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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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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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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6.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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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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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 제국 백화점

DUMMY

르네트와 함께 3층으로 올라가 구경을 한다.

유려한 곡선에 다양한 보석이 화려하게 장식된 귀금속 장신구가 시선을 끌었다.

우와~ 내가 귀금속 전문가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잘 모르지만, 제정 러시아 때의 세계적인 귀금속 세공사라던 피터 파베르제가 봐도 놀랄 것 같다.


제국 황궁에 머물면서 이정도 생활 수준은 우리 세계보다 한참 떨어진다고 내심 무시했는데, 보석 세공에 관해서 만큼은 그 수준이 우리 세계보다 훨씬 높을 거 같다.

무슨 박물관에 와 있는거 같다.


“와~ 진짜 이쁘다. 귀족들은 다들 이런 걸 착용하고 다니는 거야?”


“황궁이나 공국, 제후국에서 사교 파티가 열렸을 때는 장난 아니죠. 평소에는 아니에요. 호호호”


르네트의 반응을 보니, 가문의 재력과 위상을 내세워야 할 때는 힘을 ‘팍’ 주나 보다.

조금 더 둘러보니, 반짝이는 보석 대신 마력석을 사용한 물건들도 있다.

마차에 있는걸 봤을 때는 전기차 배터리 같은 느낌으로 생각했는데, 보석처럼 취급하기도 하나 보다. 마력석을 쓰면 장신구에 어떤 마법적인 기능을 넣을 수 있는건가?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어느 정도 금액인지는 감이 안 온다.


“르네트, 저 제품이면 가격이 어느 정도나 나가는 거야?”


“음. 서민들이 사는 주택으로 1채 정도요?”


“우와···”


마력석이 비싼 것인지, 세공이 비싼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그마한 게 집 한 채 가격이면, 아까 타고 온 마차면 우리 세계로 치면 몇십억 정도 되는 최고급 세단이었겠다.

하긴 그러니까 도로 평탄화 마법 같은 걸 갖췄겠지.


옆으로 이동해서 화장품 코너를 구경한다.

대부분 제품이 압축 파우더로 되어있다.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고 색상별로 한 케이스에 담겨 있다.

흐음. 고체형이나 액상이 사용하긴 편한데. 휴대도 편하고.

없는 걸 뭐 어쩌겠어. 당장 쓸 것들만 골라야지. 피부 색조에 맞는 화장품을 골랐다.

옆을 보니 네모난 블록이 있는데 향이 강렬하다. 고체 향수인가 보다.

향을 맡고 있으니 옆에 있는 르네트가 말한다.


“그란츠 공작님이 필요한 건 눈치 보지 말고 사라고 하셨어요. 화장품 같은 건 편하게 다 담으면 될 거 같아요.”


그래? 혹시 아까 귀금속도 하나쯤은!?

나도 모르게 고개가 귀금속 코너 쪽으로 휙 돌아가니, 르네트가 웃으며 말한다.


“호호호. 그란츠 공작님 돈으로 장신구를 사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요.

아! 언니, 이 이야기를 안 해줬구나. 여기서 귀금속은 보통 결혼한 여성들이 착용해요. 내가 이렇게 사랑받고 산다는 의미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거꾸로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는 여성은 짝이 있는 줄 알고 남성들이 거리를 두죠. ”


“아하. 결혼반지 같은 거구나.”


“결혼반지?!”


“우리 세계는 결혼한 사람은 약지에 반지를 끼우거든. 이성이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구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지.”


“그렇군요. 어쨌든 언니가 그란츠 공작님 돈으로 귀금속을 산다면, 나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의사 표시가...”


“헛! 그만. 알아들었어.”


휴. 욕심에 눈이 멀어서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르네트와 함께 구경하며 샴푸와 비누를 찾아보았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했다.

있다면 3층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만들어서 써야 하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누 만들기 체험 학습 수업을 해본 적도 있어서 만들 자신은 있다.

폐식용유 6, 물이 2, 가성소다1 비율. 더 번거롭지만, 나무를 태워 만든 양잿물과 폐식용유를 섞어도 비누가 된다. 양잿물이 위험해서 그렇지.

음. 만드는 방법도 잘 기억난다. 그래! 여차하면 만들어서 쓰자!

그러려면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향수도 사 가는 게 좋겠다. 향기도 좋아질 거고, 어차피 오일 계통의 재료도 필요하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사고 있는데, 뒤에서 느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 르네트 에스키아~”


돌아보니 르네트 에스키아와 얼핏 닮은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벌리며 다가온다.

포마드 같은 머릿기름을 발랐는지, 2:8로 가르마를 탄 헤어스타일.

단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끼한 스타일이다.


“아... ㅅㅂ”


르네트가 나직하게 욕을 한다. 꼴 보기 싫어한 사람이 저 사람인가 보다.

르네트가 표정을 관리하며 인사를 건넨다.


“어머 오빠. 오랜만에 보네~”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내려왔지. 옆에 계신 맘젤레는?”


맘젤레? 마드무아젤 같은 건가?

마치 연극을 하듯 과하게 건네는 인사. 행동도 느끼하다.

르네트의 창피함이 내게도 전해졌다.


“아 제발 오빠. 어디서 이상한 인사를 배워가지고 왔어...”


“오~ 이렇게 아름다운 맘젤레가 있다니. 처음 뵙겠습니다. 에스키아 가문의 장남. 르노아 에스키아라고 합니다.”


“제발. 평범하게 말할 수는 없어? 토할 거 같다니까? 오빠 보러 온 거 아니니까 꺼져.”


르네트가 거칠게 밀어내는데, 르노아는 꿈쩍도 안한다.

르네트는 진짜로 힘쓰는 거 같은데 ‘하하하’ 웃으며 르노아는 즐거워한다.

이 세계에서도 형제자매의 동족 혐오(?)는 똑같나 보다.

르노아는 동생의 극딜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오. 가여운 르네트. 얼굴이 수척해 보이는구나. 황궁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왔으니 오라비가 맛있는 걸 사주마. 뭐 먹고 싶은 게 있니? 아직 점심 식사 전이지? 함께 하자꾸나. 맘젤레도 함께 하시죠. 자 이리로.”


자연스럽게 나와 르네트가 양손에 붙잡힌 채로 끌려나간다.

남의 형제를 욕하고 싶지는 않지만, 르네트가 짜증 낼 만하다. 부담되는 스타일이다.


*


르노아의 손에 이끌려 5층의 카페테리아에 왔다.

아직 백화점이 개점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

가장자리에 있는 조용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이른 거 같군. 우선, 여기 있는 손님들에게 다과부터 가져다주고. 식사시간이 되면 식사를 내어주게.”


“네 점장님.”


카페테리아의 점원이 떠나자 르노아가 묻는다.


“그래서 여기는 어쩐일이지, 르네트? 날 보러 왔니? 아니면 혹시 용돈이라도 필요하니?”


“아니거든!? 그냥 여기 있는 언니의 옷을 맞추러 왔을 뿐이야. 치수는 이미 쟀고, 가봉한 옷 입어 보고 가려고 구경하는 중이었고!”


“그랬구나, 하하하. 그래서, 제가 맘젤레의 이름을 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르노아가 자연스럽게 내게 이름을 물어온다.

혹시나 해서 르네트를 바라보니 말해줘도 별로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네요. 장예서라고 해요.”


“이름에서부터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혹시 제국을 안내해 줄 사람이나 통역은 필요 없으신가요? 저 에스키아 가문의 장남 르노아가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용사님.”


“!?”


딱히 내가 숨긴 건 아니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용사라고 할 줄은 몰랐다.

르네트는 엄청 놀랐는지 벌떡 일어났다.


“오빠가 용사님이 소환된 것을 어떻게?!”


“르네트. 우리 가문에 그 정도 정보력은 있단다. 장사하는데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면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 않겠니. 그래서 제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과장된 행동과 장난기 넘치는 느끼한 사람인가 했더니,

단순하게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아직 르노아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르네트가 잘 도와줘서 큰 문제 없이 제국에 적응하고 있어요.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제 동생이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나 보군요. 다행입니다. 갑자기 메이드로 황궁에 취업한다고 해서 놀랐지 뭡니까.”


“아~! 저도 조금 놀랐어요. 저는 메이드는 귀족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백작 가문의 자식이면 본인도 백작인데 메이드를 한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네요.”


“응? 와하핫. 신분과 작위를 정확히 모르고 계시는군요. 르네트가 설명을 안 드렸나 봅니다.”


“헉. 언니. 내가 그렇게 중요한 걸 설명 안 드렸어요?”


르노아와 르네트가 이렇게 중요한 건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설명에 열을 올린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먼저 신분.

막연하게 왕의 자식은 왕족. 귀족의 자식은 귀족. 평민의 자식은 평민. 이런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일단 신분은 왕족과 귀족, 평민, 노예인데. 노예제도는 오래전에 폐지됐다고 한다. 지금도 노예와 비슷하게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대다수는 범죄를 저지르고 그에 대한 대가로 노역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위.

황제나 왕이 한명뿐이듯,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같은 작위도 그 가문에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를 승계받는 사람이 가문의 후계자.

후계자가 되지 못한 아들이나, 딸들도 귀족인 건 맞지만, 작위는 없다 보니 평범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귀족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평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평민과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귀족끼리 모이면 공작 손자님. 후작 아드님, 백작 조카님 하며 서로 대우해주며 필요하다면 가문의 무력을 포함해 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들 중 거만한 이들은 평민과 있을 때는 목에 힘 빡 주면서 ‘내가 임마 어?! 너희 서장이랑 임마. 어!?’ 한다는 거 같다.

보통은 아무리 먼 방계가족이라도, 예의상 가문의 작위나 그보다 한 계급 아래 정도의 신분으로 우대해준다고 한다.


후계자.

이세계에서는 가문의 영지와 유산, 작위를 모두 가문의 단 한명 ‘후계자’ 에게만 준다고 한다.

내 자식이 둘이라고 영지를 둘로 쪼개고, 그 후대에서 또 자식이 셋이라고 삼등분으로 쪼개고 또 쪼개고 하다 보면 아무것도 안 남기 때문에, 후계자가 모든 것을 받기로 합의된 모양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후계자 후보 간의 경쟁은 매우 심각한 편.

일반적으로는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장자가 가문의 모든 유산과 작위를 물려받지만, 가문의 위상을 올리거나, 고위 공직자가 된 실적과 명성이 있는 아들 중 한명을 후계자로 지명하기도 한다.

가문의 후계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방계는 직계의 요청 없이 가문에 관여하는 게 관례적으로 금지된다. 그래서 셋째 아들 이후쯤 되면 진즉에 후계 다툼을 포기하고 다른 가문에 가서 행정관이나 집사로 일하거나 황궁에서 일하기도 한다고.

후계자가 마땅히 없을 때는 서열에 따라 방계로 작위가 가며, 딸만 있는 경우 방계 집안의 아들이나, 결혼한 딸의 자녀를 ‘양자’로 받아들여서 후계자로 삼는다고 한다.


어휴 복잡해.

내용이 너무 길다 보니, 차도 마시고, 밥도 다 먹고서야 설명이 끝났다.

대화 주제가 르네트에게 옮겨 갔다.


“르네트. 네게 혼인 의사를 물어온 가문이 있다. 결혼 생각은 있니?”


“나한테? 어딘데?”


“... 아직 말해줄 수 없다. 네가 진지하게 만나 보겠다고 하면 알려주지.”


“뭐야!? 어딘데? 내 결혼인데 어디 가문인지 정도는 내가 알아야지!?”


“고위귀족이다. 딱 여기까지 알려주지. 만나보겠나?”


응? 결혼할지도 모르는 당사자한테 뭘 이렇게 숨기지?

만나보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알려주겠다는 듯, 르노아가 입을 다문다.

르네트는 머릿속에서 혼인을 제안할 법한 가문을 생각하나 보다.


“고위귀족...? 후작가 이상... 미혼인 내 또래가... 없잖아?!”


르노아가 움찔하는 게 느껴진다.


“오빠 이것만 말해봐. 내 또래야?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


“... 대답 안 하겠다.”


아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가 르네트에게 눈독을 들였나 보다.


”5살?”


“10살?”


“15살?”


“20살?”


5살 단위로 빠르게 올라가는데 20살에서 르노아가 움찔한다.

20살 연상과 결혼시키겠다고?! 딸벌인데?!

르네트가 소리를 꽥 지른다.


“오빠!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난 에스키아 가문의 차기 가주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서. 네가 싫어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게 있어.”


“오빠! 그래도 20살 연상의 남자에게 시집가라는 건 아니지!”


르네트의 눈가에 원망의 눈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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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레벤토 아르카디아 23.06.07 18 0 12쪽
29 28. 제국백화점2 23.06.06 16 0 12쪽
»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25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6 0 11쪽
24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5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22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6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1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19 1 12쪽
18 17. 마왕성 습격 23.05.26 21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5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2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29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0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5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5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2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78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36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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