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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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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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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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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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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배때기

DUMMY

이 외제차를 막아서는 존재는 오직 신호등뿐.

아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한 사람이 다급하게 달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차가 멈추자, 남자는 운전석으로 창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뭐야?”

“창문 내리겠습니다.”


무슨 일일까?

유리창이 내려가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기요, 아가씨. 이런 차를 여기에 대시면 다른 분들께서 불편해요.”

“아···.”

“옆에 빨간 콘 세워둘 테니까, 저기 널널한 데에다가 세워주세요.”

“그럼 돈도 두 배로 줘야 하나요?”

“아뇨, 괜찮아요. 저희가 부탁드리는 건데요.”


유송이 비어있는 곳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형광색 차량이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남자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더니, 아예 에스코트까지 하며 주차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돈 많으면 참 살기 좋은 곳이야.”


그런 광경에 녹호가 중얼댔다.

비아냥이라기보다는 깨달음이나 감탄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유송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다른 소리를 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차를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필요 없는 일이다.

인생을 두 번 사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비싼 차를 함부로 건들 인간은 없다.

CCTV 천국인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럴 터였다.

아마 유송이 녹호를 꺼려서 내뱉은 말이겠지.

세상 물정을 어두우니, 혹여 통할지도 모르고.


“글쎄? 누가 훔쳐 가면 차 한 대 새로 사지, 뭐.”

“······.”

“내려.”


하지만 녹호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다.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눈치는 있었다.

갑자기 차에 문제가 생길 리도 없었고, 고급 외제차라고 한들 한 달 용돈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지극히 사소한 일이라고 금세 결론을 냈겠지.

유송도 이제는 더 뭐라고 하지 못하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보통 밖에 나오면 뭘 하고 놀지?”

“카페 가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영화관은 집에 있잖아?”

“아, 예. 구비되어 있습니다.”


녹호가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유송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일단 카페 먼저 가자.”


거대한 팔이 가느다란 어깨를 턱 누른다.

작은 얼굴에는 꺼림칙한 기색이 한결 짙어졌다.


“그나저나 아직 여름인가?”

“엄밀히 따지자면 초가을이겠지만, 확실히 덥긴···”

“경치 좋네.”


녹호가 길거리를 주욱 훑어보았다.

여자 대부분이 짧은 하의를 입었고, 드물지 않게 크롭티도 있었다.

번쩍거리는 외제차에서 나왔던지라,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존재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나오자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눈앞에 보이는 곳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알잖아? 제일 좋은 곳.”


유송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향했다.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녹호는 그 모든 낯선 일을 담담하게 겪었다.


“카페에서는 음료 하나 시켜두고 시간을 때우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

“종업원한테는 존댓말을 하셔야 합니다.”

“예의는 상대가 나한테 갖추라고 있는 거 아닌가?”


녹색 여자 로고가 박힌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을 반긴다.

녹호와 유송은 곧장 종업원에게 주문하러 갔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녹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유송에게 건넸다.


“적당히 추천해 봐.”

“아···. 단 음료 괜찮으십니까?”

“그래.”


유송은 그 카드를 받아 종업원에게 건넸다.


“캐러멜 마끼아또 하나,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로 주세요.”

“캐라멜 마끼아또 한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 받았습니다. 쿠폰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포인트 카드나 적립 카드 있으세요?”

“아뇨, 괜찮아요.”

“결제 끝났고, 진동 울리면 받으러 오시면 됩니다.”


진동벨을 받고서 자리로 향한다.

햇볕이 쬐는 장소지만, 에어컨 덕분에 따사로운 느낌만 남았다.


“제일 좋은 곳이라며? 너무 저렴한데?”

“보통 사람도 이용해야 매출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흠, 그런가?”


녹호는 착실히 세상 물정을 익혔다.


“저기, 혹시 두 분 사귀는 사이신가요?”


그때, 한 여자가 녹호에게 말을 걸었다.

짙게 풍겨오는 화장품과 향수 냄새.

끈나시만 입은 상의는 그냥 보기에도 민망했다.


“아니.”

“네, 그냥 고용인···. 저는 음료 가지고 올게요.”


녹호가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유송은 울리지도 않는 진동벨을 들고 종업원에게로 갔다.

자리를 피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멀리서 보기에도, 음료가 거의 만들어진 참이긴 했다.


“잠깐 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라서요.”

“그래서?”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친하고 지내고 싶은데.”


매니큐어 선명한 손가락이 옷깃을 지난다.

푹 숙인 상체는 누구든 알 수 있을 만큼 의도가 선명했다.

덜렁 내보이는 웃음은 요사스럽기까지 했다.


“싫어.”

“어···, 네?”


하지만 사자 같은 얼굴에는 어떤 예의도, 관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커다란 손을 휘휘 내저을 뿐.

여자는 곧 인상을 찌푸리더니 혼자 투덜대면서 물러갔다.

기분이 나쁜지, 음료를 가져오는 유송을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간다.


“뭐예요?”

“아, 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묻자 대뜸 화를 낸다.

뒤가 없는 행동이다.

건들면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아는지, 유송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똥은 더러워서라도 피해야 한다.


“야.”


그렇지만 여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왜요?”

“그냥 올래, 아니면 테이블에 대가리 찍어줄까?”


차가운 목소리에 여자가 몸을 굳혔다.

유송에겐 진상짓을 할 수 있었지만, 녹호에겐 아니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미친 인간이다.

지금 주제도 모르고 나댔다간 정말 테이블에 머리가 깨지고 만다.


“왜, 왜요···.”


여자가 쭈뼛대면 물었다.

차마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저 앞으로 가는 시늉만 할 뿐이다.

다행히도 녹호는 그 모습을 보는 둥 마는 둥 만져졌던 옷깃을 당겼다.


“셔츠 더러워졌잖아.”

“제 손엔 핸드크림 밖에···”

“냅킨 가져 와.”


여기까지 말했건만, 멀뚱히 서 있는 모습.

결국, 녹호는 인상을 찌푸린 채 으르렁거렸다.


“물어내려면 배때기를 갈라야 할 텐데?”


말도 안 되는 명품이라는 뜻.

그제야 주변을 살피고는 황급히 달려간다.

그리고 냅킨 여러 장을 가져와 내민다.


녹호는 태연하게 받아들더니, 셔츠를 박박 문질렀다.

섬유는 돌돌돌 찢겨나가고 뭉개진다.

옷 가지고 시비를 건 것 치고는 거친 손놀림이다.

그러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지, 쓰레기를 다시 앞으로 내민다.


“버려.”

“···네.”


쓰레기통에 밀어 넣듯 건네는 냅킨.

하지만 여자는 몸을 숙여서 받아든 후, 다급하게 도망갔다.

꼭 살기 위해 달려가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유송은 그 등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너무 말이 심하셨습니다.”


염려가 가득한 눈빛이다.

이번에는 잘 풀렸지만, 혹여 다음에도 그럴까 걱정하는 눈빛이다.


“잘못했다간 해코지당할 수 있습니다.”

“여자한테? 내가?”

“그게 아니라도 협박죄로 경찰서에···”

“해봐야 집행유예겠지.”

“······.”

“더 설교해 봐.”


유송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적을 만드는 일입니다. 언젠간 악행이 돌아오고 말 겁니다.”

“아까 저 여자, 너한테 지X했지. 왜 그런 줄 알아?”

“그야, 화나서···”

“만만해서지. 막상 패 죽인다니까 얌전해지잖아? 꼭 쥐새끼처럼.”

“······.”

“착하게 구니까 적이 생겼네? 그런데 내가 왜 네 말대로 해야 할까?”


침묵이 흘렀다.

녹호도 더 기다리지 않고 음료를 마신다.

유송이 골라서 가져온 캐러멜 마끼아또, 그 감상은···


“단맛이 뭐 이렇게 요란해?”


···최악이란다.

사나운 얼굴에 크게 인상이 찌푸릴 정도다.


“입에 안 맞으십니까?”

“그거 내놔.”

“이건 제가 먹던···.”


녹호가 아메리카노를 가져갔다.

그리고 음료를 주욱 들이켰다.

한 모금이지만 거의 절반을 삼키듯이 한다.

역시나 이번에도 감상평을 내뱉는다.


“···뭐야, 이 쓰레기 같은 건.”

“원래 그렇습니다.”

“이걸 돈 내고 먹는다고?”


익숙하지 않은 쓴맛.

당연하게도 입맛에 맞지 않을 터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처음으로, 심지어 샷 추가로 마셨으니까.

결국, 유송에게 잔을 밀어두고선 캐러멜 마끼아또를 입에 들이붓는다.

쓴맛을 덮어버리려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집니다. 다들 잠 깨는 용도로 마시다가 적응하는 편입니다.”


그 말에, 녹호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음료를 음미하듯 천천히 마신다.

여전히 오리무중한 얼굴로.


유송은 신기하다는 시선을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사나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서 다급하게 음료에 입을 가져간다.


“···이건 저도 쓰긴 합니다. 평소엔 이렇게 안 먹는 편이라.”


쓴맛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갑작스레 짙게 마신다면 그럴 만도 했다.


“보기 좋게 날 엿 먹였네?”

“뺏어 드셨잖습니까? 벌 받은 겁니다. 그러니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허, 뭐?”


녹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화를 내진 않았다.

오히려 아까 여자가 유혹해올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유송은 눈치를 살피다가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잔을 다시 내려다보고선 입을 연다.


“아, 그런데 침 같이 몸에서 나온 물질은···”

“상관없어. 빠진 머리카락도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

“다행입니다.”


녹호가 커피잔을 텅 내려두었다.


“가자.”

“예? 벌써···.”


커다란 입은 잔에 든 음료를 몇 모금으로 끝냈다.

유송도 다급하게 남은 아메리카노를 주욱 들이켰다.

그다음 컵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밖으로 나가는 녹호를 뒤따라갔다.


“다음은 어디로 가십니까?”

“보통 밖으로 나오면 식사한다며.”

“예? 그런데 식당은 못 가시지 않습니까?” “길거리 음식. 듣기만 했는데, 오늘 한 번 사서 먹어보려고.”

“아, 그럼 노점 위주로 안내하겠습니다.”


열심히 따라가던 유송이 앞질러서 주변을 살폈다.

마침 호떡집이 그 눈에 띈다.


“저곳 먼저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두 사람이 다가가자마자, 밀가루 반죽이 철판에서 철썩 뿌려진다.

둥그렇게 퍼지는 흰색 원.

그 중앙에 흑설탕 앙금이 툭 떨어지고, 다시 허연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호떡인데 쫀득하고 달달합니다.”

“흐음···.”

“몇 개나 시킵니까?”


녹호가 유송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단 하나.”

“예?”


가게 주인이 별말 없이 호떡 하나를 종이로 집어서 건넨다.

녹호는 그걸 받고선 곧장 유송에게 물렸다.


“계산을···. 아, 뜨!”


김이 펄펄 나는 호떡에서 흑설탕을 녹인 앙금이 새어 나왔다.

작디작은 입술 위에 검은 물이 철썩 달라붙었다.


“또 맛없는 걸 먹이려고 들어?”


작가의말

주인공은 개샹마이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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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고래 사이 새우 +1 24.01.22 47 1 12쪽
25 25화. 사이비 목사가 될 준비 +1 24.01.19 54 1 12쪽
24 24화. 벌이가 괜찮은 사이비 +1 24.01.18 59 1 12쪽
23 23화. 가정 파탄 +1 24.01.17 59 1 12쪽
22 22화. 창세기 +1 24.01.16 61 1 12쪽
21 21화. 세뇌의 시간 +1 24.01.15 69 1 13쪽
20 20화. 독대 +1 24.01.12 72 1 12쪽
19 19화. 쥐와 고양이 +1 24.01.11 73 2 14쪽
18 18화. 없는 사람 +1 24.01.10 77 2 13쪽
17 17화. 목을 조르다 +1 24.01.09 85 2 12쪽
16 16화. 천선분식 +1 24.01.08 88 2 13쪽
15 15화. 악마를 낳았다 +1 24.01.05 97 2 12쪽
14 14화. 달동네 +1 24.01.04 95 2 12쪽
13 13화. 훌륭한 사람 +1 24.01.03 101 2 13쪽
12 12화. 죄를 지었으면 +1 24.01.02 105 2 12쪽
11 11화. 의심 +1 24.01.01 108 2 12쪽
10 10화. 게임 +1 23.12.29 125 2 12쪽
9 9화. 장난감 만들기 +1 23.12.28 141 2 11쪽
8 8화. 탐색 +1 23.12.27 155 2 13쪽
7 7화. 도둑 +2 23.12.26 172 2 12쪽
» 6화. 배때기 +1 23.12.26 201 2 12쪽
5 5화. 어젯밤 땀 흘린 사이 +1 23.12.25 262 2 12쪽
4 4화. 시체 유기 +3 23.12.25 268 2 12쪽
3 3화. 저항 +2 23.12.25 320 2 12쪽
2 2화. 비뇨기과 +2 23.12.25 419 3 12쪽
1 1화. 악마가 태어났다 +2 23.12.25 71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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