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거대한 그림자(3)
- 응. 그대로 되돌아가면 내가 인간들이 쫓는 거 막아주겠다고 혔어. 그래서 되돌아 간 거구.
인희는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었는지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희가 순덕의 상처를 소독하려 하자 순덕이 말렸다.
- 일단 검둥이 저놈부터 씻기면서 잘 살펴봐. 어디 다친 데 없나.
결국 검둥이가 먼저 목욕을 했다.
다음으로 인한이 순덕을 목욕시키자 인희가 소독약을 꺼내 순덕의 상처를 소독했다.
“할머니. 오늘 할머니가 제 목숨 구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 감사는 무신···. 검둥이는 오늘 일로 지 밥값 다 혔어. 예쁘다 해 줘. 너는 괜찮은 겨?
“네, 할머니. 지금에서야 정신이 들어요. 헤헤.”
인한이 샤워를 하고 나오자 마지막으로 인희가 씻고 나왔다.
“할머니, 일단 병원 가요.”
- 어디 병원으로? 다시 인천까지 가자고?
“잠깐 좀 알아볼게요.”
인희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검색하더니 인근에서 동물병원을 찾아내 전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인희가 순덕에게 말했다.
“할머니, 지금 바로 오면 치료할 수 있대요. 오빠, 가자.”
인한이 차를 몰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순덕이 인한에게 공치사를 했다.
- 인한이 운전 잘 배웠구먼. 차도 잘 샀어. 오늘 고생 많았고, 고마워.
인한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야, 이제야 할머니 칭찬을 제대로 받아보네요. 거 보세요. 배우면 다 써먹어요. 제가 운전을 배우니 얼마나 좋아요. 가족들 다 태우고 팬션도 오고, 또 이런 응급상황에 제가 쏵! 차에 태우고 병원도 가고, 그죠? 그뿐인가요? 제가 운동신경이 좋다니까요. 학교에서 애들하고 농구할 때도 제가 넣은 골이 얼만지 아세요? 운전도 응? 한 번에 딱 붙었잖아요. ···.”
계속되는 인한의 자화자찬을 듣다 못한 순덕이 인희에게 말했다.
- 인희야, 실, 바늘 없냐?
“예? 실, 바늘은 왜 찾으세요?”
- 인한이, 저놈 입 좀 꿰매 버려라. 아주 시끄러워 죽겄네.
“푸하하하하하하.”
인희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자 인한의 귀가 빨개졌지만 입은 여전히 귀에 걸렸다.
다행히 긴장해있던 마음들이 안정을 찾아갔다.
20여 분 걸려 인근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인희가 문을 열자 순덕이 검둥이와 함께 들어섰다.
원장은 아주 젊은 남자 의사였다.
인희가 인사를 하고 상처를 봐달라고 했다.
순덕의 상처를 들여다보던 의사가 말했다.
“피부가 길게 찢어졌네요. 잠깐 털 좀 깎고 다시 봅시다.”
의사가 털을 깎고 다시 상처를 살폈다.
“흠, 다행히 깊지는 않아요. 피도 그쳤고, 상처가 더 벌어지지도 않을 거 같고요. 그런데 상처가 특이하게 번개 모양이네요. 어디서 개 잃어버려도 찾기 쉽겠어요. 하하. 혹시 이물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상처 세척하고, 소독하고, 연고만 발라도 되겠어요.”
치료를 마친 순덕 일행은 올 때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동물병원을 나왔다.
순덕의 고집으로 약국에 들려 청심환도 몇 병 샀다.
순덕은 인희뿐 아니라 인한도 마시게 했다.
팬션으로 돌아온 인희가 순덕과 검둥이의 잠자리를 정리했다.
어느새 시계는 밤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인희와 인한은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고, 순덕과 검둥이는 사료를 먹었다.
팬션 오자마자 액땜을 거하게 한 순덕네였다.
다음날 아침 순덕이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근육이 놀랐는지 몸 전체가 뻑적지근했다.
- 아이고, 삭신이야. 으자자자자자!
기지개부터 크게 켠 순덕이 한쪽에서 자는 인한과 인희를 보았다.
검둥이도 자다가 순덕이 하품을 하자 눈을 떴다.
- 아저씨, 몸이 아파요.(끼잉, 낑, 끼잉.)
- 그려, 그려, 놀라서 그럴 겨. 더 누워있어. 가만, 그럼 인희가 괜찮으려나?
순덕이 인희에게 다가갔다.
킁킁대며 인희의 냄새를 맡고는 코를 인희의 이마에 대었다.
- 잉? 식은땀을 흘렸나? 이놈 이거 놀라서 병난 거 아녀? 인희야, 눈 좀 떠봐. 인희야!
순덕이 앞발로 인희를 살살 긁어대자 인희가 겨우 눈을 반쯤 떴다.
“으음···. 할머니?”
- 그려, 어디 아퍼?
“아으···. 그냥 몸이 좀 무거워요.”
- 병원 가야하는 거 아녀?
“흐으, 할머니, 저 그냥 좀 더 잘게요.”
순덕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인한을 깨웠다.
- 인한아, 너는 괜찮은 겨?
“아···. 할머니, 벌써 깨셨어요?”
- 인희 이마 좀 짚어봐. 이놈 병난 거 같어.
인한이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로 인희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다행히 열은 없어요.”
- 그럼 오늘 하루 종일 그냥 자던지 쉬던지 혀. 안 그럼 한참 아플 거구먼.
결국 순덕네 모두가 오후 늦게까지 팬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후 5시경에 일어나 겨우 음식을 챙겨먹은 뒤 인한과 인희가 차에 짐을 실었다.
인희는 열은 없었지만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힘들어했다.
- 인희, 너 한동안은 팬션 가자는 말 않겄구먼.
“아···흐,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요.”
인한이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할머니, 이거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하겠죠? 우와- 우리가 멧돼지를, 그것도 집채만 한 놈을,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를 무찔렀어요. 생각할수록 대박, 그죠, 할머니? 대-박! 세상 천지에 우리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죠, 그죠? 이거 입이 간지러워서 어쩌죠? 아-호호호흐흐흐흐.”
- 인희야.
“네, 할머니, 실, 바늘 드릴까요?”
- 네가 좀 꿰매.
“푸흐흐하하하하하. 오빠, 졸지에 입을 두 번이나 꿰맬 뻔했어. 흐흐흐흐흐흐.”
인한과 순덕 덕분에 인희에게 남았던 긴장감이 한층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인희는 며칠을 끙끙 댔다.
다행히 일요일에는 회복되어 제 기운을 찾았다.
8월1일부터 4일까지 뼈해장국 집은 임시로 문을 닫았다.
그 덕분에 인한도 집에서 푹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8월 1일 아침, 올해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일을 삼가기로 한 탓에 인한은 할 일이 없었다.
일상적으로 식당일 하면서 늦게 일어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순덕과 검둥이는 인희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 아저씨, 산에 가요, 네? 산에 가요! (월, 워워워월, 월.)
- 하아, 그노무 자슥, 시끄럽구먼. 쯧. 임마, 조용히 혀. 알았으니께.
결국 순덕이 검둥이를 데리고 집 위쪽으로 난 길을 통해 산에 올랐다.
산이라고 해봤자 작은 언덕보다 컸지만 산은 산이었다.
검둥이는 신이 나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멧돼지에게 혼 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 이놈, 검둥아, 풀숲으로는 함부로 들어가지마. 진드기한테 물리면 엄청 고생이여.
- 알았어요. 잔소리꾼. (월! 워워월!)
- 아니, 저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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