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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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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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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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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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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 방해꾼들

DUMMY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영웅대회가 개최되었다. 비무대회 예선전이 열리고 있는 조수평은 예선전임에도 불구하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별로 없었다.


조수평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노인 하나와 중년인 하나가 서있었다.

“독립검수들은 차질 없이 지원했겠지?”

노인이 수하에게 물었다. 노인은 횡삼수전의 부전주 마극성이었다. 영웅대회 작전을 위해 직접 무한에 들어와 있었다. 횡이수전이 정보와 목걸이 회수를 담당하고 있는 반면 횡삼수전은 대외 작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번 영웅대회의 작전은 횡삼수전의 몫이었다.

“네. 10명이 예선 각 조에 고루 분산되었습니다. 모두 충분히 본선에 진출하여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실력입니다.”

“반드시 우승해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위신을 시궁창에 처박아야 한다. 예선 접수자들 중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는가?”

“특이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남궁세가의 이공자 남궁이현이 예선 육조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사유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육조에는 누가 참가하지?

“패왕도 옥철호입니다.”

“남궁이현에 대한 승산은?”

“오할입니다.”

“대책은 ?”

“백옥귀수의 산공침을 준비했습니다. 패왕도도 알지 못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좋군. 차질 없도록”

수하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물러났다. 백옥귀수의 산공침은 침을 맞는 순간 침을 맞았다는 사실은 거의 인지하지 못한 채 세 호흡 정도 내력을 운용할 수 없는 효능이 있다. 산공독과 다르게 효과가 순식간에 나타나는 반면 효능이 세 호흡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아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독이다. 그러나 전문 훈련을 거듭하면 멀리서 쏠 수가 있고 침을 맞은 사람이 거의 침을 맞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며 침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일급 이상 고수들끼리의 대결에서 세 호흡이면 충분하리라.



많은 사람들이 비무대 옆으로 가버린 지금, 조수평 인근에 마련된 임시 저자거리의 국수집은 한산했다. 흑립을 눌러쓴 채 국수를 먹고 있는 검은 무복의 사내 하나와 국수를 기다리고 있는 장사꾼 처럼 보이는 젊은 사내 하나가 각각 식탁에 앉아 있었다.

[작전은 예선 육차전이 끝난 밤부터 하루에 한 명씩이다. 아마 약 보름 뒤부터 일 것이야. 본선이 시작되면 다시 별도의 지시가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상만 지정해 주시면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저번의 흑비쌍검과 같은 실수가 있으면 총군사님의 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야]

[복명]

전음 중에도 국수를 다 먹은 흑립의 사내가 철전 몇 냥을 탁자에 두고 일어섰다.



무한 거리에는 영웅대회에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리들도 있었다.

무한 시내 저잣거리의 포목점 안채 정원에는 두 명의 사내가 죽립을 눌러 쓴 한 사내를 마주보고서있다.

“무한에 이황야의 공녀가 들어 왔음을 확인했습니다.”

“확실한가?”

“객잔에서 공녀, 소노, 냉보모가 함께 식사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확실합니다.”

“이황야측은 아닐 거라 생각했었는데. 음~ 이황야측이 용의자들과 접촉하는지 철저히 감시하도록. 그리고 부전주에게 급히 전서구를 띄워라. 만일 이황야측이 용의자들과 접촉할 시 목걸이를 현장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두 번 다시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함께 전해라. 조부태감께도 내용을 알리도록.”

포목점은 동창의 무한지부였다. 무한에 들어온 동창의 정조장은 수하들에게 긴급히 지시했다.

이제 무한의 어둠은 여러 세력들의 은밀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묵진휘 일행은 여기 저기 비무대를 옮겨 다니며 예선전을 구경했다.

벌써 예선전이 시작된 지 십여 일이 훌쩍 지나 예선 오차전이 열리고 있었다. 예선 오차전부터는 비무대를 네 개만 사용하기로 되어 있었다. 참여 인원의 탈락이 많아 네 개만 운영하더라도 충분했다. 예선 참여자들은 이미 네 차례씩 비무를 치루었기 때문에 서로간에 어느 정도 정보를 알 수 있었고, 구경꾼들도 벌써 우승후보를 점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 최대의 구경거리는 단연 예선 육조의 남궁이현과 패왕도간의 대결이지”

구경꾼 하나가 옆의 친구에게 식견을 자랑하듯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걸 누가 모르나? 문제는 누가 승자가 되느냐 하는 거지.”

“아무래도 남궁세가 이공자가 유리하지 않겠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수련하고 가르침을 받았으니 이름없는 패왕도가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모르는 소리 말어. 패왕도의 거도巨刀를 못 봤나? 어지간한 사람들은 패왕도의 일초식도 거의 받아내지를 못하더구먼. 타고난 신력神力이었어. 아무리 남궁세가의 공자지만 그 신력을 어떻게 견디겠나? 난 패왕도가 우세하다고 보네”

구경꾼들은 갑론을박 나름의 근거와 분석으로 승자를 점치기 바빴다. 구경꾼들은 벌써부터 남궁이현과 패왕도간의 비무가 열릴 예정인 제 삼 비무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직 둘간의 비무에 앞서 세 번의 비무가 더 있었다.

묵진휘 일행도 제 삼 비무대로 옮겨갔다.


드디어 남궁이현과 패왕도간의 비무 차례가 되었다. 먼저 패왕도가 비무대로 올라와 구경꾼들을 상대로 거대한 도를 휘두르며 인사했다. 남궁이현도 곧바로 비무대로 올라와 좌중을 상대로 인사했다. 심판관이 둘을 비무대 중앙으로 불러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준 후 비무 시작을 알렸다. 남궁이현이 패왕도에게 인사하려 포권을 취하는 찰라 패왕도가 순식간에 남궁이현에게 달려들며 거도를 내려쳤다. 남궁이현은 침착하게 검으로 도를 막지 않고 몸을 회전시켜 도를 흘려 보내면서 검으로 패왕도의 옆구리를 찔러갔다. 패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도를 회수하여 옆구리를 찔러오는 검을 튕겨 낸 후 왼 주먹으로 남궁이현의 오른 어깨를 쳐왔다. 남궁이현이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하면서 검으로 패왕도의 다리를 베어갔다. 패왕도가 훌쩍 뒤로 뛰어 검을 피한 후 한 호흡을 쉬면서 자세를 가다듬었다. 순식간에 수 차례의 공방을 나눈 후 둘은 오히려 탐색에 들어갔다. 이번 영웅대회에서는 참가자의 보호와 구경꾼들의 안전을 위해 검기의 사용은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강기의 사용은 금하고 있었다. 그러하다 보니 승부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비무가 지루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강기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 내공과 초식을 위주로 비무를 수행함에 따라 무공에 대한 기본 이해와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 주기도 했다. 둘 간의 비무도 패왕도의 공세와 남궁이현의 방어를 중심으로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지만 관전자 중 고수들의 눈에는 점차 남궁이현의 우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저울추가 남궁이현 쪽으로 기울려 하는 순간 구경꾼들 사이에서 미세한 뭔가가 남궁이현 쪽으로 휙 날아갔다. 구경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여전히 두 사람의 공방에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묵진휘가 조용히 우수右手를 들어 세 번의 탄지를 쏘아 보냈다. 미세한 뭔가는 묵진휘의 지환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곧이어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남궁이현의 검첨이 패왕도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심판관이 호각을 삐~익~하고 불었다. 승부가 끝난 것이다. 패왕도는 의외로 패배를 순순히 시인하며 조용히 비무대를 내려왔고 구경꾼들은 남궁이현의 인사에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묵진휘 일행 세 사람은 비무대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역시 명문가는 다르군. 남궁공자의 탄탄한 기본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네. 도저히 시전할 수 없는 각도라고 여겼는데 손목을 비틀어 검으로 도를 막더군. 그러면서 반 호흡의 기회가 생기더군. 아~ 난 아직도 한 참 멀었어.”

서홍이 부러움 반 한탄 반으로 관전평을 쏟아냈다.

“자네 좀 전에 탄지했지?”

서홍의 얘기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남태혼이 묵진휘를 보며 바른대로 말하라고 다그치듯이 물었다.

“탄지라고? 무슨 일이 있었나?”

서홍이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남태혼을 바라봤다. 일류에 속하는 두 사람도 백옥귀수의 산공침을 알아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구경꾼들의 함성에 주위가 너무 산만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묵진휘가 대답 않은 채 웃기만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멈추십시오~”

묵진휘 일행이 돌아보니 좀 전에 비무를 마친 남궁이현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곧 묵진휘 일행 앞에 선 남궁이현이 포권으로 인사를 먼저 했다.

“남궁이현이라 합니다. 좀 전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동생에게 들었습니다.”

서홍과 남태혼은 무슨 소린가 싶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데 남궁이현이 서둘러 덧붙여 주었다. 남궁세가에서도 소속 무인 몇몇이 구경꾼 사이에 섞여 관전하고 있었다 했다. 혹시 구경꾼들 사이에서 비무를 방해하는 행동이 있을까 우려한 탓이다. 세가의 통상적인 경계활동이라고 했다. 관전자 사이에는 사촌동생도 있었는데 동생이 수상한 사내를 발견한 것이다. 구경꾼 사이에서 섞여 있던 웬 사내가 뭔가를 쥐고 있던 주먹을 입으로 가져갔고 곧 미세한 뭔가가 남궁이현에게로 쏘아져 갔다는 것이다. 동생이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구경꾼도 너무 많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쏘아져 나간 것도 너무 빨랐기에 속수무책이었는데 묵진휘가 탄지공으로 쏘아져 가는 뭔가를 맞추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아니 보진 못했지만 분명 감각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네가 저 친구보고 탄지했지? 라고 물었구먼.”

서홍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서홍의 말과 고개짓으로 남궁이현은 묵진휘가 도와준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녁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부디 시간을 내어 주십시오”

남궁이현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식사초대를 해왔다.

“너무 쾌념치 마시오. 계속 비무가 있을 터인데 이런 것 정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묵진휘가 정중히 사양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마침 내일 하루는 비무가 없습니다. 저를 은혜도 몰라보는 소인배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남궁이현의 간곡한 청에 묵진휘는 그러마 하고 저녁식사 약속을 정했다. 서홍은 벌써부터 남궁세가의 초대에는 어떤 술이 나올지 기대된다는 듯이 침을 흘리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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