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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1,096,639
추천수 :
26,687
글자수 :
965,048

작성
13.09.25 23:03
조회
9,098
추천
204
글자
8쪽

웅크린자의 시간 25

DUMMY

기어가는 무언가를 한 녀석이 지나가다 공격했다.

처음에 나는 지금까지 숨어있던 생존자가 몰래 기어서 도망치다 녀석에게 걸려 뜯어 먹히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사람 특유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고 좀비 특유의 소리만이 들려왔다.

수상한 마음에 캠코더를 켜 줌으로 땡겨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는 내 눈에 그 물체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통을 아는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물체는 일그러진 얼굴에 충열 된 눈동자, 왼팔과 왼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좀비였다.


좀비가 좀비를 잡아먹었다.

‘좀비가 좀비를 먹는다고?’

이것은 처음 좀비가 출현한 이후로 처음 생겨난 현상이었다.

처음에 한 좀비가 그 좀비를 공격했고 뜯어먹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주위에 있던 녀석들 중 한 녀석이 가세해 같이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잘못 본 건지, 원래 사람이었는데 지금 물려서 좀비가 된 건 아닌가 하여 더욱 자세히 계속 살펴보았는데 옷차림이며 먹히고 있는 녀석의 좀비 특유의 몸짓이며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이 보였는데 먹히던 좀비는 뼈만을 남겼다.


나는 이러한 새로운 사건에 점심밥 먹을 생각도 잊은 채 내내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새롭다고 할까?

지금까지 매일매일 녀석들을 관찰하며 지내왔지만. 그동안 민생고 해결에 바빠 소홀했던 점도 있었고 매일 보다 보니 익숙해 졌는지 대충 넘어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 사건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자 곧 녀석들이 뭔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녀석들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춥더라도 녀석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늘려야겠구나!’ 속으로 생각하다 ‘아무래도 난로 속에 넣을 대체품을 빨리 찾아야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리곤 3일간의 지루한 추적이 시작되었다.


시꺼메진 얼굴에 떡이진 머리카락의 나는, 제대로 씻지 못해서 생긴 뾰루지를 때가 낀 손톱으로 무의식적으로 짜대며 그동안 관찰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그동안의 좀비들은 사람을 공격해 동료로 만들거나 잡아먹었고 동물들마저도 잡아먹었다. 그 이후 잡아먹을 대상이 사라지자 이리저리 배회하며 발에 걸린 물체 중 인간의 시체나 그 일부분들은 마저 뜯어 먹었고 좀비 시체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도 가끔 개나 고양이는 나타났고 겨울이 되자 멧돼지까지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느려지기 시작하는 좀비들 덕분인지 이젠 종종 살아서 돌아가는 녀석들이 생길 정도로 녀석들의 움직임은 둔해졌다.

그러다 좀비가 좀비를 먹기 시작한 게 포착되었다.

보통 살아서 움직이는 동족보다는 시체를 선호하는 듯 보였지만 최초 발견 때처럼 병약해 보이거나 다리가 부족해 기어 다니는 좀비들도 대상이 되고는 하였다.


좀비의 시체는 대부분 초창기에 발생되었는데 그 수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엔 초기 좀비 발생 시기에 유리창 밖으로 떨어져서 죽은 좀비 시체가 참 많았다.

이곳은 전에 300세대가 살았던 아파트 단지였고 주변에 일반 주택들도 다수가 존재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세대수를 한 가구당 3인 기준으로 계산해 보더라도 대략 1000여 명이 살았다고 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이리저리 초기에 사망한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이 근처 주택에서 거주하던 주민들도 있는 것이다.

지금 밖에 어슬렁거리는 좀비의 숫자가 대략 오백여 마리에 대충 좀비 시체만 해도 대략 한 백은 되어 보인다.

대부분이 떨어져 죽은 녀석들이라 썩 그리 보기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다 없어질 듯하다.


아 캠코더로 새롭게 알아낸 사실인데 난 처음에 떨어져 죽은 좀비들이 밖에 소리에 끌려 샤시 유리창을 깨고 떨어져 죽은 줄로 알았다.

그때 무수히 뭔가를 부수며 떨어지던 좀비들과 가끔 들리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그렇게만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캠코더로 확인해본 결과 베란다 외부의 샤시 유리창은 화재로 깨진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샤시 유리창들은 멀쩡했고 대신 열려있는 창문의 방충망들 대부분이 너덜거리는 것이 아마도 녀석들은 그곳으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난 지금부터 3일 동안 녀석들을 관찰한 결과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일단 초창기의 녀석들은 외부의 자극에 끌려 이동하거나 공격할 때 움직이는 속도가 걷기와 달리기의 중간 정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 녀석들은 보통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처음엔 ‘겨울이라 녀석들도 추위를 타나?’하고 생각했었지만, 녀석들 중 동족들을 잡아먹은 녀석의 속도가 안 먹은 녀석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본 뒤에는 섣불리 단정하기 이르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점이라면 녀석들의 피부가 많이 말라 보이는 게 뻣뻣해 거칠어 보였다.

마치 덜 마른 조기 같다고나 할까?

녀석들과 전쟁을 치르며 맞상대한 그때의 녀석들은 덜 마른 조기보다는 잡은 지 며칠 된 상한 물고기 같아 보였었다.

나는 내가 처리한 좀비들의 상태를 살펴보곤 녀석들의 차이점을 알았다.

예전에 죽은 놈들은 바짝 바른 조기 같았다.

초창기 좀비가 살짝 상한 물고기라면, 동족을 잡아먹는 녀석들은 덜 마른 물고기, 죽은 지 오래된 녀석들은 바짝 마른 물고기에 비유할 만했고 그리고 미라처럼 썩지 않고 마르기만 했다.


‘죽은 녀석들과 저 녀석들의 차이가 뭘까 혹시 이 녀석들 먹을 게 없어져서 동족을 잡아먹은 거 아니야?’

이 가설이 맞는다면 지금 이 변화들이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지만 일단 더 관찰해 보아야 한다.

난 녀석들이 서로를 무생물들처럼 여겨 의식도 하지 않는다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으로 한번 식사를 마친 좀비들은 배가 불러선지 다시금 식사를 시도하는 녀석은 보지 못했고 그들을 대신해서 그동안 식사를 거르던 좀비들이 동족들의 시체에 덤벼들었다.

로테이션식으로 돌아가며 식사를 하는 녀석들로 인해 좀비 시체들을 위주로 하나둘 모습이 사라지며 뼈만을 남기었다.

좀비 한 마리가 한번에 먹는 양은 보통 좀비 시체의 1/3 정도로 좀비 세 마리가 보통 좀비 시체 하나를 해치우는 것이었는데 세 마리가 우루루 몰려가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는 건 아니었고 대중없이 그 정도 양을 알아서들 먹어치우고 있었다.

내 가설이 맞는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다면 이미 식사를 마친 녀석들이라도 또다시 허기가 질 테고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지리라 예상되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후엔 좀비 시체 등은 모두 사라지게 될 테고 그다음은 아마 동족들 중 약한 녀석들이 대상이 되어 잡아먹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고 약 4천만 명이 좀비가 됐다고 가정해보면 석 달 뒤에 3천만 명, 그 뒤엔 아 아 머리야.’

그동안 생각보다 잘 돌아가던 머리는 의외의 숫자 공격에 제대로 계산해 내지 못한 채 대략 이 정도 되겠지 하며 띄엄띄엄 계산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듬떠듬 숫자를 줄여나가다 문득 한 몇 년 뒷면 서로 잡아먹다가 좀비가 다 없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가 사라진다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근데 그때까지 여기서 버틸 수 있나?’

대충한 계산상으로도 이삼년은 걸릴 거라 생각이 들자 헛된 꿈이라 생각됐다.

정확하지 않은 추정에 명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므로 계속 관찰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다시금 배가 고파지는 시기를 알고자 동족을 먹어 치운 놈들 중 식별이 가능하도록 나이, 성별, 인상착의, 옷차림 등을 식사한 일자별로 나누어 따로 기록하기로 했다.


아마도 올겨울은 무지 춥겠다.


작가의말

오늘은 좀 늦었네요

기다리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새로운 좀비의 모습이 나오지요?

이건 처음부터 계획된 것으로 아마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좀비들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스포일려나요?

아무튼 그때는 아직 멀었으니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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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8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12 2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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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9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6 4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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