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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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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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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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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447

작성
24.03.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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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화. 참교육?

DUMMY

결국, 그 한 명은 안개로 뛰어가 희뿌연 것 하나를 붙잡았다.


“뭐야? 이거 놔.”

“계속 혼자서 중얼대지 말고···”

“내가 혼잣말하겠다는데, 네가 왜? 내가 너한테 대놓고 욕했어?”


하지만 그게 의미 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차라리 할 거면 대놓고···”

“X발, 진짜 X랄을···. 진짜 대놓고 욕해 줘? 그건 참을래?”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X발아, 참을 것도 아니면서 뭔 대놓고 욕하라고 하냐고?”


짜증 서린 대꾸는 뭐라 반박하기도 껄끄러웠다.

분명 지금은 자신이 당하고 있건만, 주변은 오히려 적개심만 짙어졌다.


“야, 그리고 왜 나한테만 이러냐? 다른 애들도 다 지들끼리 얘기하고 있잖아?”

“네가 제일 앞에 나와 있으니까···”

“내가 여기 있고 싶어서 있냐고. 그냥 앞에서 안 가니까 여기에 있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불만이면 하나하나 붙잡고 똑같이 하든가. 왜 나만 잡고 시비냐고.”


절대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머릿수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는 탓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자신만 불리해질 뿐이다.

안개 앞에 선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결국, 패배자는 찌그러지듯이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하, 진짜.”


붙잡혔던 안개 자락도 팔을 휙 내저으며 사라졌다.

상황은 다시 처음과 똑같아졌다.


“아니, 좀 해결을···.”

“···흐윽.”

“어떻게 좀 해봐···.”

“좀 지나가면···.”


안개에 둘러싸인 무리는 좁은 공간 속에서도 서로 흩어지다시피 했다.

이제는 속닥거림도 많이 줄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진 것처럼 숨 막힐 테니 말이다.


조용한 아우성.

이마저도 끝은 났다.

수업 시간 종이 울렸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싼 안개도 지금만큼은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계속 갇혀있었던 학생들은 겨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모두가 정갈하게 앉아있는 교실로 향해.


“뭐야? 왜 늦었어?”


교사가 물었다.

늦게 돌아와서 흐름을 방해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그뿐이 아니라는 의심도 들겠지만···, 의심은 의심일 뿐이겠지.


“아, 그게···. 좀···.”

“빨리 자리에 앉아서 책 펴.”

“네···.”


네 학생은 다소 불안해 보이는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


아까 겪은 인간의 안개는 누구나 될 수 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제 모두가 자신을 괴롭힐 수 있었다.

그건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그게 누구인가는 중요치 않았다.


그래서일 테지.

지금 이렇게 초라하고 비루하게만 보이는 건.

타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달았다면,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겨우 잠깐이었으면서···.”


다만, 테이는 이 모습을 냉랭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명이 겨우 잠깐 그랬으면서···.”

“······.”

“나는 혼자서 1년도 넘게 당했는데.”


혼자서 오래도록 방치됐던 피해자.

그렇기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중얼댈 수 있었다.

이 교실에서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붉게 반짝이는 스포츠카가 도로 한복판을 지난다.

평소처럼 유송이 운전하고, 녹호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러다 커다란 손이 문득 안주머니에서 사진첩을 꺼낸다.


“아, 육포 떨어졌네.”

“항상 충분히 챙기시지 않습니까?”

“체력 회복에 틈틈이 써야 하니까. 그리고 여유분은 항상 남겨둬야 하고.”


그 말대로 안쪽엔 육포 몇 조각이 남아있긴 했다.

언제 비상 상황이 올 줄 모르니 아껴둔 모양이다.

대비란, 아무리 철저해도 나쁘지 않으니.


“잠깐 주차하고 사 와. 육포가 없으면 쿠키나 젤리 같은 거라도.”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유송은 차를 금세 갓길에 붙인 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간식 하나 사는 일이니 금세 나오겠지.

기껏해야 1, 2분 걸려야 했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뭐야?”


멍하니 있다가 녹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5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늦는 건 늦는 것이었다.

괜히 늦장 부릴 사람도 아닌지라 이상하기도 하겠지.


사나운 인상엔 더욱 불편한 기색이 서렸다.

인내심이 끝났다는 소리다.

곧장 문짝을 열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유리로 얼핏 본 내부에도 유송은 분명히 보였다.


“왜 안 나와?”


짜증 서린 목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유송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분이 잡으셔서···.”


그 말대로 깡마른 남자가 한 손으로는 술이 든 봉투를, 다른 한 손으로는 유송을 붙잡고 있었다.


“왜?”

“번호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마음에 든다고요.”

“아는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유송이 수행원으로 뽑힌 이유는 그 외모 때문이었다.

청순한 얼굴과 균형 잡힌 몸매를 갖춘, 이상적인 미인상이었다.

함께 길을 걷는다면, 대부분 부러워할 정도니 말이다.


“가자.”


녹호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턱 짓을 한다.

명령 역시 간단했다.

상황이 자연스레 끝날 거라고 생각했겠지.


“남자친구 없다면서?”


하지만 계속 무시당하던 남자는 붙잡은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불편한 기분을 티 낼 뿐이다.

이러면 대부분 잘 통하기라도 했나 보다.


다만, 이번엔 상대가 안 좋았다.

알 리 없겠지만, 누구보다 정신이 나간 인간이었다.

녹호는 역시나 뚜벅뚜벅 걸어가 이 깡마른 남자 앞에 섰다.


“적당히 하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간이 잡아먹히니,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더군다나 유송은 녹호의 소유물이기도 했으니까.


“아니, 댁 여친이 분명···”

“목숨 두 개 아니잖아. 대가리 똑바로 굴려야지. 계속 쓰고 싶으면.”


거대한 그림자가 깡마른 남자 위로 드리웠다.

체급 차이가 이토록 심한 것이다.

싸운다면 결과를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뭔, 진짜! 덩치만 크면 단 줄 아나!”

“······.”

“쫄았지? 턱 한 번 돌리면 바로 뻗을 놈이···!”


너무 두려워서 그러는 거겠지.

개가 괜히 크게 짖듯, 오히려 목소리를 돋우며 소리쳤다.

그 행동은 유효한 것처럼도 보였다.

녹호가 당장은 가만히 있었으니까.


그게 신이라도 난 걸까?

아예 손까지 들어 올리며 때리는 시늉을 한다.

CCTV로 보기엔, 폭력을 시작했다고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핫! 내가 주먹으로는 조금 먹어주는···, 커억···!”


그 순간, 거대한 손이 나불대는 입을 붙잡았다.


“므읍···!”

“적당히 나댔어야지.”


거대한 손은 턱을 붙잡은 채로 진열장에 처박혔다.


콰당탕탕탕···!


온갖 잡다한 물건이 떨어졌다.

과자, 빵, 라면, 기타 등등.

대부분이 깨지고 터져나갔다.


“꺄아아아악···!”

“저기요,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유송과 알바생은 놀라서 소리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난장판이었고, 말릴 엄두도 나지 않는 싸움판이었다.


“커억! 커흑···!”


하지만 녹호는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 여전히 남자를 붙잡은 채, 진열장을 부수듯이 후욱 휘둘렀다.


콰차차차차창···!


날카롭고 위험한 물건이 후드득 떨어진다.

금세 바닥마저 난장판이 됐고, 드문드문 핏물마저 튀었다.

깝죽대던 남자 역시 이제는 반쯤 울어만 댔다.


“어흑···, 어흐흐흑···!”


멈추지 않는 소란.

여전히 귀 아픈 굉음은 계속됐다.

녹호는 그만큼이나 힘이 남아돌았다.


“손님···! 제발, 여기서 이러시면···!”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알바생이었다.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편의점에 난리가 났는지.

이걸 다 혼자서 수습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 다 변상해줄 테니까.”

“그런 문제가···”

“피해잔데 넉넉히 합의금 마련해줘야지. 우리 둘이 합쳐서 말이야.”


다행히 이 사나운 인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래서 벌인 아수라장이다.


“어흑···! 제알···.”

“자, 이제 어딜 부숴볼까?”


끝나고 쌍방폭행을 받아낼 자신이 있겠지.

그렇다면 편의점의 기물 파손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건만, 수백만 원을 함께 변상해야 한다.


“그래, 저기 좋네. 음료수 있는 곳.”


녹호는 턱을 놓고선,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끌고 가기엔 이쪽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깡마른 남자는 겨우 제대로 된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안 죽여. 같이 변상해야지.”

“제발···! 저 이번에 걸리면 엄마한테 죽어요···!”


우악스러운 손길은 계속 남자를 끌고 갔다.

다만, 사나운 얼굴에는 얕은 꿈틀거림이 한 번 생겨났다.

꼭 뭔가 위화감이라도 느낀 듯이.


그런 이질감이 크진 않았을 터였다.

발걸음은 여전히 빨랐고, 금세 냉장고 앞까지 도착했다.

유리문에 머리를 찍는 것도 곧장 벌어질 일이겠지.


“알바 해서 갚든가.”


녹호는 짧은 대꾸를 붙잡은 머리채를 들어 올렸다.


“학생이라서 못 해요···!”


그때였다.

깡마른 남자가 되는 대로 내뱉기 시작한 건.


“저 이번에 걸리면 진짜 퇴학이에요! 제발···!”


녹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게 알 바냐고 비웃었을 인간이었지.

분명 지하에 나올 때··· 아니, 최소한 테이와 식사 자리 전까지는 그랬다.


“술 샀잖아.”

“그건 형 주민등록증 훔쳐서···.”

“학교에 있을 시간일 텐데?”


녹호는 머리채를 잡아당겨서 남자를 자리에 앉혔다.


“진단서 가짜로 끊고 왔어요···.”

“······.”

“진짜예요! 여기 학생증도 있어요!”


아예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있는 물건을 모두 꺼냈다.

훔친 주민등록증을 비롯해서, 구겨 넣은 쓰레기까지 다 나온다.

설핏 보기에도 변명은 사실인 듯했다.

거짓말할 여유도 없어 보였지만, 멀쩡한 성인이 고등학교 학생증을 들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살려주세요,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녹호는 그 모습을 보고 유송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의자.”


짧은 명령이었다.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기야 했지만 말이다.

유송도 잠시 멍하니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편의점 의자 하나를 등 뒤에 가져다 두었다.


“뭘 잘못했지?”

“제, 제가 함부로 형 여자친구한테···”

“아니지. 예쁘면 번호 달라고 할 수 있어. 그 정도야, 뭐.”


녹호는 편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이 상황을 만들었건만, 그 누구도 감히 뭐라고 못 했다.

잘못 건드렸다간 다시 사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뻗대서 뒷감당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빠졌어야지.”


작가의말

(댓글 알람을 꺼둔 작가는 지금쯤 컴퓨터로 게임 스토리 정리 동영상을 보고 있을 겁니다. 미뤄둔 게 많습니다.)


아이에겐 소 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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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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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68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4 0 12쪽
» 67화. 참교육? 24.03.03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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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달란트 24.03.02 22 0 12쪽
64 64화. 탈출 24.03.02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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