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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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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최근연재일 :
2024.05.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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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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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탐색

DUMMY

“···도련님?”

“여기서 뭐 하는 중이야?”


그러자 곧 안에 있던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녹호를 보좌했던 중년 수행원이었다.


“이 새벽까지 야근할 이유가 있나?”

“아, 지갑을 잃어버린지라···. 혹시나 싶어서 저택 곳곳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낮에 하지 그랬어?”

“개인적인 일이니, 업무 시간에 볼 순 없지 않습니까?”


녹호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과는 있었어?”

“아직 행방을 모르겠습니다.”

“포기해. 누가 찾았으면 가져다줬겠지. 지갑에 신분증이 있는데.”

“예,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아니, 쉬고 있어. 지금은 너무 이르잖아.”


수행원이 고개를 숙이면서 밖으로 나갔다.

녹호는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면서 점차 표정을 굳혔다.


“아저씨, 이름이 ‘마두오’였지? 아버지 대에서부터 보필해왔고.”


커다란 몸은 아까 수행원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고선 마우스에 손을 얹는다.


“예. 그런데 잘 알지는 못합니다. 주로 업무 지시만 받는 관계입니다.”

“좀 더 캐고 다녀. 두오 아저씨 말고도, 사용인 전부.”

“직접 물어보시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선배님께서 훨씬 익숙하신 일일 텐데···.”

“당사자가 알면 안 되니까 하는 소리잖아.”


마우스가 딸깍이자 폴더가 열린다.

가득하게 쌓인 파일.

하지만 당장은 넣어두고선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한다.


“아저씨가 괜히 CCTV를 살피진 않았을 테니까.”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화면이 떠오른다.

모니터 20여 개가 저택 구석구석, 사람이 침입할 만한 경로를 모두 보여준다.

이 자리에 앉아있다면, 앉아서 모든 걸 꿸 수 있을 정도다.


“CCTV? 혹시 의심하고 계십니까?”

“글쎄.”


마우스 커서는 다시 폴더를 눌렀다.

동영상 파일이 가득한 내부, 6개월짜리 기록이 카메라마다 남겨져 있었다.

녹호는 그 전부를 주욱 드래그했다.


“곧 알게 되겠지.”


삭제 버튼.

이제 그날에 있었던 움직임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


넓디넓은 방.

녹호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검지로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유송은 그 모습을 멀뚱히 보면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유에스비 포트, 막혔으면 자료를 못 뽑아내지?”


녹호가 입을 열었다.


“방법은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연결한 뒤 파일을 전송하면 됩니다. 다만, 보안실 컴퓨터는 그마저도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파일을 뽑을 수 없다?”

“예. 아예 저장소를 뜯어서 연결하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커다란 몸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말했던 거 해.”

“어떤···.”

“아저씨 정보 캐라고. 나는 그동안 혼자 할 일이 있으니까.”


녹호가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마우스를 딸깍이면서 내부 폴더를 뒤적인다.

그러자 나타난 이력서 파일을 한 장 인쇄하기 시작했다.


“들키지 않는 선이라면, 유의미한 정보는 못 들을 듯합니다.”

“괜찮아. 붙잡아만 둬.”

“그뿐입니까?”

“아, 평소 말투를 알아내면 좋겠는데. 가족이나 모르는 사람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그건···.”


다음엔 인터넷 브라우저로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거래 내역을 띄우고선, 찬찬히 하나하나 읽는다.

자금이 들어간 곳을 찾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망설이지 마. 잘못하면 너나 나나 위험해지니까.”



***


녹호가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콜택시를 부르고 밖으로 나선다.

수행원 마두오는 창밖으로 그 모습을 보고선 움직이려고 했다.


“선배님.”


유송이 다가오지만 않았더라면.


“왜 그래요?”

“녹호 씨가 시키신 일이 있거든요.”

“어떤 일이죠?”


유송이 종이를 들어 올리고 하나하나 읽었다.


“휘발유, 철골 자재, 용접 설비 마련이요. 아, 용접할 줄 아세요? 아예 뭔가를 만들 생각이신 것 같던데.”

“그렇게 많나요?”

“최근 영화를 감명 깊게 보셨다네요.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두오가 인상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그런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죠.”


두 사람은 리스트를 끝내기 위해 움직였다.



***


백화점.

녹호는 여성 의류 매장을 둘러보다가 가장 화려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직원 한 명이 웃으면서 다가와 안내를 시작했다.


“손님, 구매 도와드릴까요?”

“어. 키는 한 이 정도에, 적당한 체격인 여자 옷을 찾고 있는데.”


직원은 반말에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친구분 되신가요?”

“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할 거야.”


녹호는 휴대폰을 뒤져서 유송이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대충 이래.”

“어떤 느낌을 원하세요? 데이트룩?”

“사진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아, 겸사겸사 종이에 예상 사이즈 적어줘. 다른 매장도 돌아다녀야 하거든.”

“44에 영수증을 지참시키거나, 여유롭게 55···”

“적어달라고. 신발이나 속옷 사이즈도 대강 예상해서.”


직원은 책상으로 가 메모지에 글자를 빠르게 끄적인다.

마지막에 ‘교환을 위한 영수증 필참’이라는 말도 덧붙여서.


“대충 이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 확실하진 않아요.”

“일단 이렇게. 알아서 골라줘.”


녹호는 카드를 내밀었다.

코디 전부를 직원에게 맡긴 채로.



***


유송이 온갖 명품을 두른 채로 거리를 걸었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다들 힐끗 쳐다본다.

그런 시선을 받으며 향한 곳은 뜬금없게도 아파트 경비실이었다.


“저기요?”

“아, 예. 누구십니까?”


경비원은 놀라서 나왔다.

명품이란, 사람을 굽신거리게 하는 힘이 있는 덕이다.


“예전에 신세를 진 분이 여기 계신다고 들어서요. 마두오 아저씨라고, 아시나요?”

“아···. 혹시 주소도 아십니까?”

“403호에 산다고 들었어요.”


경비원은 경비실에서 서류철을 가지고 나왔다.


“어, 맞네요. 지금 403호 세대주가 마두오 씨로 되어 있네요.”

“혹시 지금 댁에 계실까요?”

“아무래도 없겠죠. 직장에 다닐 텐데.”

“다른 가족분은···.”

“딸네 부부랑 같이 살아요. 손주랑 사위는 어린이집이나 직장에 갔을 테고, 딸은 모르겠네요.”


유송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방을 뒤졌다.

곧 안에서 고급 쿠키 세트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이거 받으세요.”

“아휴, 괜찮습니다.”

“아뇨, 받으셔도 돼요. 그 대신 하나 부탁드릴 게 있는데···.”

“어떤 거예요?”


경비원이 조심스레 묻자,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한다.


“깜짝 등장을 하고 싶은데, 오늘 제가 온 거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정도야, 뭐···.”

“제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요. 한두 달 동안은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걱정하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


유송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섰다.

경비원 역시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다시 경비실로 들어갔다.



***


두오가 평소와 같은 양복 차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인실 병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찬찬히 이름을 보며 복도를 지난다.


“여긴가?”


두오는 한 병실로 들어선다.

그곳에는 중년 여성이 누워 있었다.

그 옆에는 젊은 여자가 앉아있다가, 문소리에 놀라서 고개를 돌린다.


“아빠!”

“응, 우리 딸. 엄마는 괜찮아?”


두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아빠는 어쩐 일이야? 지금 직장에 있을 시간이잖아.”

“아, 오늘은 일찍 보내줬거든.”

“별일이네, 요새 야근도 자주 하더니? 후임이 생겨서 그런가?”


딸은 유송이 저택에 들어온 것도 알고 있었다.

집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인 모양이다.

직장은 어땠는지 자주 이야기하면서 지낸다니, 아주 화목한 가정이다.


“그렇지. 당분간 많이 한가해질 거야.”

“그럼 조금 이따가 차에 태워주면 안 돼? 아들내미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게.”

“음, 어디였더라?”

“며칠 전에도 갔는데 까먹었어? 어디냐면······.”


두오는 위치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억났어. 그런데 좀 힘들겠는데?”

“왜?”

“잠깐 나온 거라, 다시 들어가야 하거든. 갔다 오기엔 시간이 모자라겠어.”

“그래?”


딸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아버지를 배웅했다.


“어쩔 수 없지. 짤리면 엄마 병원비도 막막하니까.”

“미안해. 엄마 잘 돌봐줘.”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무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


두오가 길거리를 거닐다가 한 건물 앞에서 발길을 멈춰섰다.

어린이집, 그것도 딸아이의 입에서 나왔던 곳이다.

여기에 손자가 다니고 있겠지.


“······.”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놀이터를 조용히 관찰한다.

마침 놀이 시간인 듯,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나보다 그네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사람!”

“와! 지우 잘 탄다!”

“나도! 나도 할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절로 미소가 나올 풍경.

즐거이 노는 아이를 보고 즐거워지는 건, 당연한 사회성이었다.

게다가 지금 꽤 높이 그네를 타는 아이는 두오를 보고 화색을 띠었다.

이내 손을 뻗어 좌우로 흔들기 시작할 정도로 말이다.


“할아···, 어?”


그게 문제였다.

아이는 중심을 잃고 그네에서 미끄러진다.

하필 높게 올라왔을 때라, 찰과상이라도 입을 게 뻔했다.


“위험해!”


다행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이 다급하게 달려 나갔다.

몸을 날려서 아이를 껴안는 데에 성공했다.

무릎이 쓸리긴 했지만, 여린 몸을 완벽히 지켜냈다.


“그네를 탈 때는 조심해야지!”

“죄송합니다. 할아버지를 봐서···.”

“할아버지?”

“네, 저기···. 어?”


아이는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 그랬다는 듯이.



***


저녁.

녹호가 돌아왔다.

다시 맞이한 마당은 한가지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원래 잔디로 덮여있어야 할 공간이 시멘트로 마감이 됐다.

지금도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그 주변에 철창을 치고 있다.


“오셨습니까?”

“그래.”


그러다 두오가 먼저 녹호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말씀하신 대로 뭘 해도 상관없을 공간을 만들어뒀습니다. 이제 전기선만 연결하면 됩니다.”

“너무 초라한데?”

“완충 매트나 기계식 가림막 설치는 따로 의뢰를 맡겨뒀습니다. 아마 이틀 내로 올 듯합니다.”


사나운 얼굴은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발품 팔면 오늘 내로 구해지잖아. 왜 밍기적대?”

“아···, 죄송합니다.”

“출발해. 오늘 내로 끝내야지.”

“알겠습니다.”


두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차가 있는 방향으로 뛰듯이 사라졌다.

유송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치를 보면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그래.”

“어떠셨습니까?”


녹호는 천천히 지어진 시설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찬찬히 구경하고서 곧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옛날 이력서라 걱정했는데, 그다지 바뀌진 않았더라. 사위랑 손자가 생긴 거 말고는.”

“대단한 분 같습니다. 아내 병원비를 감당하면서 딸아이도 시집을 보내다니.”

“뭐, 고생 많았겠지.”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고 말할 순 있겠지.

이 직장만큼 노력 대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녹록한 삶은 아니었을 터였다.

아픈 아내를 두고서 자식이 장성할 때까지 길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 딸도 만났어.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한 것 같더라.”

“예? 그러다 선배님 얘기가 나오면···”

“며칠 동안은 야근시켜야지. 오늘 일을 얘기할 시간도 없도록.”


유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대강이나마 그려지는 듯했다.


작가의말

솔직히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작가의 말 쓰기도 뻘쭘합니다. 뭐 쓸지 항상 고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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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목을 조르다 +1 24.01.09 85 2 12쪽
16 16화. 천선분식 +1 24.01.08 88 2 13쪽
15 15화. 악마를 낳았다 +1 24.01.05 96 2 12쪽
14 14화. 달동네 +1 24.01.04 94 2 12쪽
13 13화. 훌륭한 사람 +1 24.01.03 101 2 13쪽
12 12화. 죄를 지었으면 +1 24.01.02 105 2 12쪽
11 11화. 의심 +1 24.01.01 108 2 12쪽
10 10화. 게임 +1 23.12.29 125 2 12쪽
9 9화. 장난감 만들기 +1 23.12.28 141 2 11쪽
» 8화. 탐색 +1 23.12.27 155 2 13쪽
7 7화. 도둑 +2 23.12.26 172 2 12쪽
6 6화. 배때기 +1 23.12.26 199 2 12쪽
5 5화. 어젯밤 땀 흘린 사이 +1 23.12.25 259 2 12쪽
4 4화. 시체 유기 +3 23.12.25 264 2 12쪽
3 3화. 저항 +2 23.12.25 314 2 12쪽
2 2화. 비뇨기과 +2 23.12.25 412 3 12쪽
1 1화. 악마가 태어났다 +2 23.12.25 6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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