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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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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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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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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화. 가위바위보

DUMMY

가벼운 농담이었다.


“···네?”

“호호홍···!”

“미쳤나 봐! 스피커래!”


어수선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다행히 다른 스피커도 있네요. 어때요? 다들 잘 들리죠?”

“네, 오빠!”

“잘생겼어요!”

“꺄아아아아아악!”

“어, 음···. 스피커가 계속 튀네요. 어쨌거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기뻐요. 우선 여러분도 카메라에 인사부터 해주시겠어요?”


그 말과 함께, 유송이 개인 방송 장비를 들고 사람들을 가로질렀다.

수많은 얼굴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얼굴로만 빚어낸 인기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드디어 오늘이 왔네요. 첫날 차고에서 말했던 이벤트를 진짜 열게 됐어요.”


그랬다.

처음 방송을 켜고서 공약을 걸었지.

엄청난 상품을 걸고 벌이는 이벤트를 말이다.

그날이 이렇게 다가왔다.


그건 알게 모르게 꾸준히 화제가 되어왔다.

주최자도 잘생겼으며, 상품이 워낙 컸던 탓이다.

참고로 1등 상은 바로···,


“주마줌스도 챙겨왔어요.”


사탕이었다.

이 말을 끝으로 반응을 살폈다.

참 고요한 좌중이었다.


“···끝?”


누군가 내뱉은 작은 소리.

어수선한 와중이지만, 모두가 들을 만큼 또렷했다.


“네, 끝.”

“······.”

“진짜 끝.”


천선은 확신이라도 심어주듯이 덧붙였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쐐기를 박아버린다.


“승용차를 받는 사람은 2, 3등뿐이에요. 아, 마침 들어오네요.”


그 말대로 반짝이는 차량이 느릿하게 지나간다.

중고 외제차, 보닛에는 리본까지 달려 있다.


“와···.”

“진짜 주네?”

“역시 돈이 좋다, 야.”

“난 그냥 얼굴이 좋아.”


반응은 좋았다.

재미로 참가했지만, 운만 좋다면 혹시 몰랐다.

공짜로 차 한 대를 얻을지도.


“지금은 다시 주차해둘게요. 운동장만 대여해둔 거라서요.”


멀어져 가는 뒷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보였다.

반짝이는 외관은 새 차나 다름없었다.

몇 번 타지도 않았을뿐더러, 관리도 잘했기 때문이다.

사고도 없었으니 비용도 상당할 테지.


“우선, 알고 있죠? 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신, 방송에 얼굴이 나오는 걸요.”

“네!”

“1등 상도 그 연장선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1등이 나오는 순간, 얼마나 재밌을 것 같아요?”

“재미?”


몸을 낮추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 꼭 나쁜 짓을 하려는, 작당 모의 같았다.


“우리가 미리 말을 맞춰놔야 해요. 저는 1등이 나오자마자 어디 못 가게 붙잡을 거예요. 그리고 마이크부터 들이댈 거고요.”


물론, 진짜 나쁜 짓이긴 했다.

대놓고 괴롭힐 작전을 짜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가학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자, 주변을 둘러보세요.”

“주변? 그야···.”

“사람이 많죠? 1500평이 조금 안 된다고 하던데, 여기를 가득 채웠어요.”


가로 90미터, 세로 55미터.

넓이로 따지면 1950제곱미터다.

그마저도 살짝 삐져나왔으니, 넉넉히 국제 축구장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안내요원분들! 인원 체크는 끝나셨나요?”

“예, 3982명입니다!”

“좋네요. 3982명.”


거의 4000명.

아름아름 퍼져나간 이벤트에 잔뜩 모여들기도 했다.

팔로워가 아니더라도 참가한 사람이 많겠지.

상품이 상품인지라.


“여기서 잠깐. 학창 시절에 전교 1등 하신 분 있나요?”

“그건···.”

“했으면 지금 여기 안 있죠···.”

“그치···. 잘생긴 사람을 집에 불렀지···.”


갑자기 학창시절 등수라니.

뜬금없는 질문이다.

동시에 긍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전교 1등이라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400명 중에 1등을 못 하는데, 4000명 중에 1등을 어떻게 해요? 그 정도면 지역 1등이에요.”


천선은 가감없이 현실을 들이밀었다.


“···푸훕!”

“여러분이 생각해도 웃기죠? 네, 웬만하면 남의 일이라는 소리예요. 그런데 거리낄 게 어디 있어요? 우린 그보다 살짝만 운 없으면 되는데.”


그래, 남의 일이다.

전교 1등도 남이고, 여기서 1등은 더 남이다.


“그리니까 합의해요. 1등 하면 무조건 인터뷰하기로요.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없어요.”

“야, 잔인하다.”

“재밌겠다.”

“알았죠?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해도 안 찍어줄 거예요. 안아달라고 하면 소리 지를 거에요. 그냥 외제차 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어야 해요. 됐다고 할 때까지요.”

“이야···.”


악마 같은 제안이다.

그만큼 달콤하기도 할 터였다.

어차피 확률도 낮은데 받아들일 만했다.


“재밌겠죠? 다들 괜찮죠?”

“네에···!”

“그럼 우리 이렇게 정했어요? 나중에 다른 소리 하기 없어요?”


재밌는 볼거리 하나가 예약되었다.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좋아요. 그럼 종목 설명을 시작할까요?”


그 말과 함께, 옆에 있는 이동식 스크린에 불이 켜졌다.


‘가위바위보’


밝은 화면에 그 글자만 또렷하게 적혔다.


“완벽히 운만으로 결정되는 게임이죠? 확률도 넉넉하게 갈게요. 탈락은 지는 사람만.”


외제차가 걸린 경기에서 가위바위보라니.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한 게임이다.

그것도 4000명 규모에서.


“바닥에 색 테이프 보이시죠? 그게 구분선이에요. 미리 자신이 원하는 구역에 가 있으면 돼요.”

“아, 푯말 올라온다.”

“그거네. 옛날 OX 퀴즈 게임.”

“네, 저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가 들 거예요. 그럼 탈락할 팀이 나오겠죠?”


대략 3분의 1씩 탈락하겠지.

한 덩이씩 한 덩이씩, 착실히도 깎여나갈 터였다.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그 말과 함께 이동식 스크린에 이곳 모습이 떠올랐다.


-게임을 시작하지!!!!!

-와 진짜 하는구나

-4000명 가위바위보.... 허접해.... 그래도 궁금해....

-가위바위보를 만 명이 보는 게 레전드

-오빠나 비춰주세용♥♥♥♥♥♥♥

-용용이 왜 저기 안 가고 방송 보냐


채팅창도 큼지막하게 올라간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그 내용이 궁금한지 고개를 주욱 빼는 사람도 있었다.

천선은 이 반응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안대를 쓰고 있을게요. 다들 질서를 맞추면서 이동해주세요.”


반응이 좋다.

이를 확인하고서 동물 안대를 눈에 썼다.

여우 같은 얼굴 위에 귀여운 장식이 얹어진다.

그 모습엔 숨도 멈출 만한 파괴력이 있었다.


-캬♥ 이게 인생이지♥♥♥♥♥

-이걸 직관 못하다니!!!!!

-와 지금 회사에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회사 죽여버려

-학교에서 사제 폭탄 만드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함

-히히 난 망원경으로 벌써 보고 있어용♥


부러워하는 채팅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에게 말초적인 우월감을 준다.

더욱이, 이렇게 얄팍한 감정일수록 유난히도 달콤한 법이기도 했다.


“야야야, 뭐 할래?”

“그냥 여기 있자. 어차피 확률은 똑같잖아. 채팅창도 잘 보이고.”

“히히! 끝까지 살아남아야지!”


다들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 단순한 게임이 즐겁기 시작했다.

한 번 웃음이 새어 나오자, 감정은 주변으로 전염되기까지 했다.


“야, 넌 어디 같냐?”

“남자는 가위지. 오늘 형이 차 한 대 뽑는 거 보여줄게.”

“웃기고 있네. 남자는 빠지. 오늘 형이 주마줌스 빠는 거 보여줄게.”

“아, 목표가 그거였냐?”

“엄마가 꿈은 크게 가지랬어.”


고작 가위바위보에 열을 올리며 이동하기 시작한다.

안내요원 역시도 열심히 질서를 유지했다.


“줄 맞춰서 이동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바닥에 테이프를 잘 봐주세요! 이동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요!”


활기차게, 동시에 안전하게 진행된 이동.

누군가는 종종걸음을 치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각자 최선을 다해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카운트 들어갈게요!”


첫 번째 가위바위보가 결정이 나기 직전이었다.


“10! 9!”


천선이 크게 불렀다.


“8! 7!”


뒤이어 따라서 외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6···! 5···! 3···!”


다들 동조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니,


“2···! 1···!”


모두 한마음이 되어 카운트를 셌다.

그리고 마지막 결과가 나올 때가 되어서는···,


“묵!”

“와아아아아아아아···!”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쉬운 탄성 역시 일었지만, 대부분 웃음이 섞여 있다.


“탈락한 사람!”

“네에···!”

“뒤에서 구경하고 계시면 끝날 때 기념품 드릴게요! 아, 물론 1등한테는 안 주는 거예요!”

“푸흡!”

“진짜, 1등은 엄청 불쌍하네!”


다들 웃으면서 물러났다.

대여한 운동장 외곽에는 앉아서 구경할 수 있는 자리가 넉넉했다.

그런데 단 한 명 거슬러 올라가는 여자가 있었다.

천선이 있는 곳까지 가더니, 활기차게 몸을 돌린다.


“안녕하세요! 인플루언서 백여시입니다!”


이목구비가 화려했다.

평소에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겠지.

더군다나 여기서 알아보는 사람도 제법 많이 보였다.


“참석하고 싶어서 미리 문의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탈락 후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운 좋게 한 방에 끝냈네요!”

“백여시? 들어는 봤는데?”

“필라테스 있잖아.”

“됐어, 그게 뭐가 중요해? 난 저 몸매면 소크라테스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어!”

“히히! 저 이외에 다른 분들도 참가했다고 들었어요. 탈락자가 나오면 저처럼 나올 거예요.”


안전요원 중 한 명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리고 카메라와 셀카봉을 건네줬다.


“이제부터 돌아다니면서 상황 중계할 테니까, 제 채널에도 와주세요. 알겠죠?”


하긴, 이건 인원수 4000명에 달하는 행사다.

오로지 혼자 진행하고 끝내기엔 규모가 컸다.

당연히 몇몇 인플루언서는 관심을 가졌다.

혹여 참가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적극적으로 한 발 걸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건 천선에게도 기회였다.

개인 방송 시청자에게 그대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었다.

팔로워 수도 급격히 늘어나겠지.

도플갱어는 이를 아주 확실히 이용할 머리가 있었다.


“두 번째 판 시작할게요. 백여시 님도 편히 방송 진행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 스크린에 제 방송 화면도 뜨네요.”


인플루언서와 천선이 함께 있는 모습이 송출되었다.

동시에 댓글창 역시도 말이다.


-와 결국 잘생긴 남자 찾아가는 거 봐라

-우리가 갖다 바친 돈이 얼만데

-간 털린 놈들 여기에 수두룩 하넼ㅋㅋㅋㅋㅋㅋ

-근데 점마 겁나 잘생기긴 했다

-ㅇㅇ 필터까지 씌우니까 완전 여잔 줄

-필터 끼고 방송해라 그럼 내 간 너 줄게

-간이 아주 탈부착이네 산토낀 줄

-토끼 맞을 걸?


효과는 벌써 또렷이도 나타났다.

남자가 대부분인데도 관심이 쏠렸다.

이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작가의말

저는 저렇게 유치하게 노는 거 좋아합니다.

솔직히 요새는 '켄터키 후라이드 쫀쫀해요 빠방' 하고 싶습니다.

근데 그렇게 할 사람이 없어요.

엄마한테 하면 자식 잘못 키웠다 소리 듣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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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7 0 12쪽
93 93화. 날카로움 24.04.16 14 0 12쪽
92 92화. 돌아온 아들 24.04.15 11 0 12쪽
91 91화. 소년병 24.04.13 11 0 12쪽
90 90화. 비디오테이프 24.04.11 12 0 12쪽
89 89화. 어머님 24.04.09 10 0 12쪽
88 88화. 천재 24.04.08 12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5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10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2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1 0 14쪽
81 81화. 요한묵시록 24.03.27 10 0 13쪽
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79 79화. 정말 몰랐을까 24.03.22 8 0 12쪽
78 78화. 유기견 보호센터 24.03.21 12 0 12쪽
77 77화. 기말고사 마지막 날 24.03.19 14 0 12쪽
76 76화. 주마줌스 24.03.18 14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4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3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0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68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5 0 12쪽
67 67화. 참교육? 24.03.03 21 0 12쪽
66 66화. DJ뭐야 24.03.02 23 0 12쪽
65 65화. 달란트 24.03.02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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