늬 셔츠에 장화를 신은 할아버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낯이 익은 걸 보니, 미래에서 본 이 밭의 주인인 것 같다.

아마, 농사짓던 밭을 희한한 식물이 뒤덮는 바람에, 아주 골치가 아파하셨었지.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 밭의 주인이신가요?”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훑었다.


“그런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 밭을 좀 살까해서요.”

“이 밭을?”

“네.”

“무슨 돈으로?”


던전 다니느라 다 탕진하긴 했지만, 난 아직 이 밭 정도는 매수할 돈이 남아있다.

청요석이나 던전의 진귀한 광물을 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풀밖에 없는 이계화된 땅은 보통 가치가 없다.

아마도 한 오천만 원이면······.


“이억인디? 이억 있어?”

“예?”


나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반문했다.

이건 없던 전개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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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4) 23.10.04 12 0 12쪽
17 <17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3) 23.10.01 14 2 10쪽
16 <16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2) 23.09.28 19 1 12쪽
» <15화> 밭을 좀 사겠습니다 (1) 23.09.27 20 1 12쪽
14 <14화> 잿빛 하늘의 시대 (3) 23.09.26 22 2 11쪽
13 <13화> 잿빛 하늘의 시대 (2) 23.09.25 22 2 12쪽
12 <12화> 잿빛 하늘의 시대 (1) 23.09.24 26 2 12쪽
11 <11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3) 23.09.23 26 2 13쪽
10 <10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2) 23.09.22 31 2 13쪽
9 <9화> F급 헌터는 돈이 많다 (1) 23.09.21 36 1 11쪽
8 <8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3) 23.09.20 42 1 13쪽
7 <7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2) 23.09.19 44 1 13쪽
6 <6화> 마왕의 권능이 생겼다 (1) 23.09.18 59 1 11쪽
5 <5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2) 23.09.17 75 2 14쪽
4 <4화> 내가 만찢남의 아들이라니? (1) 23.09.16 97 4 16쪽
3 <3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3) +1 23.09.15 106 3 15쪽
2 <2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2) 23.09.15 113 2 12쪽
1 <1화> 괴수들이 피해 다니는 F급 헌터 (1) +1 23.09.15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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