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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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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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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507

작성
1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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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0쪽

10, 무정도無情刀

DUMMY

“드디어 찾았군.”

호남성 신흥상단의 단주로부터 온 전서를 손에 쥔 부전주가 혼잣말을 했다. 삼각 목걸이에 대한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십여 년을 삼각 목걸이를 찾고 있지만 목걸이에 대한 정보는 그리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제남에서 목걸이를 훔쳐간 놈들이리라.

부전주가 급히 방문을 나서며 전주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악양이라··· 변수를 줄여 나가는 게 좋겠지. 목걸이를 가진 셋 외 다른 세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니 지금 무한에 있는 무정도를 악양으로 보내 목걸이를 회수하고 용의자들을 잡지. 급히 무정도에게 전서를 보내게. 삼공자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참, 무정도에게는 가급적 용의자들을 생포하라고 전하게. 내 말을 들을 지 모르겠네만. 쯧쯧”

전주는 혀를 차면서 명령을 내렸다.



“악양에서 삼각 목걸이가 나타났다는 긴급 전서가 왔습니다.”

난향헌에서 난을 손질하던 교주 뒤편에서 모현이 보고했다.

“누가 보낸 전서인가?”

“파파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파파가?”

“우연히 악양 개잔에서 삼각 목걸이에 대한 얘기를 들으셨다 합니다. 실제 목걸이도 봤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사실이겠군. 허튼 소리를 하실 분이 아니지. 놈들도 나타나겠군. 목걸이를 잃어버린 놈들 말이야. 먼저 움직이지 말고 감시하라고 하게.”

교주의 지시에 모현이 고개만 숙인 후 허공으로 사라졌다.



날이 저물자, 동정호의 감흥에 취한 세 사람은 당연히 객잔으로 향했다.

동정호변에는 수많은 간이주점들이 늘어서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동정호의 일몰 만한 안주가 어디 있겠는가? 동정호를 본 사람들이라면 의당 간이주점에 들러 한잔 술로 감흥에 젖었다.

간이주점과 더불어 여름밤의 동정호와 어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밤 호수에 수많은 등불을 매단 채 떠있는 나룻배들이었다. 날이 저물자 동정호는 나룻배들로 호수가 좁아 보일 지경이었다.

간이주점에 들어서 자리를 잡으며 묵진휘는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악양루에서부터 자신들을 감시하는 눈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시의 기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갔다. 아직 감시의 눈길에 살기殺氣는 없었다.

‘목걸이 때문인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목걸이로 인해 이미 두 차례 대결을 경험했다.

많은 감시의 눈길을 받으니 묵진휘는 자신이 목걸이를 가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홍으로서는 이 많은 눈길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 묵진휘도 한편으론 도대체 이 목걸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인근에 있을 복거유도 목걸이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듯 해 묻지 않았었다. 묵진휘는 아직 서홍과 남태혼 두 사람에게 그러한 감시의 기척을 얘기하지 않았다. 셋은 서홍이 이끄는 대로 밤까지 술을 먹고는 객잔에 들었다.


침상에 누워있던 묵진휘가 눈을 번쩍 떴다. 밤새 감시의 눈길은 여전했지만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잡힌 것이다.

해 뜰 무렵이 되면서 객잔 주위의 공기가 한층 긴박해지고 서늘해졌다. 대단한 고수가 온 것이다. 묵진휘는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걸친 후 객잔 밖으로 나와 야트막한 산길을 걸었다. 물론 서홍이나 남태혼을 깨우진 않았다.

아직은 동트기 전이라 주위는 한산했다. 목걸이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 술에 취해 아직 자고 있는 서홍과 남태혼에게 별다른 문제는 없으리라. 예의 서늘하면서도 무거운 기운이 자신을 따라왔다. 일각 정도 걷자 숲에 제법 널따란 공터가 나타났다.

묵진휘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십 여장 뒤에는 어느새 도刀를 든 검은 무복의 장년인이 서 있었다. 도집도 검었기에 그에게서는 검은색 외의 색감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장년인 듯 한데 머리에 그 흔한 새치 한 올 없었다. 바위 아니 쇠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객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틀 무렵이었다.

객잔에 도착하자 마자 기파氣波를 흘려 보내자 젊은 사내가 객잔에서 혼자 나와 산길을 걸었다. 인상착의로 봐선 목걸이를 가진 자다. 그가 목걸이를 갖고 있다 했으니 다른 일행은 나중이다. 기파를 느끼고 혼자 나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자신에게 따라 오라는 뜻일 것이다. 대단한 고수임에 틀림없다. 생각보다도 훨씬 젊다. 뒷모습에서 기세를 읽기 어렵다. 물론 자신도 충분히 기세를 감출 순 있다. 그런데 저 젊은이는 뭔가를 감췄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빼어난 미남은 아니다. 풍기는 기운도 무겁거나 날카롭지 않다.

‘그래~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무정도는 그에게서는 더하거나 덜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도 체격도 기세도. 한 푼을 더하면 너무 무거워질 것 같고 한 푼을 덜면 너무 가벼워 질 것 같다. 그를 보자 덩달아 자신도 기분이 좋아졌다. 상대에게서 느끼는 이 짜릿한 호감이 얼마만인가? 싸움전의 긴장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 짜릿한 느낌은 긴장과 다르다. 그 동안 얼마나 느껴보고 싶었던 기분인가? 말을 나누고 싶어졌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무정도는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이황야 사람인가?”

무정도가 물었다.

“그가 누군지 모르오”

묵진휘가 짧게 대답했다. 무정도는 젊은이의 대답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 목걸이를 왜 가져갔는가?”

“일행이 우연찮게 가져온 것이요. 일전에 만난 검수들에게 목걸이를 돌려주겠다 했지만 서로 얘기가 통하지 않았소”

“허허. 횡이수전도 이젠 퇴물이 됐군. 단순한 우연을 계획적 의도로 해석해 자승자박한 꼴이야”

웃음이라곤 없을 것 같던 무정도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

“이 목걸이가 대체 무엇이요?”

묵진휘가 물었다.

“나는 모른다. 관심도 없다. 다만 회수하란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말해줄게 없어 미안하군”

“그럼 이 목걸이를 돌려주면 아무 문제가 없겠군요”

묵진휘가 품에서 비단주머니를 꺼내려 했다.

“아니, 아니지. 난 애초부터 목걸이 따윈 관심 없었다. 이제 내 관심은 오직 자네네”

“저번과 똑같이 돌려주기도 쉽지 않군요”

“한번 벌어진 일은 그대로 되돌려지지 않는 법이지”

“그렇군요. 산에서 지낼 때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온다고 생각했소. 나뭇잎이 떨어져도 내년에 다시 피고, 꽃도 열매도 다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오지요. 그래서 가는 것도 쉽게 보낼 수 있었소”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달리 생각할 필요 없다. 무엇이든지 언젠가는 가서 되돌아오지 않는다. 스스로도 언젠간 가서 되돌아오지 않을 것인데 조금 먼저간 것들을 달리 생각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난 오히려 이런 순간순간이 좋다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즐겁네. 가서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무정도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도집에서 도를 꺼내 도집을 팽개치고 두 손으로 도를 잡았다. 젊은이는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진정한 무인이다. 그것을 알았으니 족했다. 이제 손을 섞어 진정한 손맛을 볼 차례였다.

무정도는 단 한번으로 승부가 갈릴 것임을 알았다. 다음 수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항상 꿈꿔왔던 그런 승부다. 단 일수. 내공을 안배하고 상대를 가늠하고 초식운용의 전략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 따위 것이 전혀 필요 없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무인의 승부다.

묵진휘도 말없이 심안心眼을 열고 주위의 기운들을 일깨웠다.


무정도가 두 손으로 도를 움켜진 채 십 여장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달려 나왔다. 달려 나오면서 속도를 점차 높였다. 이미 도약지점과 도약의 높이는 정했다. 초식도 정했다. 자신의 절초인 무정유수無情流水의 마지막 초식이고 최고의 초식인 무정와류無情渦流었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무정도가 도약하면서 잡고 있던 두 손 중 좌수를 도의 손잡이에서 놓으며 우수만으로 도를 횡으로 그었다.


상대가 달려 오면서 도약과 동시에 도를 횡으로 그었다. 아직 도의 길이가 묵진휘에게 닿을 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도가 횡으로 그어지자 순간 도는 사라지고 푸른색과 하얀색의 도강刀剛이 격류처럼 뒤섞여 밀려왔다. 작은 소용돌이들이 큰 소용돌이를 이루었고, 큰 소용돌이들끼리 부딪혀 불규칙적인 작은 소용돌이들로 다시 쪼개졌다. 그런 크고 작은 소용돌이들이 뭉쳐 격류처럼 격하게 그러나 거스를 수 없이 도도하게 묵진휘에게로 밀려왔다.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다.

물은 바닥의 바위에 부딪힐 때 그 흐름이 변한다. 변화가 와류를 만들고 와류들이 뒤엉켜 격해지면 다시 큰 소용돌이가 된다. 그런 소용돌이들이 다시 이어지는 물줄기를 계속 소용돌이로 이끌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격류다. 변화를 끊어야 한다. 바닥의 바위를 깨트리면 물줄기는 다시 유순해 지리라. 묵진휘는 심안을 열고 소용돌이들을 응시하면서 우수右手를 앞으로 내밀어 허공을 다지듯 짧고 무겁게 한번 공간을 밀어낸 후, 내밀었던 우수를 내리면서 허공을 한 번 쓸어 내렸다.

그러자 묵빛의 강기 한 덩어리가 생겨나더니 격류와 부딪혔고, 묵빛의 강기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로 퍼져 나가면서 소용돌이 자체를 묵빛을 머금은 탁류로 변화시켰다. 마치 맑은 물에 먹 한 방울이 떨어져 물속에서 번지는 것과 같았다. 그리곤 이내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물줄기는 묵진휘가 형성한 기막으로 인해 두 줄기로 갈라져 묵진휘 옆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무정도는 여전히 우뚝 선 채였다. 가슴 어름에서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입가에는 알 듯 말듯한 웃음과 함께 한줄기 핏물이 흘러 내렸다.

“훌륭하다. 난 기쁘게 갈 수 있다. 고맙다”

무정도가 그답게 무뚝뚝한 인사 한마디를 내뱉고 힘없이 무너졌다.

‘진정한 무인이다.’

묵진휘가 무정도에게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지켜보는 몇 개의 눈동자들이 더욱 더 호흡을 숨기고 기척을 감추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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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첫대결 +3 16.12.06 7,239 81 11쪽
3 2. 내기 +3 16.12.06 8,878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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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3 16.12.06 16,971 9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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