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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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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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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6.1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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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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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0쪽

13. 목걸이의 비밀

DUMMY

묵진휘 일행이 악양을 떠나 무한으로 다시 돌아온 무렵에는 영웅대회 참가자 접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남태혼과 서홍은 묵진휘와 무진도의 대결을 모르고 있었다. 전날 과음으로 아침 늦게까지 객잔 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비싸게 마신 술, 내공으로 몰아내는 것은 진정한 주당이 아니라는 소신에 있어서 둘은 드물게 완벽한 합의를 이루고 있었다.

“영웅대회에 참가해 보지 그래?”

남태혼이 둘을 보면서 얘기했다.

“관심 없네”

서홍이 대답했다.

“자네 말고 진휘 말일세. 자네야 군자지 영웅은 아니지?”

남태혼이 남이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월담하는 도둑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빚대는 말을 두고 서홍을 군자라고 종종 놀려댔다. 서홍이 남태혼을 노려볼 뿐 다른 행동은 없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 네놈은 영웅이다. 네 놈이 한 번 참가해보지 그러냐?”

“진정한 영웅은 마지막에 드러나는 법이지. 아직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닐세”

“에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말을 말아야지 하면서도 금방 남태혼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서홍이다.

“나도 관심 없네. 그냥 구경이나 하세”

모처럼 묵진휘가 끼어들었다.

그렇게 셋이 토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웬 거지노인이 셋 앞을 막아섰다.

“이보게, 착한 젊은 영웅들, 적선이나 한 푼하고 가게. 영웅대회가 열린대서 인심이 후하리라 여기고 걷고 걸어 무한까지 왔더니만, 웬걸 영웅들이 인심이 더 야박하구만.”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서홍이 대뜸 품에서 철전 몇 냥을 꺼내 노인에게 건네고 가던 길을 가려 했다.

“고맙구만, 다른 두 젊은 영웅들도 이 늙은이를 가엽게 여게 은혜를 베푸시게”

노인이 셋의 길을 가로막으며 거듭 적선을 호소했다.

“우린 일행이요. 이미 내가 몇 냥을 드렸거늘 다른 사람에게까지 이러시면 과하시오”

서홍이 노인을 피해 내쳐 앞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어찌나 노인이 교묘하게 셋 앞을 막아 서는지 노인을 힘으로 밀치지 않고서는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더 이상 적선을 바라진 않겠네. 내 점쾌를 봐 줄 테니 복채를 조금 주시게. 어떤가? 내가 이래뵈도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는 게 없다네. 내 앞길만 모를 뿐이지. 클클”

노인이 손을 벌려 셋을 병아리 모으듯 모아 한갓진 골목 어귀로 데려갔다. 셋은 뒤뚱뒤뚱하면서 끌려가 결국 노인 앞에 앉았다.

“자, 누구 점쾌를 먼저 볼까? 자네는 이미 내게 적선을 했으니 볼 필요가 없고 누가 먼저 볼 텐가?”

노인은 서홍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남태혼과 묵진휘를 교대로 쳐다 보며 물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남태혼이 철전 몇 냥을 노인 앞에 내려 놓았다.

“옳거니, 어디 보자. 자네는 따뜻한 집, 따뜻한 밥 놔두고 왜 객지에서 고생인가?”

노인이 남태혼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시간이 자네 편이니 한 바퀴 세상구경하고 돌아가면 자네 뜻대로 될 것이네”

“정말입니까?”

남태혼이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노인에게 물었다.

“어허~ 사람 말을 못 믿으면 누구 말을 믿겠다는 건가? 자~ 가만있어 보자. 자네는?”

노인은 남태혼에게는 더 볼일이 없다는 듯이 묵진휘를 쳐다 보았다.

묵진휘도 어쩔 수 없이 철전 몇 냥을 노인 앞에 내려 놓았다.

노인이 한 동안 말없이 묵진휘를 쳐다 봤다. 묵진휘가 일어 서려 하자 노인이 묵진휘의 소매를 잡고 끌어 앉혔다.

“바람 부는 바달세. 바람 부는 바다야”

노인의 말에 셋이 무슨 소리냐는 듯 노인을 쳐다 봤다.

“바람이 부는 바다라고. 바람이란 놈이 나무 흔들 듯 바다를 흔들어 대나 오히려 바다만 더욱 거세게 할 뿐이지”

노인이 계속 알 수 없는 소리를 할 때 옆에서 다른 노인 한 사람이 불쑥 끼어 들었다.

“나도 한 번 봐 주시구랴. 어디 가면 예쁜 할망구 하나 건질 수 있겠소?”

고개를 들어 노인을 쳐다 본 거지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 놈 생전에 예쁜 할망구는 절대로 없다”

거지 노인이 노인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끼어 들은 노인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고 거지 노인에게 달라 붙었다.

“그러니, 형님께서 어떻게 조치를 취해달란 말이오. 오랜만에 잘 만났소. 다른 조치를 해주기 전엔 못 가시오”

“안 되는걸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이 호랑말코 같은 놈아”

두 노인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 듯 정겹게 티격태격했다. 묵진휘 일행은 노인들께 간단히 목례하고 일어섰다. 두 노인은 티격태격하느라 묵진휘 일행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왜 갑자기 세상에 나오셨오?”

노인이 거지 노인에게 물었다.

“혹시 잠룡이 물 밖에 나왔나 해서 구경 나왔지. 그러는 소노 자네는 여기 웬일인가?”

“구경은 혼자만 하시는 줄 아오?”

소노라 불린 노인이 거지 노인에게 눈을 흘겼다.

“그나저나 마침 잘 만났소. 날 좀 도와주셔야겠소. 매우 중요한 일이오”

“일 없네. 내가 이 나이에 자네 밑이나 닦아야겠나?”

“아니오, 오해 마시오. 내 밑을 닦아달란 얘기가 아니오. 나라 일이오. 우선 자리를 옮깁시다”

소노가 주위를 살피며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한적한 곳에 이른 두 노인은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이 십여 년 전부터 이황야를 모시고 있소. 처음에는 권력과 황실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으나 이황야의 인품을 접하곤 감읍하여 그를 모시기 시작했소. 형님도 느끼시겠지만 최근의 나라 꼬락서니를 보시오. 현 황제의 폭정에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소”

소노가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얘기를 시작했다.

“그런다고 어쩔 것인가? 이황야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려는 것인가?”

거지노인이 물었다.

“아니오, 이황야는 결코 형님인 현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킬 마음이 없소. 하지만 선대 황제의 유지라면 얘기가 달라지오”

“그게 무슨 말인가?”

“잘 들어보시오. 선대 황제는 현 황제의 성정이 폭급하고 어질지 못해 황제 자질이 아니라고 보았소. 반면 동생인 이황야는 지혜롭고 어질어 성군의 성정을 타고 났다 항상 칭찬했다 하오. 그런데 조정대신들이 현 황제와 이황야 편으로 나뉘어 권력다툼에 워낙 열중인지라 대놓고 장자인 현 황제를 내치지 못하고 대신 유지를 적은 문서를 궤에 넣어 자신이 죽으면 유지대로 따르라고 조정대신들에게 일렀소. 그 후 형님도 아시다시피 선대 황제는 생전에 태자를 옹립하지 않은 채 갑자기 승하하고 말았소. 조정대신들은 선대 황제의 유언대로 궤를 봉인해제하여 그 유지를 확인하려 하였으나 궤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없어져 버린 거요. 해서 선대 황제의 유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장자인 현 황제가 우선 황제로 즉위하였소. 대신 유지를 확인하면 유지대로 따른다는 조건하에 말이오.”

“그 열쇠는 어떻게 된 건가?”

“나중에 알려지길, 선대 황제가 몇 명의 충신들에게 열쇠를 분할하여 맡겼다 하오. 자신이 갑자기 죽으면 현 황제측에서 열쇠를 탈취하리라 미리 여겼기에 열쇠를 황실에 두지 않고 분산하여 충신들에게 맡긴 거지요. 그런데 그런 사실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던 현 황제측에서 선대 황제가 승하하자 무림세력을 동원해 분할된 열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충신들을 습격하여 열쇠를 회수하려 했소. 모든 작전은 동창이 앞장서서 수행했고”

“그래 그 열쇠를 다 회수했는가?”

“아니오. 동창도 몇 명의 신하가, 또 누구누구가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모양이요. 의심가는 신하들을 무차별 습격한 거죠. 아마 그 중 한두 개는 회수한 듯하나 확실하지는 않소. 다만 그 와중에 이황야측에서도 하나의 열쇠를 확보할 수 있었소”

“그래서 지금 자네가 그 열쇠들을 찾고 있는가?”

“그렇소. 이황야가 열쇠를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는 것은 아니요. 그는 일이 이렇게 된 것도 하늘의 뜻이라 여기고 있소. 열쇠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이황야를 모시는 우리들이오. 우리들은 선대 황제를 생각하거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생각할 때 마다 마음이 북받쳐와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거요. 지금 동창에서도 서슬 시퍼런 눈으로 열쇠를 찾고 있소. 동창에 적극 협조하는 무림세력도 있소.”

“그들이 누군지 아는가?”

“아직 모르오. 다만 그들이 예전에 충신들을 척살한 무리들이고 지금도 암중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만 아오”

“허허~ 그런 일이. 허면,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될 것인가?”

“형님께서는 개방의 정보망을 이용해 열쇠의 행방과 함께 협조하는 무림세력에 대한 정보를 모아 주시면 좋겠소”

“무척 위험한 일이구먼~”

“그렇소. 내 형님께 이처럼 어려운 부탁을 드리니 면목 없소만 나라를 생각해 도와주시오”

“알겠네. 혹시 개방이 나서 열쇠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오히려 정보가 그들에게 흘러 가면 어쩔 것인가?”

“특별히 관계없을 거라 생각하오. 이미 그들도 열쇠의 행방을 찾고 있고 또 우리가 열쇠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줄 아니 특별한 정보랄 것도 없소. 다만, 개방은 현 황제에게 찍혀 좀 피곤하겠지요. 미안하오.”

“거지들이 언제 나라 덕을 봤다고 찍히고 말고가 있을 것인가? 다만, 무림이 나랏일에 개입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하네만 이미 다른 무림세력도 관여되어 있다니 피장파장이겠지. 그래 열쇠는 어떻게 생겼는가? 뭘 알아야 수소문을 해보지?”

“한 치 크기의 사각형 보석이요. 아마 목걸이 형태로 되어 있을 거요. 우리 짐작에는 그런 사각형이 총 아홉 개로 분리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소. 우리가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여덟 개를 찾아야 하오”

소노는 격정적으로 말을 토해낸 후 지긋이 거지 노인을 쳐다보았다. 거지 노인을 믿고 맡긴다는 눈빛이었다.

소노가 거지 노인에게 말한 모든 것이 진실이었지만 단 하나, 목걸이가 사각형 아홉 개라는 정보는 틀렸었다. 그 땐 그것을 몰랐었고 그것을 몰랐다는 사실이 어떻게 변수가 되어 다가 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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