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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082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29 06:00
조회
190
추천
7
글자
7쪽

91화. 나 여친 있어.

DUMMY

- 이름표 보여줘요.


- 아휴, 우리 검둥이, 이뻐. 잊지 마.


순덕은 시간 날 때마다 검둥이에게 이 교육을 시켰다.


검둥이 목에는 동물병원 다니던 때부터 걸려있는 이름표가 있었다.


인한의 전화번호와 검둥이 이름이 적힌 이름표였다.


검둥이는 숲속이나 산에 오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당에 머무는 사이에 여기저기 쏘다녔다.


요즘은 검둥이가 앞장서고, 순덕이 뒤를 따랐다.


순덕은 검둥이에게 도로를 건너는 방법까지 교육시켰다.


횡단보도에서 사람들 뒤에 서 있다가 사람들이 건너면 그 뒤를 따라가게 훈련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는 순덕과 검둥이를 보면 신기해했다.


순덕에겐 자랑거리였지만 검둥이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순덕의 칭찬을 듣는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순덕과 검둥이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느덧 오전 11시가 가까워졌다.


식당 안에 눈길을 주던 순덕의 눈에 인한과 민정이 들어왔다.


인한은 인한대로, 민정은 민정대로 스마트폰을 쥐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인한은 이 시간대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저렇게 오래 보고 있는 경우가 없었다.


이 식당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달랑 둘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본다고? 저렇게 둘 다 실실 웃으면서?


잠시 후에 양 주방장이 주방으로 들어서면서 인한이 먼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고, 민정도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제 주머니에 넣었다.


‘저것들 눈치가 영 이상헌디? 문자질 한 거 아녀?’


- 아저씨, 뭐 해요? (월, 월!)


- 잉, 별거 아녀.


11시가 가까워지자 손님이 하나, 둘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다고 순덕이 바쁘거나 정신없을 일은 없었다.


이런 시간에는 잠이 최고다.


산책을 마친 순덕과 검둥이는 물을 실컷 마시고 천막 안 그늘 아래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인희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식당이 좀 한산해진 것이 보였다.


무심히 식당 안을 보던 순덕의 눈에 또 다시 희한한 장면이 보였다.


다 먹은 그릇을 주방으로 넘겨주는 순간에 민정과 눈이 마주친 인한이 싱긋 웃는 것이었다.


민정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런데 표정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어쭈구리?’


순덕이 멈추고 쳐다보자 검둥이가 보챘다.


- 아저씨, 빨리 가요. (월, 월!)


결국 순덕이 검둥이한테 등 떠밀리듯 자리를 떴다.


이젠 검둥이가 자주 앞장을 섰다.


오늘도 앞장 선 검둥이가 신나게 인희네 학교로 달렸다.


- 이놈아, 뛰지 마라니깐!


검둥이는 들은 체도 안하고 냅다 뛰어 차로를 건넌 뒤 늘 서던 자리에 도착했다.


뒤따라 들어온 순덕이 검둥이에게 정색을 했다.


- 너 자꾸 말 안 들을 겨?


순덕의 콧등에 주름이 잡혔다.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순덕의 표정을 본 검둥이가 꼬리를 내리고, 순덕의 눈치를 보았다.


- 말 안 들으면 내일부터 떼놓고 올 겨. 그러다 차에 치이면 끝이여, 알어?


- 안 그럴게요. (끼잉, 낑.)


검둥이는 아직도 차에 대한 경계심이 높지 않았다.


이 천둥벌거숭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어 순덕은 머리가 아팠다.


교문 너머에서 인희가 나왔다.


다른 아이들도 나와서 다 제 갈 길을 갔지만 수영은 인희를 따라왔다.


검둥이를 쓰다듬어준 인희가 그대로 일어서자 지켜보던 수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인희를 봤다.


“할머니는 왜 안 쓰다듬어줘? 너 그거 차별이다.”


인희가 시선을 돌리며 엉뚱한 핑계를 댔다.


“어른 개라 괜찮어.”


수영이 고개를 절레절래 흔들며 순덕을 쓰다듬고는 검둥이도 쓰다듬었다.


“할머니, 서운했지? 내가 주인이었으면 인희보다 잘 해주었을 텐데.”


검둥이 꼬리가 신나게 흔들렸다.


- 오늘 수영이랑 어디 가기로 한 겨?


인희가 대답을 않고, 인한에게 전화를 했다.


순덕에게 알아서 들으라는 신호였다.


“오빠, 수영이랑 식당 갈 거야. 오빠 보고 싶대. 길냥이 밥 주는데 안 나오니까 볼 수가 없다고,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보러 간대.”


전화를 끊은 인희가 순덕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순덕이 식당으로 앞장섰다.


- 검둥아, 니가 앞장 서. 찻길은 어쩌라고?


그러자 검둥이가 앞장서서 가다가 찻길 앞에서 정지했다.


신호등이 없지만 차가 자주 왕래하는 블록 사이 길이었다.


순덕의 지시에 따라 조심조심 좌우를 살핀 검둥이가 길을 건넜다.


그걸 본 수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인희야, 지금 검둥이가 차 오는지 본 거야?”


인희가 우쭐해진 심정을 담아 대답했다.


“응, 우리 검둥이가 좀 똑똑해.”


“헐···.”


- 검둥아, 잘-혔어. 앞으로도 그렇게 하는 거여.


- 네, 아저씨. (월!)


수영은 검둥이를 따라오면서 차도와 횡단보도를 사람처럼 건너는 검둥이와 순덕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니? 무슨 천재견이 두 마리나 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지구를 구하지 않았을까?”


인희와 수영은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오빠, 나 왔어. 수영이도 왔어.”


인한이 주방에서 나왔다.


수영이 인한을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


“네, 요즘 길냥이 밥 주는데 안 나오시니까 섭섭해요.”


“나가고는 싶은데 식당일을 하다 보니 쉽지가 않네. 대신 사료나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줘.”


“네···.”


“앉아. 왔으니 뼈해장국 먹고 가.”


인한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수영의 얼굴에 서운함이 옅게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인희가 노골적으로 수영에게 물었다.


“너, 혹시 우리 오빠 좋아해?”


“응.”


“응?”


“응.”


수영의 대답에 오히려 인희가 당황했다.


“좋아한다고?”


“몇 번을 물어?”


“아···, 저···, 보통은 ‘그런 게 아니야.’ 뭐 이렇게 대답하지 않나?”


인희의 말을 듣던 수영이 말똥말똥 뜬 눈으로 인희를 쳐다보다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순간 인희가 말문이 막혔다.


덩치도 작은 수영이 당찬 것으로는 친구들 중 첫째였다.


“그냥, 남들도 그러니까···.”


“누가 그래? 나도 그래야 한다고? 너 그것도 성차별이다.”


“아니, 거기에 성차별이 왜 나와?”


“왜 여자는 말 하면 안 돼?”


“···글쎄?”


이윽고 인한이 뼈해장국을 두 그릇을 담아 내왔다.


뼈해장국을 내려놓는 인한을 빤히 바라보던 인희가 입을 열었다.


“오빠, 수영이가 오빠 좋아한대.”


“야! 그걸 왜 네가 얘기해? 내 일인데.”


수영이 인희를 노려봤다.


이번에도 인희의 입이 막혔다.


뻘쭘하게 서있던 인한이 수영을 바라보았다.


표정에는 ‘저 말이 맞아?’하는 의문부호가 가득 담겨있었다.


“맞아요. 저 오빠 좋아해요. 그래서 오빠 보러 왔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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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45 야근의신
    작성일
    21.06.29 06:59
    No. 1

    수영-인한-민정 삼각관계 ㅋㅋㅋ
    전생에 나라를 구한건 천재견 두마리를 키루는 인희가 아니라
    여자 두명을 거느린 인한이가 확실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6.29 21:11
    No. 2

    아하핫! ^^;;; 이럴 수가...그렇게 되나요? 말씀 보고나니 백퍼 공감이 됩니다. ^^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6.30 16:34
    No. 3

    애해 ! 일이 참 묘하게 돌아가네. 나만 그런 느낌이 드는 건가? 암튼 재밌어요 추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6.30 21:01
    No. 4

    이루시다 작가님 ^^ 감사합니다. 본래 남녀관계란 알다가도 모를 관계인 것 같습니다. -_-a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모아두상
    작성일
    21.07.07 12:54
    No. 5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7 20:21
    No. 6

    ㅎㅎㅎㅎㅎ 모아두상 님 반응이 더 재밌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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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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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나 여친 있어. +6 21.06.29 191 7 7쪽
90 90화. 이선미 살인 사건(8) +10 21.06.28 192 8 7쪽
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3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6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197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3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2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79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5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3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4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1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1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4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88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6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08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1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89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199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196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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