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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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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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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6.12.0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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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흔들리는 영웅대회

DUMMY

포양호를 우측으로 끼고 호북성湖北省 무한武漢으로 향하고 있는 응조일수鷹爪一手 나한욱은 달리 강서일수江西一手라고도 불리는 조공爪功의 고수로 강서성江西省 일대에서 이름이 높았다.

한 마리 매는 무리짓지 않고 홀로 고즈넉하다 여겨 평소 사람들과 가까이 하기 보단 홀로 수련에 열중하여 큰 스승의 가르침은 없었으나 스스로 능히 조그만 일가一家를 이루기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영웅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나 나이가 불혹에 이르러 문하를 양생養生할 것에 생각이 미치자 영웅대회도 하나의 발판이 되리라 여겼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앞쪽 길가에 한 사내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날렵한 몸매가 일반 농사꾼은 아닌지라 이번 영웅대회에 참여하는 무인으로 여겨졌다. 사내는 나한욱 쪽을 등지고 서서 비스듬히 포양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검 한 자루를 가슴에 안고 팔짱을 낀 채였다. 나한욱은 그냥 지나칠까도 생각하였으나 한적한 길가에서 만난 사람인데다 살아오면서 특별히 원한을 진 바도 없어 경계하는 마음도 크지 않았기에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날이 저물고 있는데 가던 길을 가시지 않고 왜 서 계신 거요?”

“나한욱인가?”

사내가 냉막하게 물었다. 나한욱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나를 알고 있소?”

사내는 대답 대신 천천히 뒤돌아 나한욱을 바라보면서 검을 빼들었다.

“다른 말을 해줄 건 없다. 공격할 테니 긴장해라”

사내는 천천히 말을 뱉었다. 마치 나한욱이 충분히 경계할 여유를 준다는 듯이.

나한욱은 상대의 살기殺氣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곤 氣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흘렸다. 그러자 손가락에서 두두둑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나한욱은 손가락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음을 느끼고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상대가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경계를 늦추진 않았지만 선공도 하지 않았다. 오면 받아주리라, 자신은 강서일수가 아닌가.

상대는 마치 나한욱이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한욱의 태세가 갖추어지자 재빠르게 목을 노리고 베어왔다.

‘쾌가 특기군···’

나한욱은 손으로 베어오는 검을 잡아채리라 생각하고 좌수左手로 응조수 중 금나수의 수법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우수右手로 상대의 목을 노렸다. 허나 안이했다. 결과적으로 안이했다.

상대는 쾌로 나한욱의 목을 노린 듯이 보였으나 실제론 변變을 운용해 검강으로 나한욱의 심장을 찔렀다. 나한욱의 두 손은 허공 중에 그대로 있었는데, 심장에서는 붉은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어딘가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붉은 피는 분명 현실이었다.

나한욱도 상대가 쾌를 주무기로 쓰는데도 찌르지 않고 베어오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여기긴 했었다. 하지만 상대가 첫수에 이렇게 검강까지 사용하며 사생결단의 한 수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이 더욱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런 필살의 한 수는 살수들의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태연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지 않았던가? 더구나 긴장하라는 경고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살수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 첫수가 살수들의 그것과 다를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그것이 나한욱의 생각이었다. 나한욱이 생각해왔던 무武의 세계는 이렇게 격렬한 것도 모순적인 것도 아니었다.



“비무대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영웅대회 준비를 위해 파견 나온 팽보기가 물었다.

무한에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협의조직이 원래부터 있었다. 협의조직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으로 장로급 일 인씩을 파견해 운영해 왔으나 자체의 무력은 없었고 각 파와 세가로의 연락을 맡은 실무자 수십인 정도가 상주해 있는 정도였다. 이번 영웅대회 준비를 위해 구대문파와 오대세는 다시 장로급 일 인씩과 지원 무사 수십 명씩을 새로 파견하고 있었는데, 팽보기는 하북팽가에서 파견 나온 인물로서 영웅대회의 비무대 준비 등 시설준비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네 조수평眺水平에 정규 비무대 10개, 예비 비무대 3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비무대 인근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소규모의 저자거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 임시숙박시설 50여 채의 준비도 마무리 단계입니다. 모두 영웅대회 전에 충분히 완성될 것입니다.”

조수평은 무한 외곽에 위치한 평원으로 무한을 휘감고 도는 장강長江을 바라볼 수 있는 드넓은 곳이다. 이번 영웅대회에서는 본선 진출자 32인에게만 숙식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임시 숙박시설은 50여 채를 준비 중에 있었다.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하가 보고를 마치고 물러났다.

“저희도 참가자를 오천 명 정도로 예상하고 준비 중인데 너무 많을까 걱정입니다. 허허”

팽보기 옆의 청성파 장로 백운검白雲劍 진훈이 백염을 쓰다듬으며 행복한 듯이 말했다. 백운검은 접수와 심사위원 관리 등 운영을 맡고 있었다.

“얼마 만에 열리는 영웅대회입니까? 무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도 많다 합니다. 하하”

둘이 그렇게 덕담을 나누고 있는 중에 경계 무사 한 명이 긴급히 달려 들어왔다.

“긴급히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사는 숨을 들이켜 호흡을 조절하며 두 명의 장로에게 보고해도 되겠는지 눈빛으로 물었다.

“빨리 말하라”

“영웅대회 참가를 위해 무한으로 오고 있던 몇 분들이 정체 모를 자들의 기습을 받아 돌아가셨다 합니다. 그 중에는 강서의 응조일수 나한욱, 사천의 서운신검 조성현, 감숙의 패력신창 응기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뭣이? 그분들은 쉽게 당하실 분들이 아닌데 분명한 것이냐? 흉수는 누구란 말이냐?”

팽보기가 흥분해 물었다.

“진정하십시오. 일단 전체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봐라, 장로분들에게 긴급히 연락을 드려라. 빨리 모이시도록. 어서~”

백운검 진훈이 무사에게 긴급히 일렀다.



동정호 악양루에서의 일몰은 역시 장관이었다. 그 장대한 노을 빛에 넋을 빼앗긴 주은백은 한 잔 술로 마음을 달랜 후 내쳐 무한을 향해 터들터들 밤길을 걷고 있었다. 제법 밝은 달이 주은백을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주은백은 달과 악양루에서 바라본 일몰의 해가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에 더욱 달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흥을 깨는 연이은 금속성이 울려왔다. 분명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주은백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볼 것인지 아닌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느릿느릿한 좀 전의 속도를 유지한 채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를 걷다 보니, 금속성은 사라지고 대신 한 인영이 주은백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에서 두 인영이 앞의 인영을 쫓고 있었다. 앞에서 달려오는 인영이 주은백 근처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쫓아오는 인영 중 하나가 비수를 날렸는데, 앞 선 인영이 방향을 약간 트는 바람에 비수가 주은백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 비수에서 나는 제법 날카로운 파공성이 밤하늘에 은은히 울렸고, 반사되는 달빛이 비수의 검면에서 반짝였다. 그래서 밤의 검劍은 낮의 검보다 덜 위협적인 것으로 보였다.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이 아닌 것은 아니었고, 비수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밤의 비수가 뿜어내는 신비한 아름다움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주은백이 무표정하게 날아오는 비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잡아냈다. 그 사이, 앞선 인영과 뒤의 인영들이 동시에 주은백 근처에서 멈춰 섰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앞 인영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헉~헉~ 어서 자리를 피하시오”

앞서 달려온 사내가 주은백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뒤의 두 인영에게로 검을 겨누며 말했다.

“이미 늦었다. 그렇지 않아도 둘이 하나를 공격하는 것이 마땅찮았는데 잘되었다. 비수를 잡는 폼이 한 가닥 하는 모양인데 이런 처지를 보고 그냥 가진 않겠지. 클클”

뒤 인영중 조금 작고 땅딸한 사내가 주은백을 보며 이죽거렸다.

“아니오~ 어서 피하시오.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겠소”

앞선 인영이 다시 주은백에게 피하라고 재촉했다.

“꼴에 정파 놈이라고 의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나는 그 꼴에 눈이 시린 사람이다.”

쫓아온 두 사내 중 다른 사내가 말을 이었다. 작고 땅딸한 사내와는 달리 호리하고 키가 큰 사내였다.

“그 꼴은 나도 좋아하지 않지. 하지만 네 놈들 작태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구나. 어쨌든, 내일은 아니니 조용히 물러가지”

말을 뱉고선 주은백이 그냥 스쳐갈 듯이 움직이려 했다.

“이 놈~”

그러자 작고 땅딸한 사내가 먼저 분노했다. 주은백이 자신들을 놀리는 것으로 간주하고 흥분하여 기합성과 함께 검을 찔러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크고 호리한 사내가 주은백에게로 비수를 연거푸 날렸다. 제법 아퀴가 맞는 합격술이었다.

그러나 주은백은 두 사람의 합격술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안돼~”

두 사람의 절묘한 합격술을 보며, 앞서 쫓겨온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그의 눈에는 주은백이 속절없이 두 사람의 합격술에 당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몸을 움직이려 했다. 비록 늦었지만 그대로 있을 순 없었다. 신형을 날리기 위해 땅을 박차려 했다. 그런데, 딱 그 순간 묘한 바람이 휙~하고 한차례 불었다. 그리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여졌다.

앞서 쫓겨온 인영이 엉거주춤한 상태로 땅바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땅바닥에 두 구의 시체가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쫓아온 사내들이었다. 분명했다. 작고 땅달한 사내와 크고 호리한 사내였다. 앞서 쫓겨온 인영은 주은백이 언제 검을 뽑아 들었는지 보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땅바닥에 누워있는 두 사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냥 묘한 바람이 순간적으로 일었고, 바람이 잦아들자 두 사내가 쩍 벌어진 가슴에서 피를 흥건히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다. 두 사내는 즉사 했음이 분명했다. 어떠한 꿈틀거림도 없었다.

‘검풍이었나?’

앞서 쫓겨온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깐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주은백이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대협 감사하오.”

앞서 쫓겨온 사내가 급히 인사를 했다. 하지만 주은백은 사내의 인사를 들었는지 마는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걸어갔다.

“대협,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대협~”

사내가 인사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주은백을 쫓아 가려 했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 것처럼 보였던 주은백은 어느새 아득한 거리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이 쉽게 쫓을 수 없는 거리였다.

사내는 영웅대회 참가를 위해 무한으로 가다 좀 전 두 사내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사내는 이제 자신이 다시 무한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미쳐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호남성의 기린아라고 불리는 호남일협 장기호라는 사실마저 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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