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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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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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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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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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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용사 제국 적응기1

DUMMY

그란츠 공작과 마주 보고 테이블에 앉아 구슬에 손을 올려 대화를 한다.

공작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런거였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은 지구와는 다른 세계 ‘테라’라고 한다.

이곳은 크게 서대륙과 동대륙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서로의 존재는 안 지는 오래됐지만, 무역 같은 왕래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됐다고 한다. 지금은 서로 천천히 알아가는 중.

혹시 모를 불화를 대비해서, 조심스럽게 소규모로 접촉 중이며 서대륙에서는 ‘마법’을, 동대륙에서는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배우고 있다고 한다.

내가 있는 여기는 서대륙의 북부의 패권을 가진 아르카디아 제국.

제국의 황궁이라고 한다.


100년 전.

서대륙의 남부에서 마족. 마왕이 군대를 일으켰다.

당시 아르카디아 왕국은 수도를 제외한 영토 대부분을 다 빼앗기는 크나큰 희생을 감내하면서 마왕을 쓰러트릴 용사들을 모았다.

항복하기 일보 직전까지 전쟁에서 밀리고 있을 때 용사들이 마왕국에 숨어 들어가 마왕을 처단하는 데 성공한다. 마왕의 암살을 승리로 이끈 건 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라칸 아르카디아.

왕이 없어진 마왕군은 지휘체계가 무너졌고 전쟁은 왕국의 승리로 끝났다.


왕국은 승자의 권한으로 마왕에 의해 멸망한 남쪽의 중소 왕국들의 땅을 흡수했고, 북쪽으로 제국의 질서에 편입하려는 소규모 왕국을 공국, 제후국으로 받아들여 제국으로 발돋움한다.

마왕국을 멸망시키고, 마족을 토벌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마족의 땅은 워낙 척박한 땅인 데다가, 거리가 멀어 행정력이 닿지 않았고, 제국은 결국 마왕국 땅 일부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나라는 망했지만, 마족 잔당은 살아남았었고, 그 땅에 남아 있던 마족은 새로운 왕을 추대했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마도국.

수십 년 동안 평화롭게 지냈던 제국과 마도국. 하지만 얼마 전부터 마도국이 국경에서 군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포착되었고, 제국은 정찰과 첩자를 통해서 마도국이 군사를 모아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100년 만에 다시 일어날 마왕과의 전쟁. 제국은 멸망 직전까지 밀렸던 100년 전의 전쟁을 타산지석 삼아 전쟁이 터지기 전에 ‘용사소환마법’ 실행했고, 그렇게 소환된 게 ‘나’라고 한다.


“일단 말씀하신 건 알아듣기는 했는데요...”


아니. 왜 내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용사로 소환되어 있으니,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는 뉘앙스가 깔려있다.


“하... 미치겠네. 저기요 공작님. 저는 그냥 스물세 살의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앞으로 교사가 되려고 교육대학교를 다니던 대학생이요.

저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사람들이랑 주먹 쥐고 싸워본 적이 없어요.”


아... 머리 아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요즘 웹 소설이랑 웹툰에서 이세계 물이 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용사 소환이 흔한 소재라는 것도. 그런데. 그런 일이 나한테 벌어지다니...

아니, 용사로 소환하면 좋아할 일본 사람들이 수두룩할 텐데? 왜 하필 나를? 왜?

이건 아니다.

도리도리.

돌려보내 달라고 하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공작님.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용사일 리 없을 것 같아요. 잘못 소환하신 거 같아요. 그러니 돌려보내 주세요.”


“용사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희에게는 용사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부디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뇨. 공작님~!”


나도 모르게 투정 부리듯 하소연이 나온다. 싸워 봤어야 싸우지! 나보고 마왕을 어떻게 이기라고!? 말이 안 통한다. 벌써부터 속이 터질 거 같다.


“아~ 울고 싶네... 학창시절에도 주먹 쥐고 싸워 본 적도 없는데 마왕이랑 싸우라니요.

저 말싸움은 잘하긴 하는데, 말싸움하라고 부르신 건 아니잖아요?”


“하하하. 이번에 오신 용사님은 유머 감각이 있으시군요. 당연히 아닙니다.”


와! 방금 호탕한 척 웃어 놓고 바로 정색했어.

나 진짜 장난치는 거 아닌데.


“그럼 뭘로 싸우는데요? 총으로 쏘면 되는 거예요? 총은 있는 건가요?”


“총? 그게 뭐죠?”


“총은... 아뇨. 아무튼요. 그럼 뭐로 싸우라고 하시는 거죠? 주먹 쥐고? 설마 검과 마법은 아니죠?”


“당연히 검과 마법이지요. 물론, 원하신다면 창이던, 활이던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 권법 같은 게 자신 있으시면 그걸로 싸우셔도 되고요.”


“권법이요?”


초등학교 때 잠깐 태권도를 다니기는 했다. 노란띠에서 그만뒀지만.

하아~ 울고 싶다.

구슬을 잠시 책상 위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낸다.


장난 똥때리나.

나보고 어쩌라고!


아... 우리 집 막내, 구름이 보고 싶다.

새하얀 스피츠. 눈을 마주치거든 웃으며 뱅글뱅글 돌던 모습. 살랑살랑 흔들던 꼬리. 발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던 꼬순내.

구름이 발 냄새 좀 맡으면 조금 진정이 될 것 같은데...


“아... 구름이 보고 싶다... ”


“흐음. 그럼 잠시 쉬었다 이야기 나누실까요? 하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들어오시지요. 바람도 쐬고 나시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 겁니다. 저는 두 시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르네트?”


어? 그 구름이 그 구름이 아닌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메이드가 가까이 온다.

와 아까랑 똑같게 입꼬리가 고정된 웃음을 짓고 있다. 어떻게 지금까지 내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 대박. 이쯤이면 밀랍인형이라고 해도 믿겠다.


“용사님을 모시고 정원에서 바람 좀 쐬다 오게. 궁금한 게 있다고 하시면 대답해 드리고. 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란츠 공작이 능숙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도 모르게 떨떠름하게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쪽 세계에 맞는 인사방법도 배워야 할거 같다.


메이드가 치마를 들고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구슬에 손을 대고 말한다.


“용사님.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에스키아 백작가의 장녀. 르네트 에스키아라고 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 백작가의 장녀?

백작 가문의 딸이 메이드라니? 메이드는 당연히 평민일 줄 알았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거랑 신분 제도가 다른 거 같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이세계의 신분 제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렇구나. 대화는 잠시 중단인가.

그보다.


“화장실이 어디죠?”


발을 동동 구른다.

내심 대화가 언제 끝나나 급했단 말이야.


*


휴~ 살 것 같다.

화장실은 각오(?)했던 이상으로 좋았다.

우리 세계의 양변기와 생김새랑 쓰는 방법이 똑같았다. 전혀 다른 세계인데 화장실 형태가 거의 똑같다니. 신기하다.

다만 수전은 차이가 크게 났는데, 물 나오는 스위치를 못 찾고 있으니 르네트가 와서 도와줬다.

푸르른 구슬 같은 걸 만지니 물이 쪼르륵 나왔다.


“#$%*$@^”


르네트가 나를 향해서 뭐라고 설명해주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아! 구슬. 구슬에 서로 손을 대고 대화를 나눈다.


“황실 마법사들이 하루에 한 번씩 마나를 충전해 놓으면, 필요할 때마다 물이 나오는 아티팩트에요. 신기하죠? 구슬을 만지면서 물 나와라. 뚝딱이라고 외치시면 돼요”


“물 나와라. 뚝딱? 마법 주문이에요?”


“오호호. 장난이에요. 아래로 쓰다듬으면 물이 나오고, 위로 쓰다듬으면 멈춰요.”


... 르네트는 장난기가 많은 타입인가보다.

로브를 건네주며 쓰라는 시늉을 한다.


“이건 뭐에요? 쓰라고요?”


“제국에서 용사님 같은 검은 머리는 눈에 확 띈답니다. 여기 사람들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들은 마족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요.

괜한 오해를 피하시려면 머리카락은 안 보이게 다니시는 게 좋아요.”


“그럼 돌아다닐 때마다 머리카락을 숨기고 다녀야 해요?”

“지금은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굳이 사람들이 경계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란츠 공작님이 말씀하신 동대륙 사람들이 계속 제국에 들어오고 있어서요. 나중에는 인식도 달라질 거예요. 그때까지만 조금 참으세요.”


르네트를 따라서 로브를 쓰고 방 밖으로 나간다.

르네트가 낮은 신분은 아닌지, 일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르네트를 보고 인사를 건네온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받는 르네트.

르네트의 말대로 지금까지 마주친 모두가 푸른 눈에 금발 머리, 북유럽 미남 미녀 같은 인상이다. 나 같은 한국인은 이목구비도 그렇지만,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것만으로도 눈에 확 띌 거 같다.

염색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원에 도착한다.

계절적으로 초여름쯤 되는지 살짝 덥지만, 햇살이 화창하다.

나와보고 안건데, 황궁의 실내에 온도를 쾌적하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

하긴, 황궁인데 이 세계에서 좋은 건 다 있겠지.


푸른 하늘 아래 서 있으니 숨통이 트인다.

정원 곳곳에 장미를 비롯한 다양한 꽃이 피어있다.

잘 꾸며진 정원에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용사님. 저쪽으로 가시면 분수대가 있어요. 거기서 차라도 한잔하시는 게 어떠세요?”


안내에 따라서 정원 분수 근처의 테이블에 앉는다.

르네트가 잠시 일어나 다과를 가져온다.

음... 녹차 비슷한 거 같은데, 너무 연한 거 같다.

같이 곁들어 먹는 쿠키도 있었는데, 달콤할 거로 생각한 것과 달리 짜다.

으엑. 이게 무슨 조합이야.


정원을 중심에 두고 거리를 두고 용도가 각각 달라 보이는 건물이 여러 개 있다.


“저기 있는 건물은 뭔가요?”


“저긴 황제 폐하가 집무를 보시고, 머무는 궁전 건물이에요, 저쪽으로 보이는 건, 왕세자 저하를 비롯해 폐하의 자녀분들이 머무는 건물. 저 반대쪽의 건물은 왕국 시절의 주 궁전이에요. 지금은 대연회장 및 소규모 회의실로 사용한답니다.”


“그럼 저쪽은요?”


“저기는 저같이 황궁에 머무는 사용인들의 휴식 공간 및 창고 구요, 저쪽 운동장과 함께 있는 건물은, 황궁의 경비대와 친위대. 황실마법군단의 건물이에요. ”


“그렇군요.”


뿌~뿌~


“어? 저건?!”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새하얀 컨테이너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경적소리를 내며 개화기 무렵의 노면 기차 같은 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황궁 내부까지 기차가 들어오다니.

아~ 막상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광화문역이 있다. 이상한 건 아니구나.


“기차라고 하는 건데 아시나요?”


“그럼요. 알죠. 제가 살던 곳에서는 저 기차가 전국 방방곡곡에 놓여 있거든요. 저걸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었죠.”


생각보다 있을 건 다 있는 세상이다. 황궁의 크기도 크고.

서울에서 꽤 크다 하는 대학교 캠퍼스만 하지 않을까? 어쩌면 더 클 수도 있고.


“황궁을 보신 소감은 어때요?”


“화장실이 우리 세계랑 비슷해서 놀랐네요. 변기는 생김새랑 쓰는 방법이 똑같아요.”


“어머, 그래요? 사람 사는 세계는 다 똑같나 봐요~ 호호호”


르네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정원에서 휴식을 취한다.

강했던 햇살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용사님 구경은 잘하셨나요? 이만 돌아가실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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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어때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29. 레벤토 아르카디아 23.06.07 18 0 12쪽
29 28. 제국백화점2 23.06.06 16 0 12쪽
28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25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7 0 11쪽
»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6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22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6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2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20 1 12쪽
18 17. 마왕성 습격 23.05.26 22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5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2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29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0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5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6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2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78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38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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