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42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6.06 17:15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28. 제국백화점2

DUMMY

20살 연상의 남성에게 시집을 가라니 말도 안 되지!

대한민국에서 나한테, 20살 연상을 만나라는 사람이 있으면 싸대기를 후려쳤을 텐데, 착한 르네트는 그저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린다.

르네트가 우는 걸 보고, 르노아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허둥지둥한다. 아까전까지 보이던 느끼한 모습과 과장된 행동은 없어졌다. 이게 이 사람의 본 모습이겠지...

르노아가 르네트의 어깨를 감싸며 말한다.


“르네트. 생각해보라고 물어본 거잖니. 정말 괜찮은 집안이라서 그랬다...”


... 어휴.

정말 괜찮은 집안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위안의 말이라고 하는 거니? 그러길래 결혼이야기를 왜 갑자기 꺼내서. 르네트의 혼인이 가문의 일이라면, 적어도 나와 함께 있는 지금 할 말은 아니었다.

르네트가 대답이 없자 뭐라도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르노아가 계속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르네트. 진지하게 생각해보렴. 집안도 능력도 평범한, 동갑내기인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어. 나이는 조금 많더라도 마음에 들어 할게 분명...”


“저기요!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가세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다.

이게 미쳤나.

자기 동생이 서럽게 울고 있는데, 집안도 능력도 괜찮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자기 동생이 왜 울고 있는지를 생각 안 하고 조건이나 따지고 있다.

동생의 이상형, 행복은 일절 생각 안 하니 이렇게 서럽게 울지.

르네트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다독인다.


“르네트. 시원하게 욕이라도 한번 해줘. 오빠 미쳤나 봐. 하고.”


내 말에 울고 있던 르네트가 피식 웃는다.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음. 큰일 날 뻔했다. 나도 헛소리할 뻔.

르노아가 계속 옆에서 우물쭈물하며 할 말을 찾는 거 같은데, 르네트가 진정하는 데 방해만 될 거 같아서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르노아 씨.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동생분 진정한 다음에.”


르노아가 딴에는 동생을 위로해 보겠다고 멈칫멈칫하다가 포기한다.


“르네트. 나중에 집에서 이야기하자꾸나. 조만간 집에 들르렴.”


르노아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한다.


“첫 만남인데 썩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드린 거 같군요. 다음번에 만회할 기회를 주시길.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르노아가 떠나고 조금 지나고 나니 르네트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후우’ 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그친다.


“이제 좀 진정 됐어? 괜찮아?”


“언니. 언니가 봐도 20살 연상은 아니죠?”


“아니지. 절대 안 되지.”


“후우... 우리도 이만 내려가요”


르네트와 함께 4층으로 내려왔다.

기다란 안내 카운터에 점원이 몇 명 서 있고 그 뒤로는 대량의 책장이 있다.

수많은 책이 꽂혀 있는 게, 마치 도서관 같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있으면 어떤 책이 있는지조차 모를 텐데? 내 예상보다 책이 훨씬 더 귀중한가 보다.


“르네트. 여기서는 책이 비싼 편이야?”


“음··· 조금은요. 역사서나 학업교재라면 그리 비싸지는 않은데, 마법이나 검술과 관련된 서적들은 상당히 비싸요. 그런 책들은 숫자가 적으니까요.”


“마법이나 검술책?”


“아아~ 마법이나 검술을 배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한 가지가 책이에요.”


“책으로 마법을 배울 수 있어?”


“네. 가령 라이트 마법이라고 했을 때, 라이트 마법 책을 사서 읽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시동 어를 만들면 라이트 마법을 쓸 수 있는거죠.”


“시동어?”


“네. 이렇게요. 라이트!”


르네트의 말에 손에서 빛나는 구슬이 만들어진다.

이 세계에 온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 있던 르네트까지 마법을 쓰는 줄 몰랐다.


“헐! 르네트 너도 마법사였어!?”


“아니요~ 이정도 기초 마법을 가지고 마법사라고 할 수 없죠. 마법을 배우는데 재능이 있는지 알기 위해 누구나 배우는 수준의 입문 마법이에요.

귀족 가문에서는 자식들에게 마법 책을 사주거나, 선생님을 모셔와서 마법을 제대로 배울만한지 입문 과정은 꼭 교육시켜 보거든요. 저도 그때 배웠죠.”


저 안쪽에 있는 책장이 달라 보인다.

저 안에 있는 모든 책이 마법과 검술과 연관된 책이라면 비쌀 수밖에 없겠지 싶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마법을 하나 배운다니.

잠깐. 그러면 검술 이런 건 어떻게 되는 거지? 그쪽도 시동어를 쓰나?

뭐. 조만간 배우게 되면 알게 될 거다.

4층에 있는 백화점 사무실 앞을 지나갈 때는 르네트가 문을 째려보며 중얼거린다.


“내가 진짜 가만안둔다.”


저 안에 르노아가 있나보다.

가만두면 안 되지. 혼쭐을 내 버려!

내심 르네트를 응원했다. 르네트가 르노아에게 복수심을 가진 거 같다.


3층은 아까 구경했고, 2층은 조금 있다가 다시 가야 하니 건너뛰고 1층을 구경한다.

침대나 옷장, 책상, 의자 같은 각종 가구와 커튼이나 이불, 식기 같은 실내를 꾸미기 위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물건을 유심히 고르는 사람들.

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여성들끼리 구경 온 경우도 있다.

다들 차림새가 고급스러운 것이 대부분 귀족인 것 같다.


“자기야 이건 어때.”


“저건 어때.”


“우리 딸한테 이 책상 너무 큰가?”


“제인 엄마, 저런 커튼 찾던 거 아냐?”


쇼핑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조만간 제국이 전쟁의 참화에 휩싸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있을 사람들. 이들을 구하는 게 내 역할이라니.

어쩐지, 너무 과분한 이야기다. 정말이지... 내가 어쩌다가 용사가 된 거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용사가 되어야만 한다니.

내 의사와 무관하게, 용사로서의 삶을 강요받는다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이야기다.


신관의 뒷문을 통해서 아일레로 백화점 구관으로 향한다.

부피가 큰 가구는 이쪽에 마차를 대 놓고 싣나 보다. 덩치가 큰 근육질의 남성들이 ‘하나. 둘. 셋. 영차!’ 소리를 내며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마차에 싣는다.


구관의 입구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가니, 양옆으로 농기구나 무기, 잡화 등을 판매하는 상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저 가게들은 보통 1층은 매장. 2층은 제작 공방, 3층은 가정집으로 쓸 거예요.

아! 물론 농기구나 무기류처럼 생산에 큰 공간이 필요한 곳은 외부에 공장이 따로 있을 거고요. 그런 데는 2층은 창고처럼 쓰겠죠. 1층에서는 판매만 전문으로 하고.”


구관은 밖에서 볼 때는 고급스러운 3층 건물이었는데, 들어와서 보니 똑같게 생긴 상가 주택들을 밖에서 한 건물처럼 외벽을 만들고, 통로에 지붕을 덧씌운 건물인 것 같다.

이런 구조는 대한민국의 여러 재래시장에서 봤었다. 종로의 광장시장 같은 곳들.


신관은 백화점. 구관은 시장이라니.

사람 사는 건 정말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나 보다. 어떻게 사는 세계가 다른데 사는 모습은 비슷하게 발전하게 됐지? 문뜩 구관과 신관이 어떻게 분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르네트. 신관은 귀족 대상이고, 구관은 평민 대상인 거야? 판매하는 물건도 그렇고, 구경하는 손님들도 그렇고. 둘이 성격이 완전히 달라 보이네?”


“호호호. 그런 건 아니에요. 신관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가격대가 비싸기도 하고,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그래 보이는 거죠. 내가 쓸 가구고, 내가 입고 쓸 옷이고 장신구니 귀족들이 직접 와서 고르지만, 식료품이나, 농기구 같은 것들은 사용인들이 심부름으로 사가도 되잖아요?

평민들이라고 좋은 옷 입지 말란 법 없고, 필요하면 신관에서 옷 맞춰 입기도 해요.

다만 자주 그럴 수는 없으니 더 그래 보이는 거죠. 신분으로 차별하고 있지는 않아요.”


아하~ 그렇구나.

르네트와 함께 걸어가며 여기저기 구경한다.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구관의 중앙에 다가갈수록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생기가 넘친다.

중앙에 있는 큰 공터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광장 근처에는 식자재나 완성된 음식, 술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가득한데, 딱 떠오르는 게 있다. 아~! 푸드코트구나!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서 술과 조리된 음식을 사서 먹고 마시며 즐긴다.

왁자지껄한 소음. 다들 들뜬 듯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

와! 이 세계에도 이런 곳이 있네?!


“르네트! 르네트! 저 사람들이 먹는 저 음식들 뭐야?”


이세계에 와서 아직까지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황궁에서 나오는 음식이 이 정도라는 것에 늘 실망이었는데. 여기는 다르다.

저렇게 맛깔나게 먹는다니! 사람들이 막 생기가 넘치고, 한 점을 먹고,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켜는 거 보니 맛있는 음식인 게 확실하다.


“음. 대부분 사람이 도래창구이를 먹는 거 같은데요? 술안주로 많이 먹는 음식이죠.”


“그래?! 르네트 우리도 도래창구이 먹어보자!”


“응? 밥 먹은 지 별로 되지도 않았는데요? 그럼 꼬치로 파는 작은 거 하나씩 맛만 볼까요?”


르네트가 꼬치로 된 도래창구이를 두 개 사가지고 온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입게 침이 고일 정도다.

잔뜩 기대하며 도래창구이를 씹어 먹는다.


ㅠㅠ 응 맹 맛. 맛없어.

황궁과 백화점 음식은 그나마 나았는데 길거리 음식은 진짜 심각하다. 맛이 없다.

뭐지? 뭐가 문제지? 조리법? 간? 소스?

큰일이다.

이렇게 입맛에 안 맞으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몇 년을 어떻게 버티지?

난감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입맛이 찐 한국인이었나? 김치 없이 못 사는??

아직 1주일 갓 넘었는데 이러면... 어쩌지?


“언니 맛있죠?”


“응? 으응? 별로 내 취향이 아니네...”


“원래 세계의 음식이랑 그렇게 달라요?”


“응. 그러게. 나 음식을 남기는 성격이 아닌데. 진짜 큰일이네··· 이 세계의 음식에 입맛이 안 맞는 거 같아”


“그럼 차라리 디저트를 먹으러 갈까요? 아라칸 케이크 어때요?”


“디저트? 케이크? 그럴까?!”


디저트! 그래 디저트는 맛있을 거다. 달콤한 케이크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밥을 아무리 먹었어도 후식 배는 따로 있는 법.

가게 중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간다.


“아라칸 케이크 하나랑 차 두 잔 주세요.”


르네트가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설명을 들어보니 아라칸 케이크는 하늘 땅, 바다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을 모아 만든 케이크라고 한다.

초대황제가 천하일미라며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어서 초대황제 아라칸의 이름이 붙은 제국의 명물 케이크.

하늘, 땅, 바다에서 하나씩 골랐다고 하니 바로 삼선짜장, 짬뽕부터 떠오른다.

중국에서는 꿩, 송이버섯, 해삼을 꼽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기대된다. 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꼽힌다니! 이번엔 맛있겠지.


곧이어 점원이 차와 케이크를 가져다준다.

비주얼은 예상외의 모습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접시에 빵이 있는데 그 위에 오이가 붙어 있고, 그 위에 새우가 올려져 있고, 잘게 잘려진 닭가슴살 같은 고기가 올라가 있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케이크 위에 당근으로 왕관 모양으로 장식한 것.


이게 케이크야? 진짜로?

불안하지만, 르네트를 따라서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서 먹어본다.


“언니 아라칸 케이크는 맛있죠? ”


“응... 맛있네.”


맛없다.

르네트를 실망하지 않게 맛있다고 했지만, 맛없다. 이쯤 되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난 이세계 음식이랑 입맛이 안 맞는다.

진짜, 큰일이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어떻게 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이 어때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29. 레벤토 아르카디아 23.06.07 18 0 12쪽
» 28. 제국백화점2 23.06.06 17 0 12쪽
28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25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7 0 11쪽
24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6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22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6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2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20 1 12쪽
18 17. 마왕성 습격 23.05.26 22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5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2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29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0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5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6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2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78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38 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