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229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6.12.06 23:55
조회
5,817
추천
76
글자
11쪽

5. 지켜보는 눈

DUMMY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서홍이 있는 탁자쪽으로 걸어왔다.

“누군가? 우린 이곳 남무관 소속 무인들이다. 어디 소속인가?”

“소속 같은 것 없다. 지금 소속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서홍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서홍을 비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신한테 말한 것이 아닌데··· 당신이 먼저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온 것이지?”

말과 함께 푸른 무복의 사내 하나가 갑자기 서홍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제법 수련을 했는지 주먹은 빠르고 간결하게 서홍의 얼굴로 날아갔다. 서홍이 얼굴을 옆으로 살짝 기울여 피하면서 동시에 사내의 명치에 수도를 꽂아 넣었다. 사내는 비명도 마저 지르지 못한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실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젠 말로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동료가 쓰러지자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서홍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검을 뽑아 들진 않았다. 좌측의 사내가 서홍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는 것을 시작으로 정면과 우측의 사내가 각기 서홍의 옆구리와 다리를 공격해 들어왔다. 제법 손발을 맞춰본 듯했다. 서홍이 한발을 축으로 급히 회전하면서 셋의 공격을 피한 후 좌측 주먹을 날린 사내의 팔을 붙잡아 그를 나머지 두 사내에게로 밀어버렸다. 사내 셋이 동시에 우측으로 넘어지며 탁자가 부서지고 음식접시들이 튀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가볍게 생각하고 구경하듯이 입구 측에서 이를 지켜보던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동료 세 명이 함께 쓰러지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발검의 태세를 갖추면서 서홍에게로 급히 달려들었다.

사태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무인들은 말보다 주먹으로 먼저 해결을 보려 하는 속성이 강하다. 특히 무공이 낮을수록.

남태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지켜볼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태혼이 서홍에게로 달려갔고, 푸른 무복의 사내들도 서홍에게로 달려오면서 발검을 하려는 찰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청년 한 사람과 중년의 남자 한 사람이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고 그 뒤를 많은 수의 무인들이 따라 내려왔다. 청년과 중년남자가 서홍이 있는 자리로 다가오자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용기가 가상하시구먼. 용기는 책임을 필요로 하지···”

청년이 서홍을 노려보며 입술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무례無禮도 책임을 필요로 하지”

서홍이 마주보며 비웃듯이 대답했다. 서홍의 대답에 격노한 청년이 갑자기 손을 뻗으려는 순간 옆의 중년인이 청년의 손을 붙잡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금나수의 수법이었다. 그리고 그 손짓 하나가 중년인의 강호 연륜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측에서도 잘한 건 없는 듯 하니 이만 하기로 하지.”

중년인이 서홍이나 남태혼이 아닌 묵진휘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 놈이 우리 무사들을 공격했습니다”

청년이 중년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내가 그만하자고 했으니 대공자께서도 내 체면을 한번 세워주시게”

남무관의 대공자인 청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홍을 노려보곤 휙 하니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청년은 중년인이 이렇듯 점잖게 몸을 사리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상대를 철저히 응징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만하자고 했으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년인이 다시 한번 묵진휘를 본 후 청년을 따라 계단으로 갔다. 그는 자신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것을 계단을 올라가면서 알았다.


묵진휘 일행은 곧장 객잔을 나와 조금 떨어진 다른 주점으로 들어갔다. 어수선하게 되었으니 자리를 옮기자는 남태혼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 놈의 성깔하고는···쯧쯧”

남태혼이 서홍을 보며 혀를 찼다. 서홍은 대꾸하지 않은 채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남태혼이 비록 말은 저러지만 자신이 시비에 휘말리면 언제나 자신 편에 서서 목숨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발끈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아까 묵형이 그런 것 맞지?”

남태혼이 묵진휘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그들이 그렇게 순순히 돌아갈 리 없잖아? 왜 저러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내 몸이 땀에 젖어 있는걸 알게 됐어. 긴장 때문에 그렇게 땀이 날리는 없었을 테고··· 그런데 보니 묵형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중년인이 돌아서는데 등이 땀에 젖어 있더라구.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거였어. 묵형이 그런 거야.”

남태혼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지만 확신도 할 수 없다는 애매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었다.

“우리 친구할까? 난 묵형하고 친구하고 싶어. 내가 몇 살 많은 것 같지만 그 정도는 양보하지 뭐. 하하”

남태혼이 서홍에 이어 너스레를 떨었다.



노인은 아까부터 자꾸 묵진휘 일행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소노笑老는 왜 자꾸 저쪽을 힐끔거리세요?”

노인과 일행인 젊은 여인이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항상 웃는 표정이었고 성격도 표정을 닮아 쾌활해 소노라고 불렸다. 질문을 던진 젊은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다. 게다가 기품까지 서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머리가 숙여지게 만들만했다. 아름다운 여인은 많지만 저처럼 기품이 서려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대단한 놈을 만났습니다. 궁금해서 자꾸 보게 되었습니다. 하하”

소노는 젊은 여인의 질문에 아주 공손히 대답했다.

“저희도 저들을 따라 무한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떻겠습니까? 들으니 저들은 무한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북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치 않습니다.”

노인이 젊은 여인에게 공손히 의견을 구했다.

“저도 그게 좋을 듯 합니다”

젊은 여인 옆에 앉아 있는 중년 미부인美婦人이 거들었다. 사실 중년을 지나 초로에 접어들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했겠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아무리 봐도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카로웠다. 중년부인도 기품이 서려있기는 매한가지였으나 나이 탓인지 다른 이유에선지 젊은 여인의 기품과는 조금 다르게 차가운 기운이 기품 속에 베어 있었다.

“냉소저가 내 의견에 동의도 다해주시니 이 늙은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소. 하하”

“소저라 부르지 말라 했잖아요. 아가씨 앞에서 웬 추태예요?”

냉소저라 불린 중년 미부인이 앙칼지게 노인을 쏟아보았다.

“아~ 실수요 실수. 옛날부터 그리 불러 입에 붙다 보니 쉬이 고쳐지지 않는구먼. 앞으로 조심하리다. 하하”

중년 미부인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소노라 불린 노인은 연신 싱글거렸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젊은 여인이 노인의 제안에 힘겹게 동의했다.

젊은 여인, 중년 미부인, 늙은이 세 명으로 구성된 드문 조합의 일행은 기실 묵진휘 일행이 있었던 객잔에서부터 있었다. 묵진휘 일행이 객잔에서 사고를 친 후 자리를 옮겨 주점에 들어오자 주점까지 쫓아 들어온 것이다.

“냉보모가 보기엔 어떻소?”

노인이 묵진휘 일행을 턱짓하면서 중년 미부인에게 물었다.

“그런 대단한 기세를 순식간에 피우고 순식간에 감출 수 있다니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한 것 같군요. 아마 기세를 받은 당사자 아니면 기세 자체를 느끼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미부인이 또 다시 노인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소노, 그렇게 저 사람들이 대단해요?”

젊은 여인이 신기하다는 듯이 소노에게 물었다. 자신이 알기로 소노와 냉보모에게 대단하다고 인정받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저 사람들이 아니고 가운데 앉은 젊은 친구 하나가 대단합니다. 잠시지만 좀 전에 보여줬던 기세 그 자체는 아주 깊은 현기를 가진 것입니다. 물론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정확히 평가하긴 어렵습니다만 보여준 그대로가 사실이라면 저도 쉽지 않습니다”

소노는 잠시지만 입가에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그만큼 스스로도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소노의 말에 젊은 여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알기로 여기 있는 소노와 냉보모 이상의 무인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녀가 알고 있는 세상이 세상의 다는 아니지만···

“따라 다니다 보면 정확하게 알게 되겠지요”

소노가 묵진휘 일행을 보며 말했다.



남경을 지나 합비로 향하는 길의 어느 산속에서 묵진휘가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옛사람들도 은하수라 하여 하늘 중심의 수많은 별무리를 강물에 비유하였지만 오늘 밤은 유독 별이 총총하여 은하수가 아니라 은하운처럼 여겨져 곧 비가 되어 별이 쏟아질 듯 하다. 셋은 노숙도 마지 하지 않았다. 날씨도 좋은데다 먼 길을 가다 보면 항상 객잔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셋은 여비도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서홍과 남태혼은 벌써 잠들어 코를 골고 있다. 서홍의 코고는 소리가 남태혼 보다 훨씬 드세다. 코고는 소리는 체격보단 성격을 닮는 것인가? 묵직휘가 싱긋 웃었다. 낮은 자장가 같은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 듯하다.


“휘야, 운명은 만들어 가는 것이냐? 만들어 져 있는 것을 만나는 것이냐?”

아직 묵진휘가 어려 할아버지와 한방에서 잘 때였다.

“할아버지, 운명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산 아래 마을에 있는 시장에 장보러 갈 때마다 아저씨, 아주머니들께서 저 보고 공부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그러시잖아요? 열심히 수련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다 좋은 운명을 만들어 가려 하는 거잖아요? 아니면 힘들게 왜 공부하고 수련해요?”

어린 묵진휘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할아버지께 대답했다. 스승님은 사부라는 소리보단 할아버지라고 부르라 하셨다.

“우리 휘가 야무진 생각을 하는 구나. 허허. 내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까?”

“당연하죠. 백 번 물으셔도 똑같아요”


남태혼의 낮은 신음 소리에 묵진휘가 옆을 바라봤다. 잠결에 서홍이 남태혼의 배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았고 남태혼은 다리를 내리는 대신에 신음소리 한번으로 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서홍이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행패를 목격한 후 담을 넘어 은자와 목걸이를 훔쳤고, 자신은 서홍과 남태혼을 우연히 만나 비가 오는 바람에 같이 사당에 들어갔다. 서홍은 어렸을 적 환경과 그 사부와의 인연으로 계속 월담을 하고 있었으니 서홍의 월담은 가난과 인연이 만들어 낸 운명에 가깝고, 검붉은 무복의 무인들 추적은 서홍 월담의 명백한 결과이니 정해진 수순이다. 묵진휘 자신이 추적자들을 뿌리쳤으니 이제 자신은 서홍의 운명과 우연에 우연히 엮여 또 하나의 운명을 엮어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스승님의 질문을 조용히 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1. 새로운 국면 +6 16.12.07 4,923 70 11쪽
11 10, 무정도無情刀 +2 16.12.07 4,652 62 10쪽
10 9. 빛과 그늘 +3 16.12.06 5,305 59 11쪽
9 8. 변수 인정 +3 16.12.06 5,168 60 12쪽
8 7. 흔들리는 영웅대회 +3 16.12.06 5,811 67 11쪽
7 6. 새로운 동행 +4 16.12.06 5,798 67 11쪽
» 5. 지켜보는 눈 +3 16.12.06 5,818 76 11쪽
5 4. 푸른 삼각목걸이 +4 16.12.06 6,810 74 11쪽
4 3. 첫대결 +3 16.12.06 7,239 81 11쪽
3 2. 내기 +3 16.12.06 8,878 72 12쪽
2 1. 회동會同 +4 16.12.06 13,651 76 12쪽
1 서장 +3 16.12.06 16,971 93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