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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3,038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1.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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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2화. 대결(1)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흐음... 대학 강의실이 이렇게 생겼구나.’


강의실에 들어온 직후 비교적 학생들이 없는 공간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드라마에서 보던 계단식 강의실을 상상했는데, 막상 와보니 크기만 좀 더 클 뿐 학원 강의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학생들도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 있을 텐데, 얼굴만 봐서는 그런 점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어디서나 보는 평범한 얼굴들이었다.

다만 한 가지.

학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도,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듣는 수업인데다가 전공필수과목이어서 학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목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나이야 내가 많지만 그래도 동기들이니 잘 지내야겠군.’


나는 동기들의 면면을 살피며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내 옆에 쏙 앉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돌려보니, 수아였다.


“수아야!”

“안녕, 오빠!”


반갑게 미소를 띠는 수아의 얼굴을 보는데, 무언가 조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머리에 웨이브를 줘서 그런지 한층 성숙해 보였고, 립스틱을 발랐는데 그게 굉장히 상큼해 보였다.

내가 알기로 수아가 화장을 한 건 처음이었다.


“와아, 세상 미모를 다 가진 얼굴이네.”

“그렇게 보지 마, 부끄럽잖아~”

“괜찮아. 오,늘,만,은 마음껏 뽐내도 돼. 얼굴 만렙 찍었으니까.”

“그럼 다른 땐 별로였단 거야?!”

“뭐, 레벨이 떨어지긴 했지.”

“칫! 지 얼굴은 레벨이 높은 줄 아나봐요. 1단계 주제에.”

“난 1단계지만 오늘은 만렙 찍은 수아가 옆에 있으니까 고레벨 부럽지 않아. 든든해!”


수아와 적당히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를 나눴다.

수아는 목표로 한 교양과목들이 인원 마감되기 전에 신청해서 모두 다 듣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또 합격자 발표 후에 바로 운전면허시험을 봐서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자랑했다.

어찌나 내 차를 빌려달라고 떼를 쓰는지 하는 수 없이 빌려주기로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드디어 수업이 시작했다.


“여러분, 경영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계획을 세워서 사업을 해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여기에서 누가는 바로 경영주체의 문제입니다. 경영주체는 경영을 해나가는 경제활동 단위를 의미하죠. 여러분, 학교나 병원 같은 조직이 경제단위일까요? 그렇죠, 맞습니다. 경제적 활동을 추구하는 경제단위죠. 다만 비영리적인 목적을 띤 경제단위일 뿐인 거죠. 그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단위, 가장 대표적으로 기업이 있겠죠. 이러한 모든 경제단위들이 하는 경제적인 활동은 모두 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어떤 목적으로 사업을 해나가는가.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는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들을 잘 가르치고 소양 있는 인재로 만들어서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바로 목적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라면 수익을 극대화하고 지출은 극소화하는 경제성 원칙을 추구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자원과 기능을 총집결시키는 것이 곧 경영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느냐는 각 경영주체의 경영목적에 맞게 아주 다양한 사업부문으로 나눠질 수 있고, 어떻게 역시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경영전략부터 조직의 형태, 인적/물적/지적자원의 활용 등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나눠집니다. 결국 경영이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최고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총체적인 노력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각 경영조직의 형태와 활동 등을 알아보는 조직구조론과 조직행위론을, 경영조직을 움직이는 주체인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경영심리학, 의사결정론, 경영전략 등을, 인적/물적/지적 자원들의 배분과 투입과 관련하여, 재무론, 인사론, 회계, 구매론, 마케팅 등을, 그 밖에 노사관계, 국제기업환경 등 경영주체를 둘러싼 환경을 배우게 됩니다...”


전공필수인 [경영학과 나의 미래]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는 유려한 말솜씨로 자연스럽게 강의를 이끌었다.

50대 초반의 아주 명석하게 생긴 교수였다.


“여러분들은 결코 경영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계, 기업, 더 넓게 국가 또한 경영조직으로 포함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경영학을 공부하게 되면 나와 내 주위를 둘러싼 것들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실제적인 도움을 받음으로써 여러분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내 수업을 들으면서 경영학 기초를 닦게 됩니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CEO나 경영지도자가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또 이미 여러분들의 동문 선배들 중에서 유명한 기업 오너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각 기관의 핵심 경영자에 포진되어 있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그러니까 이 과목을 들으면서 ‘경영과 여러분들의 미래’를 연관 지어 떠올려보세요. 그럼 앞으로 한 학기 동안 기분 좋게 강의를 이어나도록 합시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CEO라... 바로 나를 말함이지, 흐흐.’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교수의 강의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이것이 바로 내가 2년 후에 설립할 회사의 고문인 진승기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오빠, 점심 먹으러 가자.”

“잠깐만 수아야, 여기서 조금만 기다릴래? 나 교수님이랑 할 말이 있어서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강의가 끝난 후, 수아를 강의실에 두고 진승기 교수 뒤를 쫓아갔다.


“교수님!”

“뭔가?”

“첫 강의부터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요...”


나는 나의 플랜을 아주 상세히 설명했다.

얘기를 다 들은 진승기 교수는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복학생인가?”

“아닙니다. 1학년입니다.”

“1학년이 벌써 이런 생각을? 흐음... 계획을 실행하기에 나이가 젊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게. 1학년 수업이나 2학년 수업은 실제 기업들의 전략과 사례를 알 수 있는 심도 깊은 내용을 듣기 힘드니, 나중에 3학년 과정의 전략경영 특강과 현대 경영이론, 벤처경영론을 꼭 들어보게. 4학년의 기업경영특강도 들어두면 유용할 거고.”

“그동안에 각 기업의 성공사례를 분석하고 경영전략을 파악해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런 것과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요?”

“대한상공회의소와 무역협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SERI)보고서를 찾아서보게. 매년 열리는 경영포럼에도 참여해보고. 또 관련 책들도 읽어볼 필요가 있는데, 이런... 지금은 생각이 안 나니까 나중에 교수실로 찾아오게. 그럼 관련 책들은 그때 소개해주겠네. 학과 내에서 몇 년 전에 벤처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분석하는 동아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지금은 사라지고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교수실로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현대는 정보가 생명이다. 더 많은 자료를 얻고 더 많은 걸 알아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인맥.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될수록 위기를 더 쉽게 극복하고 흔들림 없이 본 궤도에 진입하기 쉬워진다.

최대한 많은 우수한 사람들을 인맥으로 만들어놓자.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내 회사를 최고의 인재들로 채울 것이다.

나는 수아와 밥을 먹으며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후 수업을 끝내고 학교 홈페이지에서 동아리 모임을 검색했다.

진승기 교수님의 말씀처럼 벤처 스타트업을 연구하는 동아리는 이제는 없었다.

다른 유사한 동아리가 있을까 싶어서 좀 더 검색해보았지만 실패.

몇 년 전 창업 붐이 일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경기가 많이 안 좋아졌으니 자연스레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 분석을 해보면서 나는 방법을 강구했다.


3학년이 되어 무턱대고 회사를 창업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벤처 스타트업이 어떤 식으로 ‘경영’되고 강점과 약점, 기회요소와 위기요소는 어떤 게 있는지,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제로 부딪치는 애로사항은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극복해나가면 효과적일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동아리가 없다면 내가 동아리를 만들면 되잖아.’

‘좋아! 은재와 수아에게 얘길 해보자. 또 동아리 홍보도 해서 회원들을 확보해나가는 거야.’


그렇게 결심한 나는 다음날 은재와 수아를 불렀다.

서로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은재는 살갑게 수아를 대했고 냉미녀 수아도 적극적이었다.


“은재한테 차갑게 굴면 어쩌나 싶었는데, 나 처음 만났을 때랑은 딴판인데?”

“아빠가 허락해주셨어. 오빠 밑에서 배우면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해보래. 그래서 쌀쌀모드 해제하고 친절&적극 모드로 나서기로 했어.”


수아가 소곤거렸다.

그러면서 수아는 먼저 은재한테 나중에 교내에서 만나면 밥 한 번 사달라는 둥, 중학교 때 내가 어떤 사람이었냐는 둥, 물어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형우 쟤가 보기에만 진중해보이지, 은근히 장난끼가 많아서 선생님들한테 장난을 많이 쳤어. 여자 선생님 한 분은 쟤 땜에 운 적도 있다니까.”

“야, 내가 언제 그랬어? 그땐 니가 먼저 시작했잖아!”

“청소하다 튀어나온 쥐를 잡은 건 나지만, 선생님 외투 주머니에 쥐를 넣어놓은 건 누구더라~ 선생님, 외투 주머니가 움직여요, 그래서 손을 넣은 선생님이 꺅,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잖아.”

“중딩은커녕 초딩 수준이었네.”

“그치? 쟤가 공부만 잘했지, 정신연령은 초딩이었다고.”

“은재 오빠, 형우 오빠 약점 될 만한 것 좀 알려줘요. 나 갈굴 때 써먹게요.”

“알았어. 내가 나중에 만나서 대방출 해줄게.”

“야, 너희들 죽는다!”

“하하!”

“호호!”


카페테리아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띌 만큼 우리들은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오빠 오늘 왜 모이자고 했어요? 은재 오빠 소개해주려고?”

“응, 그것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벤처 스타트업들을 연구하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서야.”

“벤처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잘 알지? 최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사업에 뛰어드는 신생중소기업을 말하는 거잖아. 스타트업은 벤처와 비슷하긴 한데, 신생기업들 중에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판로를 개척해나가는 기업을 말해. 즉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기 바로 직전 단계에 있는 신생기업들을 스타트업이라고 하지. 그래서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회사와 비슷한 모델을 갖고 있어서 이런 기업들을 연구해보자는 거야. 그렇게 하면 나중에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니까.”

“예를 들면 어떤 기업들이 있는 거야?”

“벤처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기업들은 너무나 많지. 페이스*이나 인스타**, 에어비**...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 각국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그중에서도 이미 유명해진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제 막 도약하려는 기업들, 시장의 관심을 받는 기업들도 상당수야. 그래서 그들의 성공 이유와 가능성을 분석하고 우리 사업에 적용해보자는 거야.”

“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난 화학 쪽을 잘 알지 이런 쪽엔 약해서...”

“우선 어떤 시장이나 기업에 특정 짓지 않고 자유롭게 기업을 선정하게 할 거야. 그래서 수많은 기업 중에서 해당 기업을 선정하게 된 이유를 발표하고, 그 기업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거야. 그러자면 회사규모, 자금력, 영위업종 같은 해당 기업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부터 시장의 성장성과 매력도, 해당 기업만의 성장가능성,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 그 이유, 해당 회사에 대한 앞으로의 미래 예측 등 모든 걸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거야.”

“알았어. 그 회사의 모든 걸 조사하고 분석해보면 된다는 거지. 분석은 내 전문 분야니까 잘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잘 하겠지만, 화학성분과 분자구조를 분석하는 것과 기업체를 분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여서 처음에는 애를 좀 먹을 거야.”

“음...”

“그럼 내가 동아리를 만들자고 발의했으니까 처음엔 내가 할게.”

“아냐, 오빠. 처음은 내가 하게 해줘. 재미있을 거 같아.”

“그래? 그럼 수아가 가장 먼저 하기로 하자. 우선 이번 주말까지 하나의 기업을 선정해서 단톡방에 올려주고, 다들 그 기업에 대한 자료를 한 번 모아봐. 그리고 다음 주 이 시간에 모여서 수아가 그 기업에 대한 걸 발표하는 거야. 어때?”

“좋아요!”

“좋아.”


그때였다.


“그거 재밌겠는데? 나도 참여하게 해줘.”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웬 남자 한 명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소 길고 자연스러운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어딘지 모르게 귀티가 흐르는 얼굴이었다.

자켓에 바지까지 명품을 입은 것이 부잣집 도련님처럼 고급진 냄새가 묻어났다.


“어머, 남의 말 엿듣는 건 실례예요!”


수아가 샐쭉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옆 자리여서 안 들으려고 해도 들리더라구. 게다가 꽤나 흥미로운 얘기들을 하고 있어서 말이야. 너희들, 동아리를 만든다고 그랬지. 그 동아리에 나도 넣어줘.”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엿들어서 미안~”


남자는 수아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미안하다고 했지만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수아가 입을 열 찰나,


“수아야, 잠깐만. 내가 말할게.”


수아를 제지한 후 남자를 보며 말했다.


“우리한테 무슨 볼일 있어?”

“너희들이 얘기한 그 동아리, 나도 껴줘.”

“무슨 동아리인지 알고는 있는 거냐?”

“듣자니 벤처 스타트업들을 연구하는 동아리인 것 같은데, 맞나? 대학에 들어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없어서 지루하던 참이었거든. 그런데 너희들이 하려던 거, 그거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너 1학년이냐?”

“응. 그런데? 그게 안 되는 이유라도 돼?”

“이유는 아니지만, 1학년이 태도가 그게 뭐니? 이 오빠들은 3살이나 많은 오빠들이란 말야. 그런데 반말이나 하고 있고.”


수아가 어느새 내 말을 가로챘다.


“어? 같은 1학년 아니야? 테이블에 놓인 책보고 1학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는 눈짓으로 우리가 앉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내가 내려놓은 전공책이 놓여 있었다.


“아무튼 나보다 선배라면 죄송하게 됐어요.”


남자는 우리를 향해 까닥 고개를 숙였다.

영혼 없는 모습에 또 수아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난 얼른 가로챘다.


“괜찮아. 넌 이름이 뭐냐?”

“김기준. 로스쿨 1학년입니다.”

“난 이형우라고 한다. 이쪽은 기은재, 정수아. 우리들은 이제 동아리를 만들려던 참이어서 아직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그래도 괜찮아?”

“네. 전 어차피 검사가 되려고 학교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전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쪽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알 수 있겠다 싶었어요. 동아리를 처음 만든다고 하니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단 말이지. 좋아. 아직 동아리 홍보를 하기 전이지만 어차피 회원을 모집하려고 했으니 얘를 우리 동아리에 들이는 건 어때?”


난 은재와 수아를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난 독단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 없어. 모든 걸 너희들하고 상의해서 할 거야. 그래서 이번 일도 너희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어때?”

“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은재가 먼저 말했다.

수아를 보자 수아는 김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얼굴을 찡그렸다.

난 수아가 결정을 내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결국 수아가 말을 꺼냈다.


“알았어요. 대신 동아리 활동규칙을 만들어서 앞으로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쫓아낼 거예요.”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기준아, 여기에 앉아라. 그럼 다음 주에 수아가 첫 발표를 하기로 하고, 그전에 동아리 이름을 정했으면 하는데 동아리 네이밍으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다음 주 회의 때 얘기해줘. 기준이 넌 단톡방 초대할 테니까 들어와서 발표할 기업이 정해지면 그때 해당 기업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해봐. 알았지?”

“네.”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동아리 홍보전략이나 매주 있을 미팅시간 세팅 등 몇 가지 안건들을 좀 더 얘기하고는 헤어졌다.


‘처음부터 회원이 들어오다니 시작이 좋은 걸?’


수아가 같은 강남에 살기 때문에 수아를 집에 내려다주고 대치동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중얼거렸다.


‘아그나가 말한 시점이 이제 10년 남았지?’

‘딱 10년만 열심히 해서 회사를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 30대 초반에 은퇴하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인생은 마음껏 즐기면서 살자. 좋았어!’


그렇게 부풀어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띠리링, 울렸다.


『이형우 님의 실행력과 목표의식, 의지가 객관적인 지표로 검증됨에 따라 각 항목의 스킬이 +1 향상되었습니다.』


어? 또네.

아그나, 방금 또 세 가지 평가항목에서 +1점 가산된 거 맞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좋아, 이대로 쭉 가자고!

나는 기분이 좋아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지금 달리는 이 대로처럼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경쾌한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와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그나저나, 김기준이라고 그랬지? 그 놈은 어떤 놈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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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도전(2) 20.11.08 1,247 1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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