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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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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8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3.09.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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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5화 서큐버스 여왕

DUMMY

95화 <서큐버스 여왕>



“저거 왜 저래?”


릴리트의 모습이 이상해 보이는 건 캣니스만이 아니었다.

마족혐오를 지닌 자일리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였다.

식당 안에서 밀접해 있는 두 사람.


“브레드 아앙~”

“허허. 이러면 곤란하네, 릴리트여.”


릴리트가 케이크를 뜬 포크를 브레드에게 내밀었다.

살쾡이인 줄 알았더니, 도둑고양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혀 짧은 소리까지 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좋지 못한 감정을 일게 하는 행동들.

어제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다들 두통을 느꼈다.


“우리는 분명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캣니스는 슬슬 본론으로 넘어갔으면 했다.

릴리트가 바라는 대로 식당으로 자리까지 옮겼다.

그런데 이야기에 앞서 차와 케이크와 다과들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갑자기 브레드의 무릎 위에 앉아서 애정행각 비슷한 행위를 벌였다.

아니, 애초에 이미 저것은 애정행각이었다.

속으로는 길드장이 릴리트를 내동댕이치기를 기대했지만, 그녀의 농간을 당해낼 리 없었다.

브레드가 길드를 위해 보여주는 희생정신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캣니스도 최대한 릴리트의 기분을 맞춰주려 했지만, 결국 참는 일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지만~ 릴리트는 단 거를 먹지 않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걸요~”

“혀짧은 소리 내지 마세요! 그리고 브레드 님을 그만 괴롭혀요!”


태평한 태도에 열 받아서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를 내려친 충격으로 홍차와 마카롱 몇 개가 접시 위로 튀어 올랐다.


“자꾸 브레드 님을 곤란하게 할 거면! 당장···”

“캣니스. 이거 먹어봐.”

“우물우물. 당장 쫓아낼 거예요!”


자일리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끊임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릴리트나, 가더가 주는 쿠키를 덥석 받아먹는 캣니스나 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가득했다.


“이럴 거면 나 돌아가도 되냐?”


어쩐지 속이 쓰라려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래도 말과는 다르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래. 우리 시누이보다 더한 사제님이 말하니 들어줘야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장난은 여기까지였다. 캣니스를 그만 놀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릴리트는 브레드의 몸에서 내려왔다.

의자 등받이 위로 팔을 올리고 가슴을 드러내고 섰다.


“우선 왜 이곳에 들렸는지를 말하세요.”

“시작부터 본론이야? 하여간에 재미없는 성격이라니까?”

“묻고 싶은 걸 물으라고 한 건 릴리트 당신이었어요!”

“그럼~ 물론 알고 있지. 내가 대답 안 해주겠다고 했니? 왜 이리 앞서가니?”


무시하는 말투에 캣니스의 표정이 단번에 불통해졌다.

릴리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일 큰 요인은 네가 아끼는 꼬맹이랑 관련되어 있어.”

“문지기님이 뭘 어쨌는데요.”

“저 아이가 정기를 아주 많이 품고 없거든. 배고픈 서큐버스가 지나가다가 포식하기 위해 태어난 몸 같달까?”


캣니스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한바탕 할 거 같기에 자일리가 진정시켰다.

더 이상 이야기가 길게 늘어지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장은 화가 나더라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만 했다.


“그래서요? 그런 저급한 이유로 여기까지 방문했다고요?”

“저급하다니. 우리 시누이께서는 뽀뽀만 해도 얼굴을 붉혀서 저급하게 보시나 본데. 우리 서큐버스의 정기 공급 행위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 줬으면 해.”

“당신이 굶어 죽는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상호 간의 합의도 없이 저지른 행위를 어떻게 그냥 넘어가요?”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자, 릴리트는 얼굴을 굳혔다.

이내 어떤 생각이 떠오른 듯 탁자 위를 스윽 훑었다.


“너희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달콤한 음식은 배가 불러도 음미해야 하는 법이란다.”


손가락을 길게 뻗어서 케이크 하나를 들었다.

케이크를 작게 물고 가더 쪽으로 들이밀었다.

이는 노골적으로 사람을 케이크에 빗댄 발언이었다.


“릴리트!”


결국 시한폭탄 같던 캣니스가 터졌다.

릴리트는 화들짝 놀라는 척하며 브레드에게 안겼다.

자일리와 가더가 엉거주춤 일어나 캣니스를 말렸다.


“어머. 브레드! 당신 시누이 너무 무서워요. 저를 저 못된 시누이에게서 지켜주세요!”

“자꾸 브레드 님을 방패 삼지 말아요! 그리고 누가 시누이예요? 이 악랄한 서큐버스!”


그들이 진정하느라 또다시 이야기가 정체됐다.

브레드가 릴리트에게 주의 주고 나서야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가더를 보는 게 내 첫 번째 목적이었다는 것만 알아둬. 이건 네가 뭐라 하든 변함없는 거니까.”

“문지기님은 절대로 안 보내요.”

“누가 데려간대?! 자꾸 피해망상에 절어서 나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마!”

“알겠어요. 안 데려갈 거면 안 데려가는 거지 왜 화내는지 모르겠네요.”


미간을 찌푸리며 릴리트를 나무라는 캣니스.

처음으로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을 당한 릴리트는 관자놀이를 압박했다.


“후우. 그래. 어쨌든 이야기를 계속하자.”


필사적인 자제력을 발휘하여 화를 억눌렀다.


“여기에 내가 온 건 따로 조사할 일이 있어서야. 페넥스가 나에게 따로 부탁한 일이 있었어.”

“페넥스라면··· 사천왕 페넥스요?”

“그래. 그 무뚝뚝하고 재미없고 싫증만 나는 남자 말이야. 그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너희를 만날 일도 없었겠지.”


그저 릴리트의 유희인 줄 알았는데, 무려 사천왕 두 명이 연관된 일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캣니스는 진지해졌다.


“그래서 그가 부탁한 일은 뭐였죠?”

“그건 말이지··· 비밀이야.”


캣니스의 미간이 단숨에 좁혀졌다.


“릴리트. 끝까지 해보자는 건가요?”

“어머. 진정 좀 해. 아무리 너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지만, 먼저 약속한 쪽을 지켜줘야 하지 않겠어?”

“확실히 선약을 지켜주는 게 의리이긴 해.”


자일리까지 동의하니 할 말이 없었다.

릴리트의 호의에 기대어서 선약까지 깨 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넘어가야 했다.


“자세히는 말은 못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야기해줄게.”


그런데 릴리트가 선뜻 선약을 깨지 않는 선에서 말해주기로 약속했다.

여기까지 양보했으니 캣니스도 더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나도 직접 본 건 아니라서 들은 대로 이야기할게.”


릴리트가 이번 대의 용사가 마왕을 토벌했다는 소문을 들은 때였다.

그때는 용사에게 진 이후로 그녀가 센츄어리 대륙을 방황하던 시기였다.

평소와 같이 방황하던 어느 날 사천왕 페넥스가 찾아와 마왕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마왕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더라.”


긴 시대가 지나도 멀쩡했던 마왕성이 무너졌다.

마왕성이 있던 자리에는 건물의 잔해만 조금 남았다.

처음에 릴리트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영원히 남을 보금자리 같던 마왕성이 사라지다니 거짓말 같았다.

그러나 페넥스가 거짓말을 할 마족은 아니니, 마지막에는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폐허가 된 마왕성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게 사라진 모양이야.”


폐허가 된 마왕성에서 사라진 게 있었다.

페넥스는 그걸 릴리트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제정신인 줄 알았지.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해?”


당연히 페넥스의 부탁을 거절했다. 어떠 이유든 간에 끝까지 부탁을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이어서 그가 내놓은 제안이 달콤했다.

허영심과 자존심으로 가득한 마음을 긍적적으로 돌릴 정도였다.


“그래서 무얼 받기로 한 거죠?”


캣니스는 물었다.

사천왕의 자존심보다 혹하는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관심을 가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후의 행동을 방해할 생각까지 가졌다.


“여기 있는 꼬마.”

“네?”

“페넥스가 꼬맹이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기로 했어.”


아무래도 방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캣니스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그 표정은 2차전이 시작될 징조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릴리트가 선수 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는 지금도 그때도 꼬맹이를 끌고 다닐 생각이 없다니까?”


켓니스가 상대방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의문은 남았지만, 그 말이 거짓은 아님을 깨달았다.

더 자세한 사정은 말할 거 같지 않기에 예외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뭐. 결국에는 페넥스에게 듣기 전에 내 발로 찾아버렸지만 말이야.”


온 대륙을 돌아다녔지만, 페넥스가 찾던 건 결국 찾지 못했다.

그래도 릴리트가 원하던 것을 우연히 손에 넣었다.

팔라딘에게 쫓겨서 마계까지 도망치고, 과일도 생각만큼 달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결국 결과만 좋으면 장땡. 내가 너희를 만난 건 그냥 우연. 나는 여기 오기 전까지 너희가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했으니 이 이야기는 끝.”


릴리트의 이야기가 끝났다.

의문은 남지만, 꼬투리를 잡을 정도의 일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가더를 찾은 부분에서 우연이 많다는 점만 빼고, 딱히 흠잡을 구석은 없었다.

캣니스 본인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의 처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본인도 미래를 예견할 수 없는 시절에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마족이 예측할 리 없었다.

결국 릴리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나 캣니스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나, 릴리트는 페넥스의 부탁을 들어주려다가 우연히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타당했다.


“이번 일은 나에게는 행운이면서도, 페넥스에게는 불운이지. 또 너희에게는 불운도 행운도 될 수 있는 무언가랄까?”

“릴리트 당신을 만난 건 명백히 불운이에요.”

“그래. 당장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불운이겠지. 물론 훗날에야 행운이었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단호한 표정으로 선 그었다.

절대로 그럴 일 없다고 자신하였다.

릴리트는 구태여 캣니스의 말을 꼬투리 잡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다른 일을 신경 썼다.


“그나저나 인제 와서 하는 말인데. 너희 파티원 중 한 명은 어디에 있어? 내가 알기로 길드는 다섯 명 이상으로 설립 가능한데. 설마 고작 몇 달 사이에 기준이 바뀌었나?”


릴리트는 길드원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가더와 캣니스와 브레드 그리고 자일리.

이 자리에는 네 명이 있었다.

길드 창립을 위한 최소 인원은 다섯 명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릴리트가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했지만. 캣니스는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

굳이 티미를 사천왕과 만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말하기 싫으면 됐어. 내 이야기는 끝났으니 궁금한 점 더 있으면 물어봐.”


릴리트도 굳이 답변을 얻어낼 가치는 못 느꼈는지 넘어갔다.

그뿐 아니라 오늘따라 이상하게 선심썼다.


“더 물어볼 점 없어? 지금이면 후하게 대해줄 텐데.”


궁금한 걸 물어보라는 파격적인 제안.

너무나도 달콤한 조건에 한 사람이 넘어갔다.


“그래. 그렇게 손까지 들고, 무엇이 그리 궁금하지? 꼬마야.”


손을 든 건 자일리였다.

자일리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어.”


모두가 그가 할 말을 신경 썼다.

분명 그는 릴리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 무엇이 궁금한 건지 의아했다.


“꽤 사천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데, 혹시 너도 사천왕이야?”


이 순간 모두가 침묵하였다.

그 중 한 사람만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껏 아무것도 모르던 그가, 릴리트의 정체를 확답받으려는 이유는 뻔했다.

누구보다 양심이 찔린 캣니스는 다급히 일어서서 답변을 제지하려 했다.


“잠깐만요 자일리 님! 그거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응. 맞아. 내가 마왕군의 사천왕이었으면서 아인프로스트를 점령한 걸로 유명한 서큐버스 여왕 릴리트야.”


그만두라는 의사 표현에도 불가하고 꿋꿋이 답하는 릴리트.

이에 그들의 분위기가 단번에 싸늘해졌다.

그들 중 릴리트만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두리번거렸다.


“왜? 뭐? 그렇게 숨길 일이 아니지 않아?”


본인이 던진 발언의 무게도 모르고 실실 웃는다.

자일리가 다음 질문을 던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마왕군 사천왕인 네가 캣니스랑 무슨 관계야?”


마법사라는 족속답게 아주아주 예리한 질문이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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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08화 불신 23.10.21 7 0 25쪽
130 107화 불신 23.10.17 8 0 20쪽
129 106화 불신 23.10.14 9 0 25쪽
128 105화 불신 23.10.10 10 0 18쪽
127 104화 불신 23.10.07 9 0 19쪽
126 103화 불신 23.10.03 10 0 18쪽
125 102화 불신 23.09.30 10 0 24쪽
124 101화 불신 23.09.26 10 0 17쪽
123 100화 불신 23.09.23 12 0 15쪽
122 99화 휴식 23.09.20 13 0 13쪽
121 외전 서큐버스 여왕 23.09.16 15 0 29쪽
120 98화 서큐버스 여왕 23.09.12 14 0 13쪽
119 97화 서큐버스여왕 23.09.09 18 0 15쪽
118 96화 서큐버스 여왕 23.09.05 19 0 18쪽
» 95화 서큐버스 여왕 23.09.01 16 0 13쪽
116 94화 서큐버스 여왕 23.08.29 17 0 16쪽
115 93화 서큐버스 여왕 23.08.23 15 0 22쪽
114 92화 서큐버스 여왕 23.08.21 20 0 13쪽
113 91화 서큐버스 여왕 23.08.18 18 0 14쪽
112 90화 서큐버스 여왕 23.08.16 20 0 19쪽
111 외전 인연의 시작 終 23.08.14 16 0 22쪽
110 외전 인연의 시작9 23.08.11 20 0 18쪽
109 외전 인연의 시작8 23.08.09 17 0 17쪽
108 외전 인연의 시작7 23.08.07 19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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