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864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1.17 12:20
조회
731
추천
9
글자
19쪽

17화. 대결(6)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형사님 안녕하세요, 전화로 도난 신고를 한 김기준입니다.”

“아, 학생이 김민석 부장검사님 아들 김기준이군. 근데 어쩐 일로?”


이 새끼! 지 아버지 이름을 팔았군.

이렇게 빨리 조사를 받게 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김기준은 나를 보고 히죽 웃더니 형사에게 말했다.


“피의자 신문이 잘 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들렀어요.”

“아직 이형우 씨가 범인인지 특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의자 신문을 하나?”

“결정적인 증거 있잖아요, CCTV 화면.”

“물론 CCTV 화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자네 집에 들어갔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는 못해. 그건 자네도 로스쿨을 다니고 있으니까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그럼 방문 손잡이나 도어락 키패드에서 지문을 따보면 될 거 아니에요?”

“살인사건도 아니고 이런 조무래기 절도 건에는 감식반을 요청할 수는 없어. 그건 자네가 아니라 김 부장검사님이 직접 오셔도 하기 힘들어. 게다가 자네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들어갔다면 그건 이런 일을 잘 아는 자의 솜씨야. 서울대생이나 되는 반듯한 학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그건 모르는 일이죠! 도둑질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형사님이 지금부터 알아보셔야 하는 일이잖아요!”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김기준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말을 또 형사가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자네 잃어버린 물건이 뭐라고?”

“이 정도 크기의 검은 색 상자요!”

“거기에 뭐가 들었는데?”

“뭐가 들었는지는... 하여튼 비싼 게 들었어요.”

“그러니까, 뭐가 들었는데?”

“하여간 비싼 게 들었다니까요! 명품시계랑 보석 등 1억 원이 넘는 명품들이 들어 있어요!”


‘윽! 이 새끼가 없는 얘기를 지어서 날 도둑놈으로 모네?’


“알았네. 이형우 씨, 가택 수색 좀 하게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 괜찮죠?”


원래대로라면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겠지만 성체는 물품보관함에 넣어두었고, 김기준이 말한 명품들이 집에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는 다시 김기준에게 말했다.


“도난 물품을 찍은 사진 같은 게 있나? 장물로 나온 게 있는 지 확인도 해봐야 하니까. 영수증이나 보석 감별서 같은 증명서가 있어도 좋고.”


그러자 김기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검은 네모난 상자만 찾아주면 돼요. 사실... 명품들보다 그 상자가 더 중요하거든요.”

“내용물보다 그 상자 박스가 더 중요하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게... 성체라고 하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거든요.”

“성체?”

“그러니까, 소원을 들어주는 물건인데... 하여간 그 상자가 더 중요해요.”

“자세히 말해주게. 도난물품도 알지 못하고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게...”


김기준은 마지못해 성체가 운명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동기자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이세계의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형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자네... 혹시 판타지 소설 쓰나?”

“아뇨!”

“그럼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나?”

“안 믿길 거라는 거 잘 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구요!”


김기준이 인상을 있는 대로 구겼다.

훗, 나는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머리를 짚고 있던 김민환 형사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알았네. 아무튼 귀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한 번 찾아는 보겠네. 자네는 그만 가게, 이형우 학생을 좀 더 조사해야 하니까.”

“확실하게 조사해 주세요. 이놈이 범인이 확실하니까!”

“알았네, 알았어.”


김기준이 구시렁거리며 물러가자 김민환 형사가 휴우, 한숨을 있는 대로 내쉬었다.


“형사님. 기준이가 뭘 잃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훔치지 않았어요. 그냥 초인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그냥 다시 나온 것뿐이에요. 그리고 그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도 전 모르구요.”

“아아, 미안하네요.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하니, 지금 같이 댁으로 가죠.”


나는 형사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김민환 형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분여...


“깨끗하네요.”

“기준이의 물건 따위 훔치지 않았으니까요.”

“알았어요, 학생은 그만 쉬어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혹시 새로운 정황이 포착되면 재소환이 이뤄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고, 알았죠?”

“네.”


에잉,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데 이런 일까지 하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형사는 가버렸다.


‘훗, 역시나~’

‘김기준 네놈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걸? 어디 마음껏 해보라고!’


나는 웃음을 흘리며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 * *



별 탈 없이 시간이 흘러 다음 주 회의 시간이 돌아왔다.

김기준이 회의실에 들어왔지만 인사도 없이 조용히 앉기만 했다.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 회의주제는 ‘로봇’입니다. 로봇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은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음식점 서빙 로봇 ‘페니’를 개발하고 있는 베오로봇**부터 언급을 하겠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이 로봇 페니는...”


이번 주 주제 발표자로 선정된 나는 준비해둔 자료를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로봇 시장의 추이와 가능성, 로봇 스타트업의 사례, AI나 빅데이터와 결합한 로봇의 파괴력이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앞선 사례들뿐만 아니라 현재 해외에 진출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국내 자본을 포함하여 중국자본, 미국자본 등 다양한 투자처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자본유치를 통해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공인을 받았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요. 때문에 우리 역시 바이오 기업을 설립할 당시 해외 자본, 특히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와 같은 영향력 있는 투자집단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어요. 가령 실리콘밸리의 경우 자금 규모 및 투자 단계에 따라 시리즈 A부터 B, C 여러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성사시킨다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뛸 테니 여러분들은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오케이?”

“이거, 미래의 우리 사장님으로부터 회사에 대한 비전을 듣는 느낌이어서 왠지 울컥한데?”

“맞아요. 우리 사장님 쵝오!”


발표가 끝나자 은재와 수아가 한 마디씩 했다.

그러나 김기준은 큭큭 웃고 있었다.


“돈 빌려서 회사를 운영하려고 하다니 큭큭, 동네 구멍가게보다도 못하겠군.”

“뭐라고?”

“그렇잖아요. 그깟 푼돈이 없어서 해외에서까지 돈을 빌리려고 한다는 게.”

“돈이 없어서 자금을 빌리는 게 아냐. 오히려 여러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게 대외 신용도를 높일 수 있고,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하는 거지.”

“말이야 그렇지, 결국 빚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투자와 차입금의 구분을 못하는구나.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어. 하긴, 로스쿨에서 답답한 법조문이나 들여다보는 네가 무얼 알겠어?”


김기준의 표정이 변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서 기업 가치를 올리고 자금 지원의 댓가로 확보한 주식지분을 향후에 매각함으로써 투자 이익을 얻는 거다.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그런데 너는 그걸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린다는 식으로 안 좋은 의미로 치부하고 있어. 굴욕적으로 말이야.”

“흥, 진짜 내실 있고 튼튼한 회사라면 굳이 투자를 안 받고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겠죠.”

“하, 한국기술금융 같은 좋은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 그것만으로도 스타트업으로서는 회사를 알리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된다니까. 꼭 자금이 필요해서 투자를 받는 것만은 아니라고. 아는 게 없으면 잠자코 있기라도 할 것이지.”

“토론하는 자리에서 의견도 마음대로 못 내요? 이제 보니 독단적이네.”

“독단적? 지금 나한테 하는 얘기냐?”

“그럼 여기 얘기하는 사람이 본인 말고 또 있나?”

“하하하, 어이없는 논리로 딴지를 걸더니 이제는 나를 깎아 내리시겠다? 너 이럴 거면 회의에 나오지 말아라!”

“잘 됐네, 안 그래도 안 나오려고 했으니까. 이런 거지같은 모임이 뭐가 좋다고.”

“뭐어? 거지같은 모임?”

“김기준!”


김기준의 말에 흥분한 수아와 은재가 일어섰다.

나는 수아와 은재를 진정시키고 김기준을 정면에서 노려보았다.


“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이 새끼 쓰레기네.”

“쓰레기???”

“네놈 하는 짓이 쓰레기여서 쓰레기라고 한 거다. 왜 꼽냐?”

“이 벌레같은 새끼가! 그동안 형 대접해줬더니 기어오르네. 네놈은 우리 아빠한테 말해서 절도죄랑 무단침입죄로 콩밥을 먹여 줄 테다!”

“하하, 아빠? 아빠 찬스 말고 니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나보네. 어쩌나, 니네 아빠가 힘을 써도 소용없을 텐데. 그리고 너, 한 가지만 알려줄까? 네놈은 나를 몰아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을 놓쳐버렸다. 이제 너는 나를 어쩌지 못해. 오히려 이제부터는 내가 니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 거다. ‘그렇게’ ‘소원을’ 빌었거든.”


이게 무슨 말이야? 수아와 은재가 어리둥절했다.


“네놈은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거다. 앞으로 니놈 인생에 무수히 많은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돼, 알았어?”

“이, 이, 죽여 버릴 테다!”

“넌 나한테 힘으로도 못 이겨.”


그러면서 나는 김기준의 어깨 견갑골을 지그시 눌렀다.


우욱-


김기준이 비명을 질렀다.


“평생 동안 내 아래에서 빌빌거리게 만들어주마. 어디 한 번 벗어나보시지.”


나는 김기준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개새끼, 두고 보자!”


김기준은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두고 보자는 놈처럼 싱거운 놈들도 없더라.”


김기준의 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 성체를 뺐었으니 저놈이 딴지 걸 일은 이제 없겠지? 검사가 될 놈을 내 회사에 들일 것도 아니고, 그러니 저 놈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나는 벤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참신하면서도 시장 설득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과, 바이오 업계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봐야겠다는 말로 끝을 맺고는 회의를 끝마쳤다.


그 후로 김기준이 회의에 오는 일은 없었지만, 동아리 모임은 차근차근 이어졌다.

AI부터 ICT, K-뷰티 등 각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차례대로 연구해나갔다.

동아리 회원수 등 정식 동아리로 인가받기 위한 요건이 충족된 건 아니어서 63동 학생회관을 이용할 수는 없었지만 학교 내 카페나 스터디룸, 빈 강의실 등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모임을 가졌다.


난 수업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동아리 준비에 열을 올렸다.

동아리 규칙을 만들고 회의 시간 세팅, 회원 모집을 위한 홍보방법 물색, 포스터나 팜플렛 등의 제작부터 서울대학교 앱, 대나무 숲 등에서의 홍보활동, 동아리 인가와 관련된 학교와의 협의 등 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은재는 랩실에서 연구를 계속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었기에 수아와 함께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


수아와 카페에 앉아 포스터에 들어갈 홍보 문구를 짤 때였다.


“오빠, 홍보문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ㅠㅠ”

“음... 우리 동아리 이름이 스타트업 연구소 ‘on’이니까 on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면 될 거 같아. ‘on’처럼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연구하고, ‘on’하고 번쩍 드는 아이디어를 사업아이템으로 연결 짓는다고 하면 어때?”

“응. 나도 오빠 말처럼 머리에서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모습을 도안으로 그려 넣고 싶은데 여백에 채워 넣을 문구가 딱히 떠오르질 않아.”

“그럼 이건 어때?”


[번쩍 하고 드는 아이디어, 사업아이템이 될까?]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스타트업 연구소 ‘On’을 찾아주세요!]


“괜찮은데.”

“배치는 오른쪽 상단에 그림을 그려 넣고 ‘아하’ 하는 말풍선을 그려 넣는 거야. 왼쪽에는 우리 동아리 이름을 넣고. 아래에는 [어서와! 스타트업은 처음이지?] 라는 문구를 넣는 거야.”

“글씨 색깔과 폰트를 다르게 해서 동아리 이름을 강조해야겠네.”

“그렇지. 그리고 음... 이건 어때? [우리는 시장을 읽는 눈(eye on the market), 사업 감각(business sense), 비즈니스 마인드(business mind), 분석력(analytical skills), 시장에 대한 예측(predictive power)을 키워나갑니다.]”

“너무 길지 않아? 문장형으로 늘어놓지 말고, 맨 하단에 타원형 말풍선 다섯 개를 만들어서 각 풍선 안에 시장을 읽는 눈, 사업 감각, 이렇게 넣는 게 깔끔해 보일 것 같아.”

“그러네. 그렇게 하자. 그리고 또 [우리 같이 사업해보아요~] 라는 문구도 넣자.”

“응. 그럼 배치를 이렇게 하고, 색깔은 이 색으로 지정하고...”


수아와 함께 하니 홍보문구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학교 앞 포스터 업체에 제작 의뢰를 한 후 디자인 시안을 받고 컨펌을 해주기로 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 수아와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대동제(大同祭)가 5월 12일이니 그전까진 포스터가 나와 주겠지?”


이제 곧 시작하는 대동제에는 모든 동아리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동아리를 홍보한다. 때문에 그전에 포스터를 붙여야 한다.


“응. 수량을 많이 찍는 것도 아니니까 기일 안에 맞춰서 나올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가 계속 체크할게. 오빠는 학생회 측과 논의해서 동아리 홍보 부스 받는 것에만 신경 써.”

“저번에 한 번 만나서 얘기했는데, 등록된 동아리가 너무 많은 데다 우리 동아리는 제적 인원수가 별로 없어서 홍보 부스를 내 주는 것에도 난색을 표하더라.”

“어머, 그럼 홍보 부스를 받을 수 없는 거야?”

“아니! 그래서 학생회 총무랑 집행위원들한테 따졌지. 대동제 때 동아리를 홍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회원들을 늘려서 동아리를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 그런데 동아리 회원이 부족해서 홍보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 이렇게. 그러더니 부스는 차리게 해주겠다고 한 발 물러서더라고.”

“부스는 차리게 해준다고? 참 당연한 걸 가지고 생색내듯 해주네. 재수 없어!”

“그치? 암튼 그래서 오늘 다시 찾아가서 부스 위치를 받아내려고.”

“오빠가 수고가 많네. 은재 오빠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뭐, 바쁘니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내가 동아리 회장이니 한 번이라도 먼저 나서서 일을 진행하는 게 당연하고.”

“회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 보기 좋아요~!”

“뭘 이정도 갖고.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회원님!”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수아가 호호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오빠, 동아리 회원이 많이 모집되었으면 좋겠어?”

“넌?”

“난 그냥 너무 많지 않았으면 해. 사람이 너무 많으면 관리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많이 생기잖아. 이상한 애라도 들어오면 동아리 분위기가 흐려지고. 오빠가 얘길 안 해서 그냥 참았는데, 기준이만 해도 자기 혼자만 잘난 줄 알고, 남을 깔보기 일쑤였잖아. 오빠한테도 대들고 말이야. 아주 무례하다고.”

“기준이야 원래 성격이 그런 놈이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니까 서로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어.”

“오빤 사람이 너무 좋아서 큰일이야. 너무 착하고 정직하면 오히려 남들이 얕잡아보고 이용하려고 든단 말이야.”

“괜찮아. 난 그렇게 무르지 않아.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갖추지만 상대방이 선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그 점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대응을 하니까. 그나저나 수아가 내 생각을 해주니까 기분이 좋은데? 내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적인 느낌?”

“내가 왜 오빠 사람이야? 오빠 여친도 아닌데.”

“그럼 이참에 오빠 여친할래?”

“윽, 틈만 나면 오바야. 이 오바쟁이!”


수아가 눈을 흘겼다.


“어? 난 진심인데. 1년 넘게 봐와서 아는데 정수아 만큼 날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 못 봤어. 그래서 난 항상 수아가 내 여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장난치지 마!”

“정말이야. 수아 반응이 귀여워서 장난을 조금 치긴 했지만, 난 항상 진심이었다고.”


수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야?”

“응!”

“...”

“...”


잠시 어색한 순간이 흘렀다.


“나, 난, 눈이 아주 높아! 최고의 남자랑 사귀고 최고의 남자랑 결혼할 거야!”

“알았어. 수아한테 걸맞은 최고의 남자가 되도록 노력할게. 약속해!”

“...”

“그럼 이제 내 여친이 되는 거다! 당첨!”

“무슨 전개가 이래?!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경우가 어딨냐구?! 생각할 시간은 줘야 하잖아!”

“알았어. 충분한 시간을 줄게. 그러니까 마음껏 생각해 보라고. 근데 내 여친이 되는 건 변함이 없을 걸?”


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으이구 저 표정! 저럴 때 보면 얄미워 죽겠어!!!”

“하하, 얄밉긴 해도 사랑스럽지?”

“미치겠다, 증말. 말을 말아야지! 나 이제 수업 들으러 갈 거야!”

“가자, 태워다줄게.”

“됐어! 혼자 갈 거야!!!”


수아는 가방을 챙기더니 휑- 하고 가버렸다.

수아의 뒷모습이 더욱 예뻐 보였다.

말을 하기 전까지는 감정이 정확치 않았는데, 막상 말을 하고 보니 수아에 대한 감정이 더욱 확고해지는 느낌이었다.

작년에 학원 재수반에서 처음 본 수아의 모습이 생각났다.

안경을 쓴 채 쌤의 질문에 네, 네, 빠짐없이 대답하며 종알거리던 그 모습.

내가 앉은 뒷좌석에서 언뜻언뜻 보이던 옆얼굴.

갸름한 턱선과 달아오른 볼과 반짝이던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와의 인연과 운명을 직감했었다.


아마도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자 동반자를 만난 것일 지도 모르지, 후후.

나는 가슴 가득 충만함이 느껴졌다.

어느새 수아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나는 이 충만함이 언제고 이어지기를 바라며 자리를 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7화. 대결(6) 20.11.17 732 9 19쪽
17 16화. 대결(5) 20.11.16 786 8 17쪽
16 15화. 대결(4) 20.11.15 815 7 18쪽
15 14화. 대결(3) +5 20.11.14 923 8 23쪽
14 13화. 대결(2) 20.11.13 1,017 12 19쪽
13 12화. 대결(1) 20.11.12 1,136 13 18쪽
12 11화. 새로운 시작(2) 20.11.11 1,119 17 16쪽
11 10화. 새로운 시작(1) +2 20.11.10 1,196 14 19쪽
10 9화. 도전(4) +2 20.11.09 1,214 18 18쪽
9 8화. 도전(3) 20.11.08 1,192 18 20쪽
8 7화. 도전(2) 20.11.08 1,243 16 21쪽
7 6화. 도전(1) +4 20.11.08 1,417 17 23쪽
6 5화. 투자(2) +1 20.11.07 1,432 17 19쪽
5 4화. 투자(1) +1 20.11.07 1,554 20 16쪽
4 3화. 만남(3) +1 20.11.07 1,546 18 15쪽
3 2화. 만남(2) 20.11.07 1,682 21 15쪽
2 1화. 만남(1) 20.11.07 1,962 20 20쪽
1 프롤로그. 그대 떠나고 나면 +6 20.11.07 1,938 2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