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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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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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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3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6.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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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 용사 제국 적응기2

DUMMY

#아일레로. 황궁. 장예서의 숙소.


정원에서 다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그란츠 공작이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르네트가 문을 열어주자 그란츠 공작과 뒤따르던 두 명이 수십 권의 책을 들고 따라 들어온다. 테이블 위로 쌓이는 책들.

저 책들은 뭘까? 설마 내가 공부해야 할 그런 것들은 아니겠지!?

그란츠 공작이 나를 보며 말을 건다.


“용사님. 이쪽에 와서 앉아 보시겠습니까.”


얼 떨떠름하게 그란츠 공작이 시키는 대로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내 정면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그란츠 공작. 그 뒤에 젊은 남자 둘이 무게를 잡고 서 있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마음을 편히 먹고. 눈을 감으십시오.”


“뭐... 하시는 거죠? 설명이라도 듣고 싶은데요?”


“메모라이즈 마법을 응용해 새롭게 개발한 학습마법입니다. 마법으로 제국어 공부를 도와드릴 겁니다. 용사님에게 나쁜 일 하는 거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 아픈 건 아니죠?!”


“... 하하하. 아닙니다. 아! 조금 졸릴 겁니다.”


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물어보자, 그란츠 공작이 호탕한 척 웃다가 또 정색한다.

그란츠 공작이 오른손을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반대 손은 책 위에 얹는다.

웅얼웅얼 주문을 외운다.


어...어? 내 머릿속에 단어에 해당하는 이미지와 처음 듣는 단어가 매치가 되기 시작한다.

와 이게 뭐야.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책이 잔뜩 꽂혀 있고, 그 안에 내가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는데, 예를 들어서 동물 ‘말’의 외모와 생김새가 적힌 책을 꺼내서, 거기에 ‘홀스 Horse’라는 언어적 발음과 글자가 추가되는 느낌이다.

심지어 내가 알고 있는 ‘말은 당근을 좋아한다’ 같은 습성이나, ‘위록지마’ '천고마비' 같은 사자성어 같은 것도 제국어로 번역해 머릿속에 기억된다.

말 그대로 머릿속에 제국 언어 패치를 깐다는 느낌?

아니, 이런 말이 없기는 한데... 아무튼.

와 대박. 이런 마법이 있다니! 이 마법을 대한민국 어학원에서 시술(?) 해준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영어 공부 때문에 이제껏 쓴 학원비. 한달에 10만 원씩 잡으면 1년에 120만 원.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대학 4년. 10년이면 1200만원?! 게다가 특강이니 학습지니 문제집이니, 어학연수니 하면?!

이런 마법이라면 1000만 원을 받아도 팔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그란츠 공작이 주문을 시행하다가 한숨을 돌린다.

책을 바꾸고 또 마법을 내게 사용한다.

아까는 동물과 관련된 명사형 단어였고, 이번에는 사물과 관련된 명사형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런데... 점점... 졸리다...

와 진짜 대박... 그런데... 잠을 못 참겠어... zzz


*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밤이 되었을 때였다.

메모라이즈 마법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는지, 그란츠 공작과 그 일행이 일어서려고 한다.

비몽사몽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인사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나겠다.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느낌.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몸을 제어 못 하는 것 같았다.


“너희. 짐 챙겨. 르네트. 용사 적응 도와”


“네. 안다 그란츠 공작”


언어학습마법(?)을 시술받고 나니 제국 말이 어느 정도 들린다.

와! 진짜 신기하네?!

한국어로 예를 들면 이제 은는이가 같은 ‘조사’ 나 ‘수동태’ ‘능동태’ 같은 것만 매끄럽게 사용할 수 있으면 외국어 하나를 마스터 하는 것과 다름없을 거 같다.

세상에!

내가 살던 대한민국에도 이런 마법이 있어야 했는데!

수학도 메모라이즈! 과학도 메모라이즈! 역사도 메모라이즈! 공부가 필요 없잖아!?

그렇게 되면 공부에서 해방한 선각자로 나를 추앙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ㅎㅎㅎ


내가 비몽사몽 한가운데서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사이, 그란츠 공작과 일행은 짐을 챙겨서 떠나버렸다.

뒤늦게 인사라도 제대로 해야 했는데 싶다.


이제 좀 제정신이 들어오는 거 같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본다. 약간 휘청하지만 바로 설 수 있었다.

후우. 큰일 날 뻔. 정신 차리자.

일어난 나를 보고 르네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용사. 밥 먹자. 늦어서 밥 없다. 기다려 내가 가져온다.”


그란츠 공작과 르네트가 나누던 대화를 조금 들었던 건데도, 아까보다 더 정확하게 대화의 문맥이 들린다. 대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지장 없다.

이 세계 적응을 위해서 제국어를 힘들게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확 줄어들었다.

이만큼 들리면, 말하는 것도 금방일 거고. ‘내가 말을 약간 더듬더라도 듣는 사람이 잘 들으면 의사소통에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아~ 대답부터 해야지.


“알겠다. 르네트. 기다린다.”


르네트가 약간 놀랍다는 듯 입을 ‘오’ 하고 벌렸다가 웃으며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간다.

조금 멀리 가야 하는지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안 들렸다.


검과 마법의 세계라 더니... 진짜였네.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언어학습을 받고 나니 검과 마법의 세계라는 것을 안 믿을 수가 없다.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바라본다.

이 세계의 달은, 지구에서 말하는 슈퍼문 현상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거대했다.

달을 보고서야 내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아··· 나 이세계에 온 거구나···’


* * *


내가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

나는 이세계의 말을 놀랍도록 빨리 배웠다. 이정도면 준 원어민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90%는 학습마법 덕분이지만. ㅎㅎㅎ

르네트가 옆에 착 붙어서 말을 걸어주고 생활을 도와주다 보니, 금방 제국어 실력도 늘었고, 제국의 예의범절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 사이에 르네트와는 엄청 친해졌다.

이제는 서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됐는데, 놀랍게도 언니는 나였다.

역시 서양인들이 동양인보다 더 조숙해 보이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나보다 키도 크고, 행동도 의젓하고 우아해 보여서 처음에는 동생이라고 예상 못 했다.

르네트는 스물두 살.

경영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궁전에 취업한 지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같이 씻는다.

마법 수전에서 나오는 물로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처럼 르네트가 다 도와주지는 않고, 손이 많이 가는 치장 같은 것만 도와주는 편이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는데 르네트가 왔다.


“예서 언니, 조금 있다가 그란츠 공작님 오신다고 했어. 만날 준비하자.”


“응? 갑자기 왜?”


“이제 제국어에 익숙해졌으니까, 마법이랑 검술을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


“마법과 검이라니...”


어후···. 듣자마자 거부감이 든다.

이 세계가 검과 마법의 세계라는걸 이해했다는 게, 내가 검과 마법을 배워서 마왕이랑 싸운다는 뜻은 아니니까. 용사로 소환됐으니 마왕과 싸워야 한다는 맞나 싶다.

내가 왜 제국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나라는 자기들이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르네트가 건네주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일주일째 같은 옷 두 벌로 돌려 입고 있다.

묘하게 사이즈가 안 맞는 옷.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


잠시 뒤, 그란츠 공작이 두 명의 사람을 대동하고 찾아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용사님. 이제는 제국어를 잘하신다고요? 하하하”


그란츠 공작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처음 봤을 때는 혼란스러운 데다가, 뭔가 요란한 모자와 복장을 하고 있어서 제대로 못 봤었는데, 오늘은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다.

높은 작위를 가진 사람이다 보니 나이가 많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 같지도 않다. 30대 중 후반쯤?

뜯어 볼수록 조각 같이 잘생긴 얼굴이다. 한창나이 때 그란츠 공작을 짝사랑했던 소녀들이 많았을 거 같다.

자기 스스로 잘생긴 걸 아는지, 매력을 어필하듯이 건치를 자랑하며 웃는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저는 ‘그란츠 마지쿠스’ 공작이라고 합니다. 제국에서 황실마법군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용사님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서 황제 폐하께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하시길.”


제국 예법에 맞게 그란츠 공작이 예의 바르게 인사한다.

나도 마주 보고 르네트에게 배운 대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장예서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왔고 23살입니다. 대학교에서 미술교육과를 다니고 있고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 중이었어요.”


“선생님이라니! 그러셨군요. 학생들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하하하”


응?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는 거 보니, 그란츠 공작도 이런 상황이 어색한 건 나와 다르지 않나 보다.


“저번에 현재 상황에 관해서 설명해 드렸으니, 이해하고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장예서 용사님의 마법, 검술 선생님이 될 사람들을 소개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용사로서 마왕과 싸우는 데 필요한 마법과 검술을 배우게 되실 겁니다.

이견이 없으시면, 일주일 중에서 월, 수, 금요일은 마법을 배울 거고, 화, 목, 토요일은 검술을 배우실 겁니다. 일요일은 휴일이고요. 여기 있는 두 친구가 마법과 검술 훈련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그란츠 공작이 살짝 손짓하자, 뒤에 서 있던 두 사람 중 한명이 앞으로 나온다.

듬직한 근육질의 남성. 이쪽이 검술 선생님인가?


“마법 선생님은 여기, ‘화염의 올젠’이 담당할 것입니다.”


화염의 올젠? 뭐야. 이상해... 중2병 같아.

한버터면 웃을 뻔했지만, 표정을 잘 관리했다.


“반갑습니다. 용사님. 황실마법군단의 화염마법단장 ‘올젠 팔로아’라고 합니다.”


“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장예서입니다.”


올젠 팔로아가 절도 있게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는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 옆에 있던, 왜소하고 길쭉한 느낌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검술 선생님은 여기 있는 ‘쾌검의 라필리’ 입니다.”


“반갑습니다. 용사님. 황실친위대 소속의 기사 ‘라필리 스미트’라고 합니다. ”


“네! 장예서입니다.”


둘 다 군인이었구나.

사복 차림이라서 군인일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아~ 하긴. 생각해 보니 그란츠 공작도 군인이다. 황실마법군단 군단장이라고 했으니까.

인사를 하고도 내가 별말이 없으니, 그란츠 공작이 나서서 정리했다.


“소개는 다 된 거 같고.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아뇨. 특별히 궁금한 건 없어요.”


“그렇다면, 수업은 내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괜찮으시죠?”


“음... 공작님.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그렇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듯, 황제 폐하께 용사님에 관한 모든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저 용사 안 할건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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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7 0 11쪽
24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5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22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6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1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19 1 12쪽
18 17. 마왕성 습격 23.05.26 22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5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2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29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0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5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5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2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78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37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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