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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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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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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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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좋은 책임자

DUMMY

그 덕분에 훈계는 편안하게 이어진다.


“눈앞에 있는 놈이 얼마나 돈 많고 힘센지, 가늠이 안 되지?”

“죄송합···”

“묻잖아. 가늠이 안 됐냐고.”

“모, 몰랐어요···. 이렇게 될 줄은···.”


녹호는 압박을 이어가며, 정말 자신다운 충고를 내뱉었다.


“그래, 빡대가리잖아? 그럼 착하기라도 해야지.”


학생은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나쁜 짓이라는 게, 대부분은 적을 만드는 일이거든. 생각 없이 하면 객사하기 딱 좋겠지?”

“네···.”

“뒤질 뻔한 이유가 뭐다?”

“형 여자친구···”

“뻗대다가.”

“···네, 뻗대다가.”


이 정신 나간 풍경을 유송과 알바생은 혼란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 외에도 많지. 공문서 도용, 사문서 위조, 사기 등등.”

“저는 그런 건···”

“주민등록증 훔치고, 병원 진단서 꾸미고, 학생 신분으로 술 산 거. 내가 돈 처발라서 억지 쓰면, 징역 몇 년은 쑤셔 박을 수 있어.”

“아, 아아···! 제발···!”


거짓말도 아닐 터였다.

진짜 그 정도 돈은 있으니까.


“오래 살려면 착하기라도 해야지. 세상 사람들이 멍청해서 그렇게 사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너는 그보다도 훨씬 빡대가리야. 아니, 아예 진화가 덜 됐어. 다들 그렇게 살 때, 너 혼자만 뒤질 자리 찾아가고 있잖아.”

“네, 맞아요! 그러니까···”

“‘빡대가리면 착하게라도 살자.’ 복창.”


제대로 된 교육이 맞을까?

떨리는 목소리가 편의점에서 울려 퍼졌다.


“빡대가리면 착하게라도 살자···! 빡대가리면 착하게···!”

“볼륨 줄여서 자동.”

“···착하게라도 살자, 빡대가리면 착하게라도 살자, 빡대가리면 착하게라도 살자.”


녹호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주민등록증을 주워 들었다.


“집 주소가 이건가? 애를 이따위로 내어놓고 사는 것들이?”


들으라는 듯이 중얼댔고,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건 복창하는 목소리에 한결 두려움을 깃들게 했다.


“죄송합니다···. 빡대가리면, 착하게라도 살자···.”


이제야 만족한 걸까?

커다란 몸은 의자에서 일어나 알바생에게로 향했다.


“고생이 많아?”

“···아, 네.”

“이거 치우려면 빡세겠어?”


알바생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사단을 만든 인간이 이따위 얘길 하니,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차마 뭐라고 하진 못하더라도 말이다.


“계좌 불러.”

“네?”

“개인 계좌 부르라고.”


녹호는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좌를 알려주는 대로 입력하더니, 돌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천만 원. 이것저것 조용히 처리할 수 있겠지?”

“···아, 예!”

“괜히 시끄럽게 해서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말자고. 애한테 술을 판 거, 댁도 껄끄러운 일이잖아?”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편이 좋았다.

물건을 치우고 이것저것 귀찮겠지만, 돈이 이천만 원이다.

여덟 달은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 말이다.


“유송아, 가자.”


이제 일이 끝났다는 걸까?

녹호는 유송을 부른 후, 곧바로 스포츠카에 탑승했다.


“거의 다 도착해서 귀찮은 일이 생겼네.”

“그···, 예.”

“이 주민등록증 폐기하고, 내 육포 내놔.”


물건이 오갔다.

커다란 손은 봉지를 주욱 뜯더니, 입으로 한 조각 가져갔다.

시선은 한 걸음 늦게 사진첩으로 향했다.


“할 말이 있나 봐?”

“예?”

“얼굴이 뭐 마려운 강아지 같아서 말이야.”


유송은 그 말대로 얼굴에 혼란스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이래도 괜찮은가 싶은가 하는 얼굴이다.


“그게···, 조금 많이 변하신 것 같아서···.”

“어디가?”

“행동이 말입니다.”

“감상평도 말해 봐. 어떤 느낌인가, 솔직하게 말이야.”

“솔직···.”

“화 안 낼 테니까 말해.”


차는 빠르게 도로를 나아갔다.

스치기만 해도 난리가 나는 고급 외제차, 그 덕에 어떤 난폭 운전도 가까이 다가가면 예의를 차린다.


“아이에게 다정해지신 부분은 좋습니다. 다만, 그게 너무 경계가 없는지라···.”

“유송아.”


녹호는 태연히 이름을 불렀다.


“내가 말했지? 솔직하게 말하면 화 안 내겠다고.”

“···예.”

“그럼 솔직하지 않았을 때는 네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야.”


반쯤 협박에 가까운 말이다.

다만, 거짓말은 아닐 터였다.

지금만큼은 막말을 쏟아내도 보복하지 않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예, 무의미해 보입니다. 차라리 부모한테 맡기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겁만 줘서 보냈다간 다른 곳에서 똑같이 행동하고 말 겁니다.”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뭐, 그런 말이야?”


다시 말려들기 직전, 유송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흠, 아직 멀어 보이는데?”

“금방입니다.”


건물 끄트머리만 보이는 겨우 보인다.

하지만 유송은 다 도착했다며 먼저 선수를 쳤다.

대답을 미룬 후, 빠르게 갓길로 차를 대면서.


“그래, 운전대 잡은 사람이 불편하다면야.”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빠르게 따라붙도록 하겠습니다.”


녹호가 차에서 나왔다.

바깥 공기를 맞자마자 바로 발길을 옮겼다.

저 넓은 보폭으로도 몇 발자국은 움직여야 할 정도로, 참 멀리에서 내려줬다.

익숙한 하얀색 카페에 닿기까지 몇 분이나 걸렸다.


“뭐야? 왜 걸어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의문을 표했다.

기다랗게 뻗은 키, 날카롭게 생긴 눈매, 어딘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

다름 아닌, 인영이었다.

화장에 공을 들였는지, 얼굴에선 광이 날 지경이다.


“약속 잡아 놓고, 이따위로 느긋해도 돼?”

“딱히 늦진 않은 것 같은데? 보고 싶었나 봐?”

“그냥 늦었다고. 따지고 보면 며칠 전에 방문해야 했잖아.”


녹호는 느긋하게 그 앞에 섰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필 차례였다.


“회사 대표라는 인간이 오늘에서야 오면 어떻게 해? 나 대학교 때문에 바쁜 거 알잖아? 설명도 못 해줘.”

“그래, 일찍 왔으면 좋았겠네.”

“그걸 아는 놈이···, 뭐야? 옷이 왜 찢어졌어?”


인영이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섰다.

찢어진 펄럭임 너머로, 새어 나왔던 핏자국도 보인다.

동시에 천에도 음식물이 묻었는지, 얼룩 자국이 또렷했다.


“아,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보네.”

“편의점? 싸움이라도 있었어?”

“비슷해. 아니, 그 정도는 아닌가?”


전혀 아니다.

인영은 그걸 모르겠지만.


“진짜, 조심히 하지···.”

“안 들어가? 시간도 없다면서?”

“아, 그래. 근데 얘기 좀 해 봐. 뭔 일인지.”


한참을 더 다친 곳이 없나 확인하던 중이었다.

당연히 발걸음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유송까지 주차를 끝내고서 따라붙고 있을까?


“별일은 아니었어. 쟤한테 심부름을 시켰는데 어떤 남자가 방해하더라고.”

“무슨 방해? 번호라도 물어봤대?” “어, 맞아. 맞췄네?”

“그야, 예쁘시니까. 이 정도 일은 있을 법하다 싶었지.”


인영이 잠깐 표정을 찌푸렸다.

보폭은 갑자기 커져서 빠르게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영업을 시작한 덕에, 손님으로 제법 북적댔다.


“그래서 싸웠다고? 빡쳐서?”


직원 모두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손님들도 무슨 일인가 시선을 돌리는 모양새다.


“오셨습니까, 대표 대리님. 그리고···, 대표님?”


인영은 짧은 목례로 화답했고, 녹호는 손을 휘적댔다.


“바쁜데 시간 끌잖아? 적당히 혼내주려고 했지.”

“아무 사심 없이?”

“뭔 사심? 아, 빡침 말해?”

“······.”

“말했잖아. 바쁜데 짜증나게 해서 팼다고.”


두 사람은 안으로 주욱 들어가 상황을 확인했다.

더 볼 것도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하긴, 공들인 분위기는 사람을 교양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법이다.

여기에 바디캠까지 돌아가고 있으니, 진상마저 드물겠지.


“잘못하면 경찰 조사잖아. 어쩌면 오늘 여기 못 왔을 테고.”

“굳이 안 와도 잘하고 있을 테니까.”

“약속을 했으면···. 하아, 다음엔 기다리는 입장도 생각해주지?”


인영이 약간이나마 표정을 깨뜨리고 말았다.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유쾌하진 않다는 기색이다.


“그래서, 어떻게 왔어? 사고를 쳤는데 수습이 쉬웠을 리 없잖아.”


녹호는 대강 둘러보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카페는 충분히 확인했다는 뜻이겠지.


“걔가 미성년자였거든.”

“어···. 뭔가 구린 게 많았구나?”


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마침인지, 한 사람이 먼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가 이쪽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대, 대표 대리님?”

“네, 그리고 이쪽은 대표님이세요.”

“아! 대표님, 안녕하세요···!”


아마 우격다짐으로 만든 사업체의 직원이겠지.

이제 녹호가 고용주니, 이렇게 예의를 차리는 것도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물론, 이 무심한 인간은 손을 대충 휘저으며 인사를 끝마치지만.


아무렴 괜찮은 일이기도 했다.

직원은 크게 기분 나쁜 기색을 표하지 않았으니까.

엘리베이터도 미리 잡아둔 덕에 빨리 내려왔다.


“세 분은 몇 층으로 가세요?”


직원이 묻자, 인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꾸했다.


“꼭대기, 대표실이요.”

“네, 그럼.”


대신해서 버튼을 눌러준다.

백화점 VIP 혜택이라도 받는 듯한 대우였다.

중간에 먼저 도착해서 내릴 때도,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일 정도다.


“그냥 직원은 아니고, 반쯤 감시역이야. 꼬장 부리는 곳이 있어서 승진시켜줬거든.”


지나치게 예의 바른 모습.

오죽했으면 인영이 먼저 설명했을 정도다.


“오해하지 마. 내가 폭군이라도 돼서 다들 겁먹는 게 아니거든.”

“아냐? 꼬장 부린다고 바로 감찰원 보내는 걸 폭군이라고 하는데?”

“야, 이···. 넌 말을 해도 꼭···.”

“······.”

“그···, 틀린 말은 아닌데···.”

“잘하고 있다고.”

“···응?”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방금 했던 말대로라면, 여기가 대표실이겠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유도 그 탓일 터였다.

위계를 은연중에 드러낼 목적으로.


“좋은 책임자는 자기 위치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하는 거지. 대책 없이 유하게 굴다가 막판에 월급 못 주는 인간이 아니거든.”


두 사람이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냥 대표실이라고는 했지만, 단순히 공간 하나만 덜렁 있지는 않았다.

우선, 텅 빈 사무실만 몇 군데나 있었으니 말이다.


“오···. 맞는 얘기 같아.”

“맞는 얘기니까.”

“근데 다른 직원이 들으면 인상 찌푸릴 것 같은데?”


그중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나무로 된 문을 열자, 역시나 화려한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실이 이럴까?

꼭 저택의 서재가 떠오를 정도다.


“찌푸리라고 해. 지 업보지, 뭐.”

“어? 음···.”

“문제 있어? 자기 손으로 투표해서 굴러가는 나라잖아? 최저임금을 사장 혼자 정하나?”

“그···, 맞나?”

“맞아. 최종 책임자가 책임지는데, 이상할 게 뭐가 있어?”


인영이 장난스레 표정을 찌푸렸다.


“혹시 단두대에 설 계획이라도 있어? 나도 같이 목을 얹어줘야 하는 거 아니지? 의리 요구치가 너무 높은데?”


작가의말

(댓글 알림을 꺼둔 작가는 지금쯤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시간입니다. 항상 물처럼 마시다가 금단증상으로 두통과 무기력증이 올 때가 됐습니다.)


최저시급을 올려야 한다기보다는 물가가....

몇 년 전에도 월급은 3배 올랐는데, 물가가 30배가 올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인류의 생산력이 우상향인 걸 생각해보면 이럴 리가 없을 텐데요?

도대체 중간에서 얼마나 해처드시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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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천재 24.04.08 12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4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8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2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0 0 14쪽
81 81화. 요한묵시록 24.03.27 10 0 13쪽
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79 79화. 정말 몰랐을까 24.03.22 8 0 12쪽
78 78화. 유기견 보호센터 24.03.21 12 0 12쪽
77 77화. 기말고사 마지막 날 24.03.19 14 0 12쪽
76 76화. 주마줌스 24.03.18 12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4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2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0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4 0 12쪽
67 67화. 참교육? 24.03.03 19 0 12쪽
66 66화. DJ뭐야 24.03.02 23 0 12쪽
65 65화. 달란트 24.03.02 22 0 12쪽
64 64화. 탈출 24.03.02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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