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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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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83
추천수 :
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5.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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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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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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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화-복수를 하다

DUMMY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바람이 오른손에 모여 휘몰아쳤다.

좀 전에 썼던 바람의 칼날, 마법이었다. 제이드 K는 그런 나를 보고 코웃음쳤다.

“그 수작은 저한테 안 먹힌다는 걸 방금 보셨을텐데요. 출혈이 심하니 이젠 판단마저 흐려지신 겁니까?”

물론 판단이 흐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은 그 어떤 때보다 멀쩡했다.

나는 추한오에게 중얼거렸다.

“제가 마법을 날리면, 모습을 숨긴 뒤 저한테 저 자식이 어디있는지 알려주십쇼.”

“...네놈, 대체 무슨 속셈이냐?”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오른팔에 새겨진 각인을 빛내며, 바람의 칼날을 쏘아 보냈다.

제이드 K는 다시 그림자를 몸에 둘러 그 바람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미안하지만 내가 노린 건 니가 아니거든?


바람의 칼날은 제이드 K를 지나 통로 좌우에 걸려있는 랜턴들을 덮쳤다.


그래, 이것이 내가 생각해낸 비책이다.


내 바람의 칼날을 맞아 통로의 횃불이 모조리 박살이 나며, 통로는 순식간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둠 속에서 제이드 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 이런 허튼 수작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제이드 K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무기인 그림자를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다. 그런데 내가 그 빛을 모조리 날려버린 이상, 그림자는 존재할래야 존재할수가 없게 되고, 결국 그는 더 이상 그림자를 쓰지 못한다.

“제 그림자를 봉인한다는 그 생각은 좋습니다만, 그래도 당신도 한치 앞도 안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빛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면 그만입니다!”

어둠 속에서 제이드 K의 외침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분명, 그건 맞는 말이었다. 암순응(暗順應) 때문에 아무 것도 볼수 없는 건 그 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것이 내 비책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방법이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하나 틀렸어.”


나는 추한오가 내게 알려준 제이드 K의 위치로 뛰어들며, 두손에 단검과 나이프를 들었다.

“여기 누구는 어둠 속에서도 볼수 있거든!”


[지금이다!]

나는 추한오의 외침에 따라 그가 지시한 곳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큭,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제이드 K가 본능적으로 양산을 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 양산으로 내 공격을 막을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그새 잊었나 본대, 추한오의 단검은 뭐든지 벨 수 있거든?

찌이이익, 하고 천이 길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추한오의 단검이 양산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하고, 텅 빈 제이드 K의 심장을 향해,


나는 앨런의 나이프를 꽂아 넣었다.


***


나는 빛의 구체를 떠올렸다. 그러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고 있는 제이드 K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추한오가 그를 보며 말했다.

“이 자도 곧 죽을 것이다.”

마치 테라노아처럼, 이라는 말이 생략된 듯 한 말이었다. 하지만 추한오는 그 말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고, 나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제이드 K에게 말했다.

“너는 뭐야? 그 앨런인가 뭔가하는 놈의 친구야?”

“그 빌어먹을 자식과, 친구인 적은 없습니다. 그냥 단순한...동료...쿨럭!”

제이드K는 말하다 말고 피를 한 바가지 토해내었다.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군.

나는 쪼그려 앉아 멱살을 잡고는 다그쳐 물었다.

“친구들은 몇 명이나 있어?”

“친구가 아니라 동료...”

“아, 친구건 동료건 상관없으니 말하기나 해!”

나는 제이드 K의 멱살을 흔들며 윽박질렀다. 이 자식들이 추후에 나를 얼마나 귀찮게 할 지 짐작하기 위해서다.

내 말에 제이드 K는 씩 웃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번 공포에 몸을 떨어...”

“적거나 아예 없겠군.”

나는 그렇게 단정 짓고 멱살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한오가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단정짓느냐?”

“만약 많으면 구체적으로 숫자를 말해서 저를 절망케 했겠지요. 근데 그걸 숨긴다는건 뭐겠어요? 적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내 말에 제이드K는 나를 노려보았다.

“우린,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복수 할 것이다!”

“이미 죽어 가는데 뭘 복수해?”

나는 이미 금화로 바뀌어가는 그의 몸을 가리켰다. 그곳을 본 제이드K의 눈동자에 공포가 어렸다.

“제발 살...”

“늦었어. 새끼야.”

내 말을 끝으로, 제이드K는 금화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추한오가 내게 말했다.

“기분이 어떠냐?”

“...후련하네요.”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뭐가 있습니까?”

내 말에 추한오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이 처음으로 직접 사람을 죽였지 않느냐?”

듣고 보니 그랬다. 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금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저주의 영향인 걸까? 아니면 내 자신이 변해버렸기 때문일까?

나는 고개를 저어 찜찜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괜찮아요. 아주 멀쩡합니다. 그것보다 일단 물건이나 좀 챙기죠.”

제이드 K가 죽은 곳에는 대략 한 800골드 되는 금화가 떨어져있었다. 그리고...

“...이건 뭐지?”

그 옆에는 마치 바닥에 검은 물감이 쏟아져 있었다. 아무리봐도 피는 아니었다. 뭔가 싶어서 손을 가져다 대자, 갑자기 내 손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에 뱀이 기어다니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감각이었다.

“뭐, 뭡니까! 이거! 저주 같은 거 아니에요?”

내가 기겁하며 외치자 추한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그럼 뭡니까?”

“본좌라고 알겠느냐. 다만...”

“다만이요?”

추한오는 내 말에 말없이 손으로 어디 한 지점을 가리켰다. 내가 만든 빛의 구체로 생긴 내 그림자였다.


그곳에 있는 내 그림자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추한오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놈의 그림자가 수상하도다.”

나는 제이드 K의 능력처럼 그림자가 나를 공격해오나 싶어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림자는 나를 공격해오지 않았다. 대신 저편에 떨어져있던 테라노아의 금화가 있는 곳까지 길어지더니, 손이 불쑥 튀어나와서는 금화를 내게 가지고 왔다.

나는 내게 금화를 바치고 있는 손을 가리키며 추한오를 보았다.

“...이게 대체 뭡니까?”

“아까 본좌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


나는 제이드 K와 테라노아의 유품과 금화를 챙긴 뒤, 곽가호와 왕대훈이 간 통로로 향하면서 내 그림자에 대해 이것저것 시험해보았다. 그리고 알아낸 사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 그림자는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생명체 비슷한 것이 되었다.

둘째, 기본적으로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셋째, 제이드 K의 것보다는 약하지만, 그림자의 칼날, 가시, 그리고 손으로 공격할 수도 있고, 몸에 둘러서 갑옷처럼 써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그림자라서 빛을 받아 사라지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어두워지는 곳도 마찬가지다.


“마치 그 청년의 능력 같군.”

“같다는 게 아니라 딱 그거네요. 그거보다는 조금 약하지만요.”

“그래도 좀 더 다루는데 능숙해지면 쓸만할 것이다. 물론 네놈이 본좌의 무공을 다룰 줄 알게 되면 필요 없겠지만.”

“만약 무공을 배워도 없는 것보단 쓸만하지 않겠어요? 이 마법처럼이요.”

나는 내 머리 위에 떠있는 빛의 구체를 가리키고는 곽가호와 왕대훈의 금화를 챙겼다. 그리고 나서 보물주머니에 든 금액과 유품을 확인했다.


총 19300골드.

테라노아의 지팡이와 귀걸이.

곽가호의 검과 화산파(華山派)의 표식.

왕대훈의 지갑과 스마트폰.


평소라면 좋아라하면서 챙겼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 유품이 가져다 주는 의미가 사뭇 달랐다.

거기에는 내 실수로 죽게 된 이들의 몫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솔직히 별로 챙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챙겨야 했다. 후환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실수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기도 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뒤 이를 악물었다. 추한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건 아마 그 나름대로의 배려일 것이다.

나는 그 배려에 감사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가죠.”

“이제 어디로 갈 셈이냐?”

나는 추한오에게 답했다.


“길드(Guild)로 돌아갈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얻은 것도 있으니 아무래도 재정비를 해야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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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마법을 배우다 18.05.01 930 17 11쪽
24 23화-진실을 밝히다(2) +4 18.04.30 963 20 9쪽
23 22화-진실을 밝히다 +4 18.04.28 1,037 20 10쪽
22 21화-기회를 잡다 18.04.27 999 17 9쪽
21 20화-광장(Square) 18.04.26 1,007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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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요정을 만나다 +2 18.04.21 1,229 21 10쪽
16 15화-비장의 수 18.04.20 1,255 22 8쪽
15 14화-괴한과 싸우다 18.04.19 1,303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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