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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086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15 06:00
조회
201
추천
9
글자
7쪽

72화. 거대한 그림자(1)

DUMMY

- 뭔 일이 있는 겨? 표정이 왜들 그려?


“··· 할머니, 흰둥이가 앞으로 6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이 몸으로 돌아오는 거잖아요. 그때···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왜? 뭐여?


인희의 표정이 울 것 같았다.


인한이 입을 열었다.


“흰둥이가 사람으로 너무 빨리 적응하는 거 같아서 오히려 걱정돼요. 저와 인희한테 ‘보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흰둥이가, 흰둥이가 사람처럼 말하기 시작하면 개의 몸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견딜 수 있을까요? 할머니, 너무 안쓰럽고 걱정돼요.”


- 흐미, 그놈···그거. 어쩐다냐···.


순덕이 들어도 걱정될 일이었다.


흰둥이가 사람 몸속에 들어가면서 겪었을 변화는 이전에 개의 몸이었을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개의 몸으로 돌아온다면 과연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순덕과 남매는 결국 안쓰럽고 씁쓸한 기분을 안고 밤을 넘겼다.




다음날 아침 인한이 일찍 식당으로 갔다.


점심까지는 같이 있겠지만 저녁에 손님을 맞는데 지장이 없도록 미리 해둘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인희는 내일까지 순덕과 검둥이에게 줄 사료와 개껌, 카시트를 가장 먼저 챙겼다.


갈아입을 옷가지와 수건, 칫솔, 치약, 비누, 모기기피제, 응급약품 등등 참 많은 물건을 부지런히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인한이 차를 몰고 집 앞으로 왔다.


- 빨리 왔구먼.


“양 주방장님한테 쫓겨났어요. 가려면 빨리 가라고 쫓아냈어요.”


드디어 가평으로 출발했다.


앞쪽 보조석에는 인희가 앉았고, 뒤에는 순덕과 검둥이의 카시트가 설치되었다.


순덕이 또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 인한아, 조심혀. 급할 거 없어. 천천히, 응? 천천히 가.


인희가 한마디로 순덕이 입 닫게 했다.


“할머니, 운전할 때 자꾸 말 걸면 운전자가 위험해요. 시선이 분산된대요.”


검둥이는 시야를 재빠르게 비켜가는 바깥 경치에 꽂혔다.


약간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앞발을 살짝 올리고 연신 코를 킁킁거렸다.


남의 눈치를 볼 일이 없어서 가는 길은 내내 평화로웠다.


1시간 반도 안 되어 예약한 팬션에 도착했다.


가평 조아팬션은 다른 팬션들보다 더 올라간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승안천이 내려다보였다.


성수기라면서 온 사람은 오직 순덕네 뿐이었다.


인한이 의아한 생각에 마중 나온 주인에게 물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볼품없이 말라서 힘쓰는 일을 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아니, 성수기라면서 다른 사람들은 없나 봐요.”


“오늘은 평일이니까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많이 올 거예요. 내일 예약은 많이 잡혀 있어요.”


주인남자가 영업용 미소로 웃으며 정말일까 의심스러운 말을 하며 고개를 피했다.


“불은 여기서 켜고 끄면 되고, 아무래도 산이니 밤에는 추울 수 있어요. 보일러는 ···.”


주인남자는 팬션 사용 방법에 대해 간단한 안내를 마치고 돌아갔다.


인희가 순덕과 인한에게 말했다.


“아직 해 지려면 시간여유가 있잖아요. 우리 팬션 위쪽 숲속으로 산책 가요.”


깊은 숲은 아니었기에 해 지려면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인희는 검둥이와 같이 신나서 뛰어나갔다.


그 뒤를 순덕과 인한이 따랐다.


내심 자기 운전솜씨에 만족한 인한이 순덕을 보고 물었다.


“할머니, 오늘 제 운전 어땠어요?”


- 응, 잘 하더만.


“그죠? 운전면허 따기를 잘 했죠?”


- 끄응. 꼭 그렇다고는 아직 못 혀.


“아, 왜요? 할머니 모시고, 가족들 다 데리고 이 정도 시간에 도착한 거면 아주 잘 한 거죠.”


- 그려. 잘 혔어. 그래도 조심혀.


“할머닌 걱정이 팔자 맞나 봐요. 헤헤헤헤헤.”


숲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오로지 순덕네 가족만 있는 것 같았다.


나무는 빽빽하게 들어서 하늘의 잘 보이지 않았고, 짙은 녹음은 시야를 가렸다.


비가 그친 뒤에 숲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나무 냄새와 풀 냄새, 군데군데 앙증맞게 핀 이름 모를 꽃향기는 순덕과 인한의 심신을 안정시켜 주었다.


비가 그친지 하루가 지났는데 숲에서는 약간이지만 안개마저 서렸다.


“할머니, 오기를 잘 했어요. 정말 좋아요.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 응, 나도 좋아. 그런데 들어가면 씻어야겄어. 아직 땅도 젖어있어서 발이 엉망이여.


순덕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발을 인한에게 보여주었다.


“푸흐흐흐흐. 반려견용 등산화가 개발되면 대박치지 않을까요?”


인한은 기분이 많이 좋았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것이 그 증거였다.


순덕은 코를 킁킁거리며 숲의 냄새를 가슴 가득 채웠다.


천천히 산책하는 인한과 달리 신나게 숲속으로 달려간 검둥이와 인희는 어디쯤에 있는 건지 보이지 않았다.


- 이것들이 어디까지 간 거여?


그 순간 숲 안쪽에서 검둥이가 마구 짖어댔다.


- 오지마! 오지마! (그르르릉, 컹, 컹!)


순덕이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검둥이 소리에 움찔했던 인한도 순덕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굽어진 산길을 뛰어오르자 바닥에 주저앉은 인희와 그 앞에서 온몸의 털을 세우고 짖는 검둥이가 보였다.


- 쒹쒹, 꿰액, 쒹!


검둥이가 마주한 두 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씩씩대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순덕의 귀에도 크게 들렸다.


그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검둥이 짖는 소리에 잠시 멈칫하다가 순식간에 검둥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대로 몇 초만 지나면 검둥이뿐만이 아니라 바로 뒤에 주저앉아 있는 인희도 위험했다.


그 그림자를 본 순간 순덕의 몸이 저절로 반응하며 체격이 급격히 커지고 털이 붉어지며 불꽃마저 일렁이기 시작했다.


짖는 소리 역시 커졌다.


- 웬 놈이여! (컹! 컹! 컹!)


거대한 그림자에게 검둥이는 한입거리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감히 제게 대들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놈이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검둥이를 덮치는 순간 순덕이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검둥이를 물려고 달려든 그림자의 날카롭고 긴 이빨은 순덕의 이빨만큼이나 컸다.


제때에 순덕이 끼어들면서 검둥이를 물려던 그림자의 이빨이 순덕의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순덕의 왼쪽 어깨가 찢어지며 피가 털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덕이 그 찰나의 순간 그림자의 목을 물었다.


-꿰액!


하지만 순덕의 공격과 불길에 놀란 그림자가 거센 힘으로 목을 한 바퀴 털자 순덕이 물었던 목을 놓치고 바닥을 굴렀다.


순덕이 벌떡 일어나 다시 거대한 그림자 앞으로 다가오자 그림자가 꿰액 대며 뒤로 몇 발 물러섰다.


멧돼지였다.


몸 전체가 불꽃이 이는 순덕의 모습이 멧돼지들을 물러서게 하기에 충분했다.


순덕이 재빨리 검둥이 앞을 막아섰다.


- 검둥이, 인희 어여 가! (그르릉, 컹! 컹!)


인희가 일어나지 못하자 다시 순덕이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 빨리 안 가! (그르르릉, 컹!)


그제야 인희가 기어가듯 뒤로 물러서며 벌벌 떨리는 다리를 세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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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화. 이선미 살인 사건(8) +10 21.06.28 192 8 7쪽
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3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6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197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3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2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5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3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4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1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1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4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89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6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08 9 7쪽
»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2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0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199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196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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