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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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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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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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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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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도둑

DUMMY

작은 얼굴은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달싹댄다.

눈빛에는 얼핏 원망마저 서렸다.

호떡집 주인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설탕 앙금이라, 그냥 맛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뜨거워서···.”

“흐음.”

“믿으셔도 됩니다.”


유송이 데인 입 주변을 손등으로 꾹꾹 눌렀다.

녹호는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입가에 묻은 앙금을 닦아다가 제 입에 가져간다.


“갑자기 무슨

“5개 더.”


녹은 설탕은 아마 달달할 테지.

만족했는지 카드를 꺼내 호떡집 주인에게 건네준다.


“다음은 어디야?”

“아, 옆에 닭꼬치 집도 보입니다.”


유송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그 말대로, 몇 걸음 걸어가자 닭꼬치 집도 있었다.

여기서도 녹호는···


“일단 하나.”


아까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역시나 방금 그랬듯이, 닭꼬치를 건네받고선 자연스레 기미상궁에게 내민다.


“아니, 녹호 씨. 의심하지 않아도··· 읍!”

“흐음.” “···평범하게 맛있습니다.”

“그래? 그럼 5개 더.”


닭꼬치 집 주인은 잠깐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을 짓는다.

카드를 받으면서도 녹호와 유송을 번갈아 본다.


“아휴, 보기 좋아라. 하나 더 넣어줄게요.”


이내 알아서 납득하더니, 음식을 잔뜩 챙겨준다.

유송은 녹호가 입을 열기 전에 얼른 비닐봉지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또 와요.”

“네.”


유송이 녹호를 빠르게 이끌었다.


“뭐야?”

“별일 아닙니다. 그런데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닭꼬치와 호떡 각각 다섯 개.

적은 양은 아니었다.

평범한 두 사람이 먹기에는 그랬다.


“저기 만두도 파네.”


녹호는 성큼성큼 앞장서서 나아갔다.

유송도 어쩔 수 없이 급히 뒤따랐다.


“어이구, 손님. 얼마나 드릴까요?”

“녹호 씨, 이번에는 저한테 먹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나운 얼굴이 고개를 돌렸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모습에, 유송은 기가 질려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입을 조심스레 벌렸다.

역시나 주면 먹어야 했다.


“만두는 먹어봤어.”

“···예?”

“맛 안다고. 그런데 널 왜 먹여?”


녹호가 카드를 만둣집 주인에게 내밀었다.


“종류별로 하나씩. 아, 고기만두는 두 팩.”

“잠시만 기다리세요.”


유송이 멍하게 있는 동안 하얀 스티로폼 용기는 쌓여갔다.

그렇게 7팩이 검은 봉지에 담겼다.


“들어.”

“아, 네.”


묵직한 봉투를 들면서 가느다란 몸이 휘청였다.

녹호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발길을 옮겼다.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뭔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또 사실 물건이 있습니까?”


유송이 불안한 표정을 지을 때쯤, 성큼 움직이던 발걸음이 한 건물로 향했다.


“여긴 모텔···.”

“뭘 멀뚱히 서 있어? 들어가자.”


허름한 모텔로 들어가는 발길.

하지만 숙박시설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단순한 숙박과 거리가 멀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작은 얼굴에는 망설임이 깃들었다.

이내 단단히 결심한 표정을 짓고선 따라 들어간다.



***


모텔 침대.

녹호가 그 중앙에 앉았고, 주변에는 많은 음식을 주르륵 늘어놓았다.

벌써 먹은 지 한참 됐는지, 이미 절반 정도는 비워졌다.


“먹으면서도 불편하네.”

“보통은 모텔 내에서 식사를 안 합니다.”


유송은 그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면서 말했다.


“숙박시설이잖아? 식사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건 맞지만···. 원래 용도랑 다르게 쓰는 경우는 많습니다. 물파스도 근육통에 안 쓰고 모기 물렸을 때만 바르듯이 말입니다.”

“여기선 주로 뭘 하는데?”

“어···, 음···. 씻고 잡니다.”


녹호는 느긋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몇 개 먹어도 되는데?”

“속이 안 받습니다.”

“그래?”


배부른 듯이 보이는 얼굴.

호떡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고개를 유송에게 돌린다.


“···아니, 녹호 씨?”

“흠, 확실히 속이 울렁거리긴 합니다.”


사나웠던 얼굴은 곱게 변해서 찌푸려졌다.

몸 상태가 안 좋은 탓이다.

유송으로 변한 녹호는 커다란 옷이 거슬리는지 가슴을 벅벅 긁는다.


“제 몸으로 그렇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내 몸입니다.”

“놀리지 마십시오!”


진짜 유송이 다급하게 다가가 헐렁한 옷을 뒤진다.

그리고 녹호 사진을 꺼내 오물거리는 유송에게 보여준다.

고운 얼굴이 다시 사나운 이목구비로 변하도록.


“참 유난이야. 이 몸뚱이인 이상, 언제든 이럴 수 있는데.”

“제 눈에 보일 때만이라도 부탁드립니다.”

“하는 거 봐서.”


녹호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변신하면 체력 소모가 심하십니까?”

“응?”

“다시 빨리 드시길래···.”


그 말대로였다.

아까와 달리, 배부른 기색조차 없었다.

다시 입에 집어넣는 속도가 빨라졌다.

꼭 이제야 식사를 시작한 것처럼.


“변신이라니까? 그런데 뱃속에 음식이 왜 남아 있어?”

“아···.”

“반대도 돼. 육포 한 줌만 있으면 한 달은 버티지.”

“기억해두겠습니다.”


남은 음식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녹호는 봉지에 쓰레기를 대충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해? 가야지.”

“어디로 모시면 됩니까?”

“집. 영화 본다며?”


세상 사는 법을 익히기 위한 외출.

하지만 더는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상식이란, 지금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심부름시키며 살아갈 인생이니까.



***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하늘이 선명할 정도로 파랗다.

당연하게도 사용인 역시 그대로 있었고, 중년 수행원도 실내 주차장에서 녹호와 유송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녹호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유송이 주차할 동안 수행원에게 여유롭게 지시했다.


“영화 볼 거야. 그동안 먹을 간식이랑 음료수 가져와.”

“알겠습니다.”

“식사도 알아서 넣어. 꽤 오래 볼 생각이니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년 수행원이 고개를 숙이면서 물러섰다.

유송은 주차를 끝내고서 녹호 옆으로 걸어와 안내를 시작했다.


“영화관으로 모시겠습니다.”

“십 년 이내에 있었던 유명한 작품 위주로 읊어 봐.”

“그 정도 기간이라면···, 히어로 영화는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차고에서 나와, 별관으로 향했다.


“히어로 영화? 만화 같은 거 아냐?”

“비슷하긴 합니다. 그런데 화려하다 보니, 다들 좋아하는 편입니다.”

“역시 화려한 게 최곤가?”


별관 1층에 있는 가장 큰 방.

들어서자마자 붉은색 기모 소파, 빔프로젝터, 오래된 DVD까지.

영화를 보기에는 최적이었다.


“영화 이름이 뭔데?”

“종류가 많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종이에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올라갈 거야?”

“예.”

“그럼 전에 내 주변인 정리해둔 문서도 가져와. 재미없으면 영화 보다가 읽게.”

“알겠습니다.”


유송이 문을 열고 나섰다.

그와 함께, 중년 수행원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나초를 준비했습니다.”

“아, 그래. 세팅 해 봐.”


수행원은 쟁반에 가득 든 간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몇 가지 버튼을 조작하자, 암막 커튼이 움직여 햇빛을 막는다.

확실히 캄캄해지자 빔프로젝터와 OTT 사이트도 작동시켰다.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


녹호는 대답 대신 손을 휘적거렸다.

평소에도 그랬듯이.



***


두 사람은 미국 유명 히어로 영화를 시간 순서대로 보기 시작했다.

유송 역시 녹호 옆에서 같이 관람했다.

어두운 내부 때문인지, 잔뜩 불편한 기색을 표하면서.


하지만 그 단단한 경계심도 점차 누그러든다.

눈꺼풀이 가라앉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뉜다.

어느새 캄캄한 영화관에는 새근새근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으음···, 어?”


유송이 잠에서 깨어났다.

놀라서 똑바로 앉고선, 다급히 주변을 살핀다.

여전히 내부는 깜깜했고, 영화는 흘러가고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녹호가 문서를 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


“영화 안 보십니까?”

“아, 볼 만큼 봤어.”

“왜 불도 안 켜시고···.”

“알면 켜.”


유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내부가 밝아지고 주변 환경이 보인다.

암막 커튼은 걷힌 채로 어두운 밤하늘을 내비쳤고, 시계는 시침이 숫자 2를 가리켰다.


“제가 12시간이나 잤습니까?”

“그랬나 보네.”

“왜 안 깨우시고···.”

“어차피 영화 보던 중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두 눈은 서류에 가 있었다.

입을 중얼대는 모습은 꼭 공부라도 하는 듯했다.


“아, ‘엔드게임’이 마지막 화라는 뜻이야?”

“예?”

“원래 엔드게임 다음에는 UCC만 있길래.”


유송이 빔프로젝터와 녹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냥···, 그 시리즈가 이상한 편입니다.”

“이참에 외국어나 배울까?”

“그것도 좋겠습니다만, 안 주무십니까?”


그 말에 녹호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변신이라고.”

“···아, 피로감도 회복됩니까?”

“그래, 잠자는 게 뭔지도 잊고 있었지.”

“그건 꽤 편리해 보입니다.”

“글쎄? 내가 뭘 하긴 좋은데, 그동안 누구 하나는 기절해서 말이지.”


커다란 손이 문서를 내려두면서 말을 이었다.


“특히나 졸음운전은 위험하지. 신경도 안 쓰다가 죽을 뻔했잖아?”

“하하···.”

“인생 하나는 너무 모자라겠어. 옆 사람이 버티질 못하니까.”


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던 영화를 껐다.


“밤이라서 또 자야 하나?”

“아닙니다. 지금은 멀쩡합니다.”

“그래? 그럼 간단하게 식사하고 나가자. 밤 문화도 살펴야지.”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영화관을 나섰다.

별관에서 나와 마당으로, 차고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누구야?”


하늘이 유독 새까만 밤.

사나운 얼굴이 사냥이라도 하듯이 두 눈을 빛냈다.


“무슨 말이십니까?”

“저기 빛.”

“어? 지금은 다 퇴근했을 시간인데···.”


그랬다.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사용인 전원을 상시 야근시키진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본관 3층에서 새어 나오는 저 불빛은 분명 이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저 방이 어딘지 알아?”

“그게···.”

“기억해내. 철판 슬레이트로 막혀있는 방이야. 분명 보안을 요하는 공간일 테고, 너도 주의를 들었을 거야.”


유송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보안실입니다. 금품은 없지만, 값비싼 장비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

“혹여 도둑이···”

“들어가자, 도망치기 전에.”


녹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대답했다.

거대한 몸은 성큼성큼 본관 문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온 후에, 불도 켜지 않고 계단을 올라간다.


보통 무기라도 챙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그런 준비는 전혀 하지도 않고 성큼성큼 움직였다.

꼭 누구인지 짐작하는 모양새다.

유송은 거의 뛰다시피 그 뒤를 따라왔다.


“저깁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곧 빛이 새어 나오는 문을 가리켰다.

도망갈 시간 따윈 없었을 테니, 저 안에 분명 범인이 있겠지.

녹호는 재빠르게 달려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화악 잡아당겼다.


작가의말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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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가정 파탄 +1 24.01.17 59 1 12쪽
22 22화. 창세기 +1 24.01.16 61 1 12쪽
21 21화. 세뇌의 시간 +1 24.01.15 69 1 13쪽
20 20화. 독대 +1 24.01.12 72 1 12쪽
19 19화. 쥐와 고양이 +1 24.01.11 73 2 14쪽
18 18화. 없는 사람 +1 24.01.10 77 2 13쪽
17 17화. 목을 조르다 +1 24.01.09 85 2 12쪽
16 16화. 천선분식 +1 24.01.08 88 2 13쪽
15 15화. 악마를 낳았다 +1 24.01.05 97 2 12쪽
14 14화. 달동네 +1 24.01.04 95 2 12쪽
13 13화. 훌륭한 사람 +1 24.01.03 101 2 13쪽
12 12화. 죄를 지었으면 +1 24.01.02 105 2 12쪽
11 11화. 의심 +1 24.01.01 108 2 12쪽
10 10화. 게임 +1 23.12.29 125 2 12쪽
9 9화. 장난감 만들기 +1 23.12.28 141 2 11쪽
8 8화. 탐색 +1 23.12.27 155 2 13쪽
» 7화. 도둑 +2 23.12.26 173 2 12쪽
6 6화. 배때기 +1 23.12.26 201 2 12쪽
5 5화. 어젯밤 땀 흘린 사이 +1 23.12.25 262 2 12쪽
4 4화. 시체 유기 +3 23.12.25 268 2 12쪽
3 3화. 저항 +2 23.12.25 320 2 12쪽
2 2화. 비뇨기과 +2 23.12.25 419 3 12쪽
1 1화. 악마가 태어났다 +2 23.12.25 71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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