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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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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28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9 06:00
조회
204
추천
10
글자
7쪽

61화. 예방접종(2)

DUMMY

한번 키워봤다고 제법 알아서 잘 대처하는 인희였다.


검둥이가 몸이 제법 크고 나선 온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 아, 그만 뛰어!


순덕의 제지에 검둥이가 멈춰 섰다.


그때뿐이었다.


- 아후, 저놈 저거, 암놈 맞어?


뿐만이 아니었다.


뛰어다니는 만큼 실수도 했다.


하루는 인희방에 작은 실례를 했고, 다음날에는 순덕 방문 앞에 큰 실례를 했다.


인희는 검둥이의 대소변을 발견하면 군말 없이 치웠다.


아마도 흰둥이 때 치워봐서 이력이 난 것인지도 몰랐다.


순덕이 보기에 인희가 그러거나 말거나 검둥이는 뻔뻔했다.


- 아저씨, 나가서 놀면 안돼요? (멍, 멍멍, 멍)


애는 애였다.


오로지 먹고 노는 것 외에는 생각하는 게 없었다.


안 놀아주면 놀아줄 때까지 낑낑대고 털을 물고, 순덕의 등과 배에 올라타는 등 순덕을 괴롭혔다.


결국 인희가 없는 시간 동안 순덕은 인희 대신 수건을 물고 당기는 놀이도 해주고, 마당도 여러 바퀴 달려야 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애보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저놈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순덕의 체력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 와중에 순덕은 끈기를 가지고 검둥이에게 화단의 한 구석을 화장실로 쓰는 법을 가르쳤지만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애보기 하고 배변 훈련 하다가 3월이 갔다.




검둥이만 하면 끝난 줄 알았던 예방접종이 검둥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둥이의 예방접종을 안 하는 주에는 인희가 순덕을 붙잡고 늘어졌다.


“할머니, 이제 할머니도 맞으셔야 해요.”


- 뭐여? 내가 뭐?


“예방접종이요.”


- 아니 내가 뭔 예방접종이 필요혀? 됐어.


“할머니, 그렇게 무책임하게 대답하시면 안돼요. 흰둥이한데 몸 돌려주시려면 맞아야 해요. 남의 몸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되잖아요.”


이번에도 순덕이 졌다.


인희의 말이 맞았다.


이건 남의 몸이다.


1년 뒤에는 제대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때 되면 순덕과 흰둥이의 영혼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


순덕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4월 1일 토요일 오전


결국 인희와 함께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늘 흰둥이가 인희와 간다고만 알았지 직접 와본 적은 없었다.


인희가 순덕이 들어가게끔 문을 열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간 순덕은 원장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기가 팍 죽었다.


이유는 순덕도 몰랐다.


“안녕, 흰둥아, 병원은 오랜만이지?”


순덕을 쓰다듬으며 인사하는 원장에는 친절함이 가득 묻어났다.


결국 순덕은 원장 손에 이끌려 진료대 위에 올려졌다.


아직까지 내려오지 않던 꼬리가 저절로 다리사이로 말려들어갔다.


순덕의 참담한 심정을 알짜 없이 외면한 인희가 순덕을 잡고 원장을 재촉했다.


“원장님, 얼른 좀 놔주세요.”


원장이 준비한 주사기가 순덕의 몸에 닿았다.


- 아오! 아오, 아오, 아오! (깨갱, 깨갱, 깨갱, 깨갱)


“할머니, 아직 주사바늘 찌르지도 않았어요.”


주사를 놓으려던 원장이 인희를 올려보았다.


“할머니? 흰둥이 아니었어?”


인희가 태연한 얼굴로 원장에게 말했다.


“하도 할머니 같이 굴어서 이름을 아예 할머니로 바꿨어요.”


원장이 주사기를 든 채 그만 킬킬대며 웃고 말았다.


“아니, 흐흐흐흐. 어떻게 하는 게 수놈이 할머니처럼 구는 건데?”


“잔소리도 많고, 불만도 많고, 주사도 안 맞겠다고 버티고, 하여튼 그래요.”


“흐흐흐흐흐. 너 개하고 말도 하니?”


“어후, 잘 하죠. 암요.”


한참 웃던 원장은 순덕이 인희를 노려보는 순간에 주사를 찔렀다.


- 아오! 아오! 아오! (깨갱 깨갱 깨갱)


그날 순덕은 인희가 있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


검둥이는 4월에 접종이 모두 끝났지만, 순덕은 4월과 5월 격주 주말마다 동물병원을 가야했다.


그때마다 인희와 신경전이 없을 수 없었다.


“할머니, 그냥 한 대 맞으면 되는 건데 어른이 되셔서 애처럼 그러세요?”


- 그럼 어른 같은 너가 대신 맞어! 나 괴롭히지 말구.


“아, 대신 맞을 수 있으면 맞죠. 그게 뭐 어렵나요? 할머니, 주사가 그렇게 무서워요?”


- 내가 언제 병원 가는 거 봤어? 봤냐구! 하이고, 내 팔자야···.


‘주사 몇 번 맞았다고 팔자타령을 하는 양반이 어떻게 저승에서 돌아오실 생각은 하셨을까?’


퉁퉁 대는 인희였지만 속마음은 고마움이었다.


그러니 안 아프시게 챙기는 것이 맞았다.


병원에 있는 순덕의 몸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고, 눈앞에 흰둥이 몸으로 들어와 있는 순덕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주사를 끝내고 오면 검둥이가 순덕을 가만두지 않았다.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애새끼를 버려두기에 순덕은 마음씨가 너무 좋았다.


아주 팔팔해진 검둥이에게 가장 즐거운 상대는 역시 순덕이었다.


어느새 애보기 전담이 된 순덕의 팔자타령은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되었다.

***


어제 마지막 주사를 끝낸 순덕이었다.


병원 문을 나오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였다.


‘오, 아름다운 세상이여’


드디어 주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꼬리가 제멋대로 프로펠러 돌리듯 돌아갔다.


‘나는 자유다!’


그 사이 검둥이가 정말 많이 컸다.


지금도 순덕에게 와서 장난은 치지만 수준이 달랐다.


호기심도 많아서 화단에서 장독대, 거실과 방안까지 안 다니는 곳이 없었다.


순덕이 매번 교육을 시키면서 지금은 밖에 나갔다 오면 발판에 발도 닦았고, 목욕을 시켜도 얌전히 있었다.


인희의 명령어도 꽤 많이 알아들었다.


인희가 놀이를 통한 명령어 교육만큼 순덕의 배변 교육도 효과를 봤다.


그러던 어느 날, 검둥이가 화단에 곱게 핀 꽃을 씹기 시작했다.


- 검둥이 이놈, 하지 마!


- 이가 자꾸 간지러워요.


- 인희야, 검둥이가 이가 가렵단다.


“아, 검둥이가 이갈이 하려나 봐요.”


인희가 개껌으로 검둥이를 달랬다.


- 그럼 다 컸구먼. 이도 갈고.


순덕은 흰둥이가 화단을 망쳐놓던 때를 떠올렸다.


‘진작에 개껌을 사줄 걸. 그래도 인희가 알아채서 다행이었구먼.’


괜히 흰둥이에게 미안해지는 순덕이었다.


다행히 흰둥이 역시 순덕의 몸에서 적응을 잘 하는지 간병인이 데리고 다니는 대로 산책도 잘 하고, 대답도 ‘응’ 정도 할 정도로 말도 늘었다고 했다.


***


검둥이가 5개월 정도로 자라자 인희가 목줄을 하고 순덕과 함께 산책도 하러 나갔다.


날씨도 화창한 데다 순덕의 말을 워낙 잘 들으니 산책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산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알아서 끈을 물고 올 정도였다.


순덕의 중개 덕분에 인간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희는 예방 접종도 끝났겠다, 검둥이에게 세상견문도 넓혀주고 싶었다.


마침 다음 주 5월15일이 인희 다니는 학교 개교기념일이었다.


인희네 학교는 스승의 날 행사를 없앴다.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받기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학교에서는 아예 스승의 날을 개교기념일로 만들어버렸다.


그 때문에 인희네 반은 금요일 종례 때 담임교사에게 카네이션만 달아드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인희가 순덕과 인한에게 제안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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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5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4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8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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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200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3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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