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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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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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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5.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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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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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마왕성 습격

DUMMY

순번대로 경계를 서면서 멀리서 마왕성을 지켜보길 수 시간 째.

마왕성의 성문이 열리더니 파발들이 말을 타고 뛰어나가고, 조금 더 지나자 지휘관급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군인이 말을 타고 뛰어갔다.

우리 계획대로. 왕국과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격화되면서 마왕성에서 지시사항을 받은 지휘관이나 파발들이 현장으로 급파되는 듯했다.

드디어.

마왕성을 공격할 때가 되었다.



#마왕성


해질녘.

마왕성 주변은 지형지물이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마족 땅 가장 내륙이어서 그런지 성벽 위에 별도의 보초를 두지 않았다.

간간히 교대근무 등을 위해 지나가는 병사들은 있지만 그뿐이었다.

덕분에 마왕성 근처까지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경비에 안 걸리고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북동쪽의 쪽문이 유일하다.

발각되기 전에 문지기들을 제압하고, 성안에 숨어 들어가야 한다.


레온 형과 내가 ‘점멸’로 쪽문 앞의 나무다리를 건넌다.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주변의 풍경.

이동하는 속도의 힘으로 내 손에 들려 있던 단검을 문지기의 모가지에 박아 넣는다.

나와 레온 형의 단검에 의해 '털썩' 쓰러지는 문지기들.

고통 없이 한 방에 죽였다.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쪽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간다.

마왕성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이 보이는 족족 목을 잘라 버리며 들어간다.

시체를 뒤쪽으로 옮기고, 차근차근 마왕성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왕세자 아라칸, 마법사 그랑, 성자 컬버가 시체를 안 보이는 곳에 치우면서 뒤따라 온다.

순조롭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 마왕만 죽이면 되는데...


“삑! 삐이이이익!”


역시. 계속 안 걸리는 건 불가능하겠지.

최대한 조용히 숨어 들어갔지만, 결국 방어 병력에 걸리고 만다.

호루라기 소리가 왕성 전체에 울려 퍼진다.


“*&*(*(&$%@#$”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침입자를 잡아라’ 하고 외치는 마족어가 여기저기 들리고, 우리를 향해 마족 병력이 몰려온다.

전황이 안 좋아 지원군이 많이 빠져나가서인지, 마왕을 암살하기 위해서 검은산맥을 넘어 마왕성까지 적들이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건지, 방어 병력의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창과 검을 들고 시시각각 우리를 포위해 오는 적 병사들.

챙챙챙

검을 몇 번 대 보니 알겠다. 이들은 전투 경험이 별로 없는 병사다. 실력이 형편없다.

공을 세우겠다는 욕심인지, 자신의 실력에 자만 한 건지 몰라도

용감하게 달려든 자들은 나와 레온 형의 검에 죽음을 맞이한다.

운 좋게 목을 안 잘린 이들에게는 우리를 공격한 대가로 팔 한 짝씩 받아냈다.


수준 미달의 적이다. 마왕을 수호하는 친위대는 별도로 없는 건가?

싸움이 길어지고 있지만 실력 있는 적들은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장군, 장교 등 지휘관급은 다 전쟁터에 가 있고,

여기에는 병사들만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마족 병사들.

창과 같이 길이가 긴 무기를 가진 이들이, 우리를 향해 냉병기를 겨누지만, 대치만 하고 있을 뿐 달려들 엄두조차 없어보인다.

하긴, 이들도 무서울 거다.

우리에게 달려든 자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게 오른팔이 잘린 녀석들이다.

어지간한 이들을 검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목이 잘려 죽었다.

여기에 쌓인 시체가 수십 명인데 본인들도 무섭겠지. 바닥이 온통 피바다인데.


무시엘에서 만났던 ‘툴리 탄’ 같은 미친놈은 안 보인다.

자신의 용맹함을 보여주겠다고, 적군의 피를 마시는 녀석은 보이는 족족 모가지를 잘라 버리려고 했는데.


마족 병사들은 겁먹어서 선뜻 달려들지 못하지만, 우리를 그냥 보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비켜줘야 안 죽이고 넘어가는데...


“레온 형. 이대로 다 죽일 필요는 없는데. 다른 방법 아는 거 없어요?

형은 용병이라서 이런 경험 많을 거잖아요?”


“응? 나도 그런 건 없어. 흐흐흐”


아라칸 형이 말한다.


“그러면 다 죽여야지. 싹 다 죽여버려.”


가만 보니 아라칸 형 엄청 호전적이네. 뭘 툭하면 죽이래.

마왕만 죽이면 전쟁 끝나는 건데. 왕세자라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너무 경시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나중에 왕이 되거든, 마족들을 아예 멸족시키겠다고 입에 거품 무는 거 아냐?

툭하면 다 죽이겠다고 그러고.


“형, 그래도 도망칠 수 있는 선택지는 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어떻게 하자고?”


“제가 해 볼게요.”


무시엘에서 나와 붙은 툴리 탄도 그렇고, 검은산맥의 저택 마족 남편도 그렇고 마족 중에 왕국어를 할 수 있는 자들이 은근히 많다.

이번에도 왕국어를 알아듣는 녀석들이 있을 거다.

내가 나서서 큰소리로 외친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어라.

덤비지 않는다면 죽이지 않고 지나가겠다!

소중한 목숨을 무의미하게 내던지지 말고,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라!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


움찔하며 행동을 멈추는 마왕의 병사들 경고가 효과가 있는거 같다.


“우리는 마왕과 싸우기 위해 왔다! 여기서 막아서지만 않는다면 너희는 살아남을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적에게 목숨 걸고 달려들지 말고, 너희들의 왕에게 맡겨라!

너희의 왕이 직접 해결할 것이다! 길을 열어라! 마왕과 직접 싸우겠다!

우리는 마왕과 정정당당히 싸울 것이다.”


전쟁에 정정당당히 따윈 없지만, 일단은 그렇게 외친다.

웅성거리는 것으로 봐서 생각보다 왕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은가 보다.

저 정도면 거의 반은 알아 들은 거 아닐까? 자기들끼리 난장 토론이 벌어진다.

딱 봐도 의견이 정리가 안 되고 있구나 싶은 시점에, 병사들을 비집고 중년의 남자가 걸어 나온다.


“마왕님과 싸우기 위해 오셨다고 했소?”


왕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중년의 마족.

일반적인 마족의 생김새지만 마르고 지적인 인상을 풍기는 것이, 딱 봐도 책사나 행정관 업무를 하는 자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자일 수도 있다.

말을 거는 의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맞다고 하면 길을 열어줄 거 같다.


“그렇다. 우리는 마왕과 직접 싸우러 왔다.”


“도전자였군. *&%&@%$”


중년인이 우리를 도전자로 정의한다.

마족어로 뭐라고 말을 하니 우물쭈물하던 병사들이 좌우로 비켜서 길을 열어준다.

중년인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다.


“따라오시오”


*


‘용사여. 이 세상을 구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인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미친놈일 거다.

나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니까.

그런데 내가 용사가 됐다. 그것도 내가 나고 자란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아니고,

처음 보는 세상인 아르카디아 왕국에서.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 여기서 내 목숨을 걸고 싸우라고?

용사로 날 지명한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너라면 목숨 걸고 하겠냐고.

아는 사람 한명 없는 세상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걸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 가족과 내 친구를 위해서도 망설일 판국에.


그럼에도 내가 지금 용사로 살고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내가 용사로서 필요한 훈련을 받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전장의 별이 된 사람들의 목숨이 아까워서였다.


내가 훈련을 받는 그동안, 고작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죽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천? 만? 십만? 백만? 내 귀에 도달하는 건 제한된 정보뿐이라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군인만 따져도 최소한 몇만 명은 될 것이다. 민간인까지 포함하면 몇십만 명도 가능하겠지.


지금도 그렇다.

다섯 명의 용사. 우리가 전장을 우회해 마왕성에 잠입한 지금도 양동작전을 하고 있을 아베드와 무시엘의 전장에서는 수천 수백 명의 병사가 다치거나 죽고 있을 것이다.


앞서 길을 안내하는 중년의 마족을 따라가며 생각한다.

그들의 목숨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여기요. 여길 들어가면 마왕님의 집무실이지. 마왕님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소.”


그런데 이자는 도대체 정체가 뭐지?

마치 자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관객인 양 관전자의 태도를 취한다.

내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짚이는 이가 있었는지 아라칸 형이 먼저 묻는다.


“안내해줘서 고맙군. 마왕국의 재상이신가?”


“후후후. 재상이라니. 재상은 따로 있소.

나는 그저 마왕님의 시중일 뿐이오. 나는 신경 쓰지 마시고 일들 보시오.”


시중이라기엔 훨씬 높은 지위 같은데? 연배도 있고.

말을 할수록 기품이 있어 보이는 게 꽤 높은 지위의 인물인 거 같다.


“시중보다는 차라리 비서에 가깝지 않겠소? 루크 발크?”


“오. 왕국의 왕세자께서 내 이름도 알고 계시다니. 감격스럽구려.”


“하하하. 적국의 주요 요직을 누가 꿰차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아야지.

재상에서는 언제 내려오신 거요? 진짜로 시중 일을 하고 있소?”


“그래서 나도 왕세자를 알아봤나 보오. 후후후.

재상은 따로 있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그저 일개 비서일 뿐이오.”


둘이 대화하는 걸 듣고 있으니, 이제서야 어느 정도 지위인지 감이 온다.

우리 세계로 따지면 마왕은 대통령, 이자는 비서실장급 인물이구나.

마왕의 의중을 파악해서 주변에 지시를 내리는 인물.

재상이 국무총리 역할 일거고...

과연, 그 정도 지위라면 병사들을 물리는 것도,

마왕의 뜻을 파악해서 적을 마왕에게로 데리고 갈 법도 하다.


“말이 길어졌군. 나는 마왕님과 도전자의 결투를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소.

방해하지 않을 테니, 들어들 가시오. 나는 멀찍이서 지켜만 보리다.”


루크 발크가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뒤로 물러난다.

거대한 문.


“후우... 이 문을 열면 마왕이 있는 건가...”


마왕이 있을 마지막 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탓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다들 나 못지않게 압박감을 느꼈는지 적당히 허세가 담긴 발언을 입 밖으로 나온다.


“정우 너도 마왕을 눈앞에 두고는 긴장되나 보군. 하하하.

마왕 로드워터... 한 방에 죽여버리자고.

레온! 마왕을 제 자리에 묶어만 두고 있어라. 내가 모가지를 잘라버릴 테니”


“하하하! 네 왕세자님! 하지만 제가 먼저 자를 수 있으니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정우는 나서지 말고 형만 믿어. 형이 마왕 로드워터의 목 따위는 ‘낙명’으로 바로 잘라 버릴 테니!”


“연습해 왔던 대로, 용병왕 레온 님이 우리를 보호하는 탱커 역할을 해 주시고, 제가 인탱글 마법으로 마왕의 움직임을 묶어두고, 왕세자께서 공격하는 거로 하시죠.

성자 님께서는 아군의 버프와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정우야. 너는 후방에서 지켜보다가, 우리가 위험해 보일 때나, 기습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전해줘. 우리가 마왕의 체력 빼놓고 나면 확실히 죽일 수 있도록. 너만 믿을게.”


“오케이. 알겠어.”


“축복과 치료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습니다! 정우형 믿을게요!”


“정우야 믿는다!”


“용사 한정우! 믿는다!”


네 명이 저마다 자신들의 기대와 열망을 담긴 뜨거운 눈빛을 보내온다.

그래. 이 눈빛. 이 눈빛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이들의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다.


“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마무리는 제가 할게요. 위험하다 싶으면 무리하지 마시고 자기 몸부터 챙기세요. 저한테 마왕이 어떻게 싸우는지, 마왕의 전투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탐색전만 하세요. 마왕 제가 잡겠습니다.”


내 자신감 넘치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해 온다.


“그래. 부탁한다. 기합 한번 넣고 들어가자고.”


아라칸 형이 기합 넣자는 말에 서로 둥글게 모여서 가슴과 어깨를 탕탕 두드리며 격려한다.

그래 우리가 질 리가 없다. 가슴속의 희망과 열망을 담긴 목소리로 크게 소리친다.


“아자 아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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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레벤토 아르카디아 23.06.07 18 0 12쪽
29 28. 제국백화점2 23.06.06 16 0 12쪽
28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25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6 0 11쪽
24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5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22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6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1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19 1 12쪽
» 17. 마왕성 습격 23.05.26 22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5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2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29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0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5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5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2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78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36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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