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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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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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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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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노 머시(No mercy)

DUMMY

내가 헨리를 수상하게 여긴 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추한오의 말대로, 강해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추한오가 말했던 것처럼 그 청년들처럼 정체불명의 초능력이라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갑옷을 입고 검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아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와 악수를 했을 때 느낀 거지만 손에 굳은 살이 거의 없었다. 그건 검의 실력자라면 말이 안되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지나치게 잘 압니다.”

“무슨 말이냐?”

나는 서있는 거대한 가고일 석상을 가리켰다.

“여기에 대해서요. 처음에 스위치를 열었을 때도 그렇지만 여길 처음 와본 사람 같지 않습니다.”

“네놈의 말은 그 자가 이 같은 곳을 여러번 겪었다는 것이냐?”

“글쎄요... 혹시 내려가시던 중에 같은 함정을 여러개 발견하신 적도 있습니까?

내 말에 추한오가 흠, 하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뿐이군요.”

“여기있는 이 시험을 반복했다는 것이냐?”

“네, 한번 확인해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벽을 짚었다. 나와 헨리가 있는 방을 나누고 있는 두터운 벽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투명망토를 꺼내 벽에 덮었다. 그러자 건너편에 있는 헨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헨리는 방안에 들어선 뒤 잠시 멈췄다.

아마 가고일의 말을 듣고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이 벽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는 군.

헨리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기다리다 한 걸음 더 내딛었다.


그러자 내가 있는 방의 가고일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다른 방에서 시험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대는 응하겠느냐?”

...이런 식인가.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저편의 헨리를 주시했다, 헨리는 팔짱을 낀채,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제가 도전을 하겠다고 대답해야 시험이 시작됩니까?”

내 말에 가고일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그렇다. 모두 시험에 도전해야 비로소 시험이 시작된다.”

그럼 시험을 안친 적 몰래 내빼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군. 생각에 빠져있는 내게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추한오가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 설마 몰래 내뺄 생각을 하려는 것이냐?”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거죠.”

“네놈 설마...”

“혹시나해서 말하지만 제가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나는 추한오의 생각을 일축하며 가고일에게 물었다.

“만약에 한쪽만 시험을 통과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건 있을 수 없다. 둘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역시 이건 예상대로군. 나는 가고일에게 재차 질문했다.

“그럼 만약에 제가 당신을 쓰러뜨리고, 저쪽은 못 쓰러뜨리면 어떻게 됩니까?”

“그것도 있을수 없다.”

...뭐라고?

나는 가고일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쓰러뜨리는 것도 있을수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설마...

“저쪽, 그러니까 이모르가 쓰러지지 않으면 당신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내 말에 가고일이 눈을 빛내며 긍정을 표했다.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어설때마다 강해진다.”

그렇다면...


“뭐하는 거야? 겁먹은 거야?”

그 때 내 입구 쪽에서 헨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영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여기 온거지?

나는 투명망토를 안보이게 치우며 그에게 말했다.

“아뇨. 한번 도전하면 끝이라길래, 도전하기 전에 시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려고요. 근데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이긴, 시험이 도통 시작할 기미가 안 보이길래 와본거지. 그래서 이젠 준비 다됐어?”

“네, 준비됐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가볼게.”

떠나기전, 헨리는 고개를 돌려 내게 말했다.

“무서운 건 알지만 우린 꼭 이겨야 해. 겁먹고 빼서는 여길 평생 지나갈수 없다고.”

“헨리 씨는 괜찮습니까?”

내 말에 헨리는 등을 돌린 채 주먹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라구.”

추한오는 헨리가 떠나간 것을 보며 내게 말했다.

“네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헨리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요.”

“뭐라고?”

“하지만 이젠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진실을 알수 있겠죠.”

나는 벽에 투명망토를 덮어 헨리가 저쪽 방에 있는 것을 확인 한 뒤에, 가고일에게 물었다.

“혹시...”


***


시험에 도전했을 때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자, 나는 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문 앞에 서있던 헨리가 나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잠깐 동요하는 표정이 되더니 내게 버럭 화를 냈다.

“어,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시험이 끝나버려서 당황해서 뛰어왔잖아! 설마 날 배신한거야?”

나는 헨리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배신이라뇨. 그냥 싸우다 보니 안될 것 같아서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 뿐인데요.”

나는 그러게 말하고 헨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당신처럼 말이죠.”


***


그래, 나는 시험을 포기했다.


내가 가고일에게 물은 질문은 두 개다.

첫번째 질문은 ‘시험을 도중에 포기할 수도 있습니까?’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유독 한번 도전하면 끝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헨리의 행동이 의심스러웠고, 그가 지나치게 이 시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가고일은 내 질문에 포기할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 헨리가 나를 속인 것이다. 그럼 왜 속였을까? 왜 포기할수 없다고 내게 말한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가고일에게 한가지 질문을 더 해했다.


‘어느 한쪽이라도 시험을 포기하면 양쪽 다 시험이 종료됩니까?’


그에 대한 가고일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종료되지 않는다.’


자, 만약 이런 상황에서 둘이 함께 시험에 도전했다가 한쪽이 포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포기하지 않은 한쪽은 가고일과 계속 싸우게 되겠지. 하지만 절대 쓰러뜨릴순 없다.

왜냐하면 그리고 그 가고일은 다른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쓰러지지 않는데, 그 한 쪽과 싸우는 상대방은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포기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럼 결국 상대는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쓰러지지 않는, 오히려 점점 강해지는 가고일과 싸우다 지쳐서 죽겠죠. 당신은 그렇게 계속해서 상대를 속였죠?”

헨리는 내 말에 당황하며 외쳤다.

“마,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죽인 상대방의 금과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서죠.”


그래, 그게 헨리가 손에 맞지 않은 검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분명 그 물건은 본래 헨리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을 믿다가 죽은 한 검사의 물건일터.


헨리가 차고 있는 검을 보자마자 입안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것 뿐이겠지.


마치 곽가호와 나처럼.

나는 과거의 자신과, 헨리에게 밀려오는 혐오감에 이를 악물었다.


결국 참다 못한 추한오가 외쳤다.


“이런 고약한 놈을 보았나! 자기만 살자고 남을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일부러 죽게 만든 것이냐!”


그 외침에 겁을 먹었는지 몸을 움츠러들면서 헨리가 말했다.

“증거 있어? 내가 그런 짓했다는 증거 있냐고?”

“저한테 계속해서 도전은 한번 뿐이라고 거짓말한 것과, 제가 도전하는기 보기 위해 찾아왔다는 정황증거도 포함해서 여러가지 증거가 있죠.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제 눈으로 직접 봤거든요.”

“뭐?”


시험에 도전하자마자, 나는 가고일의 공격을 피하며 벽에 걸린 투명망토로 헨리의 모습을 관찰했다.

내 예상대로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헨리는 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즉시 가고일은 동작을 멈추고 그가 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그건 즉...


“당신이 가고일에게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는 걸 뜻하죠."

하지만 헨리는 내 말에도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거, 거짓말 하지마! 벽으로 막혀있는데 어떻게 본다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헨리가 계속해서 발뺌을 하자, 추한오는 노성을 질렀다.

“네 이놈! 반성을 뉘우치지 못할 망정 추하게 변명이나 하다니! 제자야, 이런 고약한 놈은 당장에 죽여버려라!”

물론 추한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직 그는 이용해 먹을 가치는 있다.

“저한테 그런 도구가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쪽을 납득시킬 이유는 없는거 같은데요.”

“뭐라고?”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끝난거죠. 그래서, 더 변명할 게 남아있으신가요? 슬슬 항복하시는게 어떻습니까?”

그러자 헨리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그래, 그랬다. 그래서 어쩔건데?”

히죽 웃으며 내게 외쳤다. 추한오가 그런 헨리의 모습을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네놈, 목숨을 구걸하며 뉘우쳐도 모자랄 망정, 정녕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하하, 그래서 나 죽일 거야? 죽이면 이 시험을 영영 통과하지 못할텐데? 이 사람도 그걸 알고 죽이는 대신 항복하라고 한 거잖아?"

헨리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가리켰다. 나는 그런 헨리를 보며 혀를 찼다.

...눈치 하나는 빠른 놈이군.

하지만,


생각이 짧다.


“이럼 못써먹겠네요.”

“...뭐?”

헨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그림자가 가시가 되어, 그의 몸을 관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자비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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