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i***** 님의 서재입니다.

유사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jinos73
작품등록일 :
2018.03.19 17:52
최근연재일 :
2018.05.11 12: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34
추천수 :
92
글자수 :
234,389

작성
18.04.09 12:00
조회
104
추천
2
글자
12쪽

아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세계는 질문으로 이루어진 시공간이다.




DUMMY

“유선. 이야 진짜 오랜만이다.”


“오빠.”


유선은 평소보다 훨씬 반갑게 선배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누군가에게 긴장감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유선은 선배에게 안겨 살짝 재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재영은 그녀가 원하던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눈은 선배에게, 정확히는 그의 목적을 이룰 계획에 포함된 자에게 향해 있었고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있었다. 가슴이 아파왔다. 선배는 그대로 유선의 적극적인 포옹에 놀란 눈치였다.


“오 유선. 이거 너무 반갑게 대해 주니 이 오빠 감격스럽긴 한데...?”


선배는 재영쪽을 바라보았다. 유선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선배는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박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박사의 업적과 명성에 대한 칭찬과 함께 자신들에 대한 기술자문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박사는 생각보다 잘 갖춰진 시스템과 그의 명예를 존중하고 극찬해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조직에 속해 있는 그의 제자 몇이 다가와 환호를 해주자 가뜩이나 외롭고 고립된 삶 가운데 있던 그는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그 모습을 기분 좋게 바라보던 선배는 곧 재영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재영도 선뜻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앞의 두 사람과 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둘은 복선이 잔뜩 깔린 눈빛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자신의 잣대로 난도질을 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선배였다.


“제 이름은 오영이라고 합니다. 오메가 시리즈의 오리지널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선아에게 주었던 보안드라이브는 전용커넥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그걸로 여길 훤희 들여다보시고 미리 연락도 주시고 게다가 저희 센터 물리, 비물리 보안망을 모두 시원하게 뚫어 주시니 정신이 아찔하더군요. 덕분에 우리 보안팀장과 팀원들 비상입니다. 오메가 오리지널은 특별하다더니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그렇죠 박사님?”


오영은 재영과 박사를 번갈아보며 호의를 보여줌과 동시에 재영의 정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재영은 싱긋 웃어보였다.


“네 저는 심재영이라고 합니다. 오메가 오리지널 같은 제품명으로 불리는 건 좀 어색하네요. 어쨌거나 유선과 목숨 걸고 찾아왔는데 보안 문제는 너그러이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 네. 제가 실수했네요. 기분을 상하게 해드리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사과드립니다. 방송에서 선아가 활약하는 모습 저도 봤습니다. 그래 선아 넌 괜찮니? 다친 데 없고?”


오영은 유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유선은 괜찮다고 하며 재영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정확히는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정말 기계라도 된 것일까? 확실한 건 그의 사고 중심축에서 그녀는 밀려났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왜 그의 리미트해제를 말리지 못했을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을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한없이 따뜻했던 그의 마음은 옛 기억처럼 사라져버렸고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오영은 세 사람에게 AHU의 조직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책임자들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조직은 크게 4개로 나뉘어 있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조직을 홍보하고 활동을 알리는 홍보선전부, 내부사상교육과 보안 및 운영을 맡고 있는 사상운영부, 능력 있는 조직원을 모집하는 대외섭외부, 온오프라인 투쟁을 맡고 있는 무력부가 그것이다. 무력부장 리차드(AHU는 보안을 위해 가명을 사용)는 재영에게 와서 괜히 인상을 쓰고 우락부락한 팔 근육을 보여주었다. 재영은 픽 웃으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무력은 이쪽이라며 유선을 가리켰다. 리차드는 당황하며 가냘픈(?) 유선을 가리키고서 그럴 리 없다며 비웃는 듯 입을 씰룩거렸다. 이내 유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리차드를 보지도 않고 그녀를 가리키는 그의 손을 잡고 크게 몸 전체를 흔들어주었다. 리차드는 깜짝 놀라 저항해보았지만 갈대처럼 흔들리는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들 이 희한한 광경에 놀라고 또 즐거워했다. 유선은 뾰로통해서 재영을 노려보았다. 물론 그는 딴전을 피웠다. 다들 웃는 사이 섭외부장인 카리옷이 재영에게 다가왔다. 흰 피부에 훤칠한 키, 몸에 배어있는 매너까지 섭외부장이란 직함에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는 먼저 유선과 박사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 곧 이어 재영에게 악수를 건넸다.


“심재영님. 귀하를 오랫동안 찾았습니다. 이렇게 본인 발로 찾아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감격스럽네요. 오메가 오리지널이란 비인간적인 호칭에 기분이 나쁘시겠지만 저희한테 아주 큰 의미가 있기에 수장께서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정말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재영의 오른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렇군요. 이거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는데 저로서도 안심이 됩니다. 사실 네트워크를 뒤지면서 AHU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은 받긴 했습니다만 이제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해지는 군요. 저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변해서 제 존재에 대한 규정과 이 능력들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무엇에 기여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방에 순수한(?) 노박사와 리차드 뿐이었다. 카리옷 또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오영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카리옷은 재영에게 오영과 셋이서 나눌 얘기가 있다며 유선과 박사에게 센터 ‘아둘람’의 안내를 리차드에게 부탁했다. 리차드는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 앞장섰다. 그는 과시하며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겉보기와 달리 말이 많았지만 좋은 사람 같았다. 유선은 힘에서 밀린 탓인지 자신에게 과도하게 공손한 리차드를 보며 웃음이 나왔지만 재영만 따로 불러간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쓰여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아 너는?”


“쉿! 여기서는 제니라고 합니다.”


“어? 그래 그래. 제니 오랜만이다. 너 여기 소속이야? 이게 얼마만이니?”


“네 여기 있게 되었어요. 언니 정말 반가워요.”


둘은 서로를 뜨겁게 안아주었다. 제니는 알파 시리즈의 유사인간으로 유선과는 같은 시기에 불의의 사고 후 같이 시술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둘은 변해버린 몸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언니. 우리 다시 동지가 되었네요?”


“그러게.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 보네. 살아 있는 걸 감사하자고 했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은 것 같아.”


“하아. 그러게요. 아름답고 반영구적인 몸을 얻었는데 그 때문에 배척받고 공격받고 미움 받게 되었어요. 그냥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인데. 마치 판타지 소설 속의 돌연변이라도 된 것 같아요.”


둘이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리차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감성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감수성까지 예민한 근육맨이었던 것이다. 박사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황급히 눈물을 감추었다. 제니까지 합세한 팀은 아둘람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멤버들이 함께 하는 것에 유선과 박사는 놀랐다. 또 많은 유사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며 갈 곳을 잃은 신인류들의 현주소를 확인하기도 했다. 숙소는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명동성당의 오래된 지하시설이었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복도와 세월이 갉아먹은 나무 장식들은 마치 *카타콤에 온 느낌이었다. 제니는 명동성당의 주임신부가 자신들과 같이 사고 후 안드로이드로 전신을 교체한 분이라고 알려주었다. 또한 바티칸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신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성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미 탄생해버린 생명에 대해서는 교구나 책임자에 따라 의견이 많이 달라서 논쟁 중이라고 했다. 명동성당을 비롯한 서울대교구에서도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이미 탄생한 유사인간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사용하지 않던 지하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헌금형식으로 유지비는 내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숙소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소규모 인공태양의 역할을 하는 선라이트 시스템과 자연통풍형 시스템이 되어 있어 지하 특유의 냄새나 답답함이 없었다. 유선은 침대에 몸이 녹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깨끗하고 푹신한 이불은 그녀의 몸을 옭아매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피곤했구나 유선. 고생했어. 엄청난 일을 해냈어. 비겁하게 도망만 가던 네가 정말 대단했어. 뭐 남자친구란 인간이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좋아지겠지. 넌 최선을 다했어.’ 좀 더 자신을 격려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강대한 힘도 깊은 잠을 재촉하는 눈꺼풀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카타콤 :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무덤들 가운데’라는 뜻이다. 좁고 긴 통로로 이루어진 고대 지하묘지 양식으로 로마 제국 당시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도 여지없이 눈이 떠졌구나. 저주 한다 내 눈이여. 무슨 영광을 보려고 기어코 눈꺼풀을 여는가? 태양? 구름? 푸른 바다? 그래 한 때 저 너른 들의 붉은 사슴이 내게 몸을 부비기 위해 아침마다 찾아왔었지. 너도밤나무 아래에서는 *카츠벡 산에서부터 용감하게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러 온 젊은 곰 *아바노와 함께 짧은 오후 햇살을 즐기던 기억이 나는군. 시냇물 졸졸졸 흘러갈 때 내는 선율은 정말 시원했고 산들바람은 사랑하는 여인처럼 온몸을 휘감아오는 부드러움이었지. 그래 모두가 나에게 호의를 표시했고 이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 아 그 시절, 그 장소, 그 소리, 수많은 친구들 모두 그립구나. *카프카스여. 그대를 사랑했던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제우스. 편협하기 짝이 없는 올림푸스의 제왕. 탐욕스럽고 자기들 밖에 모르는 올림푸스의 잡신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지. 자신들이 만들고 자신들이 벌하고 탐욕하고 또 탐욕해서 세상이 멸망할 지경인데도 반성이라곤 결코 하지 않는 자들. 아! 나는 그때 끝까지 싸웠어야 했어. 끝까지 싸우고 세계 속으로 이 하잘 것 없는 존재를 흩뿌렸어야 했는데. 어리석은 예지의 능은 이 비참함과 부당함은 보지도 못하고 그저 단순한 패배의 역사 앞에 무릎 꿇는 선택만을 강요했구나. 이런 내가 신이라니! 죽지도 못하는 그저 얼간이일 뿐이다.


빌어먹을. 오늘도 저주받을 검은 사자들이 날아오는 구나. 내 붉은 과실이 그리 맛있더냐? 내 울부짖음이 그리 달콤하더냐? 선혈을 사랑하는 이 악마들아 그래 저 불타오르는 태양이라도 가려다오. 고작 차가운 밤을 데우고 따뜻한 아침 한 끼를 허락하지 못해 이런 짓을 하는 자들이여 그대가 신인가? 오냐 나는 이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끝까지 가보겠어. 하하하하. 내일의 심장이여. 그대에게 내 경의를 보내는 바이다.>

*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다는 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 의해 형벌에 처해졌던 곳이 조지아와 러시아 국경지역의 카프카스 산맥으로 알려져 있으며 산맥 내 카츠벡 산이 그 장소일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믿고 있다. 아바노는 카츠벡산 아래 테레크강에 위치한 해발3천미티의 협곡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사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자각 18.04.10 118 2 12쪽
» 아후 18.04.09 105 2 12쪽
15 교차점 18.04.07 125 1 15쪽
14 탈피 18.04.06 105 3 10쪽
13 리미트 해제 18.04.05 122 2 10쪽
12 전쟁인간 +1 18.04.04 140 2 13쪽
11 노박사 18.04.03 132 1 12쪽
10 도피 18.04.02 145 2 18쪽
9 그녀는 강했다 18.03.31 141 2 14쪽
8 기다림 18.03.30 154 1 12쪽
7 18.03.29 162 3 13쪽
6 인간의 조건(2) +1 18.03.28 205 3 22쪽
5 인간의 조건(1) 18.03.27 206 4 11쪽
4 그녀의 정체 +1 18.03.26 279 4 12쪽
3 새벽 열차를 타다 +2 18.03.24 307 6 13쪽
2 진짜 이름 +4 18.03.23 389 10 8쪽
1 Who am I? +5 18.03.22 593 1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