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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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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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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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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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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9화. 아득한 잘생김

DUMMY

여우 같은 얼굴에 봄바람 같은 미소가 걸렸다.

그 표정엔 말로 하기 힘든 압박감이 존재했다.

그래서였겠지.

여학생들이 테이에게서 각자 가방을 뺏어가듯이 가져가는 건.


“왜 짐을 왜 테이가 들고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잘생긴 사람이 물어서 그런 걸까?

학생들은 망설이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

거짓말은 안 떠오르고 양심은 찔려오는 모양이다.


“혹시 내기라도 했나요?”

“네···.”

“테이가 되게 운이 없었나 봐요. 그쵸?”


다들 눈치만 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친구들은 먼저 가줄래요? 잠시 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네, 그럼···.”


다들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선 빠르게 떠나간다.

꼭 도망이라도 치는 듯한 모양새다.

지은 죄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다만, 테이는 지금이 더 불안해 보였다.


“혹시 반말은 불편하니?”

“아, 아뇨. 편하게 말씀하세요.”


녹호네 사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조심해야 했다.

단둘이 남아서 좋을 일은 아니었다.


“음, 형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나 보네.”

“형이요?”

“그래, 녹호 형이 내 말도 안 듣고 꽤 거칠게 대했으니까.”


녹호를 향해서 ‘형’이라.

하긴, 이제 나이를 알게 됐지.

이전에 어떻게 지냈든 간에 그런 호칭이 자연스러웠다.

갑자기 가족관계로 얽어뒀다는 사실은 의아스러웠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너무 다른데···. 그리고 오빠는 절 모를 텐데 그 사람이랑 무슨 얘길 했다는 건지···.”


어색하게 묻는 말.

그러자 천선이 가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바타라고 알아? 형이 잠시 그걸 해준 거야.”

“그러니까···, 오빠가 뒤에서 명령했다는 건가요?”

“귀에 무선 이어폰을 연결하고서.”

“왜 저한테···.”

“만난 건 우연이야. 잠시 이 근처에 볼 일이 있었거든. 얼굴을 드러내긴 껄끄러웠던.”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얘기한다.

다만, 진실은 어딘가 미심쩍었고 거짓은 그럴듯했다.

그렇기에 의심은 가짜를 향하지 않겠지.


“최대한 널 도와주려고 했는데···, 중간에 화가 났나 봐. 내 말도 안 들어줄 만큼.”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의심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그게 깎아내린 듯한 얼굴과 어우러진다면 더없는 파괴력을 지닌다.


“아···.”


테이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지에 몰린 상황, 아무도 없는 아군.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내린 손길을, 누가 의심할 수 있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안 끝났거든.”

“네?”

“정작 준비한 건 아직 하지도 않았으니까.”


여우 같은 미소가 생글생글 입을 열었다.


“혹시 담임 선생님이나 누구한테 얘기해줄 수 있을까? 잠시 떨어져 지냈던 삼촌이 선물 하나씩 돌리려고 하는데, 학교에 출입해도 되는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학생회장이 당선되면 학부모가 와서 햄버거를 돌리기도 하니까.

이번 방문도 비슷한 맥락처럼 보였다.

그것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준비한 일이겠지.


“알겠어요. 말해둘게요.”

“그래, 고마워.”


천선은 빙긋 웃어 보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테이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학교로 보냈다.



***


시간이 흘러서 오전 11시쯤, 천선이 여고 교문을 지난다.


“잠깐만요!”


그러자 경비원이 놀라서 경비실에서 나왔다.

당연한 일이다.

이곳만큼은 남자가 함부로 들어와선 안 되는 장소니까.


“누구시길래 여고에 들어오세요?”

“여기 학생 삼촌인데, 혹시 교무실에서 전달받은 게 없나요?”

“예? 무슨 연락 온 게···.”


휴대폰을 확인하는 경비원.

메시지를 읽었는지 다시 천선을 바라본다.


“배테이 학생 삼촌 분?”

“네, 맞아요.”

“확인됐으니까 들어가셔도 됩니다. 2층 교무실로 곧장 가세요.”

“감사합니다.”


천선은 다시 발길을 옮겼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서 교무실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몇 발자국을 뗀 그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휴, 뭐 저렇게 잘생겼어?”


불만 같은 감탄사가 나왔다.

듣는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터질 만한 일이었다.

설령 자신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고 있더라도.

심지어 그런 얘기는 뒤에서만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뭐야? 누구야?”


쉬는 시간.

그렇기에 잠시 바람을 쐬러, 혹은 매점으로 가는 학생이 많았다.

갑자기 학교에 들어온 남자는 여러모로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왔다.


“와, 연예인이야?”

“미쳤다···.”

“누구야? 왜 온 거야?”

“야, 야! 저기 봐! 완전 대박!”

“잠깐, 연예인 왔으면 카메라도 있는 거 아냐?”


북적거리는 소음이 금세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밖으로 나와 있던 여학생들 모두 웅성대면서 바라본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창밖에도 수많은 시선이 존재했다.


“학교에 남자 왔다···! 잘생겼다아아···!”


호들갑 떠는 아이들.

몇몇 교사는 흥분한 학생을 진정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슨 짐승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이다.


하긴, 한참 이성에게 관심이 많을 때지.

그중에는 별난 애도 한두 명쯤 있을 법하다.

특이한 상황에 괜히 호들갑을 떨어보는.

그렇게 한 사람이 방방대며 밖을 가리키니, 다들 쳐다볼 수밖에 없었겠지.


“안녕하세요?”


천선은 그런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는지, 주변에 가볍게 인사를 건텠다.


“꺄아아아아···!”

“뭐야? 말도 해?”

“아, 안녕하세요!”


잘생긴 얼굴을 한 번 더 깎아낸 걸작.

그런 외모인 만큼 반응은 비현실적일 만큼이나 좋았다.

수줍어하거나 열렬히 환호하거나.


“교무실,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있나요?”

“아니, 저···.”

“그게···”

“네에···!”

“감사합니다. 목소리도 예쁘세요.”

“꺄아아아악···!”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다들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다.

그건 낯설지만 또, 익숙한 풍경이다.

종종 TV에서 나왔지.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게릴라 데이트를 할 때, 주변 시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쨌거나 천선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시선을 받는 동시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학교 현관에 도착할 즈음.

안내하기 위해서인지, 여자 교사 한 명이 마중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어휴, 정말 잘생기셨네요.”


보자마자 건네는 인사말이었다.

표정은 반쯤 넋을 잃은 듯이 보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한 미모였다.


“감사합니다. 이대로 가면 되나요?”

“예? 당연히···.”

“신발 자국이 남을까 봐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연다.


“아, 내 정신 좀 봐! 맞아요, 신발 커버를 가져다가 드린다는 게!”


교사가 다급하게 움직여, 구석에서 검은색 주머니를 가져왔다.

진작에 이것 때문에 내려왔을 텐데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야유를 쏟아냈다.


“아, 쌤! 얼굴에 정신 팔려선!”

“언제는 마음을 제일 먼저 본다면서요!”

“맞아! 진짜 믿었는데! 결혼도 하신 분이!”

“수학 쌤한테 이를 거예요!”


천선이 신발 위에 검은 주머니를 씌울 동안에도 기 싸움은 계속됐다.


“···너네 중간고사 문제 어렵게 낼 줄 알아.”

“우우! 권력자의 횡포다!”

“악덕 교사 물러가라!”

“호헌 철폐! 독재 타도!”


헛웃음이 나오는 풍경이다.

보기 드물 정도로 학생과 교사 사이 분위기가 좋았다.

누군가는 학교 폭력을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애들 말,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테이 담임이라서 안내를 맡은 것뿐이에요.”

“네, 그럼 가실까요?”

“교무실까지 안내해드릴게요.”


금세 안내를 받아 교무실로 향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는 더욱 붐벼만 갔다.

밖에서 들어오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탓이다.

이 증식은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안녕하세요, 오자마자 실례네요.”


천선이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건넸다.

이미 시선이 몰려 있었기에, 딱히 유난은 아니었다.

마침 나이 지긋한 교직원 한 명이 악수를 청해오기도 했다.


“아이고, 어서오세요. 테이 학생 삼촌이시라고요?”

“네.”

“왜 그렇게 밖에서 유난인가 했더니, 그럴 만도 했네요.”


여전히 교무실 창문에 달라붙어서 구경하는 학생이 많았다.

이 중년 남자는 그런 바깥을 향해 조곤조곤 말을 건넸다.


“얘들아, 곧 수업 시간인데 돌아가는 게 어떨까?”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 가면 안 돼요?”

“손님이 불편해하시잖아. 너무 이렇게 굴면 오히려 빨리 보내드려야 해요.”

“아···.”


그 말에 다들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창문에 바짝 붙어있던 학생 몇몇은 마지못해 몸을 돌렸고, 저 멀리 우르르 있는 아이들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고 싶은지 떠나가지 않았다.


‘따라다라단, 따라다라단, 따라라딴딴, 따라다라단!’


그러다 종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수업을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지못해서 교실로 향한다.

물론, 몇 명은 기어이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달음박질을 치지만.


“아이고, 죄송합니다.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닌데.”

“아뇨, 다들 보기 좋은데요.”

“참,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안쪽에서 얘기하실까요?”

“네, 그러죠.”


중년 교사는 안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문이 열리자 장식이라고 하나도 없는, 간소한 공간이 나온다.

있는 거라곤 책상과 의자뿐일 만큼 허전하다.

아마 상담실 정도로만 쓰일 장소인 듯했다.


“저번에 행정실에 연락 주신 분 맞으시죠? 재학생 총원을 물어본.”

“네, 학생들한테 전자기기를 선물해주고 싶어서요.”


의자에 앉자마자 대화를 시작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미리 연락해서 사정을 말한 모양이다.

하긴, 전교생에게 뭔가를 돌리려면 그 수를 알아야만 하겠지.


“전자기기면 아무리 저렴해도 몇만 원은 할 텐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요?”


중년 교사가 괜찮냐는 듯한 얼굴을 해 보인다.

친절하디 친절한 반응이다.

이쪽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 탓에.

그에 천선은 사풋 웃어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성함이···.”

“아, ‘장현묘’입니다.”


이 미소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도 계속됐다.


“네, 장현묘 선생님. 혹시 자식이 있으세요?”

“그럼요.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작가의말

제가 늙은 건 아닌데, 이제 불규칙한 생활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운동하기 귀찮다고 띄엄띄엄 하는데 오히려 생활 패턴이 망가진....


간헐적 단식으로 위장이 편한 시간도 늘려야 합니다.

저녁 먹고 식곤증 때문에 곧바로 가벼운 운동을 시작해야 하고요.

뱃속을 비워둬야 하는 시간인데, 머리에서 당 떨어진다고 난리 친다?

이제 순애물을 봐야 합니다.

예, 순애물....

약간 혈당 조절용 사탕 같은 느낌으로 봐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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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천재 24.04.08 12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5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10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2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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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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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주마줌스 24.03.18 14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4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3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1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68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6 0 12쪽
67 67화. 참교육? 24.03.03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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