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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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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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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6.12.0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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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 푸른 삼각목걸이

DUMMY

산동성 제남 인근의 한 장원은 긴장감이 어둠을 짓누르고 있었다. 전각 바깥 검붉은 무복의 무사들도 긴장감에 뒤섞여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있었으나 전각 안의 분위기에 비하면 차라리 평화로운 편이었다.

10여 명이 앉아 회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 상좌에는 평소와 다르게 종삼각주縱三閣主 대신 웬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은 은회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 단정하고 점잖은 인상이나 그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어 전체적인 인상을 가늠하기 어려운 편이었다.

“어떤 모양이라 했지?”

“푸른색 보석으로 된 각 한 치 반 가량의 삼각 목걸이였습니다”

노인의 질문에 이마에 땀이 배어나기 시작한 종삼각주의 답변이었다. 그는 자리에 감히 앉을 생각 없이 서있었다.

“한 치 반이라. 이상하군. 두 치여야 할 터인데···”

“필경 한 치 반이었습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종삼각주의 떨리 듯 단호한 답변이다. 한 치 반과 두 치 사이에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었다.

말이 없이 상좌의 노인이 생각에 잠겨있다. 얼마 전 종삼각주로부터 한 치 가량의 푸른 삼각목걸이를 입수했다는 서신이 횡이수전橫二手殿으로 왔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 흔친 않지만 삼각형 목걸이가 드물진 않았으니까··· 횡이수전으로 운반하라는 전갈을 보냈는데 곧 도둑맞았다는 답변이 왔다. 자신은 보면 자신들이 찾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목걸이에는 미세한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하부조직에는 그런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도둑맞았다니 이상했다. 뭔가 이상해 추적을 위한 독립검수 폭청검을 종삼각으로 보냈다. 도둑 정도를 뒤쫓는데 폭청검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추적에 나선 후 종적을 감춘 것이다. 같이 추적에 나선 종삼각의 추흔대 얘기로 그는 용의자를 만난 듯 보였다. 그런데 추흔대가 그를 뒤쫓아 만났을 땐 그 혼자였다. 그는 추흔대에게 귀대 명령을 내린 후 자신은 귀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가 죽었다면 오히려 덜 이상했을 것이다. 별것 아니라 생각한 것이 점점 이상해졌다. 동창에서도 제남으로 인력을 파견한다고 했다. 곧 횡이수전주에게 자신이 직접 종삼각으로 다녀오겠다고 하여 독립검수 세 명을 데리고 종삼각으로 온 것이다. 우선은 독립검수 세 명으로 하여금 폭청검의 행방을 뒤쫓도록 했다.

‘동창에게 뭐라 설명한다?’

노인은 상념에 젖기 시작했다.



청해성 옥주산 북동쪽 초입부터 산중턱까지 수십에서 수백 호의 마을들이 여럿 오밀조밀 들어서 있었다. 외부인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이 곳은 마인魔人들의 마을이란 뜻으로 마읍魔邑으로 불려지는 곳이다. 처음부터 이곳 사람들이 마인으로 불렸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순수종교집단으로 출발하였으나 유일신 사상으로 인해 종교에서 배타성을 띠게 되었고, 그 배타성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이 세상에서 동떨어진 채 배제되어온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외부적 배타성은 내부적 결속력을 가져왔고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태도를 바탕으로 척박한 땅이지만 자급자족방식을 오랜 세월 고수해온 지금은 자립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지면서 중원에 대한 종교적 정당성을 힘으로 입증하겠다는 사상이 점차 굳어지게 되었다. 탄압과 멸시의 서러움이 힘에 의한 정당성 입증으로 사상화되었고 천마天魔는 이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마교를 정연하게 조직화한 후 초대 교주에 올랐었다.

“중원은 우리를 마인이라 부른다. 이제 우리는 불러주는 대로 되리라”

천마가 초대 교주에 오르면서 내뱉은 취임일성이었다. 이후 비단길 일부를 장악하여 통행세를 징수함으로써 중원 어느 집단 못지 않게 부를 축적하고 무장화를 추진하여 단일세력으로는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 집단이 바로 중원인들이 두려워하면서도 경멸하는 마교였다.


수십 채의 전각들로 이루어진 마교 총단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자리잡은 아담한 독채.

주위에 사시사철 피어있는 수많은 난들로 인해 난향헌蘭香軒이라고 불려지는 곳이다. 그곳에 마교의 절대자인 교주가 있다. 난향헌은 교주의 서재와 같은 곳이다. 교주는 집무실에 있기보단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 난향헌에서 난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었다. 호리한 듯 보이기도 하고 당당한 듯 보이기도 하는 장년인이 호미로 난 주위의 잡초를 정리하고 있고, 장년인 뒤로 학사풍의 초로인이 시립해있다.

“교주님, 구파와 오대세가가 연합하여 영웅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학사풍의 초로인이 보고라기 보다는 지나가는 듯이 얘기했다. 호미를 매고 있는 장년인이 교주인 듯했다.

“그래?”

교주의 반응은 매우 짧았다.

“아마 위세를 보이고자 하는 듯 합니다. 최근 구파와 세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지고 있습니다. 평화가 그들을 잠식하고 있는 탓이지요.”

“자네는?”

교주의 물음도 역시 짧았다.

“설익은 밥이 되게 하려 합니다”

초로인이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생각대로 하게. 그리고 그들이 성취를 이루는 데에는 얼마나 더 걸리려나?”

“막바지에 다다른 듯 합니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는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군”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초로인은 교주의 뒷모습에 고개 숙인 후 그 곳을 물러났다. 초로인은 영웅대회 정도에 교주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보고도 필요 없는 일이었다. 영웅대회 정도에 대응하는 재량 정도는 마교 총군사인 자신에게도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교주와 하루에 한 번 이상 대면하려 애썼다. 교주에 대한 존경이었고 경외심이었다.


“모현”

초로인이 물러난 후 교주가 나직이 누군가를 불렀다.

흑의 무복에 흑의 복면 차림의 사내가 장막을 가르고 나타나듯이 허공에서 사뿐히 교주 뒤편에 내려 앉았다. 사내의 인상은 복면 차림에도 그 무감정과 무심함이 다 가려지지 않았다. 무감정과 무심함이 복면을 뚫고 유심한 듯 드러나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이었다.

“다른 소식은 ?”

“동창 한 개 조組가 산동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모종의 단서를 확보한 듯 합니다.”

“삼각목걸이가 분명하면 확보하라. 동창이라도 관계없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모현이라 불리운 사내가 사라졌다. 교주는 여전히 호미로 잡초를 뽑고 있었다.



봄날은 여행하기에 더도 없이 좋은 날씨였다. 특히 셋이서 얘기하며 걷다 보니 묵진휘 일행은 어느덧 남경에 들어서고 있었다.

“저기 객잔이 있군. 저기서 밥이나 먹음세. 날도 곧 저물듯하니..”

남태혼이 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객잔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객잔 안은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셋은 일층 가장자리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안주와 소면 그리고 술 한 병을 가져다 주게. 그런데 손님이 많아 조금 시끄럽군”

서홍이 점소이를 불러 주문하면서 한마디 했다.

“이층에 남무관南武館 대공자 출정식 연회가 있어 그렇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손님. 대신 음식을 아주 맛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점소이는 노련하게 서홍의 툴툴거림을 받아넘겼다.

“영웅대회 출정식인 모양이군. 우리도 영웅대회나 보러 갈까?”

남태홍이 서홍을 보며 말했다.

“묵형도 같이 가는 건 어떻소?”

서홍이 묵진휘를 보며 말했다.

“그렇잖아도 무한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잘됐군. 같이 갑시다”

남태혼이 아주 좋다는 듯이 박수까지 치며 반겼다.


셋이 모처럼 따뜻한 음식과 함께 술로 객고를 풀고 있는데 입구쪽 계산대 부근이 시끄러워지더니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자리가 모자라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럼 우리 모두가 다른 객잔으로 옮기면 되겠는가? 물론 지금까지 먹은 음식값은 옮기는 수고에 따른 수고비와 상계해주지”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주인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곤란합니다. 손님. 원래 이층만 예약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일층에 계신 손님들도 식사 중이신데 어떻게 모두 내보내겠습니까? 조금 기다려주시면 일층 손님들 식사 마치시는 대로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주인장이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럼 그 동안 우리측에 새로 오신 손님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우리 남무관을 손님들 대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뢰배 집단으로 만들겠단 말인가?”

푸른 무복의 사내들이 더욱 큰 소리로 주인장을 쏘아붙였다.

애초 예의 자체가 없는 자들이 예의를 핑계로 주인장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기실 그들이 큰소리를 내는 이유는 일층 손님들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압박이기도 했다. 이곳 남경에서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실제로 일층 여기 저기서 일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홍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서홍이 막 일어나려 할 때 남태혼이 서홍의 팔을 붙들었다.

“참게. 저들 수가 너무 많네. 이 곳 토박이인 듯도 하고···”

“난 못 참겠네. 참는다고 저놈들이 언제 뉘우친단 말인가? 오늘만 참으면 된다면 내 참겠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 참으면 내일도 참게 되네. 그래서 저놈들이 저리 오만방자하게 되는 거구”

“모든 세상일에 다 관여할 텐가?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니고 기껏 밥 조금 못 먹으면 되는 일 아닌가?”

“좀 전에도 말했듯이 그깟 밥 때문이라고 참기 시작하면 나중엔 숨쉬는 것도 참아야 할 걸세”

서홍이 물러설 생각 없다는 듯이 일어났다. 남태혼도 더 이상 말려도 소용없음을 알고 그냥 있었다.

“그 무슨 행패인가? 당신들 손님만 손님이고 여기 일층 사람은 손님이 아니란 말인가? 애초 손님 숫자를 잘못 계산한 그대들 잘못인 것을 왜 애꿎은 주인장을 압박하는가? 그건 허리에 칼 찬 무인이 할 짓거리가 아니다.”

서홍이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 일층 전체가 적막에 잠겼다. 곧 각각의 표정이 기묘하게 조금씩 달라졌다. 푸른 무복의 사내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 없었고, 주인장은 고마움 반, 안타까움 반으로 말이 없었으며, 일층 손님들은 일어서다가 엉거주춤한 상태로 다시 앉을 것인지 내쳐 일어설 것인지 결정을 못해 말이 없었고, 남태혼은 한숨 속에 못 말린다는 듯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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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푸른 삼각목걸이 +4 16.12.06 6,811 74 11쪽
4 3. 첫대결 +3 16.12.06 7,240 81 11쪽
3 2. 내기 +3 16.12.06 8,879 72 12쪽
2 1. 회동會同 +4 16.12.06 13,651 76 12쪽
1 서장 +3 16.12.06 16,971 9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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