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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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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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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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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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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안 들려요

DUMMY

“이번엔 어딜까?”

“글쎄? 그보다 또 누구 있나? 방송하는 사람 말이야.”

“앱 들어가 봐. 중계만 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있을 걸?”

“어? 있다, 있다!”


다들 떠들면서 위치를 찾아갔다.

이다음을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단순히 상품이나 게임 외에도, 즐거운 요소가 굉장히 많은 덕이다.


“이제 카운트 시작할게요!”


그러는 와중 판가름의 시간이 다가왔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목청을 돋웠다.


“10···! 9···! 8···!”


이제는 처음부터 다 같이 숫자를 외쳤다.

모두가 파티라도 즐기는 모양새였다.

10이라는 수는 순식간에 1까지 떨어져 내린다.


“3···! 2···! 1···!”


대망의 순간, 천선은 손을 들어 올렸다.


“묵!”

“와아아아아아아···!”


오직 환호성만이 나왔다.

동시에 탈락한 방향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또 누가 있을까 싶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이 종종걸음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민초초초초 인사드립니다! 사람 없이 방송만 나와서 놀랐죠?”

“추노노노노입니다! 안녕하세요!”


그 말에 참가자 대부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대박! 어떻게 섭외했대?”

“그니까! 둘이 합치면 300만 넘지 않아?”

“완전 대기업이잖아···!”

“추노노노노 님! 방송 잘 보고 있어요!”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인지도가 더 높은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화면은 전환됐고 시청자 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브로 2.3만 명이 봐? 그럼 방송 다 합치면 몇 명이야?”

“몇 명 더 나오면 대략 10만 명은 넘지 않을까?”

“대박이네!”

“외국인 중에 뭔 뜻인지 모르고 보는 사람 있을 걸?”

“그게 뭔 상관이야? 언어 장벽이 저 얼굴을 막을 수 있을 건 같아?”


이제는 다들 놀라워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천선은 경력이 짧았으니까.

어떻게 이만한 대형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놀랄 만했다.


“자, 카운트 들어갈게요!”


그 와중에 다시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이제 다들 익숙하게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를 즐겼다.


“10···! 9···! 8···!”


모두 함성을 지르면서 숫자를 내려 셌다.

마침내 세 번째 결정이 솟아올랐다.


“3···! 2···! 1···!”

“묵!”

“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엔 탄성이 짙게 울렸다.


“어떻게 묵을 세 번이나!”

“진짜 너무했다!”

“운빨 게임이라면서! 운빨 게임이라면서!”


세 번이나 같은 선택을 할 줄은 몰랐겠지.

어떻게 보면 머리를 잘 썼다고 볼 수 있었다.

예상을 깨부쉈으니 말이다.

채팅창도 신나서 글자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와 3연속으로 묵을 내내ㅋㅋㅋㅋㅋ

-상남자다ㅋㅋㅋㅋㅋ

-설마 설마 하던 사람들 다 죽었넼ㅋㅋㅋㅋ


영상이 재밌다면 성공이겠지.

어차피 회자가 되는 것도 이쪽이니 말이다.

더욱이 통과자 쪽에서도 괜찮은 장면이 터져 나온다.


“아니, 왜 여기서 또 살아남는데···!”


후드와 마스크로 정체를 가린 인물.

유난히 촐싹이는 목소리로 괴성을 지르는 중이다.


“촬영 허가를 받았는데, 왜 촬영을 못 하고 있냐고···!”

“푸흡! 난 누군지 알겠다.”

“아, 왜 저분에게만 또 저런 일이···.”

“일부러 짜고 치는 거 아냐?”

“끼야아아아아악···! 촬영하게 해줘···!”


보아하니, 불운하다는 컨셉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다들 웃고 있겠지.

하지만 정말 짜고 쳤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도플갱어는 교활한 만큼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니까.


이외에도, 탈락한 개인 방송인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크게 호들갑이 일어나진 않았다.

이미 여러 흥미로운 장면이 지나갔다.

게다가 지금은 다들 머리를 굴리느라 바빴다.

이제 가위바위보는 운이 아니라 심리전이었으니 말이다.


“계속 탈락해왔는데, 이제 1000명 조금 넘게 남았나요?”


천선도 이를 살짝 긁었다.


“다음은 어디일까요? 출발해주세요!”


이제는 진짜 눈치 싸움이다.

과연 바꿀까, 아닐까?

바꾼다면 가위와 보자기 중 어느 쪽일까?


누군가는 싱글벙글 멈춰 있고, 누군가는 고민하며 움직인다.

행동은 너무나 다양했다.

물론, 시간은 무한정이 아니었다.

야속하게도 입장을 정해야 할 순간은 다가왔다.


“카운트 셀게요! 10!”

“9···! 8···! 7···!”


숫자가 내려간다.

다들 크게 목소리를 돋웠다.

기대감과 불안감, 그리고 흥분감이 주변을 에워쌌다.

고민이 들어간 순간부터 몰입은 배가 된 덕이다.


“3···! 2···! 1···!”


다시 판가름의 순간이 다가왔다.

모두 여우 같은 입술만 바라보며, 결과를 기다렸다.

붉은 피부는 유난히도 장난기가 느껴졌다.


“보!”

“아아아아아악···!”


괴성이 터져 나왔다.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지경이다.

결과가 어떤지 소리만으로 짐작이 간다.

하지만 천선은 안대를 벗어 던지며 직접 상황을 확인했다.


“와, 이번에 절반 가까이 탈락한 거예요?”


그랬다.

절반이 묵을 내고서, 우수수 뒤로 물러섰다.

계속 3분의 1씩 탈락하다가 이번에 유독 많이 떨어졌다.

이제 생존자 수는 대략 600명 정도였다.


“아! 또 살았어···! 뭐야, 진짜···!”

“하하. 다들 할 말이 많아 보이네요. 4분의 1도 안 남았으니, 인터뷰해볼까요?”


천선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생존자 역시 화색을 띠며 말을 걸어주길 기다린다.

특히나, 탈락하고 싶지만 또 실패한 사람이 말이다.


“아, 진짜 저 억울해요. 진짜 딱 한 번 자리를 바꿨는데 그게···”

“초면에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저는 저기 여성분과 인터뷰 나눠볼게요.”

“저기요! 이 사람아···!”

“안 들리네요. 안 들려요. 분명 안 들리는 걸로 사전에 협의했어요.”


주욱 지나쳐서 저 멀리 나아간다.

그다음, 발만 동동 구르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꺄아아아아악···!”

“아, 스피커를 훔쳐 가신 분이셨네요.”

“오빠, 진짜 잘생겼어요···!”


다가가자마자 바로 달려들어 안긴다.

꼭 아이돌이라도 만난 듯했다.


“꺄아아아악···! 어떡해···!”

“저기요?”

“꺄아아아악! 나 진짜 어떡해요···!”

“음, 일단 저는 이비인후과 가야겠네요. 지금 왼쪽 귀에서 삐 소리가 나거든요.”

“허으으응···!”


오죽했으면 보고 있던 모두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와 울기 있냐? 여기서 사심을 푸네?

-저 얼굴이면 저게 가능하네ㅋ 나였으면 착각하고 안겼다고 고소당했을 듯ㅋ

-허미 인생....

-세상에 날 위해 저렇게 울어줄 여자가 있을까

-지금 너희 어머니께서....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천선은 당황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제가 벌써 열성 팬이 생겼을 줄은 몰랐어요.”

“진짜 좋아해요! 오늘 머리 안 감을래요!”


키 차이 때문에 정수리에 코끝이 닿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약간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아···. 감아야 해요. 이젠 정말 감으셔야 해요.”

“···네?”

“네.”

“네?”

“네!”


기 싸움 비슷한 대화.

그러다 팬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천선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여기까지 살아남으셨네요.”

“네, 너무 좋아요···.”

“확률로 따지자면 6분의 1정도 되겠어요. 혹시 비결이 있을까요?”

“아, 저···. 오빠 빠순이라, 그냥 빠에만 서 있을 거라고···.”

“전략이 독특하시네요.”


정말 팬이긴 한 모양이다.

하긴, 천선은 처음부터 여심을 노린 컨텐츠를 선보였다.

대놓고 얼굴을 썼고 골라주는 옷을 입었지.

그건 상대가 쉽게 애착을 가지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한 번만 더 안아주시면 안 돼요?”

“아, 혹시 1등 하실 수도 있어서요. 지금 성불은 못 시켜드려요.”

“아···.”

“죄송하지만, 게임이 끝난 다음을 기대해주세요.”


자연스럽게 지나서 이번엔 남자에게 다가갔다.

천선이 다가가는데도 차분하기만 하다.

팬은 아니고, 차가 걸린 이벤트라서 참가한 모양이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네.”

“여기까지 살아남으셨어요. 그 비결이 있나요?”


남자는 숨을 크게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처음 두 번은 운이었습니다. 그런데 묵을 두 번 내는 모습을 보니까 의도가 느껴지더라고요.”

“의도요?”

“네. 그때부터 심리전이라고 가정했습니다. 묵을 계속 내거나, 그렇게 믿게 만든 다음 바꾸겠죠. 각각 50퍼센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운에 맡기지 않았다.

복잡한 계산을 하고서, 가장 살아남기 좋을 곳을 찾아갔다.


“가위로 가면 절반 확률로 탈락. 묵이나 보자기로 가야 하는데, 후자가 더 확률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오···. 그 이유는요?”

“굳이 바꾼다면, 더 많은 사람을 탈락시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계속 묵만 보여주셨으니, 참가자는 그쪽에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추측할 수 있겠죠. 따라서 바꾼다면···,”

“보자기를 낼 확률이 높다?”

“맞습니다.”


천선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 계획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대단하시네요.”


탈락자와 통과자뿐 아니라, 채팅창도 감탄을 터뜨린다.


-음 완벽히 이해했어

-야 운빨 게임을 능지로 통과해버리네

-작전을 짜는 놈이나 그걸 알아챈 놈이나

-저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빠 낸 거임???

-물어보면 알았다고 하겠지

-일단 한 명은 몰랐을 듯

-아 탈락하고 싶어도 못한 분ㅋ

-아 나는 얼굴 못 봐서 누구 말하는지 모르겠다곸ㅋㅋㅋㅋ

-어떡해ㅠㅠ 머리도 나쁜데 운까지 없어ㅠㅠ 요샌 머리도 자꾸 빠져ㅠㅠ 삶에 꿈도 희망도 없어ㅠㅠ 불쌍해ㅠㅠㅠㅠㅠ

-야 위엣 놈 니가 제일 나빠


이 정도면 인터뷰는 충분했다.

예측 성공해서 살아남은 사람, 팬심으로 살아남은 사람, 예측 실패해서 못 죽은 사람까지.

독특한 생존 전략은 다 보여준 셈이다.


“그럼 이제 게임을 바꿔볼까요?”


천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운동장을 거닐었다.


“깨끗하게 진행했다지만, 가위바위보는 조작 가능성이 있잖아요? 미리 누군가한테 순서를 알려줄 수도 있고.”

“하긴···.”

“맞지, 사람이 이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가···.”

“조작은 없었어요. 다만, 더 확실하게 하려면 지금쯤 게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과 함께, 스크린이 한 단어를 띄웠다.


‘눈치게임’


600명이 남은 시점.

천선마저 개입할 수 없는 종목으로 바뀌었다.


“그냥 안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닌가···.”

“다만, 여기서 규칙 하나만 추가할게요. 제한 시간 10초.”

“제한 시간 10초요?”


작가의말

4000명 가위바위보

600명 눈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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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안 들려요 24.04.19 9 0 12쪽
9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8 0 12쪽
93 93화. 날카로움 24.04.16 14 0 12쪽
92 92화. 돌아온 아들 24.04.15 11 0 12쪽
91 91화. 소년병 24.04.13 11 0 12쪽
90 90화. 비디오테이프 24.04.11 12 0 12쪽
89 89화. 어머님 24.04.09 10 0 12쪽
88 88화. 천재 24.04.08 12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5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10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2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1 0 14쪽
81 81화. 요한묵시록 24.03.27 10 0 13쪽
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79 79화. 정말 몰랐을까 24.03.22 8 0 12쪽
78 78화. 유기견 보호센터 24.03.21 12 0 12쪽
77 77화. 기말고사 마지막 날 24.03.19 14 0 12쪽
76 76화. 주마줌스 24.03.18 14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4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3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1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68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6 0 12쪽
67 67화. 참교육? 24.03.03 21 0 12쪽
66 66화. DJ뭐야 24.03.02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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