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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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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10시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2.14 08:3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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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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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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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넝쿨째 굴러온 사제

DUMMY

보르도바까지는 관도를 따라 가면 열흘이 걸린다고 했다.

강태창과 엘리는 관도를 따라 걸으며 삼일째 무사히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인들과 여행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말을 섞어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라.

가볍게 인사만 마치고 곧바로 헤어져야 했다.


잠을 잘 때엔 관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잠을 잤는데.

고블린 몇마리와 길 잃은 구울을 마주했을 뿐이다.

덤벼들지 않는 고블린들은 그냥 놔뒀고 구울은 보이는대로 엘리가 해치웠다.


‘저들도 평화와 안식을 원한다.’


그렇게 말하는데 어쩌면 엘리의 머리속에도 자신이 구울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말할때 엘리의 눈동자가 유난히 더 슬퍼보였던 건 어쩌면 강태창의 착각만은 아닌듯 했다.


나흘째부턴 말이 지친듯 해서 교대로 말을 타고 한 사람은 걷기로 했다.

당근과 건초를 먹이고 틈틈이 기회 있을때마다 싱싱한 풀을 먹게 해줬다.

힘세고 건강한 말이었지만 여정이 길어지면 지치게 되니까.

엘리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틈틈이 챙겨온 당근을 하나씩 말에 먹였고 말의 몸을 씻겨주거나 손으로 쓸어주었다. 구울이 되기전에 말과 친숙하게 지냈던 모양이었다.


닷새째였다.

이번엔 강태창이 말에 탔었다.

하루 종일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말을 타는 것도 편한 일은 아니었다.

허벅지는 허벅지대로 아프고 엉덩이와 허리는 왜 아픈건데?

해가 기울어 가는걸 보며 말에서 내렸을땐 어지럽기까지 했다.

이제는 말 위에 두 명이 함께 타는건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다.


모닥불을 지피고 곡물가루로 만든 맛없는 오트밀(이건 정말 소금이나 향신료를 아무리 첨가해도 믿을수 없을 만큼 맛이 더럽게 없었다.)과 넙적다리를 자른 고기와 치즈를 먹고 잠이 들려고 할 때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인근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자려고 누웠던 강태창과 엘리가 허리를 세웠다.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다.


“관도쪽이다.”


엘리와 강태창이 동시에 관도쪽을 바라보고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나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사, 사람 살려! 사람살려!”


누군가 강태창과 엘리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그 남자의 뒤를 검은 형체가 쫓고 있었다.

어스름이 져가는 숲속이었지만 아직 사물을 흐릇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고개 숙여!”


강태창이 소리를 빽 지르고 그대로 훌쩍 날아몰랐다.

달려오던 사람이 고갤 숙였고 남자를 따라잡아 칼로 막 찍으려던 존재는.


[콰콱 퍼퍼퍼퍼퍽 퍽!]


강태창의 앞차기를 맞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상태창을 부르지도 못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고 전후좌우 가리지도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발로 차버린 이유는 앞에서 달려온 사람이 사제 옷을 입고 있엇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악 하아 고맙습니다.”


사제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한다.


“무슨 일이지?”


“길을 걷던중 습격을 당했습니다. 아 발롱 사제님···”


그제서야 생각났다는듯 호홉을 고르자마자 사제는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거슬러 거꾸로 달려간다. 강태창은 자신이 차서 쓰러뜨린 존재를 찾아봤지만.


“어, 없네? 어디간거지? 엘리 못 봤어?”


“도망갔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괴인을 쫓는 대신 사제의 뒤를 쫓아갔다.


“크헉! 발롱 사제님···. 크흐흑.”


끔찍한 장면이었다.

바닥에 한 사람이 흘린 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피가 흩뿌려 져 있고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사제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고 짐가방 안의 짐이 마구 풀어헤쳐져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쓰러져 있는 사제가 아무리 심한 부상을 입어도 세포활성이나 힐링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능력을 쓸수 없었던 것이 목이 깔끔하게 잘려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살아서 움직인다고 해도 인간은 아닐 것이다.

남자는 한참동안이나 죽은 사제의 몸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강태창과 엘리는 그 모습을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그냥 울고 있을 거요? 여기에 있으면 위험할텐데.”


밤이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피냄새를 맡은 마물들이 점점 모여들 것이다.


“그럴수야 없지요. 발롱 사제님을 묻도록 조금만 도와주시겠습니까?”


울던 사제는 정신을 차리고 강태창을 돌아보며 말한다.

가방에서 작은 삽을 꺼내 돤도 가까은 곳에 구덩이를 파고서 죽은 사제의 몸을 날랐다.

머리가 없는 몸은 사제와 강태창이 날랐고 엘리가 사제의 머리를 들고왔다.

죽은 사제의 묵주와 간단한 소지품을 챙기고선 구덩이 안에 몸과 머리를 넣고서 묻었다.

깊게 판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성물을 묻고 기도까지 올린 터라 고블린 따위는 접근하지 못할 것 같았다.


“가시죠.”


기도를 마친 사제가 짐가방을 어깨에 메고선 강태창과 엘리를 보며 말한다.

방금 동료를 잃어 혼자가 된 사제를 귀찮다고 모른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강태창과 엘리는 사제와 함께 야영지로 돌아왔다.




***




“제 이름은 로망입니다. 발롱 사제님의 보조사제죠. 저희는 대주교님을 뵈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자신의 몸뚱이만한 짐을 내려놓고서 로망이 말했다.


“당신들을 습격한 것들의 정체가 뭐죠?”


분명 평범한 마물은 아니었다.

칼을 들고 쫓아오지 않았던가? 강태창에게 얻어맞고 순식간에 기척을 숨기고 사라질수 있다는 건 평범한 존재들이 아닐 터였다.


“저도 뭔지 잘···”


“다크 엘프였다.”


엘리가 나서며 말한다.

아니 자기 이름밖에 모르는 엘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놈들이 쓰는 곡도, ”


신기한 일이었다.

가족도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르는 엘리의 머리속에 그런 지식이 남아 있다는게.


“다, 다크 엘프라고요? 다크 엘프가 왜 이곳에···”


로망이 사색이 되어 되묻는다.


“어쩐지 살결이 회색빛이더라니··· 놈들이 어떻게 알고···”


로망이라는 사제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듯 했다.


“왜 놈들이 당신들을 습격한거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할거면 지금 당장 꺼지시오!”


“네?”


차마 그런 말을 할지는 몰랐다는 듯 로망이 놀란다.


“좀 전에 다크엘프에게 기습을 당해 따르던 사제님을 잃은 저보고 이 한밤중에 가라고요? 저 마물이 득실거리는 숲속으로?”


“우리는 당신들이 뭘 했고 뭘 할건지··· 상관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과 함께 위험에 빠지고 싶지는 않거든.”


당연한거 아닌가?

그 숲속의 암살자, 기척을 숨기고 다가와 사람이든 마물이든 무참히 학살하는 다크엘프의 표적이 되라고? 아무것도 모른 채?


“제, 제발 도움을 주십시오. 그러면 절대 균형과 조화를 아끼시는 아스테리아 여신께선 모른척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은 돈 좀 뜯어낼수 있다는 말이지?


“결정해요! 길은 두가지! 비밀을 모두 털어놓고서 댓가를 지불하고 우리 곁에 남던지, 아니면 이길로 혼자서 떠나던지.”


안그래도 강태창이나 엘리나 풀어야할 문제가 태산처럼 많은데 언제 다가와 목을 자를지 모를 다크 엘프를 끌고다니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사제를 떠 맡으라고?


“서, 성물이오.”


할수 없다는듯 최대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로망이 속삭였다.


“우, 우린 대주교님께 교단의 성물을 전달해주러 가고 있소.”


이놈이랑 함께가면 대주교를 쉽게 찾을수 있다는 거로군, 사제랑 함께 다니면 도시 들어갈때도 좀 더 수월할거고. 계산을 마친 강태창이 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여줘! 성물이 뭔지···”


“혹시 당신들도 성물을 노리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며 옷깃을 당겨 몸을 사린다.


‘하하, 참.’


자신의 몸속에 성물을 감췄다고 알려주네.


“이것봐 로망 사제님. 우리가 성물을 빼앗으려고 했으면 당신을 죽이고 빼앗았겠지. 함께 다니려면 동료가 뭘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거 아냐? 만약의 경우엔 그 성물이란 걸 지킬수도 있을 거고.”


“아 그런 생각으로 물으신 거라면···”


사방을 조심스럽게 둘러보곤 로망 사제가 품안에서 목걸이를 꺼낸다.


“이, 이···. 이건···”


강태창이 놀라 눈을 치켜떴다.

재빨리 성물 목걸이를 품안으로 감춘 사제가 강태창과 엘리를 경계하며 말한다.


“욕심내지 마시오. 성물 이송을 도와준다면 여신의 은혜가 함께할 터지만 성물에 욕심을 내 빼앗으려 한다면 불지옥에서 영원히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을 겁니다.”


“세··· 세상에··· 말도 안돼!”


강태창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도 성물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처럼 놀라서 감동한 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오. 크크큭.”


“그, 그게 정말 성물이오?”


“쉬잇! 누가 들어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들리지도 않을 가느다란 목소리로 로망이 중얼거린다.




***




“아이고 이런걸 음식이라고 만들어 먹다니···”


오트밀 맛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로망이 짐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오트밀을 만들때엔 버터와 허브를 첨가하면 맛이 훨씬 낫죠. 게다가 듬성 듬성 훈제 고기 조각을 넣어주고 말린 버섯가루를 넣으면··· 자 한그릇씩 드세요.”


공짜로 줘도 먹기 싫었던 오로지 살기 위해 먹었던 오트밀에 로망이 손을 대자 기적이 일어났다.


“마, 맛있다.”


오트밀을 입안에 넣고 엘리가 감동한듯 말한다.

강태창도 오트밀을 한입 먹어보았다.

그 전에 먹었던 오트밀이 배고픈 돼지나 먹을 물에 불린 곡물가루였다면 지금은 꽤 훌륭한 요리가 되어 있었다.


“이 귀한 식재료를··· 쯨쯔.”


라우릴이 염장해 만들어준 맷돼지 넙적다리를 보며 로망이 고갤 흔들었다.


“내가 이것도 좀 손보면 안되겠습니까?”


“손 보세요.”


강태창의 말이 끝나자.

허브와 향신료를 소금에 섞어 다시 한번 넙적다리에 바른다.


“허브가 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지요. 괜찮으시다면 함께하는 동안은 음식 식재료 관리와 식사 준비는 제가 했으면 합니다만.”


“찬성!”


“그게 낫겠어요.”


남는 장사지.

앞으로 최소 5일은 더 가야 하는데···

그동안 먹었던게 생존을 위해 먹은 거라면 로망이 만들어주는건 그럴듯한 요리가 될 것 같았다. 엘리나 강태창이나 요리 솜씨는 형편없었으니까.


“자 그럼 이제··· 엄정한 아스테리아 여신님의 지혜를 빌려야겠군요.”


강태창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말했다.

어느새 이세계식 말투를 장착하고서 로망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로망 사제! 그 성물의 가치는 얼마나 됩니까?”


“성물의 가치를 매길수나 있나요? 돈 주고도 살수 없는 아주 귀한 것입니다.”


“그러시군··· 그렇다면 운반비도 꽤 비싸게 받아야껬군.”


“네?”


“그 귀한걸 무사히 전하려면 그만큼 위험부담도 클테니까요.”


“다크 엘프는 뚝배기 깨기 힘들다.”


어느새 엘리도 끼어들며 말한다.


“어, 얼마나 받으시려는 겁니까?”


“딱 열장만 합시다!”


“여, 열장이라뇨? 시, 십코인?”


강태창이 고갤 흔들자.


“그, 그럼 은화 십코인?”


강태창이 여전히 고갤 흔든다.


“서, 설마 금화 십코인을 말하는 겁니까? 저한테는 그정도 돈은 없어요.”


하여간 이세계나 저세계나 사제들이 엄살떠는건 어디나 똑같군.


“금정 열개요! 싫으면 마시던가···”


“그, 금정··· 열개라고요? 허헉, 그, 금정 열개? 난 금정이 뭔지 보지도 못했습니다.”


“당신은 돈이 없겠지만 대주교님에게 그정도는 있겠지.”


볼디미르같은 조그만 도시의 시골사제도 금정 열개는 있었는데 말이야.


“그, 그렇게 돈 밝히시다간··· 엄정한 여신께··· 천벌을···”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돈으로도 살수 없는 귀한 성물을 옮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푼돈 받고 옮긴다면 오히려 엄정한 여신께서 화를 낼지도 모르지. 귀한 성물을 하찮은 잡동사니 취급했다고. 안 그런가요?”


“그, 그건.. 그렇군요. 하아.”


로망은 초췌해진 얼굴로 고갤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요리사도 구하고 돈도 벌고 정보도 얻고.

게다가 어차피 대주교를 만나러 가는 길 아니던가?

이정도면 정말 호박이 넝쿨로 들어온 셈이었다.


강태창은 좀 전에 로망이 보여준 성물을 떠올렸다.


‘누군가 먼저 온 사람이 있다는 거지?’


마름모 두 개를 잎사귀가 주변에 감싼 모양의 쇳조각.

그건 저세계 군인들이 모자에 달고 있던 계급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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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다크 엘프 24.07.01 284 16 12쪽
» 넝쿨째 굴러온 사제 24.06.30 365 16 12쪽
140 예상된 습격 24.06.29 408 20 12쪽
139 균형과 조화의 여신 24.06.28 436 18 12쪽
138 볼디미르 +1 24.06.27 449 20 12쪽
137 어설픈 강도단 24.06.26 471 19 13쪽
136 힘을 되찾다 +1 24.06.25 520 19 12쪽
135 구울리즘 +1 24.06.24 506 23 13쪽
134 이세계 24.06.23 529 22 12쪽
133 핵폭발 24.06.22 554 20 12쪽
132 3차 대전은 막아야지 24.06.21 535 21 12쪽
131 가만 있는 애는 두세요 +1 24.06.20 546 21 12쪽
130 득템 24.06.19 560 20 12쪽
129 방심할때 쳐라 24.06.18 570 20 12쪽
128 러시아 침투작전 24.06.17 591 21 12쪽
127 펜션 대신 러시아 24.06.16 613 22 12쪽
126 3차 대전 일어날지도 24.06.15 624 20 13쪽
125 당하면 갚아야지 24.06.14 637 22 13쪽
124 도피처 24.06.13 645 21 13쪽
123 강태창 죽다 24.06.12 643 23 12쪽
122 침입자3 +1 24.06.11 653 23 13쪽
121 침입자2 24.06.10 643 23 12쪽
120 침입자 24.06.09 672 19 12쪽
119 인간이냐? +1 24.06.08 672 23 12쪽
118 은밀한 만남 24.06.07 692 22 12쪽
117 침대에서 자고 싶다 24.06.06 70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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