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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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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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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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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화. 주마줌스

DUMMY

화면을 보면서 하는 말.

몇 명이나 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퍽 자연스러웠다.

항상 타인을 연기해왔기에 보이는 여유로움일지도 몰랐다.


“자랑하기 좋은 사람이 되려고 켜긴 했는데, 조금 민망하네요. 처음이라 그런가?”

“······.”

“계속 혼자 중얼대기는 민망하니, 얼른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아, 유송 씨? 휴대폰을 대신 들어주시겠어요?”

“저 말입니까?”


유송이 얼떨결에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셀카 모드로 된 상태 그대로.

당연히 천선이 제대로 찍힐 턱이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휴대폰을 돌렸다.

설정을 변경하는 와중에 댓글창과도 마주했다.

물론, 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그대로 송출되기도 했다.


-이 오빠 진짜 얼굴 호화롭다♡♡♡

-그냥? 평범?

-필터 빼도 ㅅㅌㅊ이긴 할 듯

-님드라 이거 필터 아님! 셀카 모드로 너프 먹고도 저 정도라니까요?

-얼굴은 최선을 다하시는데 왜 다른 건 노력을 안 하세요....

-카메라 전환한다 비율 보세요 진짜 미침

-근데 지금 언니는 누구세용?


생각보다 댓글이 많았다.

천 명이라고 했지만, 마지막 확인했을 때보다 수가 더 늘어난 모양이다.

팔로워는 아니지만 그냥 보기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

그럴 만한 얼굴이니 말이다.


“됐습니다.”


설정 변경은 간단했다.

카메라가 전환되었고, 화면에는 유송이 아닌 천선이 담겼다.

얼굴만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드러났다.


-와

-와....

-♡♡♡♡♡♡♡♡♡

-왜 공간 멀쩡? 진짜 필터 없나 보네?

-저 가슴팍에 눕고 싶다

-아 어깨 핥고 싶다♡♡♡

-아까 언니는 누구세용? 오빠랑 무슨 사이세용?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한다.

‘잘생긴 남자는 먹이사슬 최정점’이라고 말이다.

매력을 강점으로 삼는 남성은 그만큼 희소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선은 얼굴만으로도 이미 컨텐츠가 필요 없었다.

세상 인구 절반이 흥미로움을 느낄 테니까.


“이제 말해도 되나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분위기였다.

애당초 외모를 꾸밀 때 도플갱어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이란, 그래서 사진보다 폭발력이 강했다.

여우 같은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면 더욱 그렇겠지.

바로, 지금처럼.


-미친....

-이 좋은 걸 지금에서야 알았네....

-와

-♡♡♡♡♡♡♡♡♡♡♡♡♡♡♡

-계좌 불러요

-언니는 누구신데 저 얼굴을 쌩으로 봐용?


누구든 홀릴 듯한 마력이 흘러넘쳤다.

잡티 한 점 없는 피부, 매끄러운 턱선, 풍성한 속눈썹, 그리고 빚어내고 빚어낸 분위기.

화면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으로서는, 이미 따라올 사람이 몇 없었다.


“안녕하세요? 별일은 아니고 그냥 방송 한 번 켜봤어요. 제가 사교성을 키우고 싶었거든요. ”


천선도 그런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굳이 괴상함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조곤조곤, 자연스럽고 어리숙한 모습을 내보일 뿐이지.


“그래도 대화해야 하니···. 혹시 무슨 말이라도 댓글에 있나요?”

“온갖 주접만 있습니다. 아,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물어보기도 합니다.”

“음식이요? 그냥 고기류 좋아하죠?”

“그리고 좋아하는 색이나 싫어하는 음식도 물어봅니다. 음, 그냥 신상을 캐고들 있습니다.”


유송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날카로운 말을 해버리고 말다니, 어쩌면 녹호에게 옮았을지도 몰랐다.


-신상 캐기라뇨!!!!!

-신상 캐깈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이스 브레이킹인데요!!!!

-저기요 아줌마!!!!!

-말넘심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는 누구신데 시빈데용!!!!


이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선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파란색 좋아해요. 풀로 된 음식은 싫어하고요. 그리고 제 신상 정보요?”

“아, 그게···.”

“괜찮아요. 그냥 저에 대해 궁금하다는 뜻이겠죠?”


그 말과 함께 뒤를 가리켰다.

수많은 차량이 조명에서 내려온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렇게 변할 정도겠지.

모두 한 번 타기도 힘든 차종이니까.


“처음엔 이걸로 얘기나 나눠볼까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네요. 이렇게 여성분들 위주일 줄은 몰랐거든요.”


이 말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얼굴과 재력이 압도적이니, 쉽사리 일이 풀릴 줄 알았겠지.

하지만 여성이 대부분인지라 좀처럼 배경으로 시선이 쏠리지 않았다.

오직 천선에게만 관심을 가질 뿐.


“그냥 한두 대쯤은 상품으로 걸고 뿌릴까요? 팔로워 수 10만 명 넘기면?”

“···네?”

“어차피 차는 많으니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하는 말.

오직 유송만이 당황을 표할 뿐이다.


-엥?

-차를요?

-부자 개그ㅎㅎ

-웃기당ㅎㅎ

-이벤트 어디서 해용? 거기 가면 오빠 볼 수 있어용?

-아 진짜 용용체 죽이고 싶네


심지어 다들 농담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천선만은 진심이라는 듯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학생도 많으니까 방학에 하는 편이 좋겠죠?”


여유로운 발걸음이 뚜벅뚜벅 나아간다.

줄줄이 있는 승용차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말이다.


“적당히 얘는 3등, 얘는 2등으로 하면 좋겠네요.”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진짜 하실 겁니까?”

“따지고 보면 중고잖아요. 2, 3등인데 이 정도도 안 하면 어떻게 하나요?”

“그럼 1등은···.”


천선은 꼭 고민이라도 하듯이 턱을 매만졌다.

그다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1등인데 새 걸로 줘야죠. 주머니에 있는 물건 꺼내주시겠어요?”

“네? 여긴 제 간식밖에는···.”

“주세요.”


망설이면서 꺼내는 간식.

기다랗고 고운 손은 그걸 휙 하고 뺏는다.


“제 추파춥···”

“상표는 조심해서 말해야죠. 흠, ‘주마줌스’ 정도?”

“주마줌스···.”

“네, 운 좋은 사람을 위한 1등 상이요.”


오직 운만으로 결정하는 게임이겠지.

최후의 소수가 되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다가, 정작 1등이 되고서 대성통곡하는 구조다.


-진짜 해요?

-와 재밌겠다♡♡♡♡

-10만? 금방이죠!!!!

-오빠 나 고삼인디!!!!

-♡♡♡♡♡♡♡♡♡♡♡♡♡♡

-나 나 나 할래용!!!!


댓글 창이 빠르게 넘어갔다.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 모양이다.

물론, 상품보다는 직접 얼굴을 볼 생각에 신났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저택 식사실.

녹호는 미소와 함께 턱을 매만지고 있다.

즐거운 고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천선의 일이 잘 풀리고 있다든가 말이다.


“뭐야? 왜 웃어?”


인영은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불쾌하게 바라본다.


“내가 내 집에서 웃는데, 문제 있어?”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쁘잖아.”

“그럼 화내줘?”

“아니, 그건 아니지. 그 성질을 내가 왜 받아줘야 해?”

“이건 괜히 주워왔나, 심심하면 발작해대네.”


결국, 녹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인영은 그 모습을 보더니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역시나 심심해서 시비 한 번 걸어본 모양이다.


“진짜 미친 여자도 아니고···. 내가 안 무서워?”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녹호를 벅벅 긁어댄다.

따지고 보면, 제일 저자세여야 정상일 사람이 말이다.

최소한 일부러 시비는 안 걸어야 정상 아닐까?


“응? 뭐···, 위압감은 있지.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갑이시니까. 가끔 움찔할 때가 많지.”

“그런데?”

“녹호 씨, 인영 씨. 음식 나왔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와중.

인영은 두 눈을 접시에 박았다.

이번에는 중식인지, 특유의 향미 짙은 요리가 나왔다.


“본능인가···. 그냥 장난치는데 무슨 계산까지 필요해?”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서 아무 말이나 뱉어댄다.

아니, 그래서 더 진심에 가까운 소리일 수도 있겠지.

녹호는 그 모습을 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참나.”

“포기해. 그럼 편해.”

“그러게. 장난으로 고양이랬는데, 진짜 짐승 새끼일 줄이야.”

“야옹. 너는 짜장 먹어, 나 짬뽕 먹을래.”


그릇에 콕 박힌 눈을 보며, 커다란 입이 질문을 던졌다.


“요즘 사업 진행은 어때?”


회사는 인영한테 거의 다 맡겨두다시피 한 모양새였지.

겉보기에는.


“순조로워. 시설 꾸준히 넣고 내 말 듣고 움직일 사람 추려서 늘리기만 하면 되잖아.”

“그뿐만은 아니겠지. 운영이잖아.”

“운영이랄 게 뭐가 있겠어? 원래 일 잘하던 자영업자들, 그대로 갖고 온 거잖아? 그냥 매출 나온 거 모으기만 하면 끝이고.”

“그래, 매출 모아야지. 적자면 신경 써야 하고.”

“근데 적자일 리가 없지. 가만히 있어도 월세만큼은 흑자일 테니까.”


당연했다.

기존 자영업자도 월세를 내면서 수익을 올렸다.

그 사람들을 영입하기 위해 편의를 봐줘야 했지만, 큰 손해까진 아닐 터였다.

아니, 오히려···.


“이런 말 하긴 쑥스러운데, 너 되게 잘해주고 있는 거더라. 나한테 다 맡기고 끝인 줄 알았는데.”

“흐음?”

“로드맵 제시하고, 손님도 어떻게든 끌어왔지. 초기 자본도 넉넉히 쏟아부었고. 여기에 매달 15억 적자 감수해준다고? 긴장할 필요도 없는 조건 아냐?””


그랬다.

녹호가 회사에 박혀 있지만 않을 뿐, 성과는 분명히 냈다.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비전 제시, 영업, 투자, 리스크 감당까지 모두 해준 셈이다.

겉보기는 어떨지 몰라도, 곁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잘해주고 있었다.


“진짜 순탄해.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땐.”


인영은 짬뽕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않았다.

식탐보다도, 상념이 먼저 앞선 모양이다.


“주관적으로는 아쉽나 봐?”


녹호는 넌지시 물어본 후, 그릇을 달그락거렸다.


“순서를 잘못 생각했어. 그래서 급하게 땜빵해야 해.”

“땜빵?”

“우린 건물 전체를 활용하잖아? 그럼 아예 호텔 리조트처럼 꾸몄어야 했어. 통일성 있게 또, 이용하기 편하게.”

“지금 와서 다시 리모델링 한다고?”

“어. 지금이라도 해야지. 외벽 페인트칠하고, 입구에 건물 구조도도 박아넣어야 해. 이걸 먼저 해야 했어. 영업 개시한 다음에는 아무래도 껄끄러우니까.”


당연하겠지.

나름 공사라고 부를 만한 일이니까.

페인트 냄새는 둘째치더라도, 인부가 오가며 동선을 방해할 터였다.

이왕이면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일하는 게 좋을 텐데.


“아저씨한테 물어봐,”


녹호는 차로 입가심을 하며 해답을 던졌다.


“아, 집사님?”

“집사님?”

“몰라. 대충 이해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부르는 말이 계속 바뀌어.”


어쨌거나 두오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저씨가 이쪽 방면에서 잔뼈가 굵거든. 상담해보면 괜찮은 방법이 나올 거야.”

“아니. 이제 내 힘으로 해야지.”

“그래?”

“뭐, 생각해둔 방법은 있어. 업체랑 협의해서 최대한 저녁 시간에 일을 끝내면 돼.”


인영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실제 경영을 겪어보니 경험이 쌓인 듯했다.


“걱정 안 하도록 알아서 잘해볼···. 야, 근데 난 못 먹고 있는데 넌 벌써 다 먹었냐?”


그렇게 담담한 표정은 갑자기 와락 일그러지고 말았다.

짬뽕은 불어 터졌는데, 자장면은 깔끔하게 비워진 탓에.


작가의말

본 작가는 상표권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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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복수 24.04.06 14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8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2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0 0 14쪽
81 81화. 요한묵시록 24.03.27 10 0 13쪽
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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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유기견 보호센터 24.03.21 12 0 12쪽
77 77화. 기말고사 마지막 날 24.03.19 14 0 12쪽
» 76화. 주마줌스 24.03.18 13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4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2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0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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