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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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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5,048

작성
13.09.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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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웅크린자의 시간 17

DUMMY

나는 내 보금자리 왼편의 붙박이장을 열고 그 안의 물건들을 모조리 거실로 옮겼다. 그리고 나머지 작업 준비를 모두 마친 뒤, 옆집에 침입했던 방식 그대로 바닥에서 약 1m 높이에 구멍을 뚫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이 마그네슘 보드는 힘주어 밀면 바로 통로가 생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지 못했고 강도도 약했다. 하지만 반대편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밀한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또 반대편에 뭐가 어떻게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구멍의 넓이가 한 10cm 정도 되어갈 때쯤 옆집 실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나는 진행하던 일손을 그대로 멈추고 옆에 놓아둔 단창을 조용히 집어 들었는데, 그 순간 옆집 앞 베란다에 좀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뒤로 뭐가 언뜻 보이는 모습이 아무래도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젠장 몇 놈이나 있는 거야.’

내가 군대에서 배운 총검술 자세를 완성시킬동안, 녀석들 중 하나가 내가 숨어있는 걸 인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윽고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려대기 시작하더니, 내가 뚫어 놓은 구멍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구멍은 전체 사이즈가 녀석의 머리 크기보다 훨씬 작았는데, 녀석은 구멍의 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 전체로 돌진하며 구멍과 구멍의 주위를 부숴버리며 뭉개버렸다.

좀비는 그 순간 머리와 어깨 일부가 구멍에 틀어박힌 모양새가 되었고, 좀비의 움직임에 따라 그 구멍이 더욱 넓어지더니, 마그네슘 보드 전체가 들썩거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멈춰있는 좀비라니.’

난 이게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난 머리와 어깨가 박혀 빠져나가려고 몸을 흔들어대는 녀석의 눈구멍을 향해, 군대에서 배운 총검술 기본자체를 취하며 깊고 강하게 찔러 총을 찔러넣었다.

단창은 그 쓰임대로 녀석의 눈에 제대로 박혔고 이내 좀비는 그 발버둥을 멈추었다. 하지만 단창이 녀석의 눈에 박히던 순간 마그네슘 보드의 위쪽이 뚫리며 새로운 좀비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녀석은 나를 놀래 키는 데는 제대로 성공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붙박이장의 선반 사이에 걸려 완전히 뚫고 나오지도 못하고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고만 있었다.

만약 걸리지 않고 바로 내게 덮쳐들었다면 아마 난 저 녀석에게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그 옆의 보드마저 뚫리며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이곳엔 좀비가 셋 이였던 모양이다.

녀석들의 순차적 공격으로 인해 마그네슘 보드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나는 허우적대는 두 좀비의 팔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처음 공격한 좀비의 눈에서 단창을 빼내서 고쳐 잡은 뒤, 이윽고 방금전처럼 총검술 자세를 다시 한 번 잡고 나선, 다른 두 녀석마저도 차례차례 단창으로 찌르기 시작하였다.

녀석은 자신에게 공격이 가해지는지도 모르고 피하지도 않은 채로 적의만을 드러냈는데, 둘 중 하나는 처음과 같이 해치웠고 또 다른 하나는 실험 삼아 목을 찔렀다.

단창의 날에 목이 절반 정도 잘린 좀비는 그래도 죽지 않고 몸을 조금씩 까딱거리고 있었는데, 난 좀비의 머리카락을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정글도로 뒷목 부분을 잘라 녀석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것은 내가 과감해서 저지른 게 아니라 녀석들이 죽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었다.

위급한 순간이라면 시도조차 못 했겠지만, 이번에는 다행히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세 마리라니, 혹시 안에 더 남아 있을까?’

녀석들이 더 있을까 하여 옆집 실내를 다시금 살피려는데, 좀비 한 마리가 더 옆집 앞 베란다에 급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놈들은 도무지 학습이라는 걸 모르는지 똑같은 패턴으로 곧바로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내 앞은 세 놈이 엎드려있는 상태, 여기에 한 놈의 무게가 더 추가된다면, 선반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선반이 무너지면 큰소리가 날 테고 큰소리가 나면 밖의 녀석들이 움직일 것이다.

지금까지 난 소리만 해도 바깥의 녀석들이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더 이상의 소리가 나는 것은 지금의 나로서는 곤란한 문제였다.

나는 새로 나타난 좀비가 나를 공격하려 들어오자, 방금 전 목을 자를 때 쓰던 정글도로 기다리지 않고 마주쳐 나갔다. 그리고 붙박이장 선반 사이를 지나 오른팔을 들이밀며 좀비가 선반에 덮쳐지기 전에 먼저 놈을 공격했다.

나는 놈의 아래에서 위쪽으로 정글도를 찔러 들어갔는데, 좀비는 곧바로 내게 다가오다 턱 아래로의 공격을 고스란히 허용했고, 나의 정글도는 그대로 좀비의 턱 아랫부분을 파고들어 가, 머릿속에 박혀 들며 녀석의 움직임을 저지시켰다.

마지막 녀석은 나를 죽이지 못했고, 선반을 무너뜨리는데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내 일격필살에 걸려 운 없게 죽게 되었지만, 그 결과로 난 오른쪽 손목을 삐고 말았다.

상황이 급박해서 단창으로 바꿔 쥘 시간조차 없이 정글도를 그대로 무기로 사용했는데, 정글도는 내 생각만큼 충분히 무겁지 못하였는지 공격에는 성공했지만 대신 내 손목에도 무리를 주었다.

손목이 덜렁거리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천만다행으로 골절상은 아닌 듯싶었다.

만약에 오른손에 골절상이라도 당했다면 아마도 난 더 이상 산목숨이 아닐까 싶다.


나는 좀비가 쓰러지자 저절로 빠진 정글도를 허리에 차고 단창을 오른손 대신에 왼손잡이처럼 어색하게 부여잡았다.

이젠 한 손은 거들뿐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후퇴하기도 어려웠다.

일단은 이곳에 통로가 생겨버렸으니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되건 어쨌든 끝을 보아야 했다.

혹시나 또 다른 좀비가 나타날까 싶어 엉망이 된 붙박이장 너머에서 조용히 대기하던 나는 한참을 기다려도 새로운 낌새가 나타나지 않자 말없이 조용하게 선반을 분리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붙박이장 선반에 걸린 녀석들을 밀어내고 선반을 아래에서 툭 치며 선반을 붙박이 장에서 제거해내기 시작했다.

조립식 구조의 선반은 순식간에 제거가 되었고, 커다랗게 통로가 생기자 이내 옆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똑같이 거울을 사용해 실내의 이상 유무를 파악해보기 시작하였다.

실내는 조용했고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현관문은 문을 열어둘 때 사용하는 노루발이 내려가 있는 상태로 만약 현관문을 먼저 처리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다른 녀석들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이곳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는 외부에서의 새로운 좀비의 유입을 일단 차단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용히 거실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에 다가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고 열려있는 두 방문 안쪽과 화장실 안까지 주시하며 이동했는데, 갑작스럽게 새로운 뭔가가 나타나지 않는지를 예의 주시하며 주의를 기울이며 살펴대기 시작하였다.

나는 거실 안에서 실내의 열린 공간 모두를 경계하느라 초조함과 긴장에 사로잡혀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한발 한발 내디딘 발걸음은 어느새 현관 앞에 정지해 있었고 마침내 현관문을 닫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현관문을 닫으며 내 눈에 보이는 시야엔 화장실과 건넛방 두 곳 모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자 긴장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며 지친 몸을 가만히 현관문에 기대었는데, 등 뒤로 느껴지는 현관문의 차가운 감촉에 순간 나도 모르게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직 실내의 모든 곳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예의 특공대 놀이를 하며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하였고 집안의 구석구석을 수색하며 돌아다니며 한 곳 한 곳 차근차근 정리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더 이상의 좀비는 다행히도 없었다.


네 마리였다, 네 마리.

첫 맞대결 이후 전투에서 네 마리의 공격을 받았고 그놈들을 죽였다. 하지만 그냥 정면에서 장애물 없이 놈들과 상대했었다면 아마도 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오른 손목이 삐는 것으로 끝낼 수가 있었지만, 좀비가 한두 마리라도 더 있던 상황이었다면 부상까지 입은 상태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뻔했다.

앞 베란다에서 내가 죽인 건장한 네 남자 좀비는 실내에서 보이는 사진을 보나 각자의 얼굴 생김생김이 다른 것이 이 집안의 한가족들은 아닌 것 같아 보였고, 아마도 열린 현관문을 통하여 미리 들어와 있었던지, 아니면 현관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내는 소리를 듣고서 다가와서 공격한 것으로 보였다.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행운아인지 착각할 정도로 내가 움직이고 행동함에 있어 운이 따라주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하지만 행운아라면 이런 상황 자체가 없을 테니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행운의 여신이 언제까지 버프를 내려줄지는 몰라도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맘뿐이다. 그리고 이번 공략을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

일단 난 부상 상태로 부상에서 완쾌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의 준비상태 또한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걸 이번 공략을 계기로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아까 내가 연달아 공격당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무기라고는 단창과 정글도 단둘 뿐, 아무래도 무장이 너무 소홀한 듯싶었다.

일단 쉬면서 손목의 부상을 치료하고 차차 무기도 늘려서 공격의 옵션을 다양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1주일간 난 손목의 치료를 위해 잠시간의 시간을 보냈고, 또 약 1주일간은 손목의 재활 겸 전투의 준비를 위해 나름 시간을 보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나에겐 메딕이란게 없었으므로 인해 소중한 간호 따위는 일절 없었다.

그냥 치료제는 파스와 시간뿐, 재활훈련이라는 게 무기 만들기가 다였으니 참으로 우울한 인생 아닌가 싶다.

나는 재활운동을 겸한 전투 장비의 확충을 위해 몇 가지 무기와 함께 방어구도 새로 만들었다.

단창 하나와 장창 하나를 전에 단창을 만들던 방식 그대로 만들었고, 거실 내에서 붙박이장의 선반처럼 장애물 역할을 해줄 구조물 또한 만들었다.

이 구조물은 붙박이장의 선반의 역할을 거실 내에서도 사용하기 위해서 고안하여 만들었는데, 재료는 세집의 천장에 붙어있던 빨래건조대를 해체해서 조달하였다.

구조는 간단하게 사다리처럼 생긴 표면에, 직사각형의 박스 형태로, 가로 1m 50cm, 세로 1m 70cm 정도의 크기로, 충격에 부서지지 않도록, 내부모서리를 X자 형태로 고정되게끔 처리하였는데, 분해가 가능한 조립식 형태로 만들었다.

옆집들의 공략을 두 가지 경우로 구분하였는데, 1차는 내부 진입 전에 내가 취할 행동요령이었고, 2차는 내부 진입 후에 내가 취할 행동요령이었다.

1차 시기에는 붙박이장 선반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의 활동을 동시에 하기로 준비하였고, 2차 시기에는 선반을 대신해 장애물로 앞을 가려서 공격과 방어를 함께 수행하도록 준비하였다. 그리고 나는 공격의 옵션을 주기 위해 새로운 무기 하나를 이번 기회에 제작하였다.

그 무기의 이름은 다름 아닌 쇠뇌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늦더라도 매일 한편씩은 이루어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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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9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6 4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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