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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솥 님의 서재입니다.

화이팅 김기사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중·단편

작은솥
작품등록일 :
2023.12.04 18:41
최근연재일 :
2023.12.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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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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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불암산 보살의 만행

DUMMY




다행히 강변로에 정체다운 정체는 없다.

젊은 고객은 하사관인데 외박으로 제천 집을 갔다가 귀대하는 길이라며 10시까지는 들어가야 한단다. 네비로 55km, 멀긴 하다.


파주 엘시디단지 IC에서 인적도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달려 깜깜한 하늘에 불빛도 없는 어느 조그만 부대 앞에 차를 세우는 순간 밝은 랜턴 불빛과 함께 입초 병사가 나와 환영을 한다.


모처럼 온 시골길이라 부대 인근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별 빛과 이름 모를 새소리, 개울물 소리에 향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유로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지나오니 9시다.

이미 수입이 사납금을 초과하니 여유가 생긴다. 9시 뉴스를 들으며 기사들의 전쟁터인 강남으로...


새벽 2-3시 사이 잠깐의 공백을 제외하고는 계속되는 중거리 승객들로 금요일보다 더 불타는 일요일이 되었다.


퇴근해 씻고는 진토닉 한 잔을 마시면서 근래 며칠을 고심한 전직을 일단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 25년간 섬유 산업에 몸담은 경력과 IMF당시 겪었던 쓴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회사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하면서 문제가 많을 경우에는 다시 돌아와 부동산개발업 관련 자금 조달에 힘이 들면 또 그 다음으로 부동산중개업을 먼저 시작하면서 그 다음을 만들어 가면 되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외국어야 현지에서 지금 택시 하는 열정만큼 공부하고 부딪히면 못 할 것도 없다. 아는 이도 없는 낯 설은 외국에서 밤에 뭔 할 일이 있다고...


내일 출근길에 후배에게 입사 결정과 다음 휴무일에 여권을 갖고 회사로 가겠다고 알려 줘야겠다.


한 방향으로의 결정과 만약의 경우 그 다음 수까지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게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는 것이다.




** 8월 17일 월요일/오후반




낯 선 뉴스들이 월요일을 도배하고 있다.


현대아산 현정은회장의 묘향산에서 김정일 면담 등...

기회가 있어 금강산은 다녀왔지만 묘향산이 뉴스에 나오니 이름만 들어도 가보고 싶다. 백두산과 묘향산은 언제쯤이면 갈 수 있으려나...


양용은 프로가 타이거우즈를 누르고 역전승으로 PGA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했단다. 최경주 프로를 기대했는데...


나로호 발사가 19일 예정대로 진행된단다. 오늘 발사대에 거치하고, 전남 고흥 어느 지역이 관망하기 좋다는 안내까지 하며 하늘이 열린다는 뉴스다.


고흥 소식에 거기서 살며 거기서 일하고 있는 큰 넘과 이쁜 손녀 생각은 왜 나는지...


영압은 당연히 일요일보다 더 못하다. 승객이 없다.

오후반을 하면서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고객을 한 명도 태우지 못한 대 이변을 낳았다. 월요일인데도 정체는 왜 그리 심하고...


퇴근시간대, 강남 역삼동에서 성수대교를 넘어 뚝섬까지 한 시간 걸렸다. 한강 다리마다 퇴근 차들로 가득하다. 연휴와 휴가로 다들 체력과 호주머니가 바닥 나 다들 일찍 귀가를 하는 건가?


나도 아예 영업을 쉬고 8시 반부터 9시까지 집으로 가 식사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왔다.


9시 반쯤 강남 청담동에서 아줌마(아주머니와 아줌마는 그 어감 차이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특히 나에게는...)두 사람이 타고는 이 길로 곧장 육사로 가잔다.


즉 동부간선로를 타지 말고 영동대교를 건너 곧장 가자는 이야기다. 역시 아줌마다운 발상이다.


어쩌랴 고객이 왕 이거늘, 중랑구 중화역 쯤 오니 그마저도 구 길로 가잔다. 목적지인 육사 근처에 오니 설상가상 이번엔 202번 버스 종점으로 가잔다. 오 마이 갓!


거긴 남양주로 삼육대학교를 지나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곳이다. 여기가지 왔는데 봉사하지 싶어 갔더니 이번엔 산자락으로 좀 올라가잔다. 그러면서 목적지 대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측, 좌측을 수차례 요구한다.


결국 불암산 뒤편 산 중턱에 있는 어느 기도원 마당까지 가서야 차를 세웠다.

‘하아! 이 아줌마들이...’ 짜증이 그냥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미터기 요금 14,500원에 15,000원을 주고 내린다.

무슨 이런 경우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기도원 마당에서 차를 돌려 세우고

“저기 아줌마, 저가요 방금 뭐라고 했는데 못 들었어요?”

“......”

“못 들었으면 그만이고요, 실은 아줌마들 욕을 좀 했어요. 무엇을 기도하러 왔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영업택시를 산중턱 기도원까지 아줌마 마음대로 끌고 와 기도하면 그걸 부처님께서 들어 주시겠어요?”

“......”

“다음에는요, 미리 요금을 더 준다하고 기사한테 부탁을 하세요. 그럼 욕 들을 일도 없이 마음 편하게 와서 기도하세요. 아시겠어요? 그럼 좋은 기도 많이 하세요.”

“......“


이 야심한 시간에 시내도 아닌 시외로, 그것도 산 중턱인 여기를 가자하면 더 많은 요금이 아닌 한, 갈 택시는 하나도 없다. 스님이 택시하면 갈지는 모르겠다.


거기다 동부간선로도 아니고, 서행할 수밖에 없는 일반도로에다 교묘하게 행선지를 늘리고 늘려 시외로 와 어두운 산 중턱으로 차를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밤새 기도로 참회해야 하리라.


1-2천원 아끼려고 일반 도로로 가자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기사를 유도해 어두운 산 중턱으로 택시를 끌고 가는 무지몽매한 아줌마?들...


그러고는 뭔 기도를 한다고 김기사한테서 나쁜 아줌마 소리나 듣기 십상이지. 기도원에서 밤새 뭘 기도하는지는 모르지만, 제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도 소중한 줄 알아야지...


강남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시계는 11시를 넘고 있다.


총수입 141,000원, 사납금 112,000원과 가스비 15,000원을 제하면 14,000원이 남는다. 거기가 식사와 담배 커피...

아마 한 몇 천원 남겠지. 후후, 새벽 5시까지 일한 내 하루 일당이다.


고객 19명에 280km를 뛰었다. 빈 차로 다닌 거리가 훨씬 많다. 새벽 2시에 남부순환로 휴게소에서 만난 동료 기사에게 많이 했느냐고 물으니 이제 사납금을 채웠단다. 동병상련이다.


그러면서 동료 차 계기판을 언뜻 보니 운행거리가 160km,

내 차는 220km 그리고 나는 이제야 사납금을 채웠는데...

난 열심히 헛발질하고 다닌 것이다.


오늘 일을 끝낸 시간까지 남양주 불암산 중턱까지 만행?을 저지른 그 아줌마 일당만 기억에 남는다.


안양 명학역, 관악구 신림사거리 2팀, 동작구 노량진까지 가서는 모두 빈 차로 강남으로 돌아온 것이 패인?이다.


출근 전에 베트남 부임 건으로 후배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입사해 현지로 부임하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고 그리고 여권과 필요 서류를 가지고 8월 20일 오후에 회사로 가겠다고 알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 8월 18일 화요일/오후반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라디오에선 종일 서거 소식과 추모하는 내용을 전한다.

그 만큼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공이 큰 인물이다.


오후에 출근하여 회사에 휴가 이야기를 하니 쓸 수 있는 연차를 이용하란다. 즉, 입사 1년이 안 돼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없는 경우에는 결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곧 정리할 것이니 그냥 결근을 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했다.


새벽 1시, 북수원 가는 고객을 태우고 돌아오니 2시다.

그 이후에는 승객 태우기가 쉽지 않다. DJ서거로 인하여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270km 운행에 24명의 고객을 태워 그나마 예전 오후반 목표 금액은 겨우 했다.


국민장(7일 이내)이 될지 국장(9일 이내)이 될지 모르지만 영결식보다 그 기간 영업이 먼저 걱정된다.




** 8월 19일 수요일/오후반




나로호 발사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새벽 3시 10분, 선릉역 인근에서 남자 두 명이 타고는 서초동 뱅뱅사거리를 가자고 하여 가는 길에 한 사람만 내리고 안산을 간단다.


정작 안산 갈 사람은 돈이 없어 먼저 내리는 사람이 카드로 선 승인을 받고 안산을 부탁한단다.


평일이라면 5시 교대라 당연히 가겠지만 나 또한 스패어 기사 시절을 생각하면 내일이 휴무라 4시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시계는 새벽 3시 20분인데...


영업이 부진한 나로서야 엄청 아쉽지만 교대시간을 이유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낚시하다 대어를 놓친 기분이랄까?


일찍 일을 끝내고 들어왔다.

겨우 예전 오전반 목표 금액만 채우고는...

느긋하게 세차를 하고는 차 바닥에 놓인 고무 매트를 씻기 위해 들어내는데 뒷자리 매트를 들어내니 남성용 장지갑이 하나 따라 나온다.


지갑을 열어보니 수표와 현금이 제법 들어있고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2장이 들어있지만 연락처를 알만한 명함이나 다른 신분증은 없다. 일단 세차를 마무리하면서 암만 기억을 되살려도 어디서 내린 고객인지 알 방법이 없다.


대신 밤 시간과 심야 시간에 술을 좀 한 고객은 6-7명 되는데 3명 정도 짧은 거리를 간 고객은 거의 현금을 주었으며 중거리 이상을 간 고객은 또 거의 카드로 지불을 한 것 같은 생각은 든다.


대략 집어보니 서초동, 도곡동, 흑석동, 중계동에서 내린 고객일 가능성이 높고 카드로 요금을 지불했다면 아마 회사로 문의를 해 올 가능성이 높다.


현금을 세어보니 수표가 160만원, 현금이 18만원으로 178만원이다. 배차실에 지갑을 넘겨주고 혹 회사로 전화가 올 수 있으니 회사에서 보관하라하고는 퇴근을...


퇴근길에 나보다 한 달 늦은 갑장 기사와 소주 한잔을 나눴다. 사납금 이야기 끝에 내가 너무 회사에 불만이 많다면서 택시 기사이니 기사들 사정을 잘 알고 판단을 하라는 이야기이고 아니면 회사를 인수해 사장을 하란다.


맞는 말이다. 대개의 경우 여러 가지 사정이 어려워 택시 기사를 많이 하고 있으니, 그 갑장 말도 이해는 간다.

형편이 어려우면 남자가 마지막에 하는 일이 택시 기사라는 씁쓸한 현실적인 얘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만큼 회사 눈치를 보는 사정이 어려운 기사들이 많다는 게 현실인 것이다.




** 8월 21일 금요일/오전반




어제 휴무일 오후에는 후배 회사로 가서 임원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비자 진행을 위한 여권과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

비자는 이 주일 정도면 가능하여 9월 하순경 이후에 출국하기로 협의했다.


9월부터 자주 회사로 나가 현황 파악 및 회사 업무 습득을 하기로 하고 이른 저녁 식사와 함께 입사 환영주를 나누고 왔다.


두 후배 모두 과거엔 내가 회사에 입사를 시켰지만, 이젠 반대가 되어 묘하게 인연이 흐르는 거다. 참으로 짧은 인생이지만 후일을 모르는 일이다.


이제 택시를 그만 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개운해졌는데도 잠을 설쳤다. 마음이 벌써 콩밭에 아니 월남에 가 있나?


새로이 한 주를 시작하는 오전반이다.

새벽 4시에 차를 인수해 일을 시작 했다. 일하는 내내 눈 커플이 무겁고 따갑다. 날씨는 또 얼마나 찌는지...


내일 하루를 8/28일과 바꾸는 대체근무를 신청했다.

모처럼 1박 2일로 마눌과 함께하는 여행 스케줄을 잡았다.


8/31일까지 택시를 하고는 접기로 결심을 했으며 부동산과 관련한 그간의 사정과 베트남 근무 여건을 마눌에게 설명할 겸 해서 오랜만의 부부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종일 고객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출근 시작부터 간밤의 취객을 태우고 분당을 가서는 출근 시간이라 어렵지 않게 강남 개포동 고객을 태워 서울로 돌아와 열심히 시내를 헤집고 다녀 덕분에 오전 10시 경, 이미 사납금을 채울 수 있었다.


3시경 이른 시간이지만 여행 스케줄로 인하여 수입이 오전반 목표 금액을 넘어가자 일을 접고 회사로 들어 왔다.


세차를 하고 사납금을 입금하니 사무실에서 날 찾는단다. 2층 사무실에 올라가니 여직원 둘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직원이 봉투를 하나 주면서 어제 회사에 내가 맡겨 논 지갑 주인이 카드영수증을 들고 찾아와 지갑을 찾아가면서 사례금으로 주고 갔다면서 인수증을 보여주는데 현금 금액도 맞고, 주소가 도곡동으로 되어있다.


내가 예상했던 고객들 중 한 사람이었고 주인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봉투를 열어 확인하니 15만원이나 들어있다.


‘후후... 오늘 수입은 대박!’

1박 2일 마눌과 같이하는 여행 경비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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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리스크를 끼랴 기회를 기다리랴 23.12.31 4 0 14쪽
» 45화 불암산 보살의 만행 23.12.30 4 0 13쪽
44 44화 두 번째 기회 23.12.30 3 0 14쪽
43 43화 맨 땅에 헤딩하는 날 23.12.29 4 0 13쪽
42 42화 이 놈들 장화는 제대로 신었나 23.12.29 4 0 14쪽
41 41화 스님이 말한 기회 23.12.28 4 0 14쪽
40 40화 이별 연습 23.12.28 3 0 13쪽
39 39화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23.12.27 3 0 12쪽
38 38화 사람이 경우가 있어야지 23.12.27 3 0 14쪽
37 37화 세상은 주는 대로 받는 법 23.12.26 5 0 14쪽
36 36화 서산댁 보너스 23.12.26 3 0 14쪽
35 35화 실성한 여자 쌔끈한 차도녀 23.12.25 4 0 14쪽
34 34화 요즘 여자애들 23.12.25 4 0 14쪽
33 33화 부인을 찾아 차를 찾아 23.12.24 3 0 13쪽
32 32화 산에 누우나 집에 누우나 23.12.24 3 0 13쪽
31 31화 오케스트라와 반정부 집회 23.12.23 3 0 14쪽
30 30화 여자가 아무리 좋아도 토끼 냄새는 23.12.23 4 0 14쪽
29 29화 배달택시 공짜택시 23.12.22 3 0 13쪽
28 28화 해운대 밤바다 23.12.22 4 0 14쪽
27 27화 수상한 중년 커플과 요즘 아가씨 23.12.21 3 0 14쪽
26 26화 세상은 요지경 속 23.12.21 3 0 13쪽
25 25화 나만 땡 잡은 날 23.12.20 3 0 14쪽
24 24화 일본 여인들과 박카스 아줌마 23.12.20 4 0 15쪽
23 23화 왜 다리를 벌려 팬티까지 23.12.19 7 0 13쪽
22 22화 돈 많은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23.12.19 3 0 14쪽
21 21화 합승과 그 댓가 23.12.18 4 0 14쪽
20 20화 그냥 칼도 아닌 사시미칼 23.12.18 3 0 14쪽
19 19화 야릇한 상상 23.12.17 3 0 14쪽
18 18화 차가 아닌 말과 노는 택시기사들 23.12.17 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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