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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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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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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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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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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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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 새로운 동행

DUMMY

폭청검 복거유는 묵진휘 일행을 조용히 뒤따르고 있었다. 복거유는 복귀할 수 없었다. 임무 실패에 따른 문책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은, 배신 등을 제외하곤 사소한 임무 실패 정도엔 관대한 편이다. 자신이 알기로 이번 임무가 그렇게 중차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복귀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로 복귀한다면 다시는 검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묵진휘로부터 받은 충격이 컸다. 고수는 많다. 자신도 안다.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가 이 강호에 모래알처럼 많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도 수 많은 고수들이 있다. 패배 후 처음에는 압도적인 실력차이에 망연자실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패배로 자존심이 무너진 때문도 아니고 그가 압도적 고수이기 때문에 느끼는 허탈감 때문만도 아니다. 그럼 자신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인가? 물론 자신은 자신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는 상대라면 당연히 숨을 끊어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목숨을 살려줬기에 감사하는 마음은 없다. 오히려 산 것이 부끄럽다. 하지만 수치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상대의 눈빛에 그런 경멸은 없었다. 확신한다. 그러고 보니 그 눈빛 때문이다. 그 눈빛에는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에 대한 어떤 살기도 없다. 경멸도 없다. 무시도 없다. 그렇다고 냉정함과는 다른 눈빛이다. 마지막 봤던 그 눈빛으로 인해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무엇을하고 있었는지 머리 속이 텅 빈 듯 해졌다. 복귀할 수 없었다. 그 뒤로 그저 이렇게 뒤따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합비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저 산만 넘으면 합비로 이어지는 관도가 나오고 곧 합비다.

그는 엄청난 고수이기에 가까이서 뒤따를 수 없다. 일다경에서 한 식경 사이의 거리를 띄우고 있다. 추종술에는 자신이 있다. 그래서 도둑을 뒤쫓는 일에 지원 나온 것이었다.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추측이 가능한 상태에서 경계하지 않는 무리를 뒤따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복거유가 막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세 명의 그림자가 날아와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지금 용의자를 추적 중인가? 왜 신호를 남기지 않았지? 종삼각의 추흔대는 왜 돌려보냈는가?”

앞을 가로막은 세 명중 두 명이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조직의 독립검수들이다. 복거유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서로 얼굴들은 알고 있는 사이였다.

“···”

복거유는 대답 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설명할 마음도 없었다.

“일단, 용의자를 붙잡은 후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나머지 한 명이 얘기하면서 앞으로 몸을 날렸다.

“같이 가지”

나머지 두 명도 복거유에게 말하며 앞으로 몸을 날렸고 복거유도 뒤따랐다.


“잠깐”

묵진휘 일행은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세 명의 사내가 묵진휘 일행과 오장 거리에 내려섰다. 곧 복거유도 따라 내려섰다.

“제남에서 오는 길인가?”

사내 중 한 명이 성깔 사납게 물었다.

“누구시오?”

서홍도 곱지 않게 받았다. 묵진휘 일행은 복거유를 보는 순간 사당에서 자신들을 뒤쫓았던 자들임을 알았다.

“도둑놈들이 말이 많다. 가져간 것을 곱게 내놓아라”

사내 하나가 확신이 있어 그런 것인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묵진휘 일행을 도둑으로 간주하면서 경멸조로 말했다.

“좋소. 훔친 것은 사과하겠소. 그것들을 돌려줄 테니 우릴 그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소. 다음에 제남에 들러 그 곳 장원의 주인께는 별도로 사과하고 양해를 구할 터이니 이쯤에서 이해해 주시오”

남태혼이 점잖게 말했다. 남태혼도 그들의 태도와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물건을 훔친 것은 사실이니 돌려주면서 사과하고 끝냈으면 했다. 서홍도 마뜩잖았지만 남태혼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둘은 훔치지 않았다는 거짓말은 애초 할 줄 몰랐다.

“크크크, 그렇게는 곤란하지. 대가는 치러야지”

“어떻게 하면 되겠소?”

“무인은 칼로 말하는 것. 팔 하나 정도는 내 놓아야지.”

사내 하나가 발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냥 이쯤에서 물건을 돌려받고 그들을 보내 주는 게 좋겠네”

복거유가 사내들을 말리고 나섰다.

“이봐~ 지금은 자네한테 발언권이 없는 것 같군”

사내 중 한 명이 복거유를 비웃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고수다”

복거유가 묵진휘를 보며 사내들에게 말했다.

“오호~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뒤따르고만 있었군. 폭청검께서 왜 이리 약해지셨을까? 크크”

사내

중 하나가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어디 실력 좀 볼까?”

사내는 쾌를 중히 여겼다. 그가 내뱉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이 묵진휘의 심장 부근에 다다랐다. 묵진휘는 우수 손바닥으로 검면을 튕겨내면서 우수 손등으로 검을 찔러오는 사내의 가슴을 가격했다. 사내는 뒤로 쓰러지면서 뒹굴어 자신들의 동료 앞까지 밀려갔다.

“이 두 사람은 이 일과 관계없다. 대가가 필요하다면 나와 마무리 하자”

서홍이 묵진휘 앞으로 나섰다. 자신으로 인해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친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엉켜 버린 실타래지”

사내들이 말을 받으며, 혼자서 묵진휘를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겼는지 셋 모두 묵진휘를 노리는 대형을 갖추었다.

“사당에서부터 이미 묶여버린 일. 이제 와서 우연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이는군. 그 사이 우리도 친구가 되질 않았나?”

묵진휘가 서홍 앞으로 나서며 서홍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사내 셋은 묵진휘의 머리와 상체, 다리를 각각 노리고 공격해 들었다. 한 박자씩의 시간차이를 둔 공격은 묵진휘의 대응과 피하는 방향을 나름 염두에 둔 합격술이었다. 묵진휘의 대응은 간단한 하나의 동작으로 보였다. 머리를 좌측으로 살짝 기울여 검을 피하면서 오히려 상대 팔을 잡아 상체를 공격하는 다른 검을 퉁겨내고 우측 다리를 들어 하체를 공격하는 검면을 밟아 버렸다. 세 사내는 묵진휘의 대응 한번에 모두 검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셋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봤다. 검을 빼앗기거나 놓친 경우는 막 검술을 배울 때 교관에게 당해 본 이후로 근 이십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나름 일급을 지나 특급의 단계에 접어든 후 독립검수가 되지 않았는가? 이제 어른에게 휘두르던 검을 빼앗긴 아이 꼴이 되어 버렸으니··· 셋은 복거유를 흐릿한 눈동자로 쳐다보다 이내 푹 쓰러졌다. 묵진휘가 지풍으로 수혈을 찍은 것이다.

“보아하니 일행인 듯 한데 이걸 줄 테니 돌아가서 양해를 구해 주시오”

서홍이 품에서 비단주머니를 꺼내 복거유에게 던질 자세를 취했다.

“아니오. 난 이제 돌아가지 않소. 그러니 그 것을 내게 줄 필요는 없소”

복거유는 옆에 떨어져 있는 검을 집어 들어 쓰러져있는 사내들의 심장을 차례로 찔러버렸다.

“이들이 돌아가면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당신들을 집요하게 뒤쫓을 거요. 그리고 그들이 제안한 대로 무인이 검으로 승부를 봤으니 책임도 따르는 법. 뒤는 내가 정리하겠으니 당신들은 갈 길을 가시오”

셋은 아무런 말도 없이 복거유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이미 쓰러진 사내들을 죽이는 복거유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생각이었지만 기실 복거유의 말이 틀린 바도 아니고 자신들도 도산검림에서 언젠가 저렇게 검 아래 고혼이 될 것이기에 그 것을 서글퍼하거나 애틋해 하지 않기로 검을 잡은 손을 들어 가슴에 새기지 않았던가?

서홍이 구덩이를 파고 있는 복거유를 거들어 같이 구덩이를 팠다. 남태혼과 묵진휘가 뒤따랐다.



제남의 장원에 머물고 있던 노인은 제남에 온 이후로 계속 심기가 편치 않다가 급기야 오늘 아침부터 두통이 일었다. 수십 년 정보를 담당하면서 생긴 모종의 지병이다. 처음에는 일이 풀리지 않아 두통이 이는 것이라 여겼으나 언제부터인가 두통이 생기면 심상찮은 일이 일어난다는 나름의 예지력이라 여기게 되었다. 노인은 이번 일이 회會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일이라는 예감이 자꾸 들었다. 그러던 차 독립검수 셋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심상치 않을 것이란 예지가 점차 확신이 되고 있었다. 오늘쯤이면 동창에게 일말의 단서라도 줄 수 있으려니 하고 있었다. 이제 동창에게 해결의 단서가 아니라 심각성의 단서를 줘야 할 판이었다.


노인은 맞은편 사내에게 차를 권했다. 그는 수염 한 올 없는 깨끗한 얼굴과 붉은 입술을 하고 있었다. 하얀 손에 쥐어진 찻잔을 붉은 입술로 가져다 대며 사내는 노인의 얘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독립검수 셋이 실종되었소. 목걸이는 분명 한 치 반이라 하니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아닌 듯 하오만 독립검수 셋이 실종, 아니 넷이 실종되고 보니 본회本會에서도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하오.”

“목걸이와 독립검수의 실종은 분명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하니 목걸이가 더욱 의미 있어 지는군요. 목걸이는 어디서 구하셨죠?”

사내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으로 가냘펐다.

“이 곳 상단이 운영하는 전당점典當店에 파락호 하나가 목걸이를 잡혔소. 파락호는 홍루의 한 기녀한테 뺏은 거였고 기녀는 저자 잡화점에서 산 거였소. 잡화점에서는 오래 전 누군가에게서 산 듯한데 언제 누구로부터 샀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소”

“혹시 용의자들에 대해 짐작하는 바라도 있습니까?”

“아직은 없소. 혹시 이황야쪽은 어떻소?”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들이 회에서 목걸이를 입수했다는 정보도 알 수 없거니와 이황야는 이런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절대 이황야는 아닙니다”

“그건 그렇소만···”

노인도 사내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황야측은 아닐 것이다. 그럼 누구인가 ?

“우선 용의자부터 잡아야겠군요”

“그렇소. 나는 오히려 나머지 목걸이를 전부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여기고 있소. 본회에서 전력을 기울여 용의자들의 뒤를 쫓을 생각이니 정조장께서는 부태감께 잘 말씀 드려 주시오”

노인은 정조장이라 불린 사내에게 강하고 긍정적으로 얘기함으로써 목걸이 분실에 대해 책 잡히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부태감께는 잘 말씀 드리겠습니다. 회의 저력을 보이셔서 저를 곤란하지 않게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부전주님”

사내의 가냘픈 웃음에 부전주라 불리운 노인은 마지막 믿음이라는 압박의 옹이가 굳게 박혀 있음을 알았다.

‘내시 놈들이 어디서 협박을··· 본 회를 우습게 여기지 말거라 이 놈들아~’

노인이 속과는 다르게 웃으며 정조장을 배웅했다. 천장에서 밤 말을 듣는 쥐가 있다는 사실은 노인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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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첫대결 +3 16.12.06 7,239 81 11쪽
3 2. 내기 +3 16.12.06 8,878 72 12쪽
2 1. 회동會同 +4 16.12.06 13,651 76 12쪽
1 서장 +3 16.12.06 16,970 9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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