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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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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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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7,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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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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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외전 인연의 시작7

DUMMY

외전 <인연의 시작7>



용사들은 대략 3미터 정도의 동굴 벽을 무너뜨렸다.

모나게 튀어나온 바위를 망치 끝으로 정리하였다.

모몬을 선두로 다 같이 벽 너머로 들어갔다.

이내 다들 벽 내부를 확인하고 말을 잃었다.


“흡!”


에이린은 너무 놀라서 숨까지 참았다.

불을 밝힌 마력이 감정을 따라 흔들렸다.

벽 너머에는 감옥이 있었다.

말이 감옥이지. 동물을 사육할 때 쓸 법한 거대한 우리였다.

동굴을 가득 채우는 썩은 내와 오물 냄새.

그 냄새의 근원지는 사람이었다.

도저히 지성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망가진 모습들이었다.

용사 일행은 벽 내부를 확인한 순간부터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봐. 저거···.”


그때, 우리 안의 사람들이 그들을 발견하였다.

도저히 산 사람 같지 않은 눈빛들이 일제히 그들에게 향했다.


“구, 구, 구, 구출대 아니야?”


그 목소리가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쇠창살을 부딪치며 동굴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며 쇠창살 사이로 팔과 다리를 뻗었다.

그 과정에서 뼈가 부러지고 피까지 튀는 광기 어린 광경이었다.


“아아···.”


마음이 연약한 마법사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몬과 게일도 입을 틀어막은 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저기요. 진정하세요 여러분.”


그들 중 유일하게 캣니스만이 제정신을 유지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광기 속에서 그녀만이 움직였다.


“혹시 당장 움직이기 힘들다거나 하시는 분 있어요? 다들 탈출에 적극적인 건 좋은데 조금 진정해주세요.”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쇠창살에서 뻗은 팔이 닿을락 말락 하는 위치에 섰다.

처음에는 걱정. 이제는 굉장히 곤란한 표정이 되어 겁에 질린 사람을 달랬다.


“계속 그러면 꺼내주고 싶어도 못 꺼내줘요. 용사님들이 당황한 거 안 보여요?”


소란스럽던 광기가 일순 조용해졌다.

대신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웅성거림이 번졌다.

의심과 희망이 반반 섞인 소란이 일었다.


“네. 마왕을 무찌를 용사님이 맞아요. 용사님이 여러분을 구하러 왔어요.”


미심쩍어하는 그들에게 확증을 주었다.

웅성거림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렇죠 게일 님?”


이로써 대화할 여건이 마련됐다.

게일은 한숨을 내쉬고 앞으로 나섰다.

수고해준 캣니스의 어깨를 두드린 뒤 한 손을 높이 들었다.

이곳에 갇힌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나 용사 게일! 신들의 뜻을 받들어 마왕을 토벌할 자다!”


높이든 오른손에서 용사의 문양이 드러났다.

하얀 신력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압도적인 기운을 느낀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희망에 물들었다.


“용사!”

“용사야!”

“용사가 왔어!”


공포에 질렸던 사람들의 비명이 다른 소리로 바뀌었다.

희망으로 가득 찬 함성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다들 우리의 말을 따라줘! 지금부터 이곳을 나갈 거니까!”


드디어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사람들은 더 크게 외쳤다.

그제야 모몬과 에이린도 긴장을 풀고 미소 지었다.

제일 바깥쪽에 있는 감옥부터 하나둘 부숴나갔다.

마지막 감옥을 부순 다음, 다친 사람들은 치료하였다.


“살았어! 살았다고!”

“용사가 오다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마다 구원을 앞둔 감상을 말했다.

게일이 선두로 서서 사람들을 이끌었다.

들어올 때 무너뜨렸던 출구로 다시 나갔다.


“저기요 여러분?”


그런데 캣니스는 용사의 곁에 서지 않았다.

하나둘 움직이는 사람들 뒤에 남아서 말했다.


“저기 여러분. 혹시 이분을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용사의 곁이 아니라 뒤에 남은 이유.

그들 뒤로 낙오될 뻔한 노인을 챙겼다.


“다들 힘드신 건 알아요. 그래도 조금만 이분을 위해서 힘을 빌려주시면···”


수십 개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향했다.

그늘진 얼굴 밑의 눈동자들은 결코 호의적인 감정을 바랄 눈빛이 아니었다.


“저기. 역시 안될까요···?”


그래도 꿋꿋이 간청했다.

무려 구출대 중 한 명의 부탁인데도 불구하고 등을 돌렸다.


“아. 이럴 수가···.”


홀로 남은 캣니스는 망연자실했다.

서서히 떠나는 사람들과 감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을 번갈아봤다.


“저 신자님.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숨에서 쇳소리가 섞여 나오는 노인을 응원했다.

좋지 못한 기침을 터트리는 노인의 팔을 어깨에 둘렀다.

어떻게든 노인을 데려가기 위해 힘을 썼다.

작은 몸 때문에 노인의 발이 거의 끌리다시피 했다.

그래도 밖으로 데려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착실히 앞사람과의 간격을 줄여나갔다.

무너진 벽을 무사히 넘었다.

이대로 무사히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희망을 품었다.


“아. 이건 아니지! 내가 그동안 어떻게 모은 건데 한 마리도 안 남겨둘 수 있어?”


오싹-

소름이 끼쳤다.

용사 일행은 일제히 전투태세를 갖췄다.

맨 앞에서 선두로 가던 움직임이 멈췄다.


“희한하네. 분명 마그마에 처박은 줄 알았는데?”


공동을 가득 채우는 음성이 들려왔다.

용사 일행은 몸을 긴장하였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먹을 게 늘어났을 뿐이니까.”


목소리의 주체를 찾아서 시야를 빠르게 옮겼다.

제일 먼저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은 건, 겁에 질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위다!”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시선을 올린 동굴 천장에는 박쥐 날개를 펼친 인간이 서 있었다.


“정답~ 바로 위에 있었지~”


인간의 외모. 박쥐 날개.

기다란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의 등장으로. 이 대규모 납치극의 범인이 악마족으로 확정 났다.

용사들은 저마다 이형의 기운을 몸에 둘렀다.


“자. 그러면 제일 먼저 발견한 상으로 너부터···”

“히익!”


악마가 바람을 가르며 군중 한 가운데를 노렸다.

그러나 미리 대비해두었던 에이린이 마법 영창을 끝냈다.


“리플렉트 베리어!”

“잘했어 에이린!”


군중을 감싼 막과 악마의 손톱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 틈을 타서 게일이 땅을 박차고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먹잇감을 노리느라 무방비하게 드러난 옆구리를 노렸다.

성검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휘둘렸다.


“어라? 너희들.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구나?”


그러나 압도적인 승리를 예견한 용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악마에게 달려들었던 게일이 오히려 동굴 벽에 처박혔다.

군중을 보호하던 마법이 산산조각이 났다.

모두가 당황한 틈을 타서 악마는 다른 이의 뒤를 잡았다.


“우선 너부터.”

“어?”


파티의 보조와 화력 담당을 맡은 에이린부터 노렸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악마가 아니었다.

집단을 상대하는 법을 아는 지능적인 놈이었다.

놈의 검은 손톱이 날카롭게 길어졌다.


“에이린 님!”

“후웁!”


손톱은 가까스로 망치에 맞고 비켜나갔다.

모몬이 에이린을 뒤로 날리며 한 번 더 망치를 휘둘렀다.


“게일 님! 모몬 님!”


검은 쇠사슬이 모몬의 팔을 속박했다.

머리로 뻗은 손톱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벽에 처박혔던 게일도 합세하였지만, 두 사람은 악마를 상대로 절절맸다.


“베리··· 꺄악!”


급하게 사용했다지만 에이린의 마법이 손짓 한 번에 부서졌다.

지금껏 만난 상대와 다르게 강한 힘을 가진 악마였다.

중급. 혹은 상급에 필적하는 존재.

게일이 한 번 더 발차기를 맞고 날아갔다.

캣니스는 그가 박힌 벽으로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게일 님!”

“어. 괜찮아. 치료를 부탁할게.”


무너진 잔해 속에서 게일이 말했다.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인 그에게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고마워 캣니스.”


몸이 치유되자마자 돌무더기를 치웠다.

처음과는 다르게 신중한 눈빛으로 악마를 살폈다.

시간을 번 모몬이 악마에게서 벗어나 게일의 곁에 섰다.


“흐음. 나름 죽일 각오로 친 건데. 생각보다 튼튼하네?”


악마는 말했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동굴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들과 나눈 짧은 공방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쪽은 필사적으로 싸우는데, 그것은 마치 신기한 동물과 놀아주는 듯한 여유를 보였다.


“정말로 이상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멀쩡히 걸어 나올 정도는 아닐 텐데.”


용사가 악마를 탐색하는 것처럼. 악마 또한 용사를 탐색했다.

악마는 용사 일행을 쭉 훑고는 한 지점에서 시선을 멈췄다.


“아니면 그쪽에 있는 인간이 특별한 건가?”


악마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게일은 탐색을 그만두고 바로 검을 들었다.

순식간에 검과 손톱 사이에서 흰색 불씨가 튀었다.

신력이 담긴 검인데도. 악마는 손톱을 맞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훌륭해. 속도에 따라오는 움직임! 밀리지 않는 이 힘! 지금 내 강함을 시험하기 딱 좋은 상대야!”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용사와의 전투에 겁을 먹지 않고 상당히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저돌적으로 부딪친 것을 보아하니, 너희들의 약점은 저 인간이구나?”


악마의 눈동자가 게일의 뒤편을 향했다.

캣니스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빛났다.

뱀 같은 혀가 입술을 핥은 찰나에 강한 바람이 악마를 휩쓸었다.


“게일. 가세하겠네.”

“고마워. 모몬.”


모몬이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며 싸움에 합류하였다.

악마의 표적이 됐던 캣니스의 앞은 에이린이 막아섰다.


“자. 그러면 예상치 못했던 강적과의 싸움이야.”


게일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우리의 힘이 마계에서도 통할지 시험할 좋은 기회야.”


지금까지 몇 번이고 연습했던 전투 진형을 갖추었다.

오늘의 상대는 틀림없는 강자였다.

최소 위험수치가 중급 이상인 악마.

하급 악마 무리와의 전투는 해봤기에, 마계에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이겨내야 하는 시련이었다.


“아아. 더러운 힘이 담긴 무기 같으니라고.”


망치에 맞아 벽에 박혔던 악마가 걸어놨다.

욕지거리를 뱉은 것에 비해서 큰 피해는 없었다.

처음 용사들이 느꼈던 힘의 격차가 기분 탓은 아닌지. 악마의 살기를 정면에서 마주하자 식은땀이 흘렀다.

악마는 조금 전과 다르게 덩치가 조금 더 커졌다.

지금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고 모두가 직감했다.


“그러면 날 때린 너부터 혼을 내주마.”


악마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용사의 눈이 쫓지 못했다.


“크윽!”


순식간에 복부를 얻어맞은 모몬이 뒤로 밀려났다.

망치로 바닥을 쓸어내며 버텨냈다.


“인간이 이걸 버티네?”


그러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졌다.


“캣니스!”

“힐(Heal)!”

“아아. 그래. 저게 문제였지.”


순식간에 악마의 시선이 캣니스에게 닿았다.

다음에 노릴 대상이 확실해졌다.

에이린은 입술을 꽉 깨물며 스태프를 휘둘렀다.


“에인션트 월(Ancient Wall)!”


마법의 발동으로 동굴의 바닥이 용솟음쳤다.

순식간에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히익!”


사방을 에워싼 돌의 벽.

에이린이 사용하는 최고의 방어마법이었다.

그런데 두꺼운 벽을 뚫은 손톱이 코앞에 다다랐다.


“이게 참 거슬리게 굴어.”


까가각-

순식간에 여러 선이 허공을 그었다.

돌을 긁어내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공기와 연결됐다.


“꺄아아악!”


벽이 무너지고 에이린이 비명을 질렀다.

마법이 부서진 돌벽 밖으로 완전히 위험에 노출되었다.


“찾았다~”


악마가 손을 뒤로 뻗었다.

에이린은 캣니스를 지키기 위해 감싸 안았다.

무방비한 등에 흉기 못지않은 손이 날아들었다.


“에이린!”


그때, 하얀빛이 그들 사이에서 터졌다.

늦지 않은 게일이 검을 내리쳤다.

상당한 힘의 방출에 악마는 뒤로 물러났다.


“인간 주제에 방해를!”


다 된 일을 방해받자 화냈다.

그러나 악마가 방심하고 화내던 그 순간, 또 다른 형체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후읍!”


처음 맞았던 거대한 망치가 휘둘렸다.

대비하지 못한 충격에 휩쓸려서 여러 번 땅을 굴렀다.


“에이린 괜찮아?”

“난 괜찮아··· 그보다··· 저것부터 어서···!”


게일은 눈매를 매섭게 굳혔다.

겁에 질려 떠는 와중에도 우선순위를 착각하지 않는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계속 그렇게만 해줘 에이린.”


에이린은 미소 지었다.

게일은 성검을 흰색으로 빛내며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그의 검은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악마를 공격했다.


“크아악. 비겁하게 여럿이서!”


조금 전 모몬의 공격이 유효했는지 여유롭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악마는 게일의 검에 서서히 기세가 밀리더니 발을 헛디디고 중심을 잃기까지 하였다.


“캣니스 지금이야!”

“여신님. 부디 악을 근절할 힘을 주세요!”


캣니스가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축복.

황금빛 신성력의 축복이 그들의 무기에 깃들었다.

놀란 악마의 얼굴을 향해 성검을 내리그었다.


“큭. 크읏.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악마의 온몸이 흰색 불꽃으로 불타올랐다.

게일은 확실히 끝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이대로 끝날 듯싶더냐!”


그러자 악마는 끝까지 발악하며 검의 경로에서 벗어났다.

게일과 모몬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너만. 너만 없애면-!”

“에이린! 캣니스!”


악마가 향하는 방향은 명확했다.

한 번 공격을 실패했던 대상에게 다시 돌진했다.

에이린이 뒤늦게 마법 술식을 전개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마법 캐스팅을 반도 못 끝낸 와중에 손톱이 날아들었다.


“죽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얀 불꽃으로 타오르는 악마가 코앞까지 다다랐다.


“아···?”


그러나 모두의 염려와 다르게 악마의 공격은 두 여인에게 닿지 못했다.

마치 모래성이 물에 녹아내리듯이. 에이린을 향해 뻗은 손톱이 서서히 소멸했다.


“이게 무슨···!”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당황한 악마가 팔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이제 이만 쓰러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쉬지 않고 달렸던 게일이 방심한 악마의 목을 쳐냈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습격이었기에. 악마는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목이 잘렸다.

목이 떨어지고 머리가 바닥을 두세 번 구른 뒤에야 움직임이 그쳤다.

예상외의 강적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용사들은 악마를 무찔렀다.


“캣니스! 에이린! 무사한 거지?”


게일이 승리에 기뻐할 새도 없이 동료의 안위를 살폈다.

에이린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비록 적이었지만. 방심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정도네.”


모몬도 싸움이 끝난 것이 확실해지자 망치를 내려놓았다.

부러진 갈비뼈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캣니스가 얼른 그에게 달려가 치유의 힘을 사용했다.


“후우. 이런 괴물이 널린 곳이 마계라니 믿기지 않아.”


게일이 성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무사히 악마를 해치웠지만 좀처럼 웃지 못했다.

중급 마족과의 싸움이 비교적 수월했음에도, 기뻐할 겨를이 없는 찝찝함만 남았다.


“만약 전력을 다했다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었겠지.”


순식간에 일어난 싸움이었다.

추할 정도로 끈질기게 물어뜯어서 승리한 싸움이었다.

지금 당장은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런 승리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


이번 싸움으로 한가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직 그들이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한참 남았다.

마계는 이런 괴물이 그냥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했으니 다행이다.”


긴장이 풀린 에이린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제 약함을 통감한 건 어찌 됐든. 그들은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으니 앞으로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


“더 강해지자. 저런 중급 마인에게도 패배하지 않을 정도로.”


언젠가 비슷하게 다가올 미래를 기약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리라고 결심했다.


“아아, 물론이지. 그때가 온다면 말이야.”


갑작스레 끼어든 제삼자의 목소리.

용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또다시 공동을 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서 시선을 움직였다.


“게일. 놈의 시체가!”


에이린이 외쳤다.

분명 해치웠을 악마의 시체가 검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마석은 없었다.

반드시 있어야 할 물건이 없자 모두가 다시 한번 긴장했다.


“아. 아아. 아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비명의 근원지는 군중 한가운데였다.

싸움에서 피신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살려줘. 살려줘. 제발 나를 좀 살려줘어어-!”


비명을 내지르며 절규하는 한 남자.

사람들은 그를 피해 멀리 떨어졌다.


“이런 거. 이런 거 바라지 않았는데···!”


홀로 무릎을 꿇고 발작하더니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피부가 늘어지며 풍선 같은 형체를 띠고는, 끝내 피를 흩뿌리며 터져나갔다.


“후우. 다들 안색이 좋지 않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분명 해치웠을 악마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 삼아 되살아났다.


“기생형 악마···.”


에이린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악마족은 그 범위가 방대하여 능력을 측정하기 힘들다.

그중에는 피만 있으면 영생을 사는 악마가 있는가 하면, 다른 생명을 숙주 삼아서 몸을 갈아타는 악마도 있었다.


“잘 들어 얘들아. 지금부터 명령할게.”


게일이 긴장한 모습으로 명령하였다.

각자의 판단을 믿던 그가 이번만큼은 제 판단을 우선하였다.


“에이린, 모몬. 전력을 다해서 나를 도와줘. 여차하면 동굴을 무너뜨릴 각오까지 하고 있어.”


그만큼 이번 싸움은 쉽지 않을 거라 예감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의 말 따름이나 악마와의 길동무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를 하였다.


“그리고 캣니스. 너의 역할이 제일 중요해.”


캣니스도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어떠한 명령이든 따를 마음이었다.

잔뜩 긴장한 채 주어질 명령을 기다렸다.


“저 악마의 부활 능력의 한계가 확실치 않은 이상. 여기 있는 사람 누구든 희생될 가능성이 있어.”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무슨 명령인지 눈치챈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잠깐만요 게일 님! 저도 함께···”

“캣니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를 데리고 나가줘.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증원을 데려와.”


부탁은 무시당했다.

세 용사 모두 캣니스가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본인의 부탁만 다르다는 사실에 슬픔이 가득했다.

게일이 아이를 달래기 위해 한 번 더 말했다.


“걱정하지 마. 캣니스. 우리는 죽기 위해서 남는 게 아니야. 저 사람들과 네가 있으면 방해되니까 먼저 보내는 거야.”


방해.

이 말이 거짓말임을 간파했다.

세 사람이 남는 이유는 시간 끄는 역할을 자처하기 위함이었다.


“아아아. 인간 놈들. 내 목을 친 대가를 똑똑히 치르게 해줄게.”


지금껏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던 강적과의 조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용사들은 지켜야 할 것을 우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캣니스는 더더욱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가··· 제가 떠나게 되면 용사님들은···!”


좀처럼 제자리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끝까지 명령을 거부하려 했다.


“캣니스!”


그러나 게일이 소리쳤다.

단호한 감정이 담긴 큰소리에 한 발짝 물러났다.

가능하다면 캣니스는 용사와 함께 남고 싶었다. 용사의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부탁할게 캣니스.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게일은 그녀가 이곳에 남기를 원치 않았다.

이 말에 용사의 신념까지 걸었다.

그런 마음을 짓밟아서까지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끝내 작은 입술을 짓씹고는 움직였다.


“···금방 돌아올게요.”


최대한 빨리 돌아오는 쪽으로 협의했다.

캣니스는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출구로 달렸다.

하나둘 눈치 보던 사람들이 뒤를 따라서 우르르 빠져나갔다.


“저 아이를 빼는 거야?”


부활한 악마는 구태여 사람들을 잡지 않았다.

먹잇감이 전부 빠져나가는데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

공간에 남은 인간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웃는 것도 거기까지다. 몇 번을 되살아나도 다시 죽여주마. 그 목을 잘라서 우리는 살아남을 거니까.”


게일이 악마를 두고 선언했다.

그 목을 다시 잘라서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단언했다.

검집에서 성검을 뽑았다.

에이린과 모몬 또한 각오를 다지고 자세 잡았다.


“아아. 그래. 너희들이 강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몇 빈이고 내 목을 자른다고?”


악마는 공중에서 다리를 꼬았던 자세를 풀었다.

평범했던 손톱이 날카롭고 길게 자라났다.


“글쎄 그게 앞으로 몇 번이나 될 줄 알고 지껄인 걸까?”


용사의 포부를 언급하며 공중에서 달려들었다.

손톱과 검이 부딪혔는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란색 눈동자와 붉은색 눈동자가 마주했다.

이 순간 용사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싸움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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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작가의 tmi: 악마족은 마인족 중 한 인종이다. 그들의 외견과 능력은 범위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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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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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14화 성녀 23.11.19 10 0 19쪽
136 113화 성녀 23.11.15 7 0 19쪽
135 112화 성녀 23.11.11 7 0 21쪽
134 111화 성녀 23.11.08 8 0 21쪽
133 110화 성녀 23.11.04 10 0 19쪽
132 109화 떨어진 과실 23.10.25 9 0 34쪽
131 108화 불신 23.10.21 7 0 25쪽
130 107화 불신 23.10.17 8 0 20쪽
129 106화 불신 23.10.14 9 0 25쪽
128 105화 불신 23.10.10 10 0 18쪽
127 104화 불신 23.10.07 9 0 19쪽
126 103화 불신 23.10.03 10 0 18쪽
125 102화 불신 23.09.30 10 0 24쪽
124 101화 불신 23.09.26 10 0 17쪽
123 100화 불신 23.09.23 12 0 15쪽
122 99화 휴식 23.09.20 13 0 13쪽
121 외전 서큐버스 여왕 23.09.16 15 0 29쪽
120 98화 서큐버스 여왕 23.09.12 14 0 13쪽
119 97화 서큐버스여왕 23.09.09 18 0 15쪽
118 96화 서큐버스 여왕 23.09.05 19 0 18쪽
117 95화 서큐버스 여왕 23.09.01 16 0 13쪽
116 94화 서큐버스 여왕 23.08.29 17 0 16쪽
115 93화 서큐버스 여왕 23.08.23 15 0 22쪽
114 92화 서큐버스 여왕 23.08.21 20 0 13쪽
113 91화 서큐버스 여왕 23.08.18 18 0 14쪽
112 90화 서큐버스 여왕 23.08.16 20 0 19쪽
111 외전 인연의 시작 終 23.08.14 16 0 22쪽
110 외전 인연의 시작9 23.08.11 20 0 18쪽
109 외전 인연의 시작8 23.08.09 17 0 17쪽
» 외전 인연의 시작7 23.08.07 20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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